박근혜 탄핵 반대 폭력 집회 등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과 군대를 향해 공공연히 계엄령선포 및 군사 반란을 요구한 집회 주도 인사들에 대해 검경이 내란선동 혐의 수사에 나서자 조선일보와 자한당 등이 이를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세계일보 자유한국당은 “속보인다” “지나치다” “편파적이다” “이중잣대”라며 수사팀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3개월 여 동안 자료검토와 피고발인 확정 등 기초수사를 통해 엄중한 사건으로 보고 신중하게 수사를 하고 있으며 아직 기소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며 "보복성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고발인인 이명박심판범국민행동본부와 군인권센터 담당자는 집회 주최측 인사가 백주대낮에 계엄령 선포와 군투입을 현직 총리에 종용하고 빨갱이들을 쏴죽여야 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내란선동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등에 대해 물타기를 통해 끔찍한 사회불안의 씨앗을 그대로 두게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명박심판범국민행동본부와 군인권센터가 지난 1월 내란선동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이들은 탄기국 운영진 전원, 정광용 박사모 대표,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한성주 예비역 공군 소장, 송만기 양평군 의원, 윤용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대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으로 박근혜를 추종하며 내란을 선동한 자들이다.
조선일보는 29일자 사설 ‘태극기 집회를 ‘내란 선동’이라고 수사한다니’에서 이 같은 검찰수사를 두고 “당시 태극기 집회 관계자들 주장이 지나쳤던 것은 사실이나 우리 국민 누구도 계엄령이 선포되거나 군대가 일어날 것으로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특히 “당시 이미 실제 권력은 야당과 촛불시위대로 넘어가 있었다”며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외마디 소리 같은 구호들을 갖고 ‘내란 선동’이라는 어마어마한 죄목을 붙여 수사한다는 것은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너무 지나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돌연 촛불시위대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로 진격해 박근혜를 끌어내자’고 외쳤던 촛불시위대는 괜찮은가”라고 따졌다.
▲ 박사모 회장 정광용(구속) 탄기국 대변인이 지난 3월10일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자 황교안에게 계엄령 선포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아시아투데이 영상 갈무리 |
세계일보도 같은 날짜 사설에서 “내란선동 혐의 적용은 촛불집회 세력과의 형평성 논란을 빚을 소지가 다분하다”며 “당시 야권 지도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박근혜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말해 국가변란 선동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촛불집회에선 ‘가짜 보수 정치세력, 거대한 횃불로 모두 불태워 버립시다’라고 말했다”고 썼다. 쿠데타를 일으키라는 사람과 문 대통령을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한 것이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앞서 지난 28일 논평에서 “집회 중에 일부 참석자가 울분에 차 다소 과격한 구호를 외친 것을 국가 전복의도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며 “촛불집회에서도 과격한 정치 구호는 넘쳐났었다”고 주장했다. 내란음모를 실제로 획책했던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구호도 나왔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이런 식이라면 지난 6월 주한미국대사관을 포위하고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한식의 구호를 외쳤던 단체부터 엄중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대선 전부터 ‘태극기집회 주도자를 내란죄로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촛불혁명정부’라 부르며 촛불집회를 백서로 만들어 기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탄핵반대 집회에 대해서는 내란 선동 혐의를 씌우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용 전 교려대 교수,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대표 |
이에 대해 고발인들은 조선일보와 자한당 주장이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고발인들은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안이한 생각으로 판단한다”며 “고발 대상자들은 그 말의 파급력이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로, 현직 군의원도, 대한민국 헌정회장 지낸 인사, 시민사회단체 대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회적인 저명한 인사들이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서 ‘계엄령, 사람 죽여도 된다’는 말을 한 것은 선동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첨예한 사안에서 대립하면서 자극하는 구호를 쏟아내고, 자극적으로 내란을 선동하는 듯한 말을 다중앞에서 공공연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두고 “굉장히 사회불안 야기한 것”이라며 “상대방을 쏴죽이자고 하고, 군대가 일어나고, 계엄령을 선포하도록 하는 것까지 놔둬서 되겠느냐”고 역설했다.
이들은 “일부 인사는 지금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며 “방송으로 만들어서 유포한다. 엄정 수사를 해서 어떤 의도를 그랬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군사쿠데타를 경험한 나라이고, 그 비극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 내란선동 광고까지 낸 한성주 예비역 공군 소장 한성주 © 조선일보 |
김 팀장은 ‘실제 권력이 야당과 촛불시위대로 넘어가 있었다’는 조선의 주장에 대해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황교안 총리였고, 시위대의 구호는 총리에게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청원했으며, 이는 실제 군사력을 보유한 군인에게 군대 이끌고 나와서 쿠데타 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촛불시위대를 쏴죽이는게 애국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발인들은 “당시 박근혜 탄핵이 중론이었지만 이런 행위를 실제로 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잘못된 선동에 군이 넘어가서 움직인다던가 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위험한 일이며, 가볍게 볼 사안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치보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계엄선포 주장 세력과 촛불시위대를 비교한 조선일보 주장에 대해 “전혀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박근혜를 끌어내자는 구호는 실행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청와대는 공권력이 지키고 있었다”며 “하지만 계엄령 선포는 반대로 군대에게 일어나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적시해서 얘기한 것이므로 내란 선동 구성요건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인들은 “단체이름에 ‘계엄령 선포 촉구를 위한’이라는 단어까지 포함시켜놓고, 이를 선동하기 위한 행동을 조직적으로 모의하고 돈을 들여 집회도 열고 유투브 방송까지 차리고, 계속 이런 주장을 재생산했다”며 “이는 내란선동을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라고 봐야지, 그냥 일회성 분노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경찰청은 보복수사라는 식의 주장은 전혀 아니라고 반박했다. 문진영 서울청 보안2과 보안1대장(경정)은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일반 사기사건도 아니고 엄중한 사건인데 검토를 해보고 검토가 끝났으니 고발인 부른 것”이라며 “기존 판례도 살펴보고 있다. 상당히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장은 “내란선동이 안된다고 보면 피고발인을 안부를 수도 있지만,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추가 자료 제출을 받고, 피고발인 조사를 하게 되면, 9월 이후에나 하게 되지 않을까 보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지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