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3
없으나 있어야 할 것
(시편 146편)
민중신학자 안병무 선생님은(1922-1996) 말년에 하나님의 뜻을 한자 공”公”으로 풀었다. 공적인 것, 공공재라고 할 때의 그 공이다. 민중의 하나님은 공이다. 그것은 물질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철저하게 땅의 현실에서 찾으려는 민중 신학의 핵심과 맞닿아 있는 개념일 것이다. 공적인 것은 사적인 것 즉,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공의 것, 공동체의 것이다. 진정으로 공적인 것은 애국심이 아니라 인류 공동체에 대한 충성이다.
공교회라고 할 때 이것은 공적 교회를 말한다. 가톨릭이라는 말이 바로 공적이라는 말이다. 공적인 것은 교회 공동체가 보유한 유형, 무형의 자산이나 그 정신성, 신학이나 문화, 제도, 성례전 등 교회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교회 공동체의 목적은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선교’다. 예수께서 교회의 설립을 명령하시면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말씀하셨고 교회 공동체는 이것이 예수께서 주신 지상명령 중 가장 중요한 명령이라고 신앙 고백하고 있다. 오늘날 교회는 선교라는 말을 교인 늘리는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선교는 교회가 교회처럼 실존하는 것이고 교인들이 복음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들의 오랜 눈물과 피와 투쟁의 성과다. 이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권력자가 아니라 억눌린 자, 굶주린 자,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이다. 이들을 모두 일컬어서 성서는 의인이라고 말한다. 의롭다고 하나님으로부터 인정받은 사람이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것만으로도 의인이 될 것이다. 주어진 사회에서 목 없는 자들은 현실이 부당하다고 여기고 불만만 갖는 것이 아니라 그 부당한 현실에 복종하지 않고 현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공은 신비인데, 이는 공이 박탈당한 자에게 박탈한 자와 악인들의 삶을 사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통제하는 진정한 위력, 궁극적인 힘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은 약자들의 그 약함을 역사를 변화시키는 진정한 힘으로 드러나게 할 강력한 위력이다. 공은 민중, 즉 약자들과 함께하는 강한 힘, 억눌린 사람들과 동맹을 맺은 하나님이다. 약자들의 투쟁 속에서 구성한 성과는 인간 이상의 차원을 열었으며, 바로 그 차원과 관계하는 삶이야말로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이다. 권력자들은 민중들로부터 바로 이것을 제거하려고 한다. 하나님을 빼앗고 우상을 숭배하게 만들려고 한다.
신자유주의 돌격대장 영국 수상 마가릿 대처는 ‘사회라는 것은 없다. 오직 개별 남녀와 가족만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짐승 같은 말이다. 그녀가 한 일을 요약하면 경제, 교육, 보건, 주택 공급 등 모든 공적인 것을 민영화한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마가릿 대처가 20세기 들어서 영국 총리로서 가장 장수했고 국민들의 열성적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약자들은 더 고통스럽고 더 힘들고 더 우울하고 더 불편할 때가 많다. 약자들은 약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허위의 정신에 스스로를 빼앗기게 된다. 자기가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잃어버린다. 부정되어야 할 것은 조건이지 삶 전체가 아니다. 약자들이 자기의 정신이 아닌 강자와 악한 자들의 정신을 자기 정신으로 수용하는 그 순간 세상은 짐승들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약자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은 프라이드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이 공적인 것, 즉 하나님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편은 약자들이 하나님과 관계하는 가장 효과적인 비결로 찬양을 말한다. 노래하라. 삶의 아름다운 진실성을. 나만 아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고통받는 이웃들의 고통까지 감싸 안을 수 있는 삶의 진실성을. 이것이 노래다. 시편 146편은 찬송 시다. 이 노래는 해체되고 있는, 사라져가고 있는 공적인 것을 붙잡고 그 내용을 풍부하기 위해서 피와 눈물과 땀을 흘리고 있는 약자들의 노래다. 약자들의 삶, 자신들의 투쟁의 삶을 찬양하기 위해서 부르는 노래, 그 삶이야말로 하나님과 관계하는 삶이라는 것을 느끼고 즐거워하고 감격하는 행위. “할렐루야 내 영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내가 평생토록 주님을 찬양하며 내가 살아있는 한 수금을 타면서 내 하나님을 찬양하겠다.” 이 노래는 위기에 빠진 어떤 것, 지금 존재하지 않지만 있어야 할 것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노래다.
첫댓글 시편146편 1할렐루야 내 영혼아 여호와를 찬양하라. 2나의 생전에 여호와를 찬양하며 나의 평생에 내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3귀인들을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지니. 4그의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그 날에 그의 생각이 소멸하리로다. 5야곱의 하나님을 자기의 도움으로 삼으며 여호와 자기 하나님에게 자기의 소망을 두는 자는 복이 있도다. 6여호와는 천지와 바다와 그 중의 만물을 지으시며 영원히 진실함을 지키시며. 7억눌린 사람들을 위해 정의로 심판하시며 주린 자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는 이시로다 여호와께서는 갇힌 자들에게 자유를 주시는도다. 8여호와께서 맹인들의 눈을 여시며 여호와께서 비굴한 자들을 일으키시며 여호와께서 의인들을 사랑하시며. 9여호와께서 나그네들을 보호하시며 고아와 과부를 붙드시고 악인들의 길은 굽게 하시는도다.10시온아 여호와는 영원히 다스리시고 네 하나님은 대대로 통치하시리로다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외부에서 줌으로 드렸더니,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정리된 내용을 보니 은혜가 충만합니다. 의인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순간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웃공동체를 위해 애쓰시는 목사님, 교인들 모두가 의인이라 믿습니다. 어렵지만 조금 더 힘을 내고, 조금 더 불발해서 이웃공동체의 정신이 살아 움직이길 기도해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읽고 마음 나눠주시니 감사합니다~연옥님 기도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