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20) - 제주일주 WALK 기행록(9)
- 꽃길 화려하고 해비치가 운치 있다(성산중학교 인근공터 – 남원 태흥리 33km)
4월 3일(화), 기상 캐스터 이성남 씨가 간결한 멘트로 오늘도 좋은 날씨라고 말한다.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식사는 조별 취사다. 우리 조는 7조, 나를 포함하여 이 장수⸱ 우시오 게이코 ⸱ 엔요 교코 씨 등 4명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하는 메뉴는 토스트, 우유, 계란 프라이, 음료 등. 새벽에 인근의 편의점에서 사온 빵과 바나나를 곁들이니 다양한 식단이다.

게스트하우스의 조별식사 장면
오전 7시 반에 버스에 올라 성산중학교 인근의 오름과 해안의 갈림길에 이르니 8시 반, 블라디미르 부인의 인도로 몸을 풀고 엔요 교코 씨가 꾀꼬리 목소리로 선창하는 ‘GO, GO, Let’s GO’를 연호한 후 9일째 걷기를 시작하였다. 당초 계획은 꽤 높은 오름의 산길이었으나 대원들의 체력저하를 감안하여 해안 길 걷기로 바꾸었다. 성산중학교 쪽으로 이어지는 큰길이 전날의 막바지에 이어 화사한 벚꽃 길, 출발부터 기분 좋은 발걸음이다. 한 시간여 걸은 후 화장실 휴게로 잠시 멈춘 후 혼인지 입구를 지나 온평리 바닷길로 들어서자 사이렌이 울린다.
이날은 제주도 전역이 큰 홍역을 치른 제주 4⸱3 사건 7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10시 정각 제주도 전역에 1분여 사이렌이 울리게 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은 역사의 비극을 제주도는 '4⸱3 70주년 2018 제주방문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평화의 메시지를 띠우고 있다. 때에 맞게 그 역사의 현장을 두루 살피게 되어 뜻깊다.

제주시내 걷는 중 살핀 4⸱3 70주년 추모행사 아취
온평리 이어 신산리, 삼달리 지나니 성산읍 지나 정오 경 표선면 해안의 해신당 부근에서 오전 걷기를 마무리하였다. 버스에 올라 표선면 동부일주로에 있는 식당에서두부전골로 점심식사, 일부는 매운 음식이라서 덜 반기는 듯. 매 끼니 식당 고르기는 버스 기사의 몫, 나름 신경 쓰며 애쓴다.
점심식사 후 해신당에 이르니 마침 굿을 벌리고 있다. 한 눈으로 슬쩍 살핀 후 오후 걷기 시작, 30여분 바닷길을 열심히 걸으니 표선 해수욕장 해변에 이른다. 해안 길을 돌아서니 산뜻한 리조트가 나타난다. 전국적으로 여러 명소에 자리 잡은 해비치 호텔, 그 주변의 산책로가 표선 해비치 자전거 길이다. 걷는 중 많은 동호인들이 걷는 일행 곁을 달리며 파이팅을 외친다.

바닷길 걷다가 잠시 휴식
해비치 호텔 이웃의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 청사를 지나는 동안 표선리, 세화 2리 등의 어촌이 이어지고 조밀한 숲길을 통과하니 오후 5시 반, 남원읍 태흥리 해안에 이른다. 비교적 평탄한 바닷길을 열심히 걸은 거리는 올레 4코스를 중심으로 33km, 9일 동안 걷는 중 가장 긴 거리다. 내일로 제주도 일주 올레 길 걷기가 끝난다. 유종의 미를 거두자. 일행 모두 파이팅!
* 마무리 몸 풀기 후 버스에 올라 서귀포 시내에 있는 두루치기 전문음식점으로 향하였다. 제주산 돼지고기에 무, 콩나물, 마늘, 파 등 여러 양념을 버무려 먹는 특이한 메뉴, 맥주와 막걸리를 곁들여 모두들 맛있게 든다. 이날은 이석천 씨의 77회 생일, 건강한 모습으로 걷기에 동참한 것이 뿌듯한 듯, 감격어린 목소리로 뜻깊은 생일맞이소회를 피력하며 촛불 켜고 건배를 외치는 모습이 유쾌하다. HAPPY BIRTHDAY!
걷는 중 아내의 유머에 흥미를 보이는 이들이 꽤 있다. 통역을 통해서 들어도 유쾌한 듯, 깔깔 대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활기 있고 남자들도 곁에서 귀를 쫑그린다. 웃으며 걷는 발걸음이 가벼워요!

생일을 맞아 즐거운 표정의 이석천 씨(손을 내민 이), 오른쪽의 바딤(러시아인) 씨도 같은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