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뜬금’이라는 말이 있다.
이때의
‘뜬’은 ‘뜨다’의 관형형이고, ‘금’은 돈을 말한다.
곧 ‘떠있는 돈’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뜬금’이란, 제자리에 묶여 있지 않고 제 마음대로
올랐다 내렸다 하는 물건값을 말한다.
시세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니, 굳이 한자말로 바꾸자면
‘변동가’ 정도가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들쑥날쑥하거나 갑작스럽고도 엉뚱한 모양을
‘뜬금없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낱말 뜻대로라면
‘뜬금으로’ 또는 ‘뜬금처럼’으로 써야
앞뒤가 통하게 된다.
그런데도
‘뜬금없이’로 쓰고 있는 것은, 이때의 ‘없다’를 부정으로
쓴 게 아니라 강조하는 말로 붙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용례는 가끔 눈에 뜨인다.
‘안절부절’이란
말은 몹시 불안하고 초조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
모양을 표현하는 말인데,
그 동사형은
‘안절부절하다’가 아니라, ‘안절부절못하다’이다.
‘뜬금없이’에서처럼,
이때에도 ‘못하다’는 부정이 아니라 강조의 구실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래의 기준이 되는 가격 '뜬금'
한수산의 소설
〈유민〉을 보면 “강 씨네 찰벼 논을 지나는데 뜬금없이 개구리
한 마리가 소리를 높여 울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TV 드라마를 보면
“뜬금없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라고 말한다.
여기서
‘뜬금없이’라는 말은 무슨 뜻이며,
어원은 무엇일까?
요즈음도
시골에는 5일마다 장이 서는 데가 있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과 갖가지 농산물을 시장에 가지고 나와서
손님과 흥정을 한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일정한 값이 없기 때문에
흥정해 값을 매긴다.
“2000원에 합시다.”
“2500원은 받아야 되지. 쪼금 더 쓰시오 잉.”
줄다리기해 값을 매기고 정한다.
이렇게
서로 값을 매기는 것을 ‘뜬금’
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뜬금’은 ‘일정하지 않고 시세의 변동에 따라
달리 정해지는 값’을 말한다.
명사 ‘뜬금’
이라는 말과 형용사 ‘없다’라는 말이 합쳐져
‘뜬금없다’라는 낱말이 만들어지고
이것의
부사어가 바로 ‘뜬금없이’
가 된 것이다.
그래서
‘뜬금없이’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이 분위기나 주제에 맞지 않게
-+ 엉뚱한 가격을 부르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 말도
비슷한 경우에 쓴다.
‘전혀
관계없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봉창은
주머니를 뜻하는 전라도 방언과는
다른 말이다.
옛날 흙벽돌집에
문틀 없이 그냥 창문을 흉내 내어 종이만
발라놓은 것이 봉창이다.
빛은 조금 투과돼
들어오는 상태인데 잠결에 문인지 창인지
구분 못 하고 봉창을 문인 줄 알고
열려고
더듬거리다가 내는 소리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된 것이다.
비슷한 뜻으로
‘생뚱맞다’는 말이 있다.
‘생뚱맞다’는
행동이나 말이 앞뒤 상황에 맞지 않고 엉뚱하다는
뜻의 순수 우리말이다.
생소하다의
‘생(生)’과 엉뚱하다의 ‘뚱’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합성어다.
[출처] 뜬금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