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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비 삭감에 인건비 항목 사라져...단식은 끝났지만 ‘2027년 예산’이 진짜 시험대 |
윤장섭 기자
학교예술강사들의 단식농성이 지난 8월 24일 종료됐다. 학교예술강사들이 단식 농성에 들어간지 7일만이다.
성석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예술강사분과장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면담한 뒤 학교예술강사들은 단식 농성을 풀었다. 이유가 뭘까?
기자는 이번 문제의 출발점을 2000년부터 시행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의 급격한 국비 축소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국악·연극·영화·무용·만화·애니메이션·공예·사진·디자인 등 예술 분야 전문인력이 초·중·고교에 들어가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해 학생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공공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이다. 2026년 8월 현재 약 4,480명의 강사가 8,479개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사업을 떠받치던 국고가 급격히 줄면서 균열이 시작됐다.
최근 국회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국비는 2023년 574억7천여만원에서 2025년 80억8천여 만원으로 약 7/1 수준( 86% 삭감)까지 줄었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 예산의 강사 인건비 항목은 사실상 사라졌다. 그리고 인건비 부담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교육청으로 넘어갔다.
학교예술강사들의 이번 단식농성은 단순히 임금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20년 넘게 이어온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시험받고 있다는 것에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태의 본질이 재정 기반이 흔들리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강사들의 수업시간과 소득 감소로 이어져 학교예술교육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시험받았다는 것에 있다.
강사 수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지원사업 예산이 감소되면서 예술 수업시간이 줄어 전체 수업시수가 축소됐다. 그러다 보니 강사 1인당 평균 소득은 2023년 월 119만원 수준에서 2025년 월 58만원 까지 떨어졌다. 학교 현장에서 전문 예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부가 지방교육재정 특별교부금 185억원을 문체부 국고에서 추가 투입하면서 급한 불은 일부 껐지만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복원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강사들이 단식 농성 카드로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나섰다.
학교 교육중 가장 연약한 고리가 학교예술강사들이다. 이들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거나 지방교육재정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비슷한 위기를 겪었고, 또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구조다. 학교예술강사는 현재 기간제 단시간근로자로 계약기간은 통상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이내다. 특히 월 수업시간을 59시수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2026년도 사업지침에도 ‘연 10개월 이하·월 59시수 이하’라는 근로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 59시수 제한이 사실상 강사들을 초단시간 노동구조에 묶어두는 장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사들은 수업 준비와 이동, 교육자료 제작 등 실제 교육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입하지만 보수는 기본적으로 배정된 수업시수를 중심으로 결정된다. 방학이나 학교 행사로 수업이 줄어드는 달에는 소득도 급감한다. 그러다 보니 강사들은 수업시수 부족으로 생계가 어렵고 퇴직금과 각종 노동권에서 배제돼 있다.
이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경남이다. 2026년 경남지역 학교예술강사 1인당 평균 배정시수는 연간 약 394시간으로 늘었으나, 이를 10개월 계약으로 나누면 월평균 40시간 안팎이다. 현장에서는 예술강사가 학교수업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워 배달이나 다른 일을 병행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학교예술강사들의 단식농성 사태를 단순한 ‘예산 삭감에 따른 노사갈등’으로 보는 것은 문제의 절반만 보는 것이다. 정부가 학교예술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의 일부로 볼 것인지, 아니면 예산 여건에 따라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부가사업으로 볼 것인지가 근본적인 쟁점이다.
그동안 이 사업은 문체부가 정책을 담당하면서도 실제 수업은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재정은 문체부·교육부·시도교육청에 분산되는 복잡한 구조를 유지해왔다. 예산이 안정적일 때는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중앙정부가 국비를 줄여 버리면 각 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구조적 약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결국 이번 농성은 곪을때로 곪아버린 학교예술교육의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시간이 되었다. 위기가 기회가 된 것일까?
변화의 신호가 감지됐다. 단식농성 종료 이틀 뒤인 8월 26일 학교예술강사와 문체부 사이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노정협의가 시작됐다. 노조는 학교예술강사 제도 도입 이후 문체부와 정식 노정협의체가 가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대화는 문제를 풀어내는 수단이기는 하지만 협의체 출범이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결론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양쪽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2027년도 정부예산이다. 특별교부금이나 한시적 지원이 아니라 강사 인건비를 포함한 안정적인 국비가 본예산에 다시 편성되는지가 핵심이다. 최휘영 장관도 교육부와 기획예산처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실질적인 대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다음 과제는 월 59시수 제한과 10개월 계약 등 초단시간 노동구조의 개선이다. 예산만 늘리고 기존 고용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강사의 소득 불안과 사회보험·퇴직금 등 노동권 문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예술강사 사태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학교예술교육을 학생들이 여건에 따라 받을 수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선택적 프로그램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모든 학생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할 공교육의 한 영역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선택이다.
단식은 끝났다. 그러나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정부가 2027년 예산에서 실질적인 재정 복원을 보여주고, 강사들의 고용과 노동조건까지 손질한다면 이번 사태는 20년 넘게 이어온 학교예술강사 제도를 재정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한시적인 예산 보충에 그친다면 국비 삭감과 수업 축소, 강사 이탈, 학교예술교육 위축이라는 악순환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앞으로의 관건은 ‘학교예술강사 사업을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다. 국가가 학교예술교육을 어떤 수준까지 책임질 것인지, 그리고 그 교육을 담당하는 예술가를 지속가능한 직업인으로 인정할 것인지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K-컬쳐의 성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예술을 배우고 경험하며 창의성과 문화적 감수성을 키워온 교육의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교예술강사들은 바로 그 현장에서 우리 문화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노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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