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승자다!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11일까지 19일간 파리에서 치러진 세계 올림픽 경기는 지난 4년간 땀과 눈물의 세월을 보낸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만들어 낸 세계인의 축제였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메달을 따진 못했다. 선수들 대부분은 만족할만한 성적을 얻지 못했고 어떤 선수들은 메달 문에서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어떤 선수들은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어떤 선수들은 슬픔과 아쉬움으로 뒤범벅된 눈물을 훔쳤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가운데 금메달을 기대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모두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를 원하고, 열심히 싸웠으며 그 가운데 세 명 혹은 네 명만이 메달을 딴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에 펼쳐지는 하계 올림픽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 세계인의 축제장이요 가슴 떨리는 축전의 현장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높이뛰기 간판스타 우상혁 선수의 얘기다. 늘 경기에 임하기 전에 해맑은 미소로 관중들의 기분을 시원하게 해준다고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스마일 점퍼(Smile jumper)다. 하지만 마지막 결승전에서 그는 자신의 최고 기록인 2미터 33에 못 미치는 2미터 31을 결국 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늘 웃는 얼굴에 그의 눈물은 아주 낯선 모습이었지만 그동안 선수들이 메달을 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땀을 흘렸을지 짐작할 수 있기에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우상혁 선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고상하고 멋진 선수였다.
우상혁은 “2m 31을 넘지 못한 뒤 감독님을 보니 계속 격려해 주시더라. 그러나 누구보다 속상해하시고 안타까워하실 걸 알기 때문에 감독님을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며 "나야 시키는 것만 하면 되지만 감독님은 모든 것을 챙겨야 했다. 가정도 있으신데 나와 계속 함께하며 열정 있는 선수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자기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가족들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감독을 먼저 생각하면서 더 속상해하는 그에게서 진정한 우승자의 모습을 보았다.
메달을 따진 못했어도 스마일 점퍼, 우상혁 선수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나에게 기억될 최고의 선수로 남았다. 금메달을 따고 멋진 세레머니를 하는 것도 좋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그 자리에 있도록 함께 땀을 흘리며 곁을 지켜 준 사람들을 잊지 않는 것은 더 중요하다. 우상혁 선수는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이미 내 마음에 금메달은 우상혁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기억에 남는 또 다른 금메달리스트는 태국의 여자 -49kg 태권도 선수, 파니팍이다. 그녀는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도 이 체급에서 금메달을 땄었는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한 것이다. 금메달을 확정 짓자 달려가서 타이거 최 감독에게 활짝 안겼던 파니팍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스승에게 큰절을 올림으로 감사와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태국인 선수가 한국인 감독에게 큰절을 올리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바로 이것이 태권도 정신이요 올림픽 정신이 아니겠는가?
파리 올림픽은 끝났지만 어떤 사람은 메달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진정한 우승자로 어떤 사람은 메달을 따고도 별 감흥 없이 한 사람의 주자로 남았다. 그러고 보면 올림픽이란 단지 운동 경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모여서 아름답게 활짝 꽃피우는 지구촌 스토리 축제인 셈이다.
여기 결과보다 더 소중한 과정이 있다.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올림픽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생명의 축제가 아니라 선수들의 삶을 피폐하게 망가뜨리는 전쟁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오늘은 다시 스마일 점퍼 우상혁 선수의 미소가 그리워져서 그가 나오는 영상을 찾아서 보게 된다.
---(팟캐스트 방송)---
http://www.podbbang.com/ch/10726?e=24983761
---(Link-2)---
http://file.ssenhosting.com/data1/chunsd/240818.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