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하면 떠오르는 특산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화문석, 속노랑 고구마, 약쑥 등이 있겠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또 하나의 특산물이 외지인들을 반긴다. 보랏빛이 감도는 순무다. 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생김새나 맛은 비슷하면서도
생소하다. 배추의 염색체를 가진 순무, 유독 강화도에서만 제 맛이 난다는 순무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보자.
수확 직전의 순무무인가 배추인가, 보랏빛 순무를 만나다
봄이면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고려산 자락의 너른 들녘에 순무 수확이 한창이다. 넓은 밭 한편에 보랏빛을 가득 머금은
순무가 지천에 널려 있고, 또 한편에는 진한 녹색 이파리가 땅 속에서 반쯤 나온 보랏빛 순무와 묘한 대조를 이루며 막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수확한 순무의 이파리를 다듬는 어르신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일반적으로 무는 이파리로 무청을 만들 수
있지만, 순무는 이파리가 억새서 무청으로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여린 이파리는 순무김치를 담글 때 함께 넣기도 한다.
순무는 언제부터 재배했을까? 원산지는 유럽의 지중해 연안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전래되어 삼국시대부터
재배했다고 한다. 문헌에는 조선 중엽부터 강화도에서 재배했고, 왕에게 진상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치고는
역사가 제법 깊다. 하지만 지금의 순무는 근대로 접어들면서 한바탕 변화를 겪게 된다. 1893년 조선 고종 때 영국의 해군 교관
콜웰이 본국에서 가져온 순무 종자를 심었는데, 이때부터 서로 섞이면서 교잡된 것이 지금의 순무라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다리를 건너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면 길게 자라면서 강화도 순무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강화도의 질 좋은 토양과 거센
해풍 등 환경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순무를 들어 보이는 어르신순무는 둥그스름한 모양에 윗부분은 보랏빛이고 아랫부분은 하얗다. 이파리는 진한 녹색을 띠는데 갓을 많이 닮았다.
향이 겨자처럼 알싸하면서도 시원한 무 맛이 난다. 무와 배추뿌리의 향이 한꺼번에 느껴지는데, 여기에 재미있는 사실이
숨어 있다. 순무는 식물 분류학상 무가 아닌 배추의 염색체 수와 같다는 것이다.
단
풍 물든 고려산 아래 자리한 순무밭 어르신 한 분이 바로 수확한 순무가 제일 맛있다며 순무를 하나 깎아 건네준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소리가 경쾌하다.
입안에 퍼지는 시원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꽤 신선하다.
순무를 수확하는 어르신들노지 순무는 1년에 두 번 재배한다. 봄에 파종해 6월경 한 번 수확하고, 7월에 다시 파종해 10~11월에 수확한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순무는 그보다 더 늦게 수확하는데, 노지 순무보다 크고 맛은 조금 떨어진다고 한다.
직접 맛보라며 깎아주신 순무
순무로 만드는 강화의 특별한 음식
순무로 만드는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강화도 어딜 가도 손쉽게 만나고 맛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순무김치다.
일명 순무섞박지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 깨끗이 다듬어놓은 순무순무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는 대체로 여덟 가지 정도. 고춧가루, 마늘, 생강, 새우젓 등 기본양념에 양파, 쪽파, 갓,
순무의 여린 이파리가 들어간다.
순무김치에 들어가는 재료특이한 것은 생새우와 황태, 다시마, 멸치로 만든 육수를 쓴다는 것이다. 일반 무를 김치로 담그면 무에 함유된 수분이
빠져나오는데, 순무는 수분이 거의 없어 맛도 없고 제대로 익지 않는다고 한다. 육수는 수분이 없는 순무를 제대로 익혀주고
시원한 맛을 내게 해준다. 순무를 사다가 김치를 직접 담그면 맛이 없는 이유도 바로 순무의 특성을 몰라 육수를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갖은 재료를 넣어 순무김치를 버무리는 모습갓 담근 순무김치는 아삭거리는 순무 맛이 강하지만, 익기 시작하면 제 맛이 난다. 익은 순무김치를 맛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우습게도 라면이다. 영양의 궁합은 몰라도 맛의 궁합은 가히 환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익은 순무김치에서 우러나온
김칫국물에 밥을 비벼 먹어도 별미라고 귀띔해준다.
어린순무김치순무김치는 강화도에 오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지만, 순무전이나 순무묵, 순무삼합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이다.
순무전은 순무를 얇게 썰어 지져내는 음식으로 배추전을 생각하면 쉽다. 순무묵은 순무즙과 전분을 섞어 뭉치지 않게 풀어낸
뒤 체로 걸러 저으면서 끓인다. 되직해지면 물을 조금 더 넣고 저은 뒤 식히면 순무묵이 완성된다. 녹두로 만든 청포묵
비슷하지만 색깔은 약간 어둡다. 순무의 맛이 약간 나면서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순무가 들어가는 순무묵홍어와 묵은 김치,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홍어삼합, 장흥 한우, 표고버섯, 키조개가 어우러진 장흥삼합이 있듯이 강화도에도
삼합이 있다. 순무김치, 순무묵,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강화삼합이다.
자줏빛이 고운 순무물김치알싸한 순무김치, 부드러운 순무묵, 담백한 돼지고기의 맛이 어울린다. 순무묵, 돼지고기, 순무김치가 순서대로 입안에서
뭉그러지면서 오묘한 맛의 조화를 이룬다.
순무김치와 순무묵, 돼지고기로 구성된 강화삼합이밖에도 밴댕이가 제철을 맞는 5월에는 밴댕이를 넣어서 순무김치를 담고, 어린 순무가 나는 10월에는 총각김치를 닮은
어린순무김치를 만든다.
밴댕이젓이 들어간 밴댕이순무김치강화 나들이에 풍성함을 더하는 강화풍물시장
강화풍물시장에 가면 순무와 순무김치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상인들이 직접 담근 다양한 순무김치를 선보이는데, 양념과
레시피가 다르다 보니 맛도 제각각이다. 강화풍물시장 내에는 순무김치를 판매하는 곳이 제법 많다. 여러 곳에서 맛보고
입맛에 맞는 순무김치를 구입하면 된다.
강화풍물시장 전경허준은 《동의보감》에 “순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오장을 이롭게 하고 소화를 잘 돕는다”, “몸을 가볍게
하고 기를 증진시켜주며 갈증을 해소시킨다”고 적었다. 순무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수분과 무기질이 많아 변비 예방과
이뇨 작용에 좋다. 또 순무에 함유된 이소티오시아네이트와 인돌 성분은 항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나이를 거꾸로
먹게 할 정도로 몸에 이로운 식품이라 하니 강화도에 가면 순무김치를 꼭 맛볼 일이다.
강화풍물시장의 할머니들강화풍물시장은 순무와 순무김치 외에도 채소, 과일 등 농산물부터 싱싱한 활어와 선어뿐 아니라 밴댕이젓, 새우젓 등 젓갈류와
건어물까지 없는 게 없다. 2층에는 순대, 국밥, 칼국수 등으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그중
밴댕이무침은 강화풍물시장의 별미다. 강화 특산품 중 하나인 화문석 판매점도 한쪽에 마련되어 있다.
강화풍물시장 내부강화풍물시장 주변에서는 매 2, 7, 12, 17, 22, 27일에 강화오일장이 함께 열려 더욱 북적이고 신명나는 장이 펼쳐진다.
강화풍물시장에서 판매하는 순무김치
여행정보
순무명가
-주소 : 인천 강화군 강화읍 동문로142번길 43
-문의 : 032-932-8333
http://www.soonmoomg.com/
강화풍물시장
-주소 : 인천 강화군 강화읍 중앙로 17-9
-문의 : 032-934-1318
주변 음식점
-대선정 : 시래기밥 / 강화군 길상면 온수길 36 / 032-937-1907
-우리옥 : 백반 / 강화군 강화읍 남산길 12 / 032-932-2427
-충남서산집 : 꽃게탕 / 강화군 내가면 중앙로 1200 / 032-933-8403
숙소
-남취당의 한옥이야기 :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1066번길 / 010-9591-0226
http://www.kyl3850.com/
-라르고빌 :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 로2845번길 27 / 032-555-8868
http://www.largoville.com/
-해넘이펜션 :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2506-17 / 010-9544-8244
http://www.sunsetps.kr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
첫댓글 강화도에 지낸 젊은 시절 연상됩니다. 순무는 강화도랍니다.
그래서 제가 강화도 순무라고 했지요 하하
강화도 가면
순무 김치는 꼭 사오더라구요
그런데 우리집 식구들은
잘 먹지 않더라구요
한번 맛들이면
중독성이 있을만큼 맛이 독톡하답니다
네 자주 드셧군요 중독성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지요 자주드세요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다행히 동의하시는분들이 많으시네요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