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기준금리와 거래 침체로 얼어붙은 주택시장의 냉기가 2023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수도권 아파트가 최대 4%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폭과 정부의 규제 완화에 주목하고 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민간 연구기관들은 내년에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주간 아파트 가격은 매주 최대 하락을 기록하고 있으며,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이번주에도 0.76% 떨어져 15주 연속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갈아치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 또한 0.74% 떨어져 8주 연속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11월 거래량이 단 761건에 그쳤다.
주택 시장의 약세 흐름은 내년에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가장 긍정적으로 내년 전국 주택가격을 전망한 기관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 대비 2.5% 하락을 점쳤다. 주택산업연구원은 3.5% 하락을 예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최대 4% 떨어지고, 주택가격이 2024년 전후로 저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의 주원인은 현재진행형인 고금리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대내외 거시경제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추진 중인 과감한 금리 인상은 내년에도 국내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 한국경제 자체의 침체도 집값 하락에 크게 일조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1일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는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다만 일부 연구기관은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부터는 집값 낙폭이 줄어들며 하락세가 둔화할 것으로 봤다.
대표적으로 주택산업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을 지나고 완화된 공시가격과 주택 세제가 시행되는 내년 4월 이후부터 하락 폭이 둔화하기 시작해, 기준금리가 하향 전환될 가능성이 큰 내년 4분기에는 수도권 인기 지역부터 보합세나 강보합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방침도 집값 향방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2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공제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는 등의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 내년 5월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도 2024년 5월 9일까지로 1년 연장한 뒤 내년 세법 개정을 통해 관련 과세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무리하게 값을 대폭 낮추며 내놓는 ‘급급매’ 거래가 줄어들며 집값 하락 폭이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정부부터 대대적으로 추진 중인 부동산 규제 지역 완화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마지막까지 묶여있는 수도권 일부 지역도 규제가 풀릴 경우 대출·세제·청약 규제 완화에 힘입어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아울러 정부는 재건축 시장에 활력을 주기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보다 쉽게 사업을 열 수 있도록 바꿀 계획이다. 무순위 청약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해 내년 1월부터 주택자이면 누구나 청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청약시장 활성화도 노린다.
다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주택 공급 물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가 조사한 민영아파트 분양계획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서는 25만8000여가구가 분양되는데, 이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숫자다. 이마저도 많은 건설사가 경기둔화와 미분양 우려에 내년 분양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분양 물량이 올해 30만호에서 내년 25만호로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봤다.
집값 하락이 여전히 계속되는 만큼 분양을 통한 시세차익을 얻기 어려워지면서 수요자들의 ‘옥석가리기’ 성향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계약, 미분약, 미입주 등 건설사의 분양 리스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내년 부동산투자전략은 하락장을 넘어가기 위한 위험관리가 중요한 포인트”라며 “반등이 될지 장기침체가 될지 지켜봐야 하나 분명한 것은 바닥까지 한 번 내려간다는 것”라고 말했다.
이어 “1주택자는 상급지로 갈아타는 경우가 아니면 주택을 팔지 않는 것이 좋고, 다주택자들은 일시적 반등이 올 때 주택 수를 줄이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