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불하다 잠든 동승
부처님은 자비로운 웃음
-不知世俗 童心閑(김일로 시 송산하 118)
내 나이 아마 한 다섯살 적으로 기억된다. 당시 해남에서 황산 중학교를 갓 설립하여
이사장직을 맡고 계시던 아빠을 찾아 오신 귀빈이 계셨다.
그분도 목포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 선생님 이셨는데, 당시 목포여고 누나들을 많이
데리고 소풍삼아 찾아 오신 걸로 생각된다.
아빠와 그 귀한 손님들은 소풍길에 오르게 되는데, 나이 마흔에 첫아들인 나를 낳아
나를 애지중지 아끼시던 아빠가 그 소풍길에 나를 데리고 가셨다.
우리는 해남 어느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며 멋지고 근사한 하루를 보냈다.
누나들이 입으로 바람을 불어 넣던 침대 반 넓이의 길쭉한 국방색 고무 보트
에 나를 태워 놀아 주며 나를 끔직이 예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누나들이
바닷가로 흘러내린 그 차디 찬 계곡물을 떠서 타주던 그 달콤한 설탕물의 미각을
어이 잊을 수 있겠는가?
해가 질무렵 근처의 산사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다.
법당에 들어가 보니 당시 엄청나게 큰 부처님이 무서워 보였다. 난 아빠가 시키는 대로
부처님께 큰 절을 올렸다.
순간 부처님 광배 주위가 서서히 금빛으로 물들고, 부처님이 인자하게 웃으시지 않는가?
나는 너무나 기뻐 큰 소리로 아빠를 불렀다.
아빠! 아빠! 내가 부처님께 큰절 하니 부처님이 웃었어 라고~~~~
아빠는 내 등을 도닥거리시며 착한 어린이의 눈엔 부처님의 웃음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 날밤, 법당안에서의 스님들과 우리 일행은 내 눈에 보인 부처님의 웃음이 내내
화제거리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다섯살 밖에 안된 어린이가 거짓말 할리 없고
분명히 이 놈이 부처님의 웃음을 본거라고 결론이 났다.
당시 대웅전 밖의 스님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뭐 우리 절에 부처님이 오셨다고 허허 라고
말씀하신 그 스님들의 목소리가 아직 내 귀에 생생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 티없이 맑고 깨끗한 동심앞에서 부처님은 분명 자비로운 웃음으로 나를 반기신 것이다.
불심이 곧 동심이고 불심이 머물곳은 동심같은 무구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나는 쉰이 넘는 나이에 접어들어, 비로서 그때 그 부처님의 미소가 실존했던 미소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세월은 무심히도 흘러, 이제 내가 다시 그 법당에 들러 그 부처님께
절을 올리면 50년 전의 그 부처님은 나를 알아 보시고 다시 웃어 주실까
천배를 올린들, 아니 삼천배를 올린다고 한들 부처님이 웃으시겠는가?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곱게 늙어 가기를 원한다면, 이슬방울 속의 그 말간 세계와 같이
무구의 청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인간사 바로 동심원의 세계로 들어서는 길밖에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첫댓글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님이 보이는 법이지요..
어린아이는 부처님의 세계입니다. 그 자비심 덕으로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왜 모르시나, 사바 세상에서 늘 부처님을 봉양하며 그 가르침에 따라 극락에서 열반하기를 빕니다.
어릴적 부처님을 만났다니 행운아 이시군요. 나도 만나고 싶은데.........
無垢의 5살 어린이가 되고 자비심을 갖는다면 호랑이님 근처 여기저기서 부처님의 현신을 뵙게 될것입니다
부처님의 웃음은 늘 우리 일상 곁에 가까이 있는 것을 우리가 그 웃음을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나무 관세음보살
허허허. 이 아침에 산들 바람이 부는 구먼...(옥의 티)우끼
정한 우리말로 표현할 수 없어 설명조로 수정했답니다.
침대튜브(?)
우리 회원중에 문인은 추가탄생못해도 대사님은 한분 더 나오시겠구만! 좋은 글 고마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