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를 지리산과 함께 감싸고 있는 견두지맥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산수유 시목이 있는 계척마을을 들렀을 때 견두산 등산로 안내가 있었다.
노란 빛이 약해져가는 산수유시목을 지나 마을 끝까지 차를 끌고 올라간다.
더러 안내판이 보이는데 등산로가 어딘지 모르겠다.
계곡을 따라 희미한 길을 올라간다.
길은 희미해지고 예전 누군가 농사지었던 흔적을 본다.
현호색과 바람꽃 두 송이를 보고 대밭사이 길을 걷는다.
쓰러진 대나무가 발아래 소리를 낸다.
파헤쳐진 묘지 옆을 지나는데 커다란 멧돼지 한마리가 뒤뚱이며 윗쪽으로 도망친다.
나의 대나무 밟는 소리에 놀랐을거다.
대숲을 지나니 갈수록 길은 희미해진다.
묘지 하날 보고 희미한 길을 미끄러지며 올라간다.
땀이 범벅이다.
저 앞에 빨간 리본이 보여 그리로 길을 잡는다.
광주 기아자동차산악회 리본이다.
길없는 능선을 낑낑대며 올라간다.
다행이 소나무 숲이라 잡목이 덜하다.
능선에서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주능선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한참 오르니 자귀나무 전망대라고 산동면산하회가 세운 작은 비석이 보인다.
건너편 만복대 반야봉 노고단의 봉우리가 나란하다.
밤재가 멀지 않다. 내리막인 듯하여 견두산이 아니라고 되돌아온다.
견두산이 멀다. 달리듯 산길을 걷는다. 계곡 족에서 멧돼지가 컹컹 짖어댄다.
양손에 쥔 스틱으로 멧돼지와 싸우면 내가 이길까?
나에게 쫒겨간 멧돼지가 화가 나 날 위협하는것일까?
계척봉인 듯한 봉우리를 지나니 앞쪽에 버티고 선 견두산이 우뚝하다.
서쪽 남원과 문덕봉 고리봉으로 흐릿한데 해가 점점 붉은 빛을 더해준다.
견두산 정상 오르기 전에 전북도문화재라는 마애불상을 보러 돌았다가 나온다.
견두산에는 정상석이 두 개다. 호두산이었다가 견두산으로 바뀐 내력이 적인 안내판도 있다.
지리산과 문덕봉 고리봉 쪽으로 보면서 지는 해를 본다.
내려갈 길이 걱정이다. 계척마을로 닿으면 다행일텐데.
현천마을 이정표를 보고 내려온다. 3km가 길다.
급경사를 내려오는데 어두워진다. 나무 사이로 반달이 덜 된 달이 떠 있다.
핸드폰 손전등을 켜지 않고 내려온다. 길은 거칠다. 옛적 지리산 밤길을 생각하며 내려온다.
7시 반이 다 되어 키큰 삼나무? 숲으로 들어서자 캄캄하다.
할 수 없이 손전등을 켠다.
현천마을로 내려오니 가로등이 밝고 집집마다 저녁식사 중이다.
무조건 아랫쪽으로 내려가 개척마을을 찾아본다.
산동면 소재지 원촌쪽과 반대로 논둑길을 걷는다. 건너편에 불빛이 보여 마을로 들어가니
연관마을이다. 다시 나온다. 네이버 길찾기도 없다.
시멘트 길을 따라 19번 국도로 들어선다.
지하통로를 지나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도 계척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
지친 걸음을 세어가며 부지런히 걷는다.
다시 계척마을 지하통로를 지나 마을로 올라가는데 차 둔 곳을 잘 모르겠다.
회관 앞 당산나무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오늘은 걸음수가 제대로 붙었다.
다시 마을 중앙길로 나와 끝까지 올라가니 내 차가 외롭게 어둠 속에 서 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시동을 걸어 방으로 돌아와 술한잔 마시고 밥을 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