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시대 이전~고려
제주어가 언제부터 본토 한국어와 의사소통이 안 되었는지 그 정확한 근원은 찾기 힘들지만, 제주어가 본토 한국어와 소통이 되지 않았던 것은 고대에도 마찬가지였는지 정사 삼국지와 후한서를 보면 주호국(탐라국의 전신으로 추정)의 언어가 한(韓)과 다르다는 얘기가 언급되어 있다. 적어도 삼국 시대 이전시기부터 타 지방 언어와 크게 차이가 났다는 얘기이다. 이후 탐라국이 건국된 후에는 기록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한반도에서 떨어진 지리적 특성 상 고려의 속국이 되기 전까지 제주어는 탐라국 시대에도 독특한 언어학적 특성을 가졌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1105년 숙종 시기에 탐라국은 탐라군으로 개칭되면서 사실상 속국 지위가 박탈되고, 본토에 있는 중앙 정부의 통제권에 들어왔다. 다만 이후에도 성주는 대를 이어 계속 세습되고 어느 정도의 자치권은 계속 허용되었다. 몽골 제국과의 여몽전쟁 시기에는 삼별초가 제주도를 점령하여, 최후 항전지로 이용되기도 했으며, 몽골 간섭기에는 말을 키우기 좋은 환경에 주목해 원나라의 직할령인 탐라 총관부가 설치되어 요양행성 산하에 들어갔다. 그 동안 탐라국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잦은 수탈과 간섭에 시달렸다. 원나라는 탐라총관부를 설치하여 적극적으로 제주의 정치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주로 병사)의 이주를 통해 제주의 사회,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주어의 많은 어휘, 특히나 목축 관련 용어는 몽골어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
조선
탐라국이 사라지고 편입된 조선시대에도 말이 다른 것은 매한가지였다. 역시나 기록은 많지 않지만, 남아있는 기록들 모두 하나 같이 "말이 중국말 같아서 못 알아 듣겠다", "단어들이 전혀 달라 신기하다"등의 언급이 잦다. 옛날에도 제주어 더러 중국어 같다는 건 비슷했나보다 이는 김상헌이 제주도에 6개월 간 체류하며 쓴 여행 일기인 <남사록>에 언급되어 있다.
"사투리로 숲은 곶이라며 메뿌리를 오름이라 하며 손톱을 굽이라 하며, 입을 굴레라 하며, 굴레는 녹대라고 하며 또 가달이라고도 한다."
"귀양살이를 한 신장령(申長齡) 역관 이었는데 일찍이 말하기를 '이 섬의 말이 중국말과 아주 흡사하여 소나 말을 몰 때의 소리는 더욱 분간하지 못하겠다..... 대게 기후가 중국과 차이가 없어서 그러한 것인지 일찍이 원나라가 점거 하여 관리를 여기에 둠 때문에 중국말과 서로 섞여서' 하였다. 내가 들은 바는 지지(地誌)에 이르지 못하나 소위 사투리란 다만 높고 가늘어 알아 듣지 못하여 그럴 것이다. 숲을 곶이라 하고 메뿌리를 오름이라고 하는 등의 말은 앞서 얘기했다.
근현대[편집]
제주어가 빠른 속도로 소멸되고 제주도 사람이 비교적 완벽한 표준어를 하게 되는 데에는 안타까운 이유가 있다. 제주도는 제주 4.3 사건 이후 남로당의 공작도 있었지만 서북청년회의 주도로 인한 물타기로 인해 섬 전체가 빨갱이로 낙인 찍혀 차별을 심하게 받았고,[7] 차별을 피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임을 나타내는 사투리를 반드시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제주도는 일자리 문제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육지로 가서 생활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전쟁 때 북한 지방에서 피난 온 주민들과 제주도 주민들이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바람에 일본어로 의사소통을 한 해프닝도 있다. 때문에 1951년 도솔산 전투 당시 통신용으로 사용하던 무전기가 북한군에게 넘어가자, 영화 윈드토커에 나왔듯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군이 나바호어를 활용해 일본군의 무전 도청 및 해석을 불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도청을 막기 위해 제주도 출신을 통신병으로 임명해 제주어로 무선 교신을 수행한 적이 있다. # 당시 해병대의 주축인 해병 3기와 4기생 3천명이 모두 제주도 출신이어서[8] 이것이 가능했는데, 제주 방언으로 이야기 하면 하나도 못 알아 먹는 것에서 착안해냈다고....
"글로 죽 가당 보믄 큰큰헌 소낭이 나옵니다게. 그듸서 ᄂᆞ단펜으로 돌아상 돌으멍갑서"
"알아수다. 온 덴 헌 건 어떵 됨수과?"
교신을 탄 대화의 일부. 못 알아 들을 만하다(...)[9]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춘[10]>에서 주인공이 혼인 신고를 위해 서류를 작성했는데 부인이 주인공의 본적이 제주도인 것을 보고 표정이 변하는 것을 회상하는 부분이 나온다. 당시 제주도가 빨갱이 섬이라 차별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주인공을 바라보는 부인의 시선이 꺼림직해질 수 밖에 없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 <해룡 이야기>에서도 제주 출신임을 숨기고 살던 대학생들이 자신들끼리 모여 4.3 사건의 처참했던 기억을 털어놓으며 제주어로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대목이 있다. 이는 제주도 전체에 영향을 끼쳐 제주 토속적인 것 모두를 촌스러운 것, 버려야 할 것으로 몰고 가게 된다.
제주어는 교육과 훈육의 대상이었다. 수업 중 제주어를 사용한 교사는 장학관에게 지적을 받았고, 제주어를 사용하는 학생은 수업 중에는 반드시 표준어만 사용하도록 강요받았다.[11][12] 제주어를 사용했을 경우 어떻게 되었을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13]
그러니 제주 사람한테 사투리로 말해보라고 하지 말자. 요즘 들어 젊은 사람은 바로 나오기가 힘들다. 그러니 그렇게 듣고 싶으면 제주도에 가서 중장년층에게 듣는 걸 추천한다. 만약 제주 방언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노년층에게 듣는 것이 좋다.
표준어와의 차이[편집]
처음 제주도에 와서 제주도 사투리를 들으면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 수조차 없다.[14] 이에 관한 해프닝을 소개하자면, 첫 발령을 제주도로 받아 온 서울 출신 해양경찰 신입 경찰이 전화를 받았는데…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는 바람에 옆에 있던 제주에서 2년 정도 근무한, 경상도 경찰(전경)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한다. 하필 근무지도 연세 많으신 분들 많이 계신 산남쪽 외딴 항구라 외국어처럼 들렸다고. 덤으로 그 전화는 별일 아닌 안부전화였다.
언어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제주도가 육지와 떨어져 있어 언어의 변화가 많이 일어나지 않아서 제주도 사투리는 중세의 한국어와 비슷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게 아래아를 많이 쓴다는 것이다. 5-60대 이상은 확실히 발음할 수 있다. 'ᄒᆞᆫ저 옵서예'의 'ᄒᆞᆫ'에 아래아가 쓰이며, [ɒ][15]로 발음된다. ㅏ를 발음할 때의 혀 높이를 유지하며, 혀를 안쪽으로 끌어당긴 다음 입술을 둥글게 오므려 발음한다. 참고로 공식 맞춤법에 맞추려면 제주도 사투리의 아래아 발음을 표기할 때는 아래아로 표기해야 한다! 국어 교과서에서도 그렇게 표기한다. 그러나 핸드폰에서는 표기할 수 없다. 심지어 천지인 자판도 아래아와 자모 조합이 안 된다. 이는 핸드폰 회사가 아래아의 입력에 관심이 없어서이다.
일단 1960년생 이전 제주도민은 아래아가 있는 단어들과 ㅗ가 있는 단어들의 발음 차이를 구분하는 것을 보아 아래아가 남아 있는 것이 확실하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어린이의 언어 직관으로도 충분히 차이를 느꼈다는 것. 1970년 이후에는 ㅗ와 구분을 못 하거나 의식적으로 배워서, 즉 이차습득을 통해 차이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비춰 보아 본격적으로 아래아가 붕괴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970년대 이후생들이 아래아 발음을 전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1970년대~80년대 출생자 중에도 아래아 발음을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참고로 제주도 사투리로는 '감저'가 고구마고 '지슬' 혹은 '지실'이 감자다. 고구마를 감저라고 부르는 이유는 고구마가 처음 조선에 들어왔을 때의 이름이 남아 있어서 그렇다.[16] 이쪽 동네에서는 조엄이 고구마를 들여왔다 해서 '조저'라 부르기도 했다. 지슬은 지실(地實, 땅 열매)에서 온 말.
제주도 사투리만의 미묘하게 특이한 억양이 있는데, 경상도 사투리처럼 눈에 띄는 것은 아니어서 다른 지역에 가서 표준어를 구사할 때에 별로 표가 안 난다. 그래서 토박이 화자도 표준어의 억양과 뭐가 다른지 구체적으로 꼬집어서 이야기하지는 못한다. 애초에 사투리가 심하지 않은 사람은 서울 토박이와 같은 억양을 구사하는 경우도 많다.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이런 억양이 더 강해서, 젊은 사람이 사투리 쓰는 것보다 더 알아듣기 힘들다.
그리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가끔 어설프게 제주도 사투리를 따라할 때가 있다. 웬만하면 네이티브 앞에서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제주도 사투리는 단어가 다른 지역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태반이고, 특유의 억양이 있기 때문에 타 지역 사람들이 제주도 사투리를 따라한답시고 어설프게 구사하면 제주도 사람은 백이면 백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사투리란 것이 다 그렇듯 아무리 억양이 강하지 않고 젊은 사람이라 사투리를 잘 못 써도 아는 사람이 들으면 티는 다 난다. 티가 안 나는 건 아무래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사투리라 얌전히 말하면 인식이 되지 않는다. 모르니까. 이는 강원도 사투리와 비슷하다. 이쪽도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 얌전히 말하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렇다보니 서울에서 처음 만난 제주 사람끼리 이야기는 것을 들어보면 사투리로 말하지 않고 서울말을 쓴다. 그래도 얘기하다 보면 미묘하게 사투리 억양이 느껴지긴 하는데 이거 제주도 사람이나 눈치채지 육지 사람은 얘네들 서울말 잘한다고 생각한다.
출처: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