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김태환 씨(29세)와 이수연 씨(27세)는 결혼 후 살 집을 구하면서 꽤나 애를 먹었다. 집을 사자니 자금이 모자라고, 쌍춘년 전세 대란이 겹치면서 전세 매물 역시 모자랐던 탓.
결혼 준비 기간도 2개월 남짓으로 턱없이 부족해 결혼식 1주일을 앞두고서야 겨우 입주할 수 있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짐 정리에만 여념이 없었다는 그들의 경험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면, 당신에겐 당장 신혼집을 구하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1단계 자금 계획 수립
일단 집을 살 것인지(이하 매매), 전세를 구할 것인지, 아니면 경매를 받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매매와 경매를 받는 경우엔 대출이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출받을 때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최근 시행되는 주택담보대출의 총량제한으로 상당수 실수요자들은 당황해하기도 한다.
또한 금리 인상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이 또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럴 땐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모기지론)을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시중 은행 주택담보대출도 활용해볼 만한 방법. 단, 은행마다 금리가 다르므로 본인에게 유리한 조건의 은행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에게 집 장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특히 매매나 경매로 집을 구할 경우엔 기간을 충분히 두고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매매는 급매물을, 경매는 원하는 집을 사는 행운의 찬스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런 물건이 시장에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결혼 전 6개월 정도 여유를 두고 꾸준히 발품을 판다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원하는 집을 구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전세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는 역세권은 누구나 선호하기 때문에, 맘에 꼭 드는 집이 있다면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전세의 경우 3개월 이상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한다면 내 집 마련에 디딤돌이 될 만한 집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2단계 지역 선정
자금 계획이 수립되었다면 어느 곳에 집을 구할 것인지 알아보자.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각각의 출퇴근 거리를 염두에 두어 서로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공원이나 산, 놀이터 등 친환경적 요소가 있는 곳이면 금상첨화. 결론적으로 출퇴근 거리가 가깝고, 교통편이 용이하며, 주변에 생활 편의시설 및 관공서, 금융기관이 있는 곳이 최적의 장소다.
지역 선정을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알아본다는 것은 다소 무리이므로, 각 검색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카테고리를 이용해보자. 방대한 양의 부동산 정보가 지역별, 주거 용도별, 계약 유형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여러 중개업소에서 얻은 정보로 발품을 최대한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시간을 절약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 다만, 인터넷 정보 검색만으로는 현장 파악이 어렵고 실제로 방문해서 보는 것과 많은 차이가 나므로 우선 인터넷으로 대상지를 선정한 다음, 허락하는 한 여러 현장을 가보는 것이 좋다. 최대한 발품을 많이 팔아야 더 좋은 주택을 얻을 수 있다.
3단계 물건 조사
‘집이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은 애당초 접어두는 것이 앞으로의 신혼 생활에 도움이 된다. 흔히들 집은 많이 볼수록 좋다고 한다. 그만큼 구조와 상태, 편의성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 그리고 가사 활동을 비롯해 여자가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집을 보러 다닐 땐 예비 신랑보다 예비 신부가 다니며 자신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좋다.
집을 볼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하자에 대한 것이다. 그러므로 계약 전 집의 내부 시설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도배, 장판 및 인테리어는 기본이고 전기, 수도, 심지어 벽에 곰팡이가 있는지 여부까지 까다롭게 살펴본다.
특히 오래된 주택일수록 더욱 신경 써서 둘러봐야 한다. 전세의 경우 입주 전 집주인이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도록 상의해 입주 후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 매물에 어떤 보수가 필요한지 즉시 확인하기 힘든 사항도 있다. 이때는 집을 계약하기 전에 위층, 아래층, 옆집 등 이웃에게 물어보는 것도 요령이다.
4단계 계약
계약은 가능하면 부동산 중개업소를 거치는 것이 좋다. 중개업소는 공제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중개업자의 경과실로 인한 계약 당사자의 재산권 침해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한 보험이다.
수수료를 아끼려고 당사자 계약을 한다면 번거로운 일이 발생했을 때의 리스크는 안고 가야 하는 셈. 단, 중개업자가 수수료 가격을 올려 부를 경우를 대비해 법정중개수수료를 미리 알아보고 가도록 한다. 혹시 잘 모를 경우 부모님과 함께 가는 것도 좋다.
매매 계약을 할 경우엔 등기부등본상 명의인, 근저당, 가압류 등 제한물권을 확인한다. 등기부등본상 명의인이 아닌 대리인과 계약을 할 경우 명의인이 작성한 위임장과 인감증명, 대리인의 신분증을 복사해둔다. 또한 물건의 하자 보수, 근저당 소멸, 가압류 해제 등 합의한 내용은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한다.
전세 계약의 경우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근저당 금액이 주택 가격의 40% 이상이거나 전세 계약자의 순위가 후순위일 경우, 세금 체납 등의 가압류 건수 및 말소 건수가 많은 집은 피하도록 하자.
전세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중요한 과정이므로 재산권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 아파트 기준으로 전세 금액이나 주택 가격의 60~70% 수준, 근저당 금액 포함 90% 이내가 적당하다. 근저당 설정이 없는 주택이라면 제일 좋다. 전세 계약도 매매와 마찬가지로 상기 확인 사항은 동일하다.
이사를 하다 보면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잔금일은 입주하기 1~2주 전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매도인 혹은 전세입자의 각종 공과금 정리를 할 때 아파트는 관리사무소에서, 주택의 경우엔 중개업자에게 위임하도록 한다.
세금 완납 영수증은 6개월 정도 보관해 차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한다. 또한 당일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여 계약상 합의 내용은 이행되었는지, 변동 사항은 없는지 미리 확인하고 잔금을 주어야 한다.
5단계 입주
매매나 경매의 경우 입주할 때 특별히 신경 쓸 것은 없지만, 전세의 경우 잔금을 치르고 난 후 입주일이 1~2주 남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동사무소에서 받도록 한다. 이는 채권순위를 확정짓는 중요한 법적 보호 장치이자 재산권 보호를 위한 수단이다.
지금까지 신혼집 구하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집은 서민들에게 전 재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큰 비중을 갖는다. 전세의 경우엔 내 집 마련을, 내 집을 마련한 경우엔 나중에 아이들이 필요한 평수로 늘려가야 한다.
부부의 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자. 각종 커뮤니티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적극적인 회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받는 것도 중장기 플랜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재테크 관련 뉴스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다 보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집도 사람처럼 그곳에 사는 사람과의 궁합이 있다고 한다. 집안에 들어서면 빛이 환하게 들고, 온기가 느껴지는 집에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괴테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사랑하는 것이 인생이다. 기쁨이 있는 곳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합이 이루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합이 있는 곳에 또한 기쁨이 있다.” 그곳이 바로 우리가 구하려고 하는 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