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역사
그 어느 비굴의 역사에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너를 보매
그 설움을 어찌 말로 했었겠는가
선비는 너의 이름을 부르고 불러
목메며 글을 적었다
*「가거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너는 그렇게 말이 없고
너는 그렇게 끊김 없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
수백 년 뒤까지 역사의 맥을 이어주었다.
전쟁 난리통에도
너는 그대로 그 자리를 지켜
피난민이 밟고 지나갈 등이 되어 주었고
마지막 밤열차 입석칸에 턱을 괴고
잠에 든 어린 청춘의 상경에
너는 달을 머금고 열차를 들어
뭍에서 뭍으로 옮겨다 주었다.
세계인이 모인 웅장한 잔치에도
너는 네 처지를 잘 다스려 모든 세계인이 흥건히 젖은
크나 큰 역사를 창조했다
그렇게 너는 너의 이름만으로도
네가 어디 있는지를 알고
찾아가는 사람과 사람들의 걸음걸음이
지금도 끊임없이 너를 찾아
너와의 그 유구한 이야기를 듣고 있음이다.
너는
네가 겪지 못한 세상의 일을
마치 겪은 듯
당당하게 세상에 투서했다
너는
살아있는 많은 이들의 노력 위에
하나의 결정이라는 겸손을 말하지만
세상은 너의 그 겸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너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 신神이 아니었다
너는 죽어가지 말라며 죽이지 말라며
세상을 호통친 한낱 호소자였다
너는
너의 흔적이 너의 의지와 다르게
꽃길도 자갈길이 되어 버리고
마른 길도 진흙길이 되어 버리고
비 오는 날 고즈넉한 길도
불법의 점유의 길이라며
너의 흔적을 변질시킨 세상에도 자비로웠다
그런데 너는 멈추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더 처절하였다
혼자라서 할 수 있는 유일의 일이라며
혼자가 먼저 해야 해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인간의 본성을 꺼내 들고
아래로 아래로 흐르고 흘러
어느덧
우리 서로가 몰랐던
역사의 한 줄기 강으로
몹쓸 세상을 파괴하게 되었다.
아프고 서러운 이별의 뒤에
가슴을 친 한없는 눈물이 있었던 강
아프고 서러운 역사를 조명한 뒤에
입이 막히고 걸음이 묶여도
오롯이 펜을 놓지 않았던 강
강은 단단함인 줄 알아었다
강은 물줄기인 줄 알아었다
강은 말없음이며 흐름이었다
무지했던 이 원초적 진실을 너로 하여 일깨운다
어제까지는 한강은 강이었다
이제 더는 한강은 강이 아니다
강은 사람이 되었다
작가가 되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빛이 되었다
생각이 되었다
다짐이 되었다
진실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래, 네가 강이구나
큰 이름이 되었다
기억이 되었다
승리를 넘어 살아 돌아오게 되었다
기적을 넘어 절대적이 되었다
사람은 이제 너를
마음과 마음으로 훑어낼 것이리라
가슴과 가슴으로 단단히 쌓아갈 것이리라
너의 그 뜨거운 기록 안에 엮은
한 알 한 알의 흘러온 숨을
우리는 기쁨과 환희로써
지금껏 없던 자유와 평등의 나라를 이루게 될 것이리라
오! 그대
위대한 한강이여!
*조선 인조 때 김상헌의 詩
첫댓글 '작별하지 않는다' => 잊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다시는 그러하지 않을 것이다
한강은 고통이자 진실입니다
한강은 어둠이자 빛입니다
한강은 평화이고 사랑입니다
한강은
역사에 입 닫고 눈 돌린
이들에 대한 일침입니다
한강 비굴한 역사에
어찌 다 말로 다 할 수 있으리 요
그래서 글을 쓰고
또 쓰지 않을까 생각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