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대건 안드레아 신부
연중 제18주일
탈출기 16,2-4.12-15 에페소 4,17.20-24 요한 6,24-35
나의 바람은 예수님께서 주시는 것을 향하고 있나요?
오늘 복음 단락은 요한복음 6장 1절부터 시작되는 예수님께서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표징을 보여주신 다음날, 표징을 보여주신 장소를 기준으로 호수 건너편에 위치한
카파르나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날 예수님께서 주신 음식을 배불리 먹은 군중의 일부가 예수님을 찾아 호수를 건너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당신을 다시 찾아온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요한 6,26)
군중의 바람은 음식이었던 것입니다. 음식을 바라는 군중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요한 6,27)
예수님의 바람은 군중이 영원한 생명을 바라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주실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군중은 예수님께 자신들이 믿을 수
있도록 표징을 보여 달라고 합니다. 군중은 전날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요한 6,14)”라고 말했지만,
그 표징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만족하지 못한 군중에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예수님은 십자가의 표징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느님 사랑의 승리를, 인간의 죄마저도 용서하는
사랑의 승리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십자가 표징마저 믿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표징을 요구하고 찾아다닙니다.
군중이 그러했듯 사람은 보이는 것으로 확신을 가지고자 하지만, 보고 나면 또 다른 것을 보고
싶어 합니다. 한 가지 바람이 이루어지면 또 다른 것을 바랍니다. 채울 수 없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을
우리 마음은 계속 요구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표징으로
십자가를 보여주셨고, 빵의 모습으로 묵묵히 먹히러 오십니다.
표징 (세메이온 σημεῖο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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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들은 삶 속의 모든 사건들을 하느님의 섭리를 가리키는 표징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표징은 삶의 모든 것이 예수님을 향한 길잡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는 것입니다.
오늘우리 삶은 예수님을 만나는 생명의 자리가 됩니다.
대구대교구 이동철 대건 안드레아 신부
2024년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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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엽 바르나바 신부
연중 제18주일
탈출기 16,2-4.12-15 에페소 4,17.20-24 요한 6,24-35
영원한 생명의 양식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
오늘 복음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이 말씀이라 하겠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양식, 곧 생명의 빵!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먹고,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성사를 영하라는 말씀이겠지요.
그런데 이 말씀을 들은 군중은 이렇게 알아듣습니다. “‘하늘에서 그들에게 빵을 내리시어
먹게 하셨다.’라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습니다.”(요한 6,31)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생명의 빵과 군중들이 요구하는 육신의 배고픔을 채우는 빵은
어쩌면 처음부터 겉돌 수밖에 없는, 어긋난 톱니바퀴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청하며 얻고자 하는 것은 단지 배고픔을 채워줄 일상의 빵이 아니라,
영적 배고픔을 채워주는 하느님의 말씀, 그리스도의 계명 그리고 무엇보다 주님의 성체여야
합니다. 물론, 육신 생명과 이 세상을 미워하거나 외면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너무나도 당연하게, 하느님 나라,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하는 이라면 하느님 말씀과 계명에 따라,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행동하는 살아있는 믿음,
궁극적이고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에 게으르지 않아야 합니다.
매일미사, 오늘의 전례를 이끄는 말은 “주님께서는 창조하신 풍요로운 자원을 사람들 손에 맡기시고,
당신 자녀들인 우리의 식탁에 음식이 모자라지 않게 하십니다.”라고 말합니다.
1독서 탈출기에서도 주님께서 말씀하셨지요. “이제 내가 하늘에서 너희에게 양식을 비처럼
내려줄 터이니, 너희는 날마다 나가서 그날 먹을 만큼 모아들이게 하여라.
나는 이렇게 이 백성을 시험해 보겠다.”(탈출 16,4)
그렇습니다. 하느님 말씀과 생명의 양식으로 거듭 난 이들은 먼저는, 당신 자녀들의 식탁에
음식이 모자라지 않게 하심과 둘째는, 그날 먹을 만큼 날마다 청하라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고,
또 그렇게 살아냅니다. 욕심내지 않는다면, 남의 것을 탐내거나 뺏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여분의 것을 내어놓고 나누고 베푼다면, 그 사람은 하늘나라, 영원한 생명을
이 세상에서 이미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부산교구 김종엽 바르나바 신부
2024년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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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진 바오로 신부
연중 제18주일
탈출기 16,2-4.12-15 에페소 4,17.20-24 요한 6,24-35
영화로 나누는 생명의 빵
주일 저녁에 날아간 제주도의 휴가는 김민기 씨의 사망 소식으로 자연스레 우리만의 바닷가
추모음악회가 펼쳐졌다. 친구 신부들은 김민기의 음악으로 떼창을 하며 술에 젖은 이야기가 익어갔다.
44년 전 신학교 입학을 위해 부모님과의 가족 송별식 날, “나 이제 가노라”라며 <아침이슬>을
목청껏 불렀었고, 우리는 10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 때 문화원의 헌정 영상
<어두움에 빛을>의 배경음악을 위해 노래 <금관의 예수> 사용을 기쁘게 허락해 주던
김민기와의 사연을 나누며 노래했다.
<친구>를 함께 부르며 천국으로 떠난 동창 신부들을 소환했고 <가을편지>, <꽃피우는 아이>,
<아름다운 사람>, <작은 연못>, <상록수>, <바람과 나>, <잘가오> 등등 이어지는 노래들에
마른 눈동자들은 이내 촉촉해졌다.
불의했던 한 시대에 그의 음악은 그렇게 우리의 고마운 양식이 되어준 게다.
제1독서는 불평 가득한 이스라엘에게 하늘에서 양식을 비처럼 내려주시는 내용의 말씀이다.
그분은 묵묵히 성실하게 사랑의 역사를 펼쳐 가신다. 제2독서처럼 지난날의 생활방식에 젖은
옛 인간을 벗고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거룩함과 의로움 속에서 창조되는 새 인간이 되도록
거룩한 양식을 선사하는 것이다.
마침내 복음은 예수님 자신이 ‘생명의 빵’임을 선포한다. ‘내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음’(요한 6,35 참조)을 선언하신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 힘쓰지 말고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 힘쓰는 것이 신앙임을
깨우쳐 주는 그런 말씀이 선포되는 주일이다.
‘생명의 빵’인 주님 안에 담긴 진리와 진실을 전하는 문화 사목으로 또 하나의 영화작업이 세상에
나오는 시점이다. 오는 8월 15일 다큐멘터리 영화<1923 간토대학살>이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101년 전 간토(關東, 관동) 지역에서 행해졌던 조선인 대학살은 인류 역사에
유래를 볼 수 없는 반인류적인 범죄이자 제노사이드(genocide)인 학살사건이었는데,
일본 정부는 그런 과거를 끊임없이 부정해 왔다.
하지만 세상에는 진리와 진실을 추구하는 양심인들이 있어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와
스기오 의원 등 일부 일본 정치인, 시민단체 관계자, 역사학자, 학살 피해자 유족들을 중심으로
고군분투한 끝에 역사의 사실을 세상에 내어 놓는 영화가 완성된 것이다.
지난 5월 7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상영되었고, 5월 13일은 일본 국회에서 상영되어 파란을
일으킨 영화가, 휴가 중인 7월 2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제작진이 출연하며 이제 일반 극장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태영, 최규석 감독의 헌신의 산물인 <1923 간토대학살>은
가톨릭문화원이 영화의 ‘공동 제공’으로 완성을 함께 한 작품이다.
미사에서 나누는 ‘천상의 양식’은 삶의 현장에서 시대와 문화에 필요한 양식이 되어야 한다.
故김민기는 문화와 예술을 통해 잔잔하지만 도도하게 양식을 나누어주었고,
천상의 빵은 그렇게 누군가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가야 한다.
그누군가의 고단하고 지난한 땀방울에 고마움의 박수를 보낸다.
인천교구 박유진 바오로 신부
2024년 8월 4일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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