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당 총통후보 訪美 예고에… 中, 군함 16척 무력시위
역대 최다… ‘펠로시 대만行’땐 14척
中 “美-대만 어떤 왕래도 반대” 반발
라이, 내달 파라과이 가는 길 美경유
9월엔 1야당 총통후보도 방미 예고
중국이 14일 오전부터 15일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대만 인근 해역에 인민해방군 함정 16척과 전투기 15대를 보내 대만을 압박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내년 1월 대만 대선에서 집권 민진당의 후보로 나선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이 다음 달 중남미의 유일한 수교국인 파라과이를 방문하는 도중 미국을 경유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대한 위협 성격으로 보인다. 라이 부총통은 다음 달 15일 열리는 산티아고 페냐 신임 파라과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며 미국을 들르기로 했다.
군함 16척 동원은 최근 중국이 대만에 가한 군사 위협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했을 때 중국은 14척의 군함을 대만해협에 보냈다. 올 4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케빈 매카시 현 하원의장을 만났을 때는 12척을 동원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라이 부총통의 미국 방문 소식이 알려지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며 “미국과 대만의 어떤 형식의 왕래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최근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출몰하는 일도 이전보다 훨씬 빈번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친중 성향인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총통 후보 또한 올 9월 미국을 방문하기로 한 것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허우 후보는 뉴욕 인근 뉴저지주에서 열리는 화교 연차 총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는 현재 라이 부총통,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후보 등에게 밀려 지지율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미를 통해 친중 색채를 희석하고 중립 성향 유권자 표를 끌어 모으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만을 두둔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를 두고 “(대만에서 중남미까지의) 이동 거리를 고려할 때 경유는 일상적”이라며 “지난 수십 년간 10여 명의 대만 부총통이 미국을 경유했다. 중국이 이를 도발적 행동의 명분으로 삼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