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공부원의 꿈은 진급입니다.
내가 서울시에 입사하여 통상 7년이 걸리는 서기(8급) 진급을 3년만에 시험으로 승진을 하였는데,
고교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 김제시청으로 발령을 받은 막내 동생 아들이 1년6개월만에 서기 집급을 했다하니 초고속 승진입니다.
이후 서울시에서는 시험승진이 없어져 오로지 근무성적 평정만으로 진급을 시켰는데,
국(局)에서 1번 수(首)를 받아야만 진급이 가능한데 통상 주무과 서무주임이 1번 수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주무과 서무주임 자리는 치열한 경쟁이 있는 자리였습니다.
주사(6급) 진급 시.
나는 서열 상 밀리는 지역경제과 시장 재개발 담당 이었습니다.
그해 근무성적 평정 시 당연 국장과 과장들과의 회의 시 주무과 서무주임이 1번 수를 받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나를 총애 하시던 우리 과 과장님이 그날 밤 집에가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이번이 아니면 영원히 주시 진급이 어렵다고 판단 한 밤중에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평정을 하자하여 어려운 재개발사업 업무추진 등을 강력하게 내세워 1번 수를 주장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평정은 뒤집혔고 나는 그해 진급을 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훗 날 근무성적 평정에 참여했던 동갑인 주무과 과장이 말해주어서 비로소 알았습니다.
“ 동갑인 박주임이 아니었으면 내 절대 양보 안 했을거네.”
조선시대 해학의 대가 이항복이 어떤 일로 관북 지역으로 귀양 가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한 교생(校生 :향교에서 공부하던 학생)이 자주 그의 집을 방문하여 글도 배우고 여러 가지 일들을 도와주어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나라에서는 향교 유생들에게는 군역을 면제 해 주는 대신 학습정도를 측정하던 제도가 있었는데,
어느 날 고강(考講) 곧 도사(都事)가 이 고을 향교에 시험을 치러 내려왔습니다.
이윽고 그 유생 차레가 되어 기러기 안(雁)자를 짚으면서 읽어보라고 하니 이 교생이 글자를 몰라 대답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다소 큰 소리로,
“저 자식 정말 노련충(盧連蟲)이네그려! ” 하고 흉을 봤습니다.
노련충이란 말은 관북지방 방언으로 “ 바보같은 놈”이란 뜻 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말이 뜻인 줄 알고 “노련충 안” 이라고 읽었습니다.
그러자 도사는 크게 화를 내면서 이 교생을 낙방시켜 군역(軍役)에 종사토록 했습니다.
이에 교생은 곧 이항복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어떻게 손을 써 달라고 간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항복 공부에 소홀히 한 것을 크게 꾸짖고 물러가라 했습니다.
이튿날 시험을 마친 도사가 한양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이항복에게 문안 인사 차 들렸습니다.
“대감! 변방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그래 식사나 거르시지 않으시는지요?”
“여기서는 기사(己沙)외에 고기 구경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네.”
“그렇군요? 그런데 그 ”기사“라는 고기가 무엇인지요?”
“아! 자네는 이 지역 말을 모르겠구만? 생치(生雉)를 그렇게 부른다네.”
“그렇군요? 그 외에 다른 고기는 없습니까?”
“가끔 노련충이란 고기도 먹기는 하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네.”
“처음 듣는 말인데 그 노련충이란 고기가 무엇인지요?”
“여기서는 기러기를 노련충이라 부른다네.”
그러자 깜짝놀라 도사 어제 교생을 낙방시킨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이항복은 정색을 하며,
“시험은 공정해야 되고 누군가 원통한 일을 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네. 그를 구제해 주는 게 좋겠네.”
도사는 곧장 관아로 달려가서 그 교생을 합격시킨 다음 군역에서 제외시켜 주었으나 그 교생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 합니다.
김과장님! 고맙습니다
첫댓글 오성과 한음 이항복의 재치와 입담을
만화로 재밌게 봤던 적이 있었지요
젊은이를 구제하는 방법이 기발하긴 하지만 ..
그래도 공무직이면 좀 똑똑한 사람이 제대로 해야될것 같아요
요즘 취업시장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이항복 이 잘못아닌가요?
시험이 공정해야 한다면서
글도모르는 유생을 부정합격 시킨게 아닌지?
지난시절 고마운 사람도 있고
나를 괴롭힌 사람도 있지만
괴롭힌 사람은 잊어도 고마운 사람은 평생 잊지못 할것을
당연 사람이니 고마운 사람 미운 사람 있기 마련이지요
누구에겐 평생 잊지 못할 사람이 되겠지만
누구에겐 아픔이 될 수도 있었겠네요.
그렇긴 합니다
그러나 그 서무주임 나보다 후임입니다
이항복의 말이
맘에 와 닿습니다
그러게요
고전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