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처럼 비가 내린다. 이미 없어져 버린줄 알았던 구름들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기 위해 그 사명을 잊지 않고 수행하는 중이었다. 과연 이것이 생명을 위한것일까? 난 일주일째 내리고 있는 이 음울한 빗줄기가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곤한다.
과학의 발달이란 멋진 신세계로의 문도 결국 사람의 노화는 막지 못했다. 다만 겉모습만을 바꿀수 있었을뿐. 겉과 속의 괴리는 사람을 희망이라는 괴물에 얽매이게 하고 그 사람을 지탱하게 한다. 하지만 결국 피할수 없는 문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망상혹은 공상은 내 얼마 남지 않았을 생명력을 갉아먹고 있는 듯 했고, 정신마저도 피폐해지는 것 같았다. 내 기분은 이런 생각과 함께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추락해갔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한참을 창가에 서서 내게 남은 날을 대충 어림짐작하다 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고통에 몸서리를 치며 창문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외부의 한기가 그렇게 쉽게 가실 리가 없었다. 어쩔수 없이 난 왼손으로 커튼을 쳤다. 차가운 기운이 풀을 먹인 와이셔츠 자락에 와 닿았다. 몸서리가 쳐진다. 너무나 차갑기에 소름이 끼친다. 비만 오면 도지는 신경통보다도 이 차가움이 나를 더 고통스럽게 한다.
난 허리춤에 쑤셔놓은 알약 하나를 꺼내서 물도 없이 단숨에 삼켰다. 늙은이가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잠시 공익광고처럼 스쳐갔지만 곧 무시해버렸다. 난 아직 살아있고 그렇다면 내 임의대로 모든 것을 결정할수 있는 것이다. 저 복지부 애들의 말은 무시해도 된다. 그래, 그래도 된다.
잠시 박하향이 입안에 감돌다 사라진다. 20년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제약회사가 한 일 중에서 가장 괜찮은 일인 것 같다. 박하향 뿐만이 아니라 오렌지향, 사과향, 감귤향, 바나나향, 딸기향등의 알약들은 정말 획기적인 것이라고 다시 한번 되새겨봤다. 아...... 애들이 약을 좋아하게 되다니.
새로운 기술에 만족보다는 씁쓸함을 느끼며 소파에 몸을 가뒀다. 기다렸다는 듯이 벽면에서 입체 화면이 켜졌다. 요상한 옷을 입은 앵커맨이 막 준비된 대본을 읽으려고 준비 중이었다.
엔터테이너가 되어버린 그들은 더 이상 저널리스트가 아니었다. 단지 대본을 잘 읽는 앵무새에 불과했다. 어제밤에는 토크쇼에서 여자와 몸을 섞는 시늉을 하던 녀석이 지금은 엄숙한 표정으로 뉴스를 진행한다. 젠장, 난 너무 늙은 모양이다. 젊은 애들은 이런 앵커맨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아무튼 난 녀석의 입이 맨처음 쏟아낼 오물에 집중했다. 과연 오늘의 뉴스는 뭘까? 아니지. 툉가퉁가라고 해야하나? 젊은 애들의 말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뉴스가 어때서 그런 이상한 말을 쓰는거지?
"오늘의 툉가퉁가를 말씀드려요. 오늘은 사람이 죽었어요. 에...... 그리고 휴머니스트들이 죽였다고 해요. 두명이나 죽였네요. 서울이래요. 도봉구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두명의 복면 괴한이 늙은 재향군인 A씨를 죽였다고 하네요. 몇 살이나 드셨더라? 에...... 여기 있었는데. 아. 일흔 여섯 살 드셨네요. 아이고 참 안타까운 일이군요. 에...... 그리고 나머지 한명은...... 아. 여기 없네요. 자. 그럼 이기자 나와주세요."
"예. 여기는 현장입니다. 지금......"
난 몸이 굳어버리는 걸 느낄수 있었다. A가 죽다니. 그것도 휴머니스트들에게. 난 오늘 왜 비가 왔는지 이유를 알수가 있었다. 기상청이 발표한대로 드라이아이스를 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한 진혼곡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지금의 내 말을 비웃을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이를 먹다보니 점점 감상적으로 변하는 건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나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확실한 불안감이 5평남짓한 나의 작은 보금자리에 안개처럼 깔리기 시작했다. 하나의 단어와 함께였다.
휴머니스트.
그 단어는 요 몇 년간 상당히 유명한 말이 되어버렸다. 누가 맨처음 그렇게 부른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알맞은 이름이었다. 물론 역설적인 면에서 말이다.
그들은 극우 환경주의자였다. 그린피스라나 뭐라나 하는 구석기 시대 단체가 그들의 전신이라 했다. 그러나 그들은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을 더 이상 막지 않았다. 세상은 이미 너무 더러워졌고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이 필요했고 타락해버린 이 세상과 남겨진 사람들은 그들의 표적이 되기에 충분했다.
애완견을 버린 사람들, 10대소녀와 원조교제를 한 어른들과 소녀들, 쓰레기를 버리는등의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타인을 죽인 사람들, 부모를 버린 패륜아, 낙태를 한 소녀들과 죽은 태아의 아버지들, 부정부패를 저지른 경찰들과 공무원들, 학생을 때린 선생, 선생을 때린 학생,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향군인들.
21세기부터 이어져온 과거의 유산을 즐긴건지 아니면 정화하려고 한건지 아직도 확실치 않다. 왜냐하면 사명감에 따른 것이었는지 영웅심리였는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밝혀지지 않았다면 누구도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떤 판단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요즘의 인권이었다.
그것은 왼손잡이와도 같은 문제이다. 왼손잡이의 발생 매커니즘은 그 엄청난 과학에 의해서도 밝혀지지 않았고 지금도 사람들의 경외심을 자아내는 것이다. 나같은 왼손잡이들은 몇 년을 주기로 신문에 신인류라도 나타난 듯이 그 지루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물론 재향군인 따위의 별볼일 없는 사람들은 아니다.
어찌되었든 확실한건 그들이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들의 정의이며 법이었다. 그건 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이 떠들어댔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진실일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휴머니스트들은 순서대로 사람들을 죽여왔다. 그것은 하나의 시즌이었다. 유행처럼 퍼진 몇십개의 시즌은 끝났고 지금은 재향군인 시즌이었다. 마치 낚시 시즌이나 바캉스 시즌같이 재향군인 시즌이었다. 그 기간동안에는 정해진 표적만을 죽일뿐 다른 죄악을 저지른 사람들은 손대지도 않았다. 또 현역들한테도.
그렇기에 그들은 휴머니스트였다. 전쟁같은 반인륜적인 일에서는 죄없는 사람이나 애매한 사람들이 무수히 죽어나지만 그들은 언제나 표적 - 죽기로 정해진 사람들만을 해치웠다. 게다가 그들은 친절하게도 경고까지 해주었다.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 텍스트 이메일과 편지를 통해서 말이다. 물론 그들은 단계를 지키고 그 단계도 더없이 정연하다. 단지 내게 온 것이 텍스트 이메일과 편지라는 말이다.
그들의 첫단계는 편지다. 요즘 우체국이 있는지, 또 우표를 아직도 팔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편지가 왔다.(그 녀석들이 배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색바랜 영화에서 볼수 있는 것처럼 이미 사라져버린 잡지의 글자들을 어떻게 구했는지 네모나게 오려져있다. 크기와 색이 다른 그 글자들은 언제나 같은 문장만을 형성했다.
넌 죽었다.
바보 녀석들. 난 아직 안죽었다고. 그들이 실수 했다는 것에서 난 죽음의 경고장에서도 웃음을 발견할수 있었다. 그들은 '넌 죽을 것이다' 라고 해야했던 것이다.
편지가 온 후 내 경우에는 정확히 일주일 후에 텍스트 이메일이 왔다. 요즘은 전부 음성이메일이나 화상 이메일을 쓰는데도 그 녀석들은 고집스럽게도 텍스트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이라고 해서 좀 다를줄 알았더니 역시 같은 문장이 쓰여져 있었다.
넌 죽었다.
이제 남은 건 전화와 난동, 그리고 방문. 그후 그를 영원히 볼수 없었다 정도의 문장이 완성될 순간일 것이다. 그게 나라는 인간의 끝이 된다면 피해야 하는건지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약간 혼란스럽다.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겠지. 그랬다. 그들이 표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표적이 그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통보를 했고 표적은 피할수 있었다. 이 얼마나 대단한 배려인가!
"표적은 자살을 택했다."
한 휴머니스트의 말이다. 과연 그럴까? 세상은 점점 어두워지고 지금 소파에 몸을 기댄 나 자신도 느낄수 있을수 정도로 패배감과 소외감이 팽배해진 세상이었다. 하나의 개체가 스스로 자신의 본능을 버리고 죽었다. 과연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버림받은 존재인건가. 나는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내 몸의 위해를 잊고 있었다.
한시간?
두시간?
사람이 늙으면 시간감각이 무뎌진다. 그래서 나도 요즘 일찍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오랫동안의 상념에서 비로소 벗어나서 구식 시계를 바라봤다. 뻐꾸기가 반쯤 대가리를 내민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후 세시인지 오전 세시인지는 모르겠지만 3시였다.
난 커튼이 쳐진 창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 방의 외부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비가 그치고 사람들은 한달만에 보는 태양을 보기위해 집에서 나온다. 초췌한 얼굴에 요상한 옷들. 서로가 서로를 보며 놀란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며 중얼거린다.
"미친 놈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문을 잠근다. 하나, 둘, 셋. 모두 똑같은 자물쇠를 똑같은 방식으로 잠그고는 다시 소파로 돌아와 입체화면에 정신을 집중한다. 모든 정신의 찌꺼기 마저도 이미 0과 1로 변해서 저 세계를 떠돌아 다닌다. 그곳에서 서로가 서로의 뱃속까지 알아보고 위로한다. 배설하고 흡수한다. 그리고 반복한다.
"젠장."
난 욕설을 내뱉으며 내 유일한 영양보급소인 냉장고로 걸어갔다. 한발자국만 떼면 닿는 그곳은 건조함이라는 냄새를 풍긴다. 문을 열어 샌드위치를 꺼냈다. 벌써 몇일째 같은 음식을 먹는 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다시 소파로 돌아온 나는 눈짓으로 채널을 돌리며 랩을 천천히 벗겨냈다. 마요네즈가 손에 묻으며 끈적끈적한 기분을 들게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고 한입 베어물며 다시 뉴스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번엔 늙은 여자가 나와서 오래전에 사라져 버린 방식으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그래. 뉴스는 저래야지. 칼같은 칼라와 하얀 블라우스, 또박또박 정확한 음조로 내뱉어지는 표준어, 한 사건당 하나로 주어지는 슬라이드, 기상예보, 시그널과 함께 화면을 가득채우는 '9시 뉴스'.
목이 메어와서 그런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샌드위치를 적신다. 우유가 간절하다. 소매로 눈을 거칠게 문지르며 우유를 꺼내 통째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제서야 막혔던 목구멍이 시원히 뚫렸지만 한번 터져버린 눈물샘은 그칠줄을 모른다. 늙어서 이 무슨 주책인가.
이럴줄 알았으면 애라도 하나 낳을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 젊었을 때 독신주의자라고 떠들어대던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벌써 내 나이 일흔 여섯. 이 나이에는 결혼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닌 것이다. 물론 외면적인 몸의 노화에 따른 것은 아니다. 요즘은 100살넘은 청년도 있고 40대 소녀도 있다. 문제는 머릿속이 낡았다는 것. 요즘 아이들의 속으로 들어가려면 악마니 루시퍼니 하는 것도 믿어야 하고 외계인도 조상으로 숭배해야 한다. 그들은 그것이 진리이고 평범한 상식이라 믿으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노땅 취급을 한다.
물론 난 노땅이기에 그런 애송이들을 무시하기 일쑤고 녀석들도 날 무시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동년배들을 찾기에는 여자들이 너무 천박하다. 나이 값도 못하고 어린애들처럼 구는 꼴이란...... 모르겠다. 아니 모를 것도 없다. 내 눈이 이렇게 높았기에 결혼을 못한거니까. 모든 것은 확실하고 그 이유가 명료했다. 나 자신의 머릿속만이 어둡고 혼탁할뿐이다. 내가 겪어왔던 세상처럼 말이다.
난 한참 세상이 좋아질 때 태어났다. 그래서 이렇게 살아있다. 나보다 몇 년일찍 태어난 사람들은 알수 없는 질병에 죽어갔다. 나보다 몇 년 나중에 태어난 녀석들은 전쟁중에 태어난 불운아들이었고.
그런 점에선 난 행운아다. 단지 결혼을 못했으며, 휴머니스트에게 언제 죽을지 모르고, 알 수 없는 병에도 걸렸고, 현재 좁아터진 임대아파트에서 정부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것들 말고는 정말 난 행운아인 것이다.
방안은 어둑어둑해질 새도 없이 밝게 네온 광원이 들어왔다. 형광등도 없는데 어떻게 불이 들어오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 같은 노인이 움직일 필요가 없게 해주는 참 편리한 물건이다. 물론 몸은 젊디 젊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밤인 모양이다. 난 소파에서 일어나서 작은 내 방을 둘러보았다. 말을 정정해야겠다. 난 내 집을 둘러보았다. 가정부 로봇도 없는데 휑뎅그렁해 보일정도로 깨끗이 정리되어있다. 소파 하나와 냉장고, 침대, 그리고 커튼이 쳐진 창문. 창문까지 가구로 넣을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4개의 가구는 약간 불길하다.
전쟁을 겪은 부작용인지는 몰라도 난 4라는 숫자를 지독히도 싫어한다. 두 번째 전투에서 죽은 내 전우의 이름이 4글자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불길한 사실에서 그 이유를 찾을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그것보다는 내가 전쟁을 겪은 늙은 세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늙은 사람은 약하니까.
흔한 잡지 한권, 신문 한부 조차 없는 집안은 썰렁하다. 이것도 내 고정관념에서 오는 것이다. 이미 그런 것들은 사라진지 오래인데도 전쟁때 받아보던 소식지의 환영에 사로잡혀있다. 포탄이 날아오는 시대는 지났지만 그때는 언제나 귀청을 때리는 광포한 소음에 사로잡혀 정신이 없던 시기였다. 그리고 지금처럼 추운 날씨에 몸을 사리며 낡아 빠진 모포 하나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춥다. 창문을 닫았는데도. 그 창문이란 것이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투명 금속인데도 춥다니!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창문은 휘날리는 커튼과 함께 활짝 열린 상태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회색의 건물들이 광고판을 깜박이며 매연을 내뿜고 있었다. 사람이나 차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건 평범한 일이다.
그 옆에 있는 액자가 약간 비뚤어져 있다. 보디첼리인가 누군가의 풍차그림의 복사본이 덩그러니 걸려있다. 물론 못을 쓴건 아니다. 포스트 디스라는 떼었다 붙였다 하기에 용이한 접착제를 썼다. 그렇기에 건들지 않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인데 약간 왼쪽으로 슬며서 밀려있었다.
난 고개를 내려 차가운 바닦에 눈길을 주었다. .
발자국. 하나. 둘. 셋. 넷.
뚜렷하지도 아주 희미하지도 않은 자그마한 발자국이다. 여자일수도 있지만 남자일수도 있다. 약간 끌리며 질퍽한 진흙을 문지르는 경솔한 발자국으로 보면 남자인 것 같다. 여자라면 섬세한 동작으로 명확한 발자국을 찍었을 것이다. 이것도 내 고정관념인지도 모른다. 요즘엔 너무 확실한 것이 없다.
고개를 들어 왼쪽을 본다. 겉만 번지르르한 내 몸은 삐걱거림도 없이 잘도 움직인다. 딸기와 메론이 교차하며 알파벳이 된 벽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 벽에는 액자도 가구도 붙여놓지 않고 그저 빈벽으로 남겨 두었다. 이 좁은 집에서 유일하게 여유로운 공간이다.
발자국은 여기까지 이어졌다. 이 작은 집에서 탐험을 하는 것 같은 아이러니한 기분이 든다. 크게 얼굴을 돌리면 끝날일이지만 난 그럴수 없다. 그러기엔 너무 두렵다.
이 발자국의 주인은 내가 입체영상앞에서 침이라도 흘릴것처럼 앉아있는 멍청한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혹은 그녀는 나를 뒤에서 조용히 바라봤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리고는 몰래 빔블레이드를 꺼내서 내 목을 그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러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 혹은 그녀의, 아니면 또다른 성의 인간의, 아니면 인간인 아닌 존재의 발자국을 보면 알수 있다. 정확히 두 개로 짝지어진 두 개의 발자국은 날 없앨수도 있는 자리에 위치해있다. 빔블레이드가 아니더라도 뉴건으로 날 해치울수도 있었을 것이다. 재빠른 동작으로, 힘찬 몸짓으로, 거센 움직임으로.
발자국은 다시 움직인다. 난 몸을 돌려 문이 있는 오른 쪽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이 존재는 내방을 둥그렇게 돌았던 모양이다. 점점 희미해지는 흔적은 그 존재가 생각보다 이 작은 집에 꽤 많은 족적을 남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도 그는 없다. 문 왼쪽에 바짝 붙어있는 내 작은 침대에 앉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하얀 침대보에 새하얀 시트, 새하얀 베개. 한치의 오차도 없이 군대식으로 모든 것이 정돈된걸로 봐선 아닌 모양이다. 군대를 다녀온적이 없을 '녀석'들은 그런식의 멋진 정리는 꿈도 못 꾸겠지.
그럼 여기도 아니다. 그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앞으로의 일에대해 생각해봤다. 그들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들과 내가 만났을 때 누가 될 수 있는건가. 이것이 질문인가?
내 목숨에 아까운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논리에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하고 젊은 아이들의 경외심이 높아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들에게 그런 선물을 제공할 수는 없었다.
철컥
"쓸데 없는 독백은 여기까지."
여자의 새된 목소리가 내 옆에서 구식 화약총 특유의 금속성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웃기는군. 어차피 죽을 바에는 빔블레이드에 죽고 싶었는데 겨우 '딱총' 인가? 몇 백년전 영화라는 매체에 간간히 나오는 그것에 내가 죽게 된다는건 하나의 희극일 수밖에 없었다.
"너무 이른 것 같군."
내 목소리에 나조차도 놀랐다. 이렇게 메마르고 차분한 목소리라니. 이럴줄 알았으면 '살려주세요'정도의 대사를 연습해둘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것에 '누님'이라는 말을 덧붙이면 더 좋았을 것이다. 너무 구식 코메디인가?
"우린 때를 가리지 않지. 어차피 죽을 거라면 일찍 죽이는 것이......"
"휴머니스트답다. 이건가?"
내가 말을 끊어서 당황했는지 총구가 약간 느슨해졌다. 그래도 떨림이나 그런 종류의 서투른 일은 없었다. 곧바로 다시 긴장하는 총구.
"헛소리하지 마. 죽고 싶은 자를 죽여주는 것 자체가 - 내가 너를 죽이는 것 자체가 - 휴머니즘에 가깝지. 이런 일을 많이 해본 나로선 그저 일일뿐이야. 긴장이나 후회같은건 없어."
'젠장.'
곧바로 나오는 욕설. 총구는 완전한 균형을 이루며 그 멋진 -어쩐지 그럴 것 같다- 몸체의 차가운 음조를 풍길뿐이다. 한번 성공한 것이 다시 성공하리라는 헛된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단지 녀석이 뇌파합성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존재할뿐이었다. 그렇다면 젠장이라는 욕설을 뜻하는 특유의 뇌파 패턴이 기계에 나타났을 것이다. 녀석은 그것에 흥분해서 섣부른 짓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제기랄.'
두 번째 실수였다. 녀석이 과연 그걸 가지고 있을까? 총구는 여전히 묘한 긴장감을 품은채 못에의해 고정된것처럼 미동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어쩐지 사형집행인 같은데."
다행히도 녀석의 말투에선 그 어떤 불쾌함도 느낄수 없었다. 난 잠시 안도의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의도했던 목표가 있는 이상 개죽음은 사절이었다.
"우습군."
난 약간의 도발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것은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난 '녀석'들을 논리적으로 완전히 넉다운시킬 생각이다. 권투는 할줄 모르지만 머리로 하고, 입으로 하는 싸움은 텍스트 이메일을 받았을 때부터 준비해왔던 것이다. 그들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담뱃불을 붙이는 것보다도 쉬운일이다.
"뭐가 우습지? 난 너를 지금이라도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도 죽일수 있어. 정신 체험기에 나오는 악당처럼 쓸데없는 말을 지껄일거라는 기대는 하지마."
"그럴 필요는 없어. 말은 내가 할테니까. 걱정이나 그런건 필요없지. 나같은 노병은 노가리 까는데는 선수거든. 하지만 너같이 실험실에서 식물처럼 무한 배양된 녀석은 다르겠지. 안 그래?"
녀석은 잠시 말이 없었다. 내 공격이 약간씩 먹혀가고 있었다. 녀석은 이미 길게 뻗어나간 스트레이트에 잠시 비틀거리고 있다. 잠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녀석도 그럴 것 같아서 한 것일뿐 필요성은 느끼지 않았다. 이런. 생각해보니 이 상황은 너무 비현실적이군.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선 '평범한' 소시민답게 '평범하게' 겁을 내고 '평범하게' 죽임을 당하고 범인은 '평범하게' 도망가야겠지. 정신 체험기의 뻔한 레퍼토리처럼 이래서는 안되겠지.
그래. 이래선 안되겠어. 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해야 겠다는 의무감 비슷한 것이 들었다.
'누님, 제발 죽이지 말아주세요. 전 불쌍한 재향 군인이어요. 난 죽고 싶지 않아요. 화성도 가고 목성도 가볼거예요.'
심호흡을 하며 내 대사를 잠시 여자 휴머니스트에게 들리지 않도록 읊조렸다. 하지만 나 자신이 이미 깨버린 희극적인 대사라서 곧 포기해버렷다. 늙은이의 끊임없는 집착에 비추어 볼 때 이건 어색한 일이다. 몸이 정신을 지배해 가는 것 같다.
역시 갑작스레 태도를 바꾸는건 안되겠다. 그건 미숙한 아마추어나 하는 일이었다. 난 습작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 난 노련하다.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지?"
내가 나만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릴때 들려온 여자 휴머니스트의 목소리는 날 역겹게 만들었다. 이 녀석은 분명히 '이 놈도 그 계획에 참여되었군' 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또 다시 물어보다니. 전 정부가 추진했던 '뇌파 교환기 전 국민 착용 의무화' 법률은 가결되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멍청한 시민단체 녀석들. 만약 그 법안이 통과 되었다면 이런 귀찮은 형식은 피할수 있었을 것이다.
"너도 알고 있을 문제를 내게 물어 보는 이유가 뭐지? 나는 물론 '은행'에 내 정자를 제공했어. 그리고 탈취된 정자중에는 내것도 포함되어 있었고 말이야."
물론 거짓말이다. 이 녀석이 인공수정된 녀석이라면 몰라도 무한 배양되었다면 -많은 휴머니스트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 아이일 가능성은 0이다. 과연 이 녀석이 멍청하게 내 말을 믿을까? 내 카운터 펀치를 다 맞을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첫 방도 정확하게 꽂혔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좋았어! 이제 정확하게 꽂힌 카운터 펀치에 저만치 날아갈 차례다.
"과연 그럴까? 넌 누구지? 넌 대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본적도 없는 건가? 세상에 그런걸 생각해보지 않았던 인간은 단언컨대 한명도 없어."
약간의 떨림이 느껴졌다. 전처럼 금방 끊기거나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적이 그로기 상태에 빠졌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만약 내가 잘못 셈을 했다면 이녀석은 내 소중한 머리통을 날려버릴게 뻔했다.
조심해서 녀석의 의중을 떠보기로 했다.
"내 말을 이해 하겠지? 내......"
"닥쳐."
"잠깐......."
"닥쳐."
긴장된 떨림은 곧 내 관자놀이를 꿰뚫버릴것처럼 압박해들어왔다. 얼음보다도 차가운 무언가가 그 구식 총에 들어있었다. 금방이라도 그것이 머릿속을 휘저어버릴 것처럼 심장이 터질것같이 뛰었다. 어둠이 그 얼굴에 더 짙은 분칠을 하고 있을 무렵 내 가련한 불꽃은 꺼지려고 했다.
모든 일들이 허사로 돌아가고 나자 우습게도 지금까지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는커녕 한치앞도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갑자기 광원을 해체시킨 것처럼 아무것도 내 눈에 보이질 않았다. 공포와 분노가 같은 속도와 크기로 내게 밀려들어왔다. 나를 밀치고 내 집을 휩쓸고 이 도시와 이 세상을 무너뜨리려는 그 성난 짐승은 이성을 잃어버린 인간이었다.
한번의 심호흡이 다시 이루어졌다. 과연 다음번 호흡으로 이어질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만큼 어떤것도 상상할수 없었다. 시한부의 인생이 차라리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무언가를 생각할수도 느낄수도 기대할수도 없는 사람은 꿈을 잃어버린 인간보다 더 가혹한 형벌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라면 차라리 빨리 목숨이 거두어지는 것이 훨씬 나았다. 난 어느새 휴머니스트의 처분만을 간절히 소원하게 되었다.
이것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나는 죽음만을 원하며 눈을 감으며 호흡을 멈추었다. 휴머니스트가 머뭇거릴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 녀석은 무자비할 것이다. 그러기를 바랬다.
털커덕
이것이 내 끝이었다. 곧 밝은 빛과 위대한 존재가 나를 반겨주겠지. 점점 몸이 가벼워진다. 저기서 누군가가 나를 거세게 끌어당기는 것 같다. 빨리오라고 손짓을 한다. 가고싶다. 이제 정말 새로운 삶이 펼쳐질 것이다.
이미 헤어졌던 내 친우들과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친근한 얼굴들은 정부에서 간간히 나오는 형식적인 관리들과는 다르다. 나를 반겨주고 사랑하는 사람들. 행복이란 것은 이런 것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필요해지는 것.
환생이란것도 할수 있을까? 나는 어떤 존재로 다시 생명을 얻을수 있을건지 궁금증이 일었다. 식물, 동물, 광물, 외계인, 여자, 중성중 어느 것으로 태어나도 좋을 것 같다. 이번에는 내가 싫어했던 녀석들이 제발 사라져주었으면 한다.
일단은 그곳을 둘러봐야겠다. 한 십년쯤 살다보면 지겨워지겠지. 행복이 넘쳐서 무료함으로 변할 때 그 때에 나는 환생할 것이다. 아니 새로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몸은 여전히 중력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쇳소리가 내 귀에 들려오고 얼마간의 간격이 지난후에도 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때, 난 비로소 그것이 빈 총의 공이치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총알이 없는 총이었다.
"푸흐흣. 프흐흐. 푸하하하하! ......"
난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온몸이 격렬하게 반응하며 앞뒤로 뒤흔들렸다. 내 의지가 아니라 몸의 동물적인 본능이 저절로 움직인게 분명했다. 녀석의 어리석음과 나의 어리석음이 유쾌한 화음을 내며 방안을 노인의 웃음소리로 가득채워갔다.
녀석은 분명히 총알을 본적이 없을 것이다. 이미 100년전 무기가 광혈총인 상황에서 지금 발굴해온 것 같은 구식총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작동되는지 알 리가 없었다. 군인생활을 한 나로서도 딱 한번 교육받은 무기 인데 이런 복사본 따위가 알 리가 없었다.
그녀 -복사본 따위가 인간 대접을 받을 수 있다면- 는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자신의 구식 총과 손과 바닥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자신의 총을 보고는 경악할 것이다. '이게 뭐지?'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도 누구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또한번 경악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멍청한 녀석은 그를 위해 예비된 지옥으로 직행할 것이다. 아니 사회에도 이미 준비되어있다. 인권이 보장되는 감옥에서 100년정도 냉동되고 나면 사회와 자신에대한 인식이 변화될 것이다. 건전한 시민이 탄생하고 사회는 그만큼 건강해진다. 이 위대한 일에 비하면 녀석의 죽음은 하찮을 수밖에 없다.
난 나도 모르게 발을 움직여 침대로 나를 이끌었다. 여전히 광인같은 웃음을 터트리며 천천히 걸어가는 내모습이 창문에 깊은 상흔을 내며 다시 내눈에 반사되었다. 일그러진 내 모습이 묘했다.
난 잠시 멈추어서 녀석을 바라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창문을 노려봤다. 반으로 깨끗이 갈려서 교차된 창문은 길다란 상을 맺은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에 철두철미하게 잘려진 것이 분명히 인위적인 모습이었다.
녀석의 방문을 내가 인식했을 때만해도 창문은 정상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녀석을 발견하고 지금 침대로 걸어가는 동안에 창문이 갈라졌다. 그 동안에 일어났던 일은 하나 밖에 없었다.
내 경솔한 행동을 저주하고 싶어졌다.
난 눈싸움이라도 하듯이 창문을 노려봤다. 내 상의 왼쪽에 검은 옷을 입은 호리호리한 상이 맺혔다. 그 상은 나와 하나가 되기라도 할 듯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곧 그 상에서 길쭉한 무언가가 서서히 삐져나왔다.
난 비로소 그것이 어떤 무기인지 알수 있었다.
양자 건.
내 손에서 죽음의 도구가 되었던 그 고풍스런 장식품이 이제 녀석의 손에서 내 목을 옥죄려 했다. 그 다음은 더 이상 기억할수도 기억해야할 이유도 알수 없게 될 것이다.
그저 녀석의 왼손이 번뜩였을 뿐.
치지직. 치지직.
입체화면이 초기화면을 불러온다. 조금의 낭비도 없이 시그널이 흐르고 요란한 글씨가 화면을 수놓는다. 연예인 이름도 나오고 정치인의 이름도 나온다. 하지만 남겨진 자일뿐이다.
앵커가 대본을 검토하기라도 하는 듯이 툭툭 털기도 하고 심각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그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임무만을 수행하고 있다.
"오늘의 툉가퉁가를 말씀드려요. 오늘은 어제와 같이 우울한 것부터 알려드려요. 정부 임대 아파트에서 지난 밤에 재향군인 B씨가 자살했어요. 과거 제식 권총이었던 양자건으로 자신의 머리에 한방, 창문에 한방을 쏘았어요. 물론 순서는 반대여요. 경찰은 휴머니스트의 범행이 아닌가하고 수사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들의 범행을 부인하지 않았던 그들이 이번에는 성명을 발표하며 극구 부인했어요. 그리고 단 두단계만 진행되었다는 경찰의 발표를 봐도 그건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이건 끝! 럭키! 오늘도 짧네요. 그럼 이제...... 아. 아니에요. 방금 속보가 들어왔어요. 지난날,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자 은행 탈취사건의 전모가 밝혀졌어요. 은행의 경비책임자 C씨가 외부의 범죄자와 공모를 했어요. 주범이 잡힌 후에도 계속 정자를 빼돌렸다네요. 그럼. 이제 정말 끝! 다음에 다시 만나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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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이것이 sf일까요? 판타지 일까요? 저 자신도 상당히 헛갈립니다.
어찌 되었든 이걸로 판랜에 올린 단편이 4개가 되었군요.
이 소설은 메밀꽃 필 무렵을 약간이나마 조악하게 베꼈지요. 무엇인지는 아실라나? 모르실라나? 쩝.
그럼.
그대들의 걸음마다 진실함이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