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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배신, 의리
오늘은 조정래 님의 <한강> 8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7권에서 고시에 계속 떨어지던 김선태가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했었지.
8권의 시작은 김선태의 가족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김선태의 형 김선오는 김선태의 자살에 대해 조차 비꼬듯 이야기할 정도로
가족들을 점점 멀리하고 무시했단다.
돈에 쪄들어 버린 영혼이여…
김선태가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선오의 어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지셨단다.
어머니를 누군가 모셔야 하는 상황인데,
김선오는 여동생에게 강제로 책임을 떠넘기려고만 했어.
8권의 이야기는 1970년대 유신 개헌이 일어난 이후에 시점으로
전국적으로 유신 반대 데모가 점점 격렬해지고 있던 시기란다.
김선오의 또 다른 남동생 김선진은 대학생이었는데,
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신 반대 데모에 참석을 했단다.
당시 대학생들은 유신 반대 데모에 참석하는 것이
일종의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했을 것이야.
참석하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을 느끼는…
…
정동진은 동업자 임상천에게 사기를 당하고 나서
삶의 밑바닥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어.
군대 후배의 회사에서 책 외판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았어.
거기에 아내가 위암에 걸려 수술을 앞두고 큰 돈도 필요했단다.
아내가 위암에 걸린 것도 자신의 일로 신경을 많이 써서
걸린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책감도 컸단다.
정동진은 군대 후배이자 사장한테 월급을 가불을 요청했다가
오히려 업무 실적에 대한 질책만 받다가 해고당하고 말았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모든 것이 임상천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정동진은 돈을 구하지 못하면 아내는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단다.
임상천의 딸 임채옥의 아이를 유괴할 생각까지 했어.
그러다가도 그러면 안되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었단다.
결국 자신이 예전에 모질게 굴어 연락하지 못했던 한인곤에게 연락을 했단다.
이제 더 이상 연락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어.
한인곤은 정동진의 과거의 행동을 이해하면서,
현재 처한 정동진의 사정을 딱하게 생각하여 도와주겠다고 했어.
한인곤은 임채옥을 찾아가 정동진이 임상천에게 사기를 당해 어려움에 처해 있으니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 달라고 했어.
임채옥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자신이 도울 수 있을 만큼 돈도 드렸단다.
임채옥이라는 사람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사람이로구나.
1. 계엄령
유일표는 여전히 재건대에서 일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재건대로 야학 선생을 했던 서경혜라는 사람이 찾아왔단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경찰에 쫓기고 있는데 숨겨달라는 것이었어.
유신으로 장기집권을 하려는 박정희는 계엄령을 선포하였단다.
책을 읽을 때 계엄령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구나.
이 과거 속의 단어가 오늘날에도 자주 들리니 말이야.
아무튼 그 유신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을 반체제 세력으로 몰아
구속한 용공조작 사건이란다.
이 사건으로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소속의 학생 180명이 구속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거짓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단다.
당시 계엄령 포고령 긴급조치 1호를 보고 있자니,
오늘날 내란수괴 포고령과 비슷하여 더욱 섬뜩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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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서경혜가 말하는 것은 긴급조치 1호의 5항과 6항이었다. 대통령 긴급조치 1호는 전체 7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2. 대한민국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발의, 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3.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4. 전 1, 2, 3호에서 금한 행위를 권유, 선동, 선전하거나 방송, 보도, 출판, 기타 방법으로 이를 타인에게 알리는 일체의 행동을 금한다.
5.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법원의 영장 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6.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위반한 자는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
7. 이 조치는 1974년 1월 8일 17부터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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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표도 이런 사실들을 알아서 재건대장인 이용진과 함께 서경혜를 숨겨주었단다.
그런데 오랫동안 재건대에서 숨을 수가 없어서
유일표는 서경혜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숨겨주었단다.
이웃들에게 시골에서 올라온 친척이라고 했어.
유일표의 형 유일민과 동생 유선희도 서경혜의 은거생활을 도와주었단다.
그렇게 유일표의 집에서 지내다가 서경혜와 유일표는 애틋한 마음이 생겨났단다.
정말 잘 된 일이로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억울하고 답답하기만 했는데 말이야.
민청학련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다음에서야
서경혜는 집으로 돌아갔단다.
…
유신 반대 시위는 멀리 독일의 광부들과 유학생들도 동참했단다.
그만큼 유신으로 인한 종신정권은 말이 안 되는 조처였단 거야.
그런데 드디어 박사학위를 딴 배상집은 시위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단다.
자신도 마음으로는 유신을 반대하지만,
괜한 트집이 잡혔다가는 그 동안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는 박사학위를 따고 귀국을 준비했단다.
경제학 박사로 그것도 독일에서 취득한 경제학 박사로
귀국하면 꽃길만 걸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같이 일했던 광부들도 배상집의 박사학위 축하연 겸 송별회를 거창하게 해주었단다.
…
한편 독일에서 의사의 꿈을 갖고
간호사 일을 하면서 틈틈이 열심히 공부하던 김광자…
허리가 아파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진료를 받았는데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단다.
독일에 건너간 우리나라 간호사가 많이 걸리는 병 중에 하나가 허리디스크였대.
왜냐하면 자신보다 덩치가 엄청 큰 치매환자를 돌보다 보니
허리를 많이 다친다는 거야.
오늘날 허리디스크는 수술을 하면 대부분 낫는 병이지만,
당시 허리디스크 수술은 무척 어렵고 위한한 수술이었단다.
그래서 허리디스크에 걸리면 대부분 귀국을 했어.
누구보다 김광자에게 귀국은 커다란 좌절이었단다.
의대 공부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실감…
김광자를 아무리 울어도 좌절과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단다.
결국 김광자는 귀국하기로 결정했단다.
…
김광자의 친구 주선녀도 같이 귀국했단다.
자신이 보내준 돈으로 가족들이 어느 정도 다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야.
그런데 귀국한 후 가족들의 반응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거리가 멀었어.
식구들은 주선녀를 외면했어.
주선녀는 너무 서운했단다.
주말에 쉬지도 않고 일하여 식구들의 생활비와 학비를 모두 대주었고,
자신은 저축한 돈은 하나도 없는데
짐이 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말이야.
그것도 엄마한테 말이야.
딸사랑은 아버지라고 아버지만 주선녀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심한 배신감은 지울 수 없었어.
주선녀는 김광자를 찾아갔어.
김광자는 다행히 몸이 많이 좋아졌어.
귀국한 이후 한의원에서 치료를 꾸준히 받아서
아직 허리에 무리를 주면 안되지만
수술을 하지도 않고 많이 좋아졌다는구나.
김광자는 주선녀의 이야기를 받고 선녀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었단다.
주선녀는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독일로 가기로 했단다.
이제는 돈을 가족에 주지 말고 자신을 위해 쓰겠다는 마음과 함께…
…
2. 유신
신문기자 이상재는 신인 탈렌트 민다리 스캔들을 취재하게 되었어.
장주호라는 재벌사장이 민다리를 첩으로 두었다가
아기를 낳자 아기만 빼앗고 민다리를 버린 것이야.
그 사건을 민다리의 오빠들이 신문사에 제보를 한 것이란다.
이 사연은 이상재 자신이 사랑했던 허미경이 당한 것과 거의 비슷한 사건이었단다.
허미경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고,
이 사건을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생각했어.
민다리의 오빠들을 만나보니 그들도 동생을 위하는 마음보다
동생을 이용하여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 보였어.
그리고 장주호 사장을 찾아갔는데, 오히려 당당했단다.
신문사에 바로 전화해서 광고를 끊는다는 협박을 해서
신문기사를 내지 못하게 했단다.
그렇게 이 스캔들은 신문에 실리지 못한 채 잊혀졌단다.
유전무죄의 세상은 그때는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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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이상재는 자꾸 눈앞에 떠오르는 허미경의 모습을 지우려고 애썼다. 허미경은 그렇게 짓밟히고 얼마나 받았을까. 양품점 차린 돈이 전부가 아니었을까. 그녀는 결혼을 단념한 눈치였는데, 한 여자의 일생을 망쳐 놓은 보상이 그 양품점이라면 말이 되는가. 그 두 배를 받았다 해도 그건 말이 안 된다. 강제로 한 여자의 일생을 망쳐놓은 것은 범죄다. 분명 사회적 범죄다. 그런데 그게 다 돈으로 해결이 된다. 도대체 그자가 지금까지 망쳐온 여자들이 얼마나 될까. 앞으로는 또 얼마나 망쳐놓을까. 그런데도 그자는 돈의 힘으로 죽는 날까지 건재할 것이다. 돈, 돈이란 무엇인가…… 과연 이 세상에 진실이란 있는 것인가…… 내일 아침 신문들을 본 민다리의 오빠들은 어찌 될까. 자기네 편이 하나도 없는 세상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그러다가 끝내 체념하고 그자가 조금 낮게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재벌은 거대한 산이다. 아니, 산맥이다. 돈으로 덮이지 않을 사회악은 없고, 그들은 그 무기로 완전무장되어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잉태해 낸 공룡이고 악마들이다. 노동 착취를 일삼으면서 그 따위 짓들을 하는 한 그들은 분명 사회의 악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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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에서 딸을 잃어 세상을 버리고 싶었지만,
아들 생각에 다시 마음을 먹은 천두만 생각나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이 지게꾼 일을 다시 하게 되었어.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서동철을 만났단다.
서동철은 천두만 아저씨의 성실함을 알고 있어서
자신의 동생 서수철의 쌀가게의 배달 일을 주선해 주었단다.
그렇게 천두만은 아파트 단지의 쌀가게에서 쌀 배달일을 시작했어.
지게 일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돈도 많이 벌었단다.
그렇게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보니 좀더 욕심이 생긴 천두만..
쌀가게의 쌀을 몰래 훔치는 버릇이 생겼어.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사장에게 그만 현장에서 걸려서 그날로 잘리고 말았단다.
소탐대실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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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유신으로 종신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당시 헌법으로는 불가능했어.
그래서 법을 바꾸는 개헌을 해야 했고
이것의 찬반을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이루어졌단다.
하지만 당시 여론은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어.
정부는 찬성표를 얻기 위해 돈선거를 하기 시작했단다.
결국 79.8%의 투표율에 73.1% 찬성으로 유신 헌법은 통과되었단다.
이제 박정희가 마음만 먹으면 종신대통령이 될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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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자의 남편은 결국 미국에서 딴살림을 차리고 돌아오지 않았어.
안경자는 홀로 아들을 키워야 했어.
안경자는 산부인과 병원을 개업하여 일하고 있었어.
어느날 친구 강숙자가 찾아와서 중절 수술을 부탁했단다.
강숙자는 아이 셋을 키울 자신이 없었거든..
강숙자는 안경자의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온 김에 유일표를 만났단다.
유일표가 고등학생부터 든든한 후원자 같은 역할을 했었잖니.
유일표는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려주었어.
앞서 이야기했던 서경혜와 결혼을 하게 된 거야.
강숙자는 왠지 모를 섭섭함도 있었지만
진심 어린 축하를 해주었단다.
형 유일민과 동생 유선희도 유일표와 서경혜의 결혼식 준비를 정성껏 했단다.
유일표의 결혼식이 끝나고
동생 유선희는 편지만 쓰고 사라졌단다.
…
임채옥의 남편은 대기업에서 영업을 맡고 있는데
영업을 하다 보니 늘 술을 먹을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그게 탈이 나고 말았단다.
간경화로 입원하고 말았어.
….
이상재와 원병균은 신문기자로 유신정권에 저항하는 기사를 썼다가
그만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단다.
다른 곳의 취직도 막혀 7개월째 백수로 지내야했어.
이상재와 원병균은 출판사를 차리기로 했단다.
이상재는 친구 유일표에게 부탁하여
먼저 출판사 일을 하고 있는 유일표의 아내의 도움도 받았단다.
한편 이상재는 허미경을 잊지 못하는 마음에 계속 연락을 했고,
허미경도 그런 이상재에게 차갑게 굴지 못하고
선을 지키면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어.
..
이규백 검사의 막냇동생 이규동은 유신정권 반대 시위 주동자로 체포되고 말았어.
검사의 동생이 유신 정권 반대 주동자로 체포되었으니
이규백은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단다.
동료 검사의 도움으로 이규동을 감옥에서 빼내어 군대를 보내려고 했어.
그런데 이규동은 단칼에 거절했단다.
동지들을 배신할 수 없다면서 말이야.
형보다 멋진 동생이구나.
김선오 검사도 식구로 인해 위기가 찾아왔어.
양장점에서 일하던 동생 김명숙이 보석 밀수 사건에 휘말려 체포된 거야.
단순 가담자였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단다.
그 보석 밀수 사건에 한정임도 연루되어 있었는데,
한정임은 진짜 주동자인 최혜경을 대신하여 자신이 희생하여 체포되었단다.
나중에 다 보상을 받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
…
국내로 돌아온 경제학 박사 배상집은 일년째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었단다.
인맥이 없던 그에게 교수 자리는 쉽지 않았어.
국내 대학의 교수 자리는 실력보다 학연, 지연이 더 중요했던 거야.
교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필 논문도 써주고
궂은 일도 알아도 알아서 했지만 전임강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어.
신문사에 연재하는 글을 쓰면서 인지도 높아지고 나서야
드디어 시간 강사 딱지를 떼고 전임 강사가 되었어.
그런데 갑자기 당시 정부에서 이상한 발표를 했어.
교수재임명 정책으로 임명된 교수들의 임명이 취소되었다는 소식….
배상집의 인생도 계속 꼬이네.
….
휴… 정신 없이 이야기를 한 것 같구나.
여기까지가 여기까지 8권의 이야기란다.
1970년대의 계엄령은 성공하여 국민들이 악몽 속에서 살았단다.
오늘날 계엄령이 실패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계엄령과 내란이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구나.
그런데 아직 탄핵 인용도 안되었고,
내란 수괴는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구나.
얼른 정리되었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이봐, 학생들! 꼼짝 말고 이리 와.”
책의 끝 문장: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내 앞에서 당장 꺼져버려!
책제목 : 한강 8 (제3부 불신시대)
지은이 : 조정래
펴낸곳 : 해냄
페이지 : 320 page
책무게 : 448 g
펴낸날 : 2002년 01월 10일
책정가 : 8,000원
읽은날 : 2025.02.22~2025.02.23
글쓴날 : 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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