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사진 아니냐고? 맞다. 아일랜드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 리처드 모세가 2012년 아프리카 콩고 동부를 촬영한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은 아일랜드의 유명 골프장이 자리한 도네갈 밸리다. 그곳이라면 녹색으로 보여야 하지만, 작가는 보통 정보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우리 모두를 속이기로 작정했다.
이렇게 속인 이유가 있다. 5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콩고 전쟁(1996~2003) 당시 창궐했던 무장 반군들을 묘사하기 위해 슈가 핑크 꽃이 만발한 것처럼 표현했다는 것이다.
모세의 작품 '포이즌 글렌'(Poison Glen, 2012)은 영국 노르위치의 세인스베리 비주얼아트 센터에서 최근 막을 올려 10월 20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전시 '카메라는 절대 거짓말 안해'에 소개되고 있다고 BBC가 13일 전했다.
자고 쿠퍼 센터 관장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이 전시회는 '무엇이 진실인가?' 질문을 중심으로 한 6개월 연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센터에서는 '달에 재앙이 일어나면' 전시회도 8월 4일까지 개최한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Fotomuseum aan het Vrijthof에서는 '진실은 죽었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앨리슨 잭슨의 엉터리 유명인 사진들이 9월 15일까지 소개된다. 포암 암스테르담(Foam Amsterdam)은 예술과 기술의 상호접속이 어떻게 현실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바꿔놓는지 탐색하는 'AI 렌즈로 들여다 본 사진' 전시회를 9월 11일까지 연다.
지난 100년을 상징하는 사진들을 재평가하는 '카메라는 절대 거짓말 안해' 전시에 소개되는 사진은 스튜어트 프랭클린의 '탱크 맨'(1989)이다. 중국 당국이 시위대에게 첫 발포를 한 지 몇 분 안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진입하려는 탱크들을 막아서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진실이 드러났다. 사실 이번 전시의 목적이 그것이기도 한데 어떻게 사진들이 우리 삶의 기억 저장소에 자리하게 됐는지, 얼마나 역사의 진실에서 멀어지게 됐는지 탐사하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2020년 바이스 인터뷰를 통해 이 순간을 포착한 것은 "정치적으로 아주 유용한 이벤트였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로는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만 비쳤다. 그들(중국 당국)은 그를 죽이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시신 사진들을 덮어버리고 이 사진을 올려 놓았다"고 털어놓았다.
나중에, 학살에 대한 집단 기억이 희미해지자, 그것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편리한 방편이 됐다. 쿠퍼 관장은 "서구에서는 시위와 전체주의 위험성, 자유언론의 압제를 상징하는 사진이 된 반면 중국에서는 아예 그 사진을 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에미상을 수상한 영화 '달에 재앙이 발생하면'(2019)은 미국의 뉴미디어 아티스트 할세이 부르군드와 영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프란세스카 파네타가 함께 만든 작품으로 세인스베리 센터에서 함께 전시된다. 1960년대식 거실에 놓인 낡은 TV에 영화가 상영되는데 인류의 첫 달 착륙을 둘러싼 많은 음모론을 보여주며 관람객이 딥페이크를 알아낼 수 있느냐고 묻는다.
몇 가지 요소들은 진짜다. 예를 들어 1969년 미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11호 임무에 참가한 우주인들이 목숨을 잃을 경우에 대비한 각본이 미리 준비돼 있었다. 반면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그 각본을 읽는 장면은 AI 기술로 배우의 목소리를 닉슨 것과 똑같이 만들었다. "우리가 사용했던 모든 자료화면은 아폴로 11호에서 나온 진짜 아카이브 영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 일어난 일과 완전 다른 얘기를 들려주기 위해 미스인포메이션 기술을 이용했다.
그리스 아테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마리아 마브로폴루는 지난해 BBC 인터뷰를 통해 "날 두렵게 하는 효과는 가짜 사진들에 우리가 농락당할 것이란 사실이 아니라 우리가 진짜를 지나치거나 짐작에 근거해 어떤 것을 믿을지 선택할 것이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울러 새로운 이미지 창출 기술이 리얼리티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바꿔놓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아래 사진은 유년 시절 가족 사진이 많지 않았던 그녀가 문자를 이미지로 바꿔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만든 사진이다. 'AI 렌즈로 들여다 본 사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다섯 살 소녀가 생일 촛불을 끄는 사진'(2023)을 보면 언뜻 보면 흔한 가족 사진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아이들의 얼굴이 왜곡돼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접시들은 식탁보 위에 떠 있고, 파티 음식은 케이크와 칩스가 뒤섞여 있다.
이 앨범의 사진들은 엄마, 파티, 휴가 등 단어들을 입력해 만들어진 것인데 "통계학적 진실"에 근거해 만들어진다. 마브로폴루는 "거짓말을 하거나 속일 의도가 없음은 분명하지만 행복한 순간, 축하, 기념비적 순간들이 앨범을 구성해 어려움, 갈등, 상실은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BC 기사는 여덟 장의 사진을 소개했는데 절반만 소개하려 한다. 충분히 취지는 전달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