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페이스북을 열거나 인스타를 하면 SNS를 도배하는 사진이 있다. 파란 하늘 흰 구름을 배경으로 시원한 바다 위를 나르는 케이블카! 사진만으로도 답답한 가슴이 뻥 뚫렸다. 29년 만에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는 부산 송도의 해상 케이블카란다. 부산에 갈 이유가 생겼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다. 바로 기차표를 예매했다.
바다를 걷고 하늘을 날고, 우리가 원하는 모든 바다
우리가 아는 부산 바다는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 정도다. 송도? 고개가 물음표를 달고 갸웃한다. 그런데 반전이다. 중년의 부모님 세대는 해운대보다는 송도를 일등으로 친다. 시간을 무려 50년 전으로 돌려 1960년대만 해도 부산에서 최고로 꼽히던 해수욕장이 바로 송도해수욕장이란다. 당시 해운대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 하니 송도가 다시 보인다.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에 개장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해수욕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송도해수욕장이 한창 이름을 날리던 시절에 네 가지 명물이 있었다. 케이블카, 구름다리, 다이빙대 그리고 유람선이다. 전국 최고의 명성은 1970년대 들어서면서 환경오염으로 몰락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1987년 태풍 셀마가 덮쳐 출렁다리와 다이빙대가 완전히 무너지고, 케이블카도 이듬해 운행을 중단하면서 송도해수욕장의 영광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제 송도가 그 영광을 되찾아가고 있다. 케이블카가 하늘을 다시 날기 시작했고, 구름다리 보다 근사한 구름산책로가 바다 위에 놓였다. 바다 한가운데 거북 모양의 커다란 다이빙대가 등장한 건 물론 그 시절에는 없던 바다 곁 산책로가 만들어져 송도의 하루를 더 알차게 해준다.
고운 모래와 쪽빛 바다가 있는 송도해수욕장
[왼쪽/오른쪽]거북섬에 설치된 송도해수욕장의 옛 모습과 현재 모습 / 옛 명성을 되찾은 송도해수욕장
11:00 바다 위를 걷다, 구름산책로
왕년의 슈퍼스타 송도해수욕장은 첫눈에 반할 만했다. 눈부시게 파란 바다, 반달 모양의 넓고 고운 해변이 맘에 쏙 든다.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바다에 풍덩 뛰어든 사람들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따라 걷는 사람들이 저마다 송도해수욕장을 만끽하고 있다.
해변 동쪽 끝에 보이는 작은 섬이 거북섬이다. 거북섬을 지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구름산책로가 놓여 있다. 입구에 배 모양의 쉼터가 꾸며져 있고, 뱃머리 포토존에는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연출하는 연인도 보인다. 산책로에 들어서자 양쪽으로 바다가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오른쪽으로 봐도 바다, 왼쪽으로 봐도 바다다. 심지어 아래로도 바다가 보인다. 다리 바닥이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일렁이는 바다가 훤하다. 말 그대로 바다 위를 걷는 기적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길이는 총 365m. 여유롭게 바다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거리다. 거북섬은 거북 조형물 등 소소한 볼거리들이 있고, 바닷바람 맞으며 쉬어가기 좋다. 거북섬을 지나면 산책로는 바다를 향해 100m 쭉 뻗어나가 있다. 그 끝에 서면 가슴 깊숙한 곳까지 쪽빛으로 물든다.
이제 해상케이블카를 타러 갈 차례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구름산책로에서 멀지않은 곳에 100년 송도골목길이 있다. 골목길 안에는 오래된 밀면집부터 새로 생긴 파스타집까지 다양한 맛집들이 포진해 있다.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진 구름산책로
[왼쪽/오른쪽]바다 위를 걷는 기적을 맛본다. / 구름산책로 중간에 있는 거북섬
13:00 바다 위를 날다, 송도해상케이블카
밀면 곱빼기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드디어 해상케이블카를 탈 차례다. 타기 전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일반 케이블카를 탈 것인가,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크루즈를 탈 것인가. 고소공포증 따윈 잠시 접어두고 크리스탈크루즈를 택했다. 인기를 실감나게 하는 긴 줄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케이블카에 올랐다.
풍경 백점 짜릿함 백점
"와~ 바다 풍경 죽이네." "대박이다 대박!" 함께 탄 경상도 아저씨의 감탄사가 멈출 줄 모른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타본 케이블카는 잠시 잊어도 좋다. 사방 유리로 된 파노라마 뷰에 바닥까지 투명한 케이블카는 짜릿함을 넘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멀리 부산타워와 남항대교가 한눈에 보이고, 하늘의 구름이 스치듯 지난다. 발밑에 까마득한 바다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아찔함도 잠시 하늘을 나는 슈퍼맨의 기분이 이럴까. 풍경 점수, 스릴 점수 모두 백점 만점이다.
[왼쪽/오른쪽]바다 위를 나르는 기분 최고 / 부산타워와 남항대교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크루즈, 아찔한 환호성이 절로 난다.
29년 만에 다시 태어난 송도해상케이블카는 총 길이 1.62km, 해상 케이블카 최대 높이인 86m를 자랑한다. 탁 트인 바다 풍광이 최고다. 송도스카이파크(상부역사)에 내리면 스카이하버전망대가 있다. 송도 바다와 하늘, 그 위를 나는 케이블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하 1층에 있는 송도 도펠마이어월드는 송도케이블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케이블카 뮤지엄이다. 최초의 케이블카와 최신 케이블카가 나란히 놓여 있고, 해상 케이블카를 탄 것같이 생생한 VR체험도 가능하다.
[왼쪽/오른쪽]스카이하버전망대에서 본 송도 풍경 / 도펠마이어월드(케이블카뮤지엄)에 있는 세계 최초의 케이블카와 최신 케이블카
15:00 파도소리 따라 1억 년 풍경 만나기, 송도해안산책로
상부정류장이 있는 암남공원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해안산책로가 있다. 왕복을 이용해도 좋지만, 편도로 표를 산 이유다. 해안산책길은 부산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명소다. 데크 길을 따라 걸으며 1억 년 전에 쌓인 퇴적암을 눈앞에 두고 볼 수 있다. 신통방통한 지질들을 만나고,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하는 동안 파도 소리가 배경으로 깔린다. 30분이면 송도해수욕장에 닿는 거리지만, 중간 중간 해안가로 내려가는 길을 만나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수많은 배들이 닻을 내린 송도연안 풍경에 빠져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바다에는 눈부신 산책로가, 하늘에는 짜릿한 케이블카가, 게다가 야경이 죽인다는 소문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다.
[왼쪽/오른쪽]1억 년 세월의 퇴적암 위로 만들어진 송도해안산책로 / 송도해안산책로 풍경
여행정보
- 주소 : 부산광역시 서구 송도해변로 171
- 문의 : 051-247-9900
주변 음식점
- 왕밀면냉면전문점 : 밀면 / 서구 충무대로82번길 28 / 051-245-3078
- 곤포횟집 : 물회 / 서구 송도해변로 147 / 051-241-7021
- 동녘돈까스 : 돈가스 / 서구 충무대로 43 / 051-255-3209
- 빈스톡 : 핸드드립 / 서구 암남공원로 56 / 051-243-1239
숙소
- 송도비치호텔 : 서구 암남공원로 9 / 051-254-2000
- 퀸모텔 : 서구 충무대로82번길 11 / 051-242-3354
- 숨게스트하우스 송도점 : 서구 충무대로 58-16 / 010-6814-9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