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2/월
마태오 복음 8장 5-11절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마.”
백인대장에게 보이는 예수님의 태도는 그동안 병자를 고쳐주시던 방식과는 사뭇 다릅니다. 지금까지는 당신께 청하는 이들의 바람을 듣고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는 말씀만으로 치유해주셨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몸소 나서는 모습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우 이례적으로 당신 스스로 발 벗고 나섭니다.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마.”(마태 8,7) 하시며 적극적인 치유 의사를 표명하신 것입니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찾아가 진료하는 최초의 왕진往診 사례이지요. 이로써 백인대장의 믿음은 더욱 부각되는 효과를 누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를 두 번 더 강조하는데,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며 칭찬하신 뒤, 백인대장의 이 믿음을 보고 “많은 사람이 모여 와, 하늘나라에서 믿음의 조상들과 함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이렇게 백인대장을 극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백인대장의 겸손함 때문이었습니다. “주님,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마태 8,8)라고 한 백인대장의 고백 덕분이지요. 자격이 없다는 ‘무자격자’를 굳이 ‘유자격자’로 고쳐주십니다. 예수님의 왕진, ‘직접 나섬’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변화의 힘이자 치유의 능력인 것입니다.
* 당신께서 해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고백합시다.
김정일 신부(의정부교구 고양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