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호 협약 파기" 의사 캐나다에 통보
지구 담수 20% 차지하는 거대 자원 겨냥
미국 남서부 극심한 가뭄에 물 확보 절실
트럼프, 캐나다 오대호 물까지 탐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의 관세 분쟁을 넘어 오대호 수자원까지 노리고 있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통해 "오대호 협약을 파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캐나다 측에 전달했다.
오대호는 에리, 휴런, 온타리오, 슈피리어 등 4개 호수가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걸쳐 있는 세계 최대 담수호 시스템으로, 지구상 담수의 약 20%를 차지한다. 특히 슈피리어 호수 하나만으로도 남북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10cm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물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에도 "BC주의 큰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가뭄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로 보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에는 비현실적인 발언으로 치부됐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오대호 협약 파기를 언급해 심각성이 커졌다.
현재 오대호는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오대호 협약'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이 협약은 미국 8개 주와 캐나다 온타리오, 퀘벡 주 사이에 체결됐으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호수의 물을 외부로 빼내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미국 남서부는 심각한 물 부족 상태다. 플로리다와 애틀랜타, 버지니아의 노퍽 해군기지까지 물 위기에 직면해 있다. 텍사스와 뉴멕시코의 리오그란데강은 매년 말라붙고 있으며, 콜로라도강도 7개 주가 물을 나눠 쓰느라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수가 풍부한 캐나다를 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국 간 수자원 외교가 그동안 상호 신뢰에 기반해 왔다는 점에서, 국제 협약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트럼프의 행보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환경보호청(EPA) 인력을 65% 감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미 시카고 사무소에서는 오대호 오염 관련 소송을 담당하던 변호사 6명이 해고됐다. 이로 인해 오대호의 수질 관리와 외래종 통제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전문가들은 오대호 물이 외부로 빠져나가면 수질 악화는 물론 뱀장어, 삼치 같은 외래종이 급증해 연간 3억 달러 규모의 어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약 1,500명의 캐나다인이 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물 자원을 둘러싼 미-캐나다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0년대에도 캐나다 북부의 물을 로키산맥을 통해 남쪽으로 보내는 '북미 수자원 및 전력 연합(NAWAPA)' 계획이 제안됐다가 환경단체의 반대와 막대한 비용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체적으로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는 2035년까지 하수를 100% 식수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샌디에이고에는 미국 최대 규모의 담수화 시설도 가동 중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물을 옮기는 대신 사람들이 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오대호 지역은 이미 8조 달러 이상의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과거 산업 쇠퇴로 인구가 감소한 버팔로, 로체스터 같은 도시들이 새 주민을 수용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첫 임기 때 오대호 복원 이니셔티브 예산의 90% 삭감을 추진했다가 양당의 강력한 반발에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새 예산 승인을 앞둔 현재 상황에서는 다시 예산 삭감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오대호의 환경 보호에 빨간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