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책임 규명 없이 농가만 '독박'... "국가 차원 연구 시급"
최근 한우 도축 및 경락 과정에서 근출혈, 근염, 수종 등 이상육 발생이 급증하면서 농가와 관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고급육을 생산하는 농가들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어, 이는 단순한 농가 손실을 넘어 한우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본지(팜인사이트)는 지난 호에서 집중 조명했던 '한우 번식우의 발정 및 수태율 저조 문제'에 이어, 현재 한우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진단하는 릴레이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이상육 비상사태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안은 없는지를 분석한다. 이어 정부의 한우 수급 조절 실패가 불러온 가격 변동성, 그리고 변별력을 상실한 현행 소고기 등급 판정 제도의 한계까지 한우 산업의 4대 핵심 현안을 차례로 짚어본다.
책임 소재 불분명한 근출혈... 보험 있어도 공방 여전
그동안 주로 문제가 되었던 근출혈의 경우, 사양 방식과 운송, 도축장 등 발생 원인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지난해와 올해 6월말 현재까지를 기준해 농협 4대 공판장의 근출혈 발생률은 2~3% 수준이며, 전국 평균은 이를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근출혈로 인한 전국적인 손실액은 연간 약 50억 원 규모에 달한다. 발생 부위와 심각도에 따라 마리당 작게는 5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까지 손실이 발생하며, 아무리 높은 등급을 받더라도 근출혈이 확인되면 경락 가격이 크게 하락해 헐값에 처분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농협경제지주 4대 공판장을 비롯한 주요 도축장에선 보험을 도입해 보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책임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2019년 농협이 관련 보험이 처음 도입된 이후 2025년 초까지 농가에 지급된 누적 보상금은 총 13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 보험을 통해 정상 경락가와의 차액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보상금은 마리당 평균 57만 원에서 60만 원 선에 그치고 있다.
최대 300만 원에 달하는 실제 농가 손실을 온전히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처럼 전체 피해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농협손해보험)는 보험사대로, 실질적인 손실 보전이 안 되는 농가들은 농가들대로 불만이 쌓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근염·수종까지 겹쳐... 대회 순위까지 뒤바꿔
여기에 최근에는 근염과 수종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상육 사태의 심각성은 최고급 한우를 선발하는 대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28회 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는 대통령상인 1위로 선정된 소에서 근염이 발견되어 발표가 번복되고 순위가 수정되는 초유의 소동이 일었다.
이상육으로 인해 최우수상 순위가 뒤바뀐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올해역시 본대회에 앞서 지난달 열린 제29회 미경산우 부문 능력평가대회에서도 1등과 2등 소에서 연달아 근염이 발생해 결국 3등 소에게 최우수상이 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두 대회 연속으로 순위가 뒤바뀌면서, 오는 본대회에서도 이상육 발생 여부가 경계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종축개량협회에 따르면, 2025년 제28회 본대회 출품두수 265두 중 근염 10두, 근출혈 14두, 수종 1두 등 총 26두(약 9.8%)에서 이상육이 발생했다.
2026년 제29회 미경산우 대회 역시 출품두수 67두 중 근염 5두, 근출혈 2두, 근육제거 1두 등 총 8두(약 11.9%)가 이상육 판정을 받아 심각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한된 출품두수로 펼쳐지는 평가대회에서 이 같은 발생률을 보이는 만큼, 전국 단위로 확대해 보면 이상육으로 인한 피해액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29회 한우능력평가대회 미경산우 부문의 최우수상축 등심단면적. 결국, 수종이나 근염 등의 이상육 발생이 없는 도체가 최고상을 거머쥐었다.
"고급육이 문제(?)"... 비타민A 절제가 근염 부르나
일각에서는 한우가 '고급육' 위주로 개량되면서 이상육 발생 빈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블링(근내지방) 침착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타민 A 급여를 제한하는 사양 방식이 근염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자가배합사료(TMR·TMF)를 1~2달 이상씩 장기간 발효해 급여하거나 화식사료를 만들어 먹이는 농가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 한다.
사료를 짧게 발효할 때는 근염이 드물지만, 50~60일가량 장기간 발효시키거나 고온의 스팀으로 찌는 과정, 혹은 보관 중 햇볕에 노출되는 환경 등에서 사료 내 비타민 A가 상당 부분 또는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처럼 장기 발효 사료 등을 급여하는 농가일수록 출하 성적은 오히려 좋게 나타나면서 농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농가들 역시 비타민 A 결핍이 이상육을 유발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고급육 생산을 통한 소득 증대를 위해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상육 판정을 받게 되면 경락 단가에서 kg당 1천~2천 원가량 감점을 받아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럼에도 농가 입장에서는 한두 마리에서 이상육이 나오더라도 고등급으로 전체 경매가가 높아지면 수익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비타민 A를 예전처럼 충분히 급여해 이상육 자체를 줄이는 방식보다는 소득이 높은 쪽을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기도 안성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곽근원 맨두팜스 대표는 "현재 기술로는 비타민 A를 충분히 급여하면서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려워 농가들이 소득을 위해 이상육 발생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이라면서 "축산과학원과 같은 국가 연구기관에서 나서서 이러한 문제를 풀어주면 좋겠지만, 현장에 비해 연구는 뒤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영양학적 불균형 외에도 복합적인 요인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깨끗한 물의 공급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서울대 김현진 박사는 "(한우능력평가대회) 올해 미경산 경진대회 중에 12%가 하자육이 나왔고, 작년 평가 대회에서도 10%가 근염, 근출혈, 수종이 나왔다"며 "원인을 분석해보니 성장 속도가 빠르게 나오는 문제, 비타민 A 결핍과 관련된 문제,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 우사의 환경에 관련된 문제, 그리고 더 중요한 게 물과 관련된 문제도 상당히 있더라. 신선하고 깨끗한 음수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통계도 대책도 없어... "미국처럼 국가 차원 연구를"
이처럼 농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국내에는 연간 피해 규모에 대한 통계나 뚜렷한 방지 대책이 없어 농가들만 피해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의 대응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경우 비육우의 20% 내외에서 발견되며 연간 3억 8천만 달러(약 5천 6백억 원) 이상의 피해를 내는 대표적 대사성 질환인 '간 농양증(Liver Abscesses)'과 관련해 최근 농무부 농업연구성(ARS) 연구팀이 직접 사양 시험 연구를 주도하며 원인을 규명해 냈다.
결국 개별 농가의 사양 관리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우리나라도 대표적인 질환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등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우업계 한 관계자는 "이상육 발생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은 농가는 물론 한우업계에도 엄청난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이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국가 차원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피해 예방을 위한 심도 있는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출처 : 팜인사이트(http://www.farminsight.net)
(사)한국수입육협회 http://www.korm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