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지하철 경로석에 앉은 두 노인이 싸우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앉은 사람이 옆 사람의 휴대폰을 훔쳐 봤다는 것이다.
"왜 남의 폰을 훔쳐 보는 거요?"
"훔쳐보긴 뭘 훔쳐 봤다고 그래요."
"방금 힐끔거리면서 훔쳐 봤잖아?"
"어따 대고 반말이야?"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시작한 이쯤 되면 주변 사람들 시선은 안중에도 없고 둘이 막가자는 거다.
"곱게 늙어, 이 냥반아?"라는 충고와 함께 옆칸으로 한 사람이 옮기는 것으로 싸움은 일단락 되었다. 왜 나는 이런 풍경을 보면 쓸쓸함이 밀려올까.
며칠 전엔 시청역 화장실 입구에서 두 노인이 다투는 것을 보았다. 이번엔 남녀가 싸움을 한다.
두 사람이 부딪혔는데 서로 책임을 따지다가 말싸움으로 번진 모양이다.
남녀 화장실이 구분되어 있는데도 어쩌다가 이들은 부딪혀서 이렇게 악담을 퍼부으며 싸우는 것일까. 어쩌면 이들 또한 외로워서일 것이다.
요즘 열리고 있는 전시회 하나 소개한다. 주말이면 헌법 재판소 부근에 가끔 가는 밥집이 있는데 거기 가다가 이 전시장을 들렀다.
제목부터 끌림이 있었고 전시 내용도 무척 좋았다. 노인복지센터에 드나드는 노인을 상대로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듣는 지난 10년의 과정이 담겼다.
당시 70이었다면 지금 그 사람은 80살이 되었을 터,
찍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 주고 전시장에 공개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은 사람에 한해서 걸었다고 한다.
이것 또한 자기가 살아온 인생에 자신감이 없으면 동의하기 쉽지 않은 태도다.
이들에게 살아온 과정은 있어도 종착지는 아직 없다. 언젠가는 죽어 사라진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그때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건강하게 살다 평온하게 죽었으면 하는 바램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얼굴에는 각자 살아온 인생이 온전히 담겨 있다.
한 사람씩 찬찬히 들여다 본다. 잘 살아온 인생들을 보는 내 마음이 흐믓하다.
저들이라고 순탄한 길만 걸었을 것인가. 한때는 하룻밤이 짧은 뜨거운 사랑도 했을 것이고, 한 여자를 두고 쟁탈전을 벌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남자의 품에서 영영 깨지 않았으면 하는 달콤함도 경험했을 것이다. 일장춘몽이어도 좋다. 근심과 행복, 사랑, 미련 등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일생이 되었다.
노인들에게 지난 인생을 한 줄로 표현해 보세요 했더니 그 한 줄이 시인 못지 않다.
늙으니 서글프다. 결국 모든 것은 똑같다. 나를 알고 나니 갈 때가 되어 잘 살았다. 늙어 보니 버릴 것만 있더라 등등,,
이들이 적은 한 줄 인생에는 우주가 깃들었다. 잘 살아온 그들의 인생에 경의를 표한다.
50년 전, 청춘 시절에 드나들었던 주점 벽에다 낙서를 하듯 노인들이 전시장 벽면에 낙서를 했다.
곱게 늙자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피식 웃었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싸우던 그 노인도 곱게 늙으라고 했다.
나이는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먹지만 곱게 늙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 때론 나이 무게가 천 근처럼 느껴지는 것도 곱게 늙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흔히 인생에는 품위 유지란 게 있다.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있어 보이기도 하고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재산이 많고 적음과 무관하다. 전시장에 걸린 이들의 품위 유지란 현재의 늙음을 인정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
나이는 이렇게 먹는 게 아닐까. 이 땅의 모든 노인들을 응원한다.
# 비는 오락가락하고 오늘과 어울리는 양희은의 노래를 선물한다. 예전에는 몰랐다. 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 줄을,,
첫댓글 <<나를 알고나니
갈때가된것 같다>>>란 표현
왠지 자신만은 피하고픈 속내일지 싶습니다
글의 하나하나에 느낌이 잘 전달되어. 단숨에 읽었습니다
곱게 늙어라 이 외침을 잊지 않기위해~~
전시회 어르신들
잘 살아오신분. 들일겁니다
축복이 항께 하시길 빕니다
글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한 지인님 댓글은 글쓴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저도 전시장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며 그분들께 축복을 빌었답니다.
잘 살아온 지인님도 곱게 늙어갈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드네요.ㅎ
곱게 늙자....
그런데 저는 쌈을 못 혀요 ㅎ
예전에도
지금도
아마
나중에도 못 할듯요^^
곱게 늙기를....
싸움도 싸움 나름입니다.
정작 싸워야 할 때는 안 싸우고 별것도 아닌 것에 싸우니까 문제겠지요.
한나님처럼 싸움 못하는 사람이 결국엔 이긴다고 하던데요.ㅎ
사진은 인생을 그대로 나타낸다고 하든데 ㅎㅎ
전시장에 걸린 사진 하나하나에 인생이 담겨 있었습니다.
출생, 배경, 직업 등이 다르듯이 얼굴 또한 모두 다릅니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인생도 더 아름다워지겠지요.ㅎ
젊음으로 되돌아 가유
알았지유
적당한 운동과 자신의 건강관리를 잘하시면
훨씬 나이가 5~10년은 젊어집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무조건 건강하고 봐야 합니다....파이팅
젊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젊게 사는 방법은 있을 겁니다.
님의 말씀처럼 꾸준한 자기 관리와 즐겁게 사는 것이 젊게 사는 방법이라데요.
편사님도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ㅎ
부드러운 인상으로 자리하고프네요
내 얼굴에 대한 책임은 내 자신에게 있음을...
지금 이순간은 해가나지만
후텁지근해요
얼굴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홍실님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누구든 부드러운 인상이 되지 않을까요.
말로는 쉬우나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은 것이 인생이기도 하더이다.
부지런한 홍실님,,
후텁지근해도 에어컨 안 켜도 되니 살 것 같군요.ㅎ
나름......
노인나이는 65부터 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아주 어렸을적 저는 평생 나이 안먹을거라 생각했었고..
또 40대가 되면 나이먹었으니 죽어야 겠다는 생각을 간혹 하곤 했었는데..
지금 제나이가 벌써 60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징그러워요
언제 이렇게 먹었는지..ㅎ
어쩌겠어요..
수순대로 먹는나이 나 혼자서 먹는나이도 아니고..
인식하면서 즐겁고 유익하게 사는수 밖에 없네요
아휴~~~
언제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찌..ㅋㅋㅋㅋ
저는 노인 나이를 70부터라고 생각하네요.
칼라풀 님처럼 누구든 언제 이렇게 내가 나이를 먹었지라는 생각을 할겁니다.
전시장의 사진들은 양희은 노래처럼 나이를 인생의 선물이라 여기더군요.
얼마전 대둔산 갔을 때 케이블카 타러 간다는 어느 노인이 다리 아파하는 할머니 손을 잡고 한탄하더군요.
아이고 딱 5년만 젊었으면 얼마나 좋을꼬,,
그들에 비하면 칼라풀 님은 아주 한창 나이입니다.ㅎ
@유현덕 나이가 인생의 선물이라 하기엔
좀 가혹하네요
인생의 선물
천천히 느리게 받고 싶어서
오늘도 GIM에 와서..
열심히 운동합니당
나이가 들기전엔
정말 몰랐습니다
세월이 나이라는 것도
시간이 나이라는 것도
그것이 나이라는 것도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더이다.
양희은 목소리가 나이 들어가네요
비오는 월요일 듣기에 너무 좋습니다
유현덕님 감사합니다
비가 오니 노래도 달리 들리네요.
똑같은 것을 봐도 보쳉님의 시선은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그것이 감성의 풍부함일 수도 인생을 성찰하는 마음이 진지하기 때문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안에 피어 있는 꽃을 모르고 산다지요.
보쳉님의 마음 속 꽃이 오래오래 향기롭기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매일매일
새로 태어나는
마음으로
살고싶습니다
고운
마음을 가지고
곱게 행동하면
고운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정성이 가득한
게시물과 음악 선물
감사합니다
이 전시회에 담긴 의미를 지혜님이 댓글에서 제대로 짚어주셨습니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그들은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제 의도를 알아주시니 글 쓴 보람이 있네요.
지헤님의 고운 마음에 늘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ㅎ
태어날때는 이 세상의 뭔가를 잡기위해 주먹을
꽉 쥐고 , 죽을때는 다 내놓고 가기위해 손을
핀다는데, 나이들어 사사로운 것에는 겸허함을
보여야하거늘....쯧쯧~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아서 그런다고 여기면 어떨까 싶네요.^^
상냥하고 온순했던 사람도 나이 들면서 성격이 변하기도 하더이다.
나잇값의 무게를 늘 경계하며 사는 것도 곱게 늙는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비가 오니 많이 시원해졌습니다.
적토마 선배도 시원한 여름밤 되시기 바랍니다.ㅎ
@유현덕
넵~ 감사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