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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봉 산행기
(산행 초입에서 보이는 중대봉)
아침8시 20분 마누라의 정성이 담긴 김칫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단숨에 한 그릇을 다 비우고는 육거리 시장을 향하여 집을 나섰다.
함께가는 친구들과 먹을 요량으로 시장입구의 떡집에서 약식과 콩이 석인 백설기를 사서 배낭에 집어넣고 용암동사는 친구를 태운 후 목련공원 사거리에서 또 다른 친구와 합세 한 후 오늘의 산행지인 중대봉을 향하여 출발...
산행경험이 일천한 키작은 친구는 지난주에 다녀온 하관평의 남군자산 산행 시 생긴 다리의 뻐근함이 아직도 조금 남아있다며 엄살을 떤다.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오늘 산행의 기점이 되는 “농바위마을” 마을의 지반전체가 신비의 돌이라는 맥반석이 깔려있어 여기서 솟는 물을 먹고 장수한다는 일명 장수마을...
(중대봉 입구의 유리알처럼 맑은 계곡)
차를 멈추고 배낭을 챙긴 후 등산화 끈을 동여맨 후 고개를 드니 동작 빠른 두 친구는 벌써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데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게 아닌가...
급하게 두놈을 불러서 발길을 돌려 세운 후 마을 안길을 통과하여 농바위 마을의 마지막집 담장에 걸쳐있는 500년된 노쇠한 느티나무를 뒤로하고 수렛길을 따라걸으며일기예보에는 눈이나 비가 오고 바람도 심하다고 했는데 날씨만 좋다며 산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라며 셋이서 번갈아 주절주절 떠들며 개울을 건너고 논둑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본격적인 등산로에 접어들고,
니네 둘은 전문 산악인이고 나는 초보자니 알아서 살살 가라며 키 작은 친구는 또 엄살을 피운다...
30여분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저만치에서 키작은 친구가 가뿐숨을 몰아쉬며 따라오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여 5분간 휴식!!
가져온 녹차물과 대추차를 마시며 날씨가 좋으니 이왕에 온거니까 대야산을 거쳐서 중대봉을 가는게 어떠냐는 나의 즉흥적인 제안에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얼굴검은 친구는 흔쾌히 OK!!키작은 친구는 엄살을 부릴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로 까짓거 니덜 맘대루 해라!!
(첫번째 갈림길)
다시 배낭을 챙겨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중대봉을 왼편에 두며 대야산 아래 밀재를 향하여 산행을 시작한지 30여분 드디어 대야산 주능선인 밀재에 도착하여 거친숨을 모으는데...
문득 작년 하나로산악회에서 대야산 산행시 “정모씨”가 정상부근에서 식사를 한 후 빨리 내려가서 목욕할 심산으로 혼자 잘난체 앞서가다가 방향을 잃어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고 나는 그놈을 잡으려고 그 험한 산을 날듯이 뛰어 다니던 생각이 나서 절로 웃음이 났다...
이제부터 대야산 정상까지는 걸음을 빨리해도 40여분 이상은 족히 걸리며, 경사진 코스와 암벽으로 이루어진 만만치 않은 곳이다...
밀재를 뒤로하고 경사진 길을 5분여 오르자 갑자기 안개가 끼고 싸래기눈이 내리며 바람도 심하게 분다...
키작은 친구가 다소 걱정어린 말투로 정상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를 물어온다...산에 오르면 언제나 내가 하는 말 “쬐끔만 가면돼!!” 이제는 나에게 많이 익숙해진 얼굴이 검은 친구가 그 말을 듣고는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띄운다...
가뿐숨을 몰아쉬며 30여분을 더 오르니 눈과 바람이 심해지고 암벽지대에는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고 천길 낭떨어지 양옆을 바라보니 시계가 채 10미터도 안되는것같다...
자!! 조금만 힘내자 이제 진짜루 다왔어!! 요앞 봉우리만 넘으면 정상이구 경치두 기가 막히니까 힘내자!! 연일 투덜거리는 키작은 친구를 향해 소리를 치며 앞으로 앞으로... 정상을 약 10여분 앞둔 바위 지대에서는 지팡이와 엉덩이 그리고 로프에 의지해서 살얼음판 걷듯이 조심조심...
중대봉으로 가는 갈림길 봉우리를 지나 얼마 안가서 드디어 정상!! 이 상쾌함을 어디에 비할까... 짙은 안개와 눈 때문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너무도 좋다 가슴속 저 깊은곳까지 파고드는 신선한 느낌...
악천후를 뚫고 오른 정상이라서 인지 세상에 부러울게 하나도 없다... 키작은 친구가 녹차물을 들이키고 검은얼굴의 친구가 소주를 두어잔 홀짝거리며 내가 담배를 한대 피워 문 후 그 담배를 다 피우기도 전에 모진 바람의 힘을 빌어 양볼을 때리는 싸래기눈 때문에 더 이상 정상에서 머물기가 어렵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 산행의 주 목적지인 중대봉을 향해 다시 하산...
대야산 정상을 떠난지 30여분 눈이 쌓여서 그런지 등산로가 시원찮고 산행길잡이리본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등산객이 많지 않고 태고의 신비가 그대로 살아 숨쉰다는 안내책자의 표현이 어느정도 맏기는 하는 것 같은데 웬지 느낌이 이상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디가 하산길이고 어느 방향이 중대봉 쪽인지 도대체 길이 보이질 않는다... 험한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왔던길을 되돌아가고 위험한 바위 지대를 다리를 떨어가며 오락가락... 시계가 좋았다면 20년 넘게 산을 다닌 내가 이렇게 헤메지는 않겠지만 오늘은 산전체가 그저 어둡게만 보여진다...
어쩌지?? 되돌아가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고... 함께온 친구들도 걱정섞인 목소리로 나름대로의 생각을 내게 말해보지만 내귀엔 와 닿질 않는다...
정신을 가다듬어보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자를 꺼내들곤 담배를 피워문 후 이쪽저쪽 산행지도를 방향 따라 돌려가며 현 위치를 찾아본다... 온길을 되돌아서 아주 천천히 걸으며 생각해보자...
저만치아래 지나올 땐 보이지 않던 바위아래 리본이 보인다... 이런게 구세주인가? 천신만고 끝에 산을 헤멘지 20여분 만에 등산로를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중대봉 정상으로...
대야산 정상을 떠난지 시간반을 훨씬 넘어선 시각에 드디어 중대봉 정상을 정복!!!
(중대봉 정상)
산신령께서 우리가 고생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중대봉 정상에 오르자마자 안개와 눈이 걷히고 바람도 잔잔하다...
멀리 가령산이 눈앞이고,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곳에 남군자산이, 속리산을 병풍삼은 백악산이 왼편에서 절경을 뽐내고 있다...
준비한 떡과 과일, 커피를 마시고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이 천길 만길 아찔하기만 한 낭떠러지 바위산이며 어디로 내려가든 고생깨나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제 하산길인데 힘들어봐야 얼마나 힘들겠냐는 키작은 친구의 객기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하산시작... 정상을 떠나 10여분을 내려오자 눈앞에 끔찍스런 광경이 펼쳐진다
(첫번째 암벽. 내려다본...)
산행책자에 나오는 “대슬랩“구간이 여긴가? 경사도가 족히 6-70도는 됨직한 바위암벽에 길이가 5-60미터는 될 것 같은 난생 처음 보는 무시무시한 바위벽이다...
(첫번째 암벽. 올려다본...)
동절기가 아니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즐기며 갈수 있겠지만 로프에는 눈과 얼음 그리고 바위벽에도 눈과 빙판이 곳곳에 눈에띈다... 아이젠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산행경험이 많지 않은 키작은 친구가 과연 여기를 내려 갈 수 있을까?
더욱이 그 친구는 동사무실 방위 출신이라서 유격훈련 같은 것은 구경도 못 했을 텐데... 어쩌지? 이제는 뒤돌아 갈수도 없고... 한숨이 나온다... 나보단 친구 때문에 더욱 더...
지팡이는 아래로 던져 버리고 제일먼저 내가 로프를 잡았다... 왼팔에 로프를 한 바뀌 감아 돌린 후 양손으로 아주 꽉!! 장갑을 끼면 눈과 얼음 때문에 미끄러질 것 같다는 생각에 맨손으로 잡은 로프는 왜 이리도 무겁고 손이 시려운지...
한발 한발 조심해서 균형을 유지하며... 그래도 육군사관학교에서 근무한 육군병장 현역출신인데 이정도 쯤이야... 미끄러지는 손에 더욱 힘을 주고 등산화바닥을 밀착시키며 내려가는데 도저히 손이 시려워서 안 되겠다 왼팔에 감은 로프를 겨드랑이에 꼭 끼우고는 장갑을 꺼내서 손에 끼고 다시 하강...
저 밑에 안전지대가 왜 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이제 다 내려왔다... 배낭을 벗어던지고 위를 쳐다보니 아찔!!
다음이 그 친구다... 조마조마... 야!! 내가 한대로 로프를 왼팔에 감고!! 천천히!! 지팡이는 아래로 던지고!! 천천히!! 내 머릿속에선 순간적으로 별의별 생각이 다 스친다...저놈이 떨어지면 어쩌지? 내가 여기서 받아주지 못하면... 받는다면 잘 받을수는 있을까?... 휴우...
아니 근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염려했던 그 친구가 아주 자연스럽고 씩씩하게 내려 오는게 아닌가?? 괜한 걱정을 했나 십기가 무섭게 바닥에 내려선 친구 왈 “이레뵈두 내가 어릴적에 토깽이 잡으러 다니며 단련된 몸이여!! 이정도야 우습지!!” 방위를 제대한 그 친구가 너무도 고마웠다...
다음이 검은얼굴... 해군출신인 그놈은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이 야!! 걱정 말어!! 하면서 씩씩하게 내려온다 그런데 어!!! 놈의 입에서... 발을 헛 디딘건지 빙판이었는지 로프를 잡은채 엉덩방아를 찟는다... 야!!?? 이 새끼야!!?? 객기 부리지 말고 천천히 내려와 자식아!!?? 너 뒈질래 새끼야!!?? 십년감수 한 것 같다...
검은얼굴까지 무사히 내려온 후 이제 이런 코스는 없을 거야... 책에는 대슬랩 구간이 하나로 표시되어 있었으니까...
(두번째 암벽. 내려다 본...)
그곳을 뒤로하고 중대봉 산허리를 감고 돌아 5분여를 내려오니 아니!!?? 이게 뭐야??!! 아까보다 더 험해보이는 바위벽 코스가 또 있는게 아닌가??
앞이 캄캄하고 한숨이 나오지만 진퇴양난이니 도리가 없다...
(두번째 암벽. 올려다 본...)
다시 내가 선두..
중간쯤 내려오니 팔에 힘이 빠져온다... 잠시 쉬어보자 체중이 아래로 쏠리니 자연히 팔에 힘이가고 다리는 그저 따라만 다닐뿐... 다시 하강... 팔이 아프다...
잠시 아찔한 생각이 든다... 이러다가 팔에서 힘이 다 빠져버리면?... 죽을 힘을 다해 아래로 아래로 5-60미터 길이가 왜 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이번에도 무사히 도착...
담배를 꺼내서 피워 물고 키작은 친구가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보니 이번에도 잘 내려온다... 검은얼굴도 전과동... 맨 처음으로 내려온 나는 로프에 뭍은 눈을 장갑으로 털고 중간 중간 로프를 들어 바닥에 내리쳐서 뒤에오는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덜 미끄러지게 하느라 두배는 힘이 더 들었던것 같다...
(산책로 같은 하산길 등산로)
이제 농바위 마을이 멀리서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정말 어려운 곳은 다 온거겠지...두번째 바위벽을 떠나 5분여를 내려오니 책에서 본 “곰바위“다
(흙이라곤 하나도없는 곰바위 아래 소나무)
곰바위 옆에서서 우리가 내려온 중대봉을 올려다보니 아찔하다 도저히 사람이 갈수없는 듯 한 산 전체가 바위로 뒤덮인 곳이다...
(곰바위 주변의 절경)
(곰바위에서 바라본 중대봉)
중대봉의 동절기 산행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곳이라는 안도섞인 말을 서로 주고 받으며 날 풀리면 다시 한번 오자는 검은얼굴의 말에 우리셋은 OK!! 하곤 다시 하산...
앞의 두 코스에 비하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긴 하지만 그래도 쉽지만은 않은 암벽코스를 몆개 더 지나고 난 후에야 밀재로 향하는 갈림길에 도착...
갈림길에 털퍼덕 주저앉아 가져온 커피와 떡을 먹으면서도 아까의 대슬랩 얘기는 계속된다...편안한 등산로를 걸으며 이렇게 물좋고 경치좋으며 조용한 곳에 땅을 사서 별장을 짓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등등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마치 개선장군이나 된 것처럼 각자의 마음속에 그 어려운 중대봉의 동절기 대슬랩을 정복했다는 자신감을 안고농바위마을에 도착하니 정확하게 오후 3시 꼬박 5시간을 산행한 셈이다...
마을 공터의 간판에 그려놓은 산행안내 지도를 바라보며 흐뭇해 하는 키 작은 친구 녀석이 오늘따라 대견스러워 보인다...
청천의 토속정에 전화를 걸어 닭도리탕을 예약하고 이제 출발...
운전을 하면서 입으로는 친구와 다른 얘기를 주고받지만 머릿속에선 나도 모르게 공포감을 느꼇던 중대봉의 대슬랩 구간이 자꾸만 떠오른다...
다음에 한번더 날을 잡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다른 코스로 한번더 오자는 나의 제의에 두 놈 중 어느 한 놈도 싫다고 하는 놈이 없는걸 보니 아마도 우리셋은 중대봉의 보이지 않는 묘한 마력에 푹 빠진 것 같다....
--- 2005. 01. 29. ---
(처음 산행시 사진을 찍지 못해서 어제(4/16)다시 다녀왔습니다
처음 산행시는 겨울이라서 사진과 글이 좀 안맞긴 하지만 무시
무시한 클라이밍코스를 감상하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듯 합니
다.. 어젠 휘파람을 불면서 솔로 산행을 했는데 기분이 넘넘 좋
아서 날아갈듯 했습니다..)
첫댓글 야~ 좋았겠다! 나도 혼자가 봐야것구먼~~너무 잼나고 즐거운 산행이 되겠고만 사진 잘봤네그려~오늘 하루도 즐거운 시간 보내시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