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가정을 진단한다
한부모=실패가정…편견을 깨자
■ 한부모가정의 현주소
한부모 가정의 아버지나 어머니들은 아이들과의 관계를 푸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이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아버지나 어머니 없이 아이들과 놀이공원을 가는데도 부담을 갖는 경우가 있다. 사진은 어린이대공원에서 낙엽을 밟으며 노는 아이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문화일보 DB>
부, 모, 자녀로 구성되어 있는 전통적인 가족 구조에서 부와 자녀, 또는 모와 자녀로 구성된 한부모 가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부모가구 수는 전체 가구의 9.4%를 차지, 1995년 8.6%보다 약 1%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47.4%에 이르는 이혼률로 볼 때 내년에 실시될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한부모가구가 더욱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은 열악하기만 하다. 한부모 가구에 대한 통계도 5년에 한번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뿐이고 지원시설이나 임대주택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서적 심리적 치료를 위한 상담도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질 뿐이다. ‘결손가정’이라는 사회적인 편견도 사라지지 않고 있어 국가, 사회적인 지원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중학생부터 갓난아기까지 4명의 자녀를 데리고 이혼한 한모(여성가장) K씨는 한부모 가족에게 지원되는 영구 임대주택 대신 비닐하우스로 만든 온실에서 살아간다. 3년 동안 기다려 얻은 임대주택이 너무 좁아 성장하는 아들과 딸이 제대로 발을 뻗고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K씨는 파출부, 간병인 등으로 하루종일 일에 매달리면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최근 삶의 의욕을 상실했다. 큰아이가 다른 집 아이를 때렸다는 연락을 받고 학교로 달려갔다가 피해자의 아버지로부터 “아비가 없어 애가 이 따위냐”는 조소를 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K씨는 “제 동생이 다른 애들로부터 아버지가 없는 애라며 따돌림을 받아 때렸다는 큰 아이를 혼낼 수 없었다”고 한다. K씨의 경우처럼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은 흔히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다. ‘결손가정의 자녀=비행청소년’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7살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모 C씨는 휴일이 돌아오면 마음이 무겁다. 일 때문에 주중에 놀아주지 못한 자녀와 놀이공원에 가고 싶지만 이혼 후 친정에조차 찾아가지 않던 C씨는 사람 많은 곳엔 가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자신으로 인해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데 생각이 들었지만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도 없는 상태다. 이혼 가정은 ‘실패가정’으로 보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대인 기피증이다. 그러나 이를 치료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은 민간차원의 상담소, 한부모 가정의 자조모임이 전부다.
이처럼 한부모 가정의 어려움은 정서적 문제, 사회적 편견, 자녀보육, 교육문제, 경제적 어려움, 법적 문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한부모 가정을 ‘비정상’ 가족으로 보는 사회적 편견은 한부모 가정의 자녀를 위축시킨다.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에 따르면 학교에서 한부모 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거나 상처를 받은 경우도 32.8%에 이르는 등 공공기관, 국가기관에 의한 차별도 적지 않았다. 한모 가정의 경우 호주제로 인해 힘들었던 경우도 26.2%를 차지했다.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동정심이 싫어서 아예 한부모 가정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67.2%로 나타났다.
한부모 가정의 경우 70.5%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는다. 특히 경제활동에 종사하지 않던 한모의 경우 이혼이나 사별에 대한 준비 없이 생계를 책임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모부자가정복지법이 있지만 현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구임대주택은 공급 물량이 적어 평균 3년씩 기다려야 배정을 받을 수 있고 승용차를 소득으로 환산, 승용차가 있거나 친정 등 가족과 함께 살면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복지자금 대여는 재산세 3만원 또는 연봉 1천만원 이상 등의 자격을 요구, 정작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이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모자복지, 생활보호 대상으로 공적 부조를 받는 저소득 한부모 가구는 7.1%에 불과하다.
지난 5월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단체, 연구소, 전문가들은 한부모가족지원단체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한부모, 한부모가족 지원단체, 전문가간의 연대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문제에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경희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소장은 “한부모가족, 상담전문가, 아동청소년문제 전문가, 법률가 등이 참여하는 한부모 가족 지원 운영기관이 설립되어 심리적, 정서적, 경제적 지원을 위한 ‘원스톱(ONE-STOP)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이혼가정 당당해지는 세가지 방법
이혼 한부모 가정의 경우 사별보다 더 큰 사회적 편견의 대상이 된다. 또 자녀에게 이혼 사실을 숨기거나 이혼을 원망하는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황은숙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소장은 “이혼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선택”이라며 이혼에 당당히 맞서라고 한다. 다음은 이혼 가정이 당당해지기 위한 조언 셋.
1. 이혼에 자신감을 가져라
이혼의 선택에 본인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 국가와 가족이 이들을 지지해주고 용기를 줘야 한다.
2. 자녀에게 숨기지 말라
아이의 권리 차원에서 이혼에 대해 자녀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또 이혼 후 엄마, 또는 아빠가 일하러 가는 등 변화된 생활에 대해 아이가 준비할 수 있게 하고 자신이 집안에서 할 일을 알려줘야 한다. 떠나간 부모와의 관계도 이해시켜줘야 한다.
3. 이혼 전에 준비하라.
이혼 도장을 찍기 전에 경제적 문제를 어떻게 풀지, 자녀 양육을 어떻게 할지 재산분할, 이사나 전학은 어떻게 할지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혼자 고민하기보다 상담소나 자조모임을 활용해 법률가 등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지원단체
광주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062-521-1361
군포여성민우회 031-396-0201
대구 함께하는 주부모임 053-425-7701
대전여민회 042-257-3534
부산여성회 한부모가족자립지원센터 051-867-4236
안양여성의전화 031-442-5385
울산여성회 한부모가족지원센터 052-244-0401
원주여성민우회 033-744-4117
인천여성민우회 032-525-2219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02-739-8787
한부모가정연구소 02-223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