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느티나무
작가 소개
강신재(康信哉 1924- ) 서울 출생. 1949년 <문예>에 “얼굴”, “정순이”가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안개”, “눈물” 등 가정에 얽매인 여성의 운명과 여성적 사랑의 심리를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묘사한 단편을 주로 발표하였다. 1962년에 전쟁으로 인한 젊은이의 비극적인 애정을 그린 “임진강의 민들레”를 발표한 후로 장편 소설 창작에 주력했다. 그의 작품은 현대인의 애정, 도덕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재치 있고 발랄한 문체, 세련된 감각과 인물 묘사의 기교 등의 특징을 갖는다. 1959년 “절벽”으로 한국문협상을 수상했고, 1967년에는 “이 찬란한 슬픔”으로 여류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에는 “팬터마임”, “절벽”, “젊은 느티나무”, “임진강의 민들레”, “오늘과 내일” 등이 있다.
줄거리
'나'(숙희)는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와 함께 시골 외할아버지 댁에서 살고 있었다. 서울 모 대학 교수(므슈 리)와 어머니가 재혼한 후 '나'도 재작년에 서울로 와 S촌에 있는 새 아버지의 집에서 살게 되고 새 아버지의 아들, 곧 이복 오빠가 되는 대학생 현규를 만난다. 그는 낯설어하고 어색해하는 '나'를 너그럽고 친절하게 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차차 오누이 아닌 오누이의 관계에서 현규를 오빠가 아닌 이성으로 느끼며 그를 사랑하게 되고 이는 뜻하지 않은 이 곳 생활의 고통이 되었다. 현규에 대한 사랑의 죄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었지만, 그것은 엄마와 므슈 리, '나', 현규 모두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사이가 혈족이 아닌, 단지 스물두 살의 청년과 열여덟 살의 계집아이일 뿐이라는 진실을 부정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나'는 고뇌하게 된다. 그러던 중 '나'는 '나'와 지수 사이를 오해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현규에게서 '나'에 대한 현규의 사랑을 확인하고 기쁨을 느낀다.
그들은 행복감과 고뇌를 동시에 안은 채 오누이 관계에서 연인 관계로 깊어 간다. 그러나 갑자기 엄마가 므슈 리를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되어 현규와 둘이서만 집에 있게 될 상황에 놓이자 '운명적 사건'을 예감한 '나'는 고민 끝에 서울을 떠나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간다. 그 곳에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현규가 찾아와 서로 진실된 감정을 지닌 채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잇는 방법을 찾으면서 미래를 약속하는 마음으로 각자 현재의 길을 걷자고 약속한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하고, 그가 떠난 후 젊은 느티나무를 껴안으며 이제 그를 더 사랑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핵심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순수 소설
* 배경 : 시간(현대). 공간(서울 중심에서 떨어진 S촌과 느티나무가 있는 산골)
* 경향 : 낭만주의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어조 : 여성적이고 서정적인 부드러움
* 표현 : 등장 인물의 내면 심리와 외부 사건을 적절히 조화시켜 작품의 예술성을 살림. 오빠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내적 독백 형식으로 서술함
* 구성 :
발단 - 나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이복 오빠인 현규를 만나게 된다.
전개 - 나는 현규를 이성으로 느끼며 사랑의 감정을 갖기 시작한다.
위기 - 현규 친구로부터 나에게 온 연애편지에 대해 현규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절정 - 괴로운 마음을 안고 시골로 내려간 나에게 현규가 찾아온다.
결말 -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먼 훗날을 약속하며 각자 현재의 길을 가기로 다짐한다.
* 주제 : 첫사랑의 열정과 순수. 현실의 굴레를 극복하고 순수한 사랑을 성취하는 청춘 남녀의 아름다운 모습
* 출전 : <사상계>(1960)
등장 인물
* 나(숙희) : 18세의 소녀로 주인공이며 서술자. 이복 오빠 현규를 사랑하는 순수한 18세의 여고생. 시골 외가에서 후처가 된 어머니를 따라 상경함. 이복 오빠(현규)와의 근친상간이라는 윤리적 갈등을 겪는 등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고뇌함
* 그(현규) : 22세의 대학생. 숙희의 이복 오빠로서 건강하고 세련된 젊은이. 이복동생 숙희를 이성(異性)으로 느끼며 사랑에 빠져 고민하지만 윤리적 갈등을 순수한 의지로 극복한다.
* 엄마 : 젊어서 남편과 사별하고 지난날 혼담이 있었던 므슈 리와 재혼한다.
* 므슈 리 : 현규의 아버지이자 숙희의 새아버지. 성격이 유(柔)하고 과묵한 경제학 교수
* 지수 : 현규의 친구이며 장관의 아들. 숙희를 좋아하여 연애 편지를 보낸 일로 현규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기본 골격은 '만남'과 '떠남', 그리고 '만남의 가능성'으로 요약된다.
열여덟 살의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숙희는 이복 오빠로 만난 현규에게서 '비누 냄새'처럼 상큼하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은 사회적으로 금지된 사랑이기에 그의 곁을 떠난다. 현규가 숙희를 찾아가서 이들은 또 만나지만, 자신들의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 다시 떠날(헤어질) 것을 약속한다. 그것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한 떠남이며 그래서 기쁨을 품은 슬픈 약속인 것이다. '젊은 느티나무'는 두 여인의 약속을 듣는 증인이 되며, 꿈을 잃지 않는 젊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숙희와 현규의 애정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들의 감정의 흐름을 산뜻한 감각을 지닌 세련된 문장으로 표현함으로써, 이런 소재의 작품이 흔히 보이기 쉬운 신파조(調)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사회 규범상 용납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의 갈등을 윤리적 차원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인물들이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소해 가는가에 초점을 두고, 사회 규범을 초월하는 사랑의 순수성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끝까지 맑고 청순한 사랑의 감정을 깨뜨리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현실의 아픔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숙희와 현규의 의지가 감동을 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