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피는 하얀 꽃
전주 꽃밭정이 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민술
나는 온 고을 전주에 산다. 백제 때는 ‘완산’이라고 하였으나, 신라 경덕왕 16(757)년에 ‘전주’로 개명하였다. 조선조 때는 전라감영이 전주에 있어 지금 전라남북도와 제주도까지 관장하였다고 한다. 충경로에 있는 객사는 외국의 사신들과 전주를 찾는 중앙정부 벼슬아치들의 숙소였다. 또 옛 도청자리에 전라감영을 복원한다더니 예산관계인지 요즘엔 잠잠하다. 내 생전에 복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나는 1950년에 전주중앙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경기전과 우리학교는 같은 울안에 있었다. 경기전은 조선 태조의 영정을 봉안하기 위해 세종 24(1442)년에 건립한 것이다. 조부께서는 1890년대 경기전 참봉을 지내셨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전에 가면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전라도는 빛이 많은 고장인 것 같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영성의 도시 전남 영광에는 핵발전소가 있고, 전남 광양에는 용광로에서 쇳물을 녹이는 제철소가 있다. 또 호남의 중심도시 빛고을 광주에는 장엄한 현대역사가 살아 꿈틀거리는 곳이다. 1929년 11월 3일에는 반일학생운동이 일어나 3‧1운동의 원동력이 되었고, 1980년 5월 18일에는 5‧18민주화운동이 발발하기도 했었다. 일찍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 말씀하신 약무호남(若舞湖南) 시무국가(是舞國家)란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볼 대목이다.
그런 빛고을에서 사계절 피는 하얀 꽃 한 송이를 보듬어 왔다. 그 꽃이 온고을 전주에서 뿌리를 내리는데 물을 갈아 먹느라 몸살을 하더니 이내 땅 맛을 알아 활기차게 피었다. 가지도 세 개나 뻗고 꽃봉오리도 맺어 분갈이를 하여 그 꽃을 바라보며 산다. 사계절 피는 하얀 꽃! 왕 할머니 꽃으로 변하고 수많은 비바람을 이겨 내느라 세 가지 아기 주머니에 근종이 생겼다. 그래서 수목원에 들어가 치료하고 나오기도 했다.
모진 세월에 씻겨 중심이 되는 지주가 고장 나서 철사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여 지금은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다. 오늘도 아름다운 귀향을 꿈꾸는지 아파트 베란다 남창에 머리를 돋우고 창틈으로 끼어든 바람을 삼키며 늙은 호랑나비를 마중하려는지 무척 편안해 보인다.
고목에는 떨어뜨릴 잎사귀도, 뒹구는 낙엽도 없다. 머지않아 송두리째 바람에 부서지리라. 먼 훗날 이야기들을 사계절 피는 하얀 꽃이 소근소근 귀를 훔치는 것 같다. 기어이 간다면 호랑나비도 부러진 날개를 추수려 햐얀 꽃잎에 실려 갈 것이다.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가 되리라. 사계절 피는 하얀 꽃을 온고을에 심고 부정(富庭)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주) 비익조(比翼鳥): 눈 하나 날개 하나 암수 전설의 새
연리지(連理枝): 뿌리가 다른 두 가지가 연결되어 하나가 된 나무
아름다운 귀향
빛고을
무지개
온고을에 곱고
가을, 봄 초록삭풍이어도
연(緣) 사계절 피는 하얀 꽃
나랑 천겁 연(千劫 緣)
고행이었어도
갈무리 귀향
세 가지 밀알이여
오오손손들아!
고맙고
감사하며
즐겁게 놀다 간다.
아름다운 귀향.
(2012. 4. 28.)
첫댓글 문우님들 멜에는 김선생님 글이 며칠전에 올라왔는데 , 꽃밭정이 에는 오늘에야 확인하고,
올라있지 않아서 올렸읍니다.많이 늦었내요.
수필이면 수필 시면 시 모드면에서 못한것이 없군요 부럽습니다. 제목도 좋습니다. 역사에도 조예가 깊군요 사계절 피는 하얀꽃 정감이 풋풋 흘러 좋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김민술 선생님은 시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보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파트라님! 정말 미안미안 해요, 마음부담드린것 같아,,만송님은 항상칭찬만 주시니 부끄럽씁니다. 곽 회장님 고맙습니다.
가정에 평화가 늘 함게하시기를 업두려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