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연등(芋社燃燈)
초의란 늙은 중이 먹에서 참선하여 / 草衣老衲墨參禪 [주D-001]심심(心心) : 불꽃의 중심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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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의선(留草衣禪)
눈앞의 조주차를 공짜로 마셔대고 / 眼前白喫趙州茶
손 속에는 굳건히 범지화를 쥐었다네 / 手裏牢拈梵志華
외친 뒤에 귓문이 차츰차츰 젖어드니 / 喝後耳門飮箇漸
봄바람 어드멘들 산가가 아니리오 / 春風何處不山家
[주D-002]범지화 : 불법을 구할 뜻을 지닌 자에게 설법하는 것.
[주D-003]차츰차츰 젖어드니 : 원문의 ‘飮箇漸’ 세 자는 잘못된 듯함
추일만흥(秋日晩興) 3수
도황 해자 좋은 철을 서울에서 지내자니 / 稻黃蟹紫過京裏
기러기 나는 -원문 결- 가에 가을 흥이 끝이 없네 / 秋興無端?□邊
어정이라 저기 저 낚싯줄 늘인 곳에 / 最是漁亭垂釣處
갈매기 해방인 양 자유로이 조으누나 / 任放沙禽自在眠
지붕머리 은하수라 유기는 빗겼는데 / 銀河當屋柳旗斜
내일 아침 기쁜 일을 촛불꽃이 알려주네 / 喜事明朝占燭華
좋은 손님 오실 때는 술과 밥이 많을 테니 / 佳客來時多酒食
길한 상서 집에 가득 밤 빛도 하얗구나 / 夜光生白吉祥家
이끼 꽃 수도 없이 댓돌머리 솟아 나니 / 碧花無數出?頭
산 집의 제일 가을 짐작하고 남겠구만 / 占斷山家第一秋
석류 뒤 국화 앞에 구경거리 잇따르니 / 榴後菊前容續玩
장원홍 저게 바로 풍류를 아울렀네 / 壯元紅是竝風流
[주D-002]내일 …… 알려주네 : 촛불 심지에 꽃이 피면 재물을 얻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두보 시 “燈火何太喜"의 주석에 보임.
[주D-003]밤 빛도 하얗구나 :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虛室生白 吉祥止止”라는 글이 있음.
[주D-004]장원홍 : 자말리(紫茉莉)의 이명(異名).
초량(初?)
능각진 봉우리는 여위고 푸르다면 / 楞楞山出瘦靑意
슬슬한 가는 물살 깁 무늬 흐르누나 / 瑟瑟波明經?流
또렷또렷 먼 하늘에 외론 꿈 꼿꼿한데 / 的的遙天孤夢直
여기저기 이슬 땅엔 온갖 벌레 가을 소리 / 頭頭露地百蟲秋
민 행대장의 서장관 행차를 보내다
[送閔行臺丈書狀之行]
인생이 황하수를 건너지 못할진대 / 人生未得渡黃河
요연에 가 본 이도 그 또한 많지 않소 / 看到遼燕亦不多
지구를 감돌자면 무릇 얼마나 될고 / 繞出地毬凡幾許
호도껍질 그 속에서 때 놓칠 걸 한탄하네 / 胡桃殼裏歎蹉?
우통(尤?) 시인 옛제 부른 죽지사를 읽어보면 / 尤家昔唱竹枝詞
우리 동방 사이와 다르단 걸 알았거든 / 解識吾東異四夷
사모라 판포를 다투어 곱게 보며 / 紗帽版袍爭艶看
구주의 백성들이 곧 한관의 위의라고 / 九疇人是漢官儀
때마침 이역에서 가을 바람 만난다면 / 恰從異域過秋風
좋은 국화 시든 난초 생각이 많을밖에 / 佳菊衰蘭思不窮
정녕히 알고말고 요양성 바깥 길에 / 定識遼陽城外路
돌아가는 제비가 오는 기럭 원망하리 / ?敎歸燕怨來鴻
[주D-002]사모라 …… 곱게 보며 : 사모ㆍ판포는 조선 시대 사대부의 관복인데 중국의 아동들이 우리 사행(使行)의 장복(章服)을 보고 도리어 이상하게 여겨 다투어 구경하였음. 사모ㆍ관포란 말은 청 나라 이불(李?)의 《목당시집(穆堂詩集)》에 “紗帽版袍春人貢”이라는 글귀가 보임.
[주D-003]구주 : 기자(箕子)의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말한 것인데 기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므로 우리나라를 가리킴.
[주D-004]한관의 위의 : 사모ㆍ판포가 명 나라 복식이므로 한 말임.
[주D-005]좋은 …… 난초 : 위에 보이는 김상헌의 시를 말함.
서쪽 이웃의 이씨 노인에게 장난삼아 바치다
[?呈西隣李?】
백발로 즐거움 없어 자다 말고 길이 탄식하노니 / 白髮無歡寤歎長
서쪽 이웃 작은 모임에 좋은 자리 부러워라 / 西隣小集羨淸芳
느릅나무 잎새 떨어져 산집은 고요하고 / ?楡葉脫山齋靜
무를 쪄서 만든 사일의 떡이 향기롭네 / 蘿?蒸成社餠香
좋은 모임은 오늘 밤 달만큼 푸짐할 수 없고 / 嘉會莫饒今夜月
덧없는 인생은 흥취가 소년에게만 있다오 / 浮生只在少年場
아래께 비바람이 거듭 머리를 돌리어 / 向來風雨重回首
수척한 국화꽃이 이미 절반이나 상하였네 / 瘦損黃花半已傷
초가을에 대하여 여덟 가지를 읊다
[新秋八詠]
도화세풍(稻花細風)
이삭에 실바람 불어라 완전히 기울지 않아 / 細風吹穗未全斜
흔들리는 벼 야로의 집 울타리와 가지런한데 / ??平籬野老家
담록색 벼 열매는 아직 잎 속에 숨어 있고 / 淡綠?胎猶隱葉
노르스름한 분가루는 꽃이라 이름하네 / 微黃粉屑强名花
늙은이는 기뻐하며 갠 하늘 백로를 바라보고 / ?心喜悅看晴鷺
논 매던 손은 석양까지 한가히 조는도다 / 耘手閑眠到夕鴉
이곳이 바로 소요하며 날 보내기 좋아라 / 是處消搖堪遣日
권세의 길은 위험해라 기아가 있고말고 / 勢途危險有機牙
호리미월(瓠籬微月)
죽죽 뻗는 박넝쿨에 박 열매 드리웠는데 / 瓠葉??瓠子垂
반 갈고리 초승달이 집 서쪽에 기울었어라 / 半鉤新月屋西?
두어 흔적 희미한 달은 막 봉오리 펼쳤는데 / 數痕微白初開?
한 그물 푸르름엔 울타리를 분별 못 하겠네 / 一?純靑不辨籬
문에 나부끼는 나방은 박쥐 날개를 따르고 / 閃戶飛蛾隨?翼
마당에 앉은 늙은 개는 노인과 짝하였도다 / 坐庭老犬伴鷄皮
가을이라 술 빚어 술병을 기울이나니 / 秋來酒熟傾壺口
융왕이 월지로 술 마신 것 부럽지 않네그려 / 未羨戎王飮月支
초근충음(草根蟲吟)
벌레 소리 가을 뜻은 둘 다 흔적이 없고 / 蟲聲秋意兩無痕
기와 그림자 비껴 흘러 들집은 어둑한데 / 瓦影斜流野閣昏
선명한 뜨락 모래엔 이슬 방울이 맺히고 / 的歷庭沙生露眼
움직이는 숲 달은 담장 밑을 비추누나 / 婆娑林月照墻根
절로 굳은 절개 있어 경쇠 치길 좋아한 거지 / 自應?節欣敲磬
어찌 깊은 원한 있어 은총 못 입은 걸 한하랴 / 豈有深?恨覆盆
부질없이 인간의 게으른 아낙만 놀래킬 뿐 / 空向人間驚懶婦
천손까지 재촉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네 / 不聞催促到天孫
수초형비(樹梢螢飛)
남은 안개비 뚝뚝 떨어져 거친 들 적시어라 / 餘?滴瀝濕荒郊
개똥벌레 빛을 날리며 띠지붕을 지나네 / ??飛光度屋茅
담 머리에 구름이 짙어 갈 길을 놓쳤다가 / 垣角雲沈迷去路
뻘밭에 바람이 그치자 새순에 와서 앉아라 / 塘?風定妥新梢
풀 사이 요란하게 반짝인 건 상관할 바 아니요 / 非關草際千星亂
꽃 사이에 한 점 붙어 있는 걸 사랑하나니 / 自愛花間一點膠
서리 오고 낙엽질 때가 참으로 염려되어라 / 霜後飄零眞可念
굴도 없고 둥지도 없는 네가 가련쿠나 / 憐渠無穴又無巢
고림창흔(高林漲痕)
맑고 푸른 가을 강에 한 상앗대 깊어라 / 秋江湛碧一?深
지난 일 어리둥절하여 찾아 낼 길이 없구려 / 往事如狂不可尋
수숫잎은 바람에 한들한들 절벽에 붙어 있고 / ?葉?風棲峻壁
띠뿌리는 흙을 띤 채 높은 숲에 엉겨 있네 / 茅根帶土上穹林
쪽 곧은 평행선 물줄기는 누인 베를 가로놓은 듯 / 平行一字疑橫練
꺾여 가닥진 가지는 거문고줄 걸기에 알맞으리 / 衝折?枝合掛琴
상전벽해 천지개벽이 잠깐 사이의 일이니 / 靑海黃塵彈指事
목로집에서 주머니돈 아낌없이 털어 마시세 / ?頭莫惜倒囊金
현애초식(懸崖樵蝕)
기러기 줄 고기 비늘처럼 나란히 열을 지어 / 雁齒魚鱗隊隊排
슬픈 노래 호쾌한 피리로 나루를 함께 이르네 / 哀歌豪笛渡頭偕
책 뜯어 먹는 좀벌레가 붉은 절벽을 타고 오른 듯 / ?書小?緣丹壁
뽕잎 갉아먹는 봄 누에가 푸른 비탈을 오른 듯 / 蝕葉春蠶上翠厓
등 뒤에 붉게 쌓인 건 새 싸리나무이고요 / 背後赤?新?矢
손 끝에 늘어진 푸른 빛은 늙은 소나무 가장이라네 / 指端靑落古松釵
해마다 산간 초막집에 머무는 날이면 / 年年草棲山日
맑은 이슬 가을 바람 기후가 변함없구려 / 玉露?金氣不乖
석계완의(石溪浣衣)
하늘은 청명하고 해는 중천에 떴는데 / 玉宇澄明日未西
모든 집이 빨래하러 일제히 이르러라 / 千家??到來齊
열 폭의 옷은 온 바위를 덮어 펼쳐져 있고 / 十?衣鋪包全石
수많은 방망이 소리는 온 시내를 부술 듯하네 / 百杵聲高碎一溪
분주한 붉은 다리는 빈사의 여자종이요 / 赤脚亂行貧士婢
고개 숙인 검은 머리는 장사꾼의 아내로세 / 鴉?低首賈人妻
황혼에 빨래통 이고 늦게야 돌아오노라면 / 黃昏戴白携歸晩
사립문 안 홀만한 방에서 아이가 울어대네 / ?戶兒啼小似圭
사정쇄망(沙汀?網)
은하수 새벽에 하늘 가득한 별 옮기어라 / 明河曉轉滿天星
해 뜬 어부의 집에 버들잎이 푸르른데 / 日出漁家柳髮靑
발 틈으로는 맑고 푸른 물이 환히 비치고 / ?眼映開澄綠水
고기 비린내는 실바람 백사장에 진동하누나 / 魚腥吹動細風汀
희미한 그물 그림자는 지나는 나비를 놀래키고 / 熹微絲影驚過蝶
선명한 모래빛은 개똥불처럼 반짝이어라 / 的歷沙光閃亂螢
낮엔 말리고 밤엔 담그며 세월을 보내노니 / 晝?宵沈銷歲月
이 가운데서 꽤나 심령을 기를 만하네 / 此中多小養心靈
[주D-002]두어 흔적[數痕] : 달이 완전하게 하얗지 않고 속에 여기저기 거무스레한 점이 있는 것을 가리킨다.
[주D-003]한 그물[一?] : 여기서는 박넝쿨이 얼기설기 뻗어서 울타리를 덮고 있는 것을 형용한 말이다.
[주D-004]융왕(戎王)이 …… 것 : 융왕은 곧 서역(西域) 흉노(匈奴)의 임금인 묵특(冒頓)을 이름. 일찍이 흉노 임금 묵특이 월지국(月支國)을 격파하여 월지왕을 죽이고 월지왕의 두개골을 술그릇으로 만들어 술을 마셨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5]굳은 …… 좋아한 거지 : 공자(孔子)가 위(衛) 나라에서 경쇠를 치자, 삼태기를 멘 자가 그 문을 지나면서 말하기를 “마음을 둔 데가 있도다! 경쇠를 침이여!” 하더니, 잠깐 뒤에 다시 말하기를 “비루하도다! 굳고 잗닮이여!”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벌레의 울음소리도 자연의 섭리에 의해 절로 나온 것임을 비유한 말이다.《論語 憲問》
[주D-006]천손(天孫) : 베 짜는 일을 맡았다는 직녀성(織女星)의 별칭이다
가을에 해거 도위가 왔으므로 달밤에 앞 강에서 배를 띄우다
[秋日海尉至前江泛月]
달을 내고 나서 강을 내었으니 / 生月乃生江
하늘의 의사가 분명하도다 / 天公意分明
금물결 갑자기 번쩍번쩍 빛나니 / 金波忽??
그 누가 놀라 부르짖지 않으리오 / 何人不叫驚
바람 물결이 벽옥을 갈아 내니 / 風??碧玉
비루한 사내가 당장 청수해지네 / 鄙夫立地淸
황제가 처음 배를 만들 때에 / 黃帝作舟時
작은 배를 응당 먼저 만들어 / ?子應先成
이 경쾌한 물건을 물에 띄우고 / 泛此輕快物
용이하게 선경에 당도했으리 / 容易抵瑤京
왕성엔 십만 가호나 모여 살아 / 王城十萬家
연기가 늘 자욱이 끼어 있으니 / 煙火常相?
아무리 좋은 관현악이 있은들 / 縱有絲與竹
어떻게 맑은 소리를 낼 수 있으랴 / 何能發淸聲
이청풍 복현 이 가을에 찾아와 지은 시에 차운하다[次韻李淸風 復鉉 秋日相過之作]
서루에 홀로 서니 생각이 아득했는데 / 獨立書樓思渺然
나루터 석양 아래 나그네가 배를 돌려라 / 渡頭殘照客回船
단풍잎 한 숲 속엔 소가 걸어다니고 / 一林黃葉牛行路
만 조각 찬 구름 아랜 기러기 울며 날아가네 / 萬片寒雲雁叫天
늙은이 필력 신기하여 흐린 눈 닦고 보고 / 老筆有神?病眼
가을 산은 그림 같아 읊는 어깨 솟구쳐라 / 秋山如?聳吟肩
도주의 시구를 누가 능히 화답하리요 / 道州詩句誰能和
산음의 이현편에 부끄럽기 그지없네 / ?愧山陰理縣編
구월 이일에 성수가 오다
[九月二日惺?至]
단풍잎 국화꽃 아래 홀로 누각 기대 있는데 / 病葉寒花獨倚樓
조용히 노 저어라 황혼에 남주를 들렀네 / 黃昏柔櫓過藍洲
풀벌레는 산창의 밤에 함께 울어대고 / 草蟲同語山窓夕
벼논의 게는 멀리 택국의 가을이 생각키네 / 稻蟹遙憐澤國秋
상락주는 새로 빚어 초하룻날 마셨건마는 / 桑落新?聊朔飮
유랑하는 행색은 또 남녘으로 발길 돌려라 / 蓬飄行色又南?
인생의 떠돌이 생활 원래 정처가 없으니 / 人生契闊元無定
몇 번이나 협곡에 내린 배를 맞이할런고 / 能幾重迎下峽舟
흰구름[白雲]
갈바람이 흰구름에 불어 / 秋風吹白雲
하늘에 가려진 것 하나 없네 / 碧落無纖?
이 몸도 갑자기 가벼워져서 / 忽念此身輕
훌쩍 날아 세상을 나가고 싶어 / 飄然思出世
오징어 노래[烏?魚行]
오징어가 물가를 돌다가 / 烏?水邊行
갑자기 백로 그림자를 보았는데 / 忽逢白鷺影
새하얗기 한 조각 눈결이요 / 皎然一片雪
눈에 빛나기 잔잔한 물과 같아 / 炯與水同靜
머리 들고 백로에게 말하기를 / 擧頭謂白鷺
그대 뜻을 나는 모르겠네 / 子志吾不省
기왕에 고기 잡아 먹으려면서 / 旣欲得魚?
무슨 멋으로 청백한 체하는가 / 云何淸節秉
내 배에는 언제나 한 주머니 먹물 있어 / 我腹常?一囊墨
한 번만 뿜어내도 주위가 다 시커멓기에 / 一吐能令數丈黑
고기들 눈이 흐려 지척 분간을 못하고 / 魚目昏昏咫尺迷
꼬리 치며 가려 해도 남북을 분간 못하지 / 掉尾欲往忘南北
내가 입으로 삼켜대도 고기들은 깜박 몰라 / 我開口呑魚不覺
나는 늘 배부르고 고기는 늘 속는다네 / 我腹常飽魚常惑
그대는 깃이 너무 희고 털도 너무 유별나서 / 子羽太潔毛太奇
위 아래가 흰옷인데 누가 의심 안 하겠나 / 縞衣素裳誰不疑
간 곳마다 고운 얼굴 물에 먼저 비치기에 / 行處玉貌先照水
먼 데서 바라보고 고기 모두 피해가니 / 魚皆遠望謹避之
온종일 서 있은들 그대 무얼 기대하리 / 子終日立將何待
다리만 시근시근 배는 늘 고프지 / 子脛但酸腸常飢
까마귀 찾아가서 그 옷을 빌어 입고 / 子見烏鬼乞其羽
본색일랑 감춰두고 적당하게 살아가소 / 和光合?從便宜
그리하면 고기를 산더미같이 잡아 / 然後得魚如陵阜
암컷도 먹이고 새끼들도 먹일거네 / ?子之雌與子兒
백로가 오징어에게 말하기를 / 白鷺謂烏?
네 말도 일리는 있다마는 / 汝言亦有理
하늘이 나에게 결백함을 주었으며 / 天旣賦予以潔白
자신이 보기에도 더러운 곳 없는 난데 / 予亦自視無塵滓
어찌하여 그 작은 밥통 하나 채우자고 / 豈爲充玆一寸?
얼굴과 모양을 그렇게야 바꾸겠나 / 變易形貌乃如是
고기가 오면 먹고 달아나면 쫓지 않고 / 魚來則食去不追
꼿꼿이 서 있으며 천명대로 살 뿐이지 / 我惟直立天命俟
오징어가 화를 내고 먹물을 뿜으면서 / 烏?含墨?且嗔
멍청하다 너야말로 굶어죽어 마땅하리 / 愚哉汝鷺當餓死
귀양살이에서의 여덟 가지 취미생활[遷居八趣] 금호자고(金壺字考)에, 천인(遷人)은 적객(謫客)을 이른 것이라고 하였음
서풍은 집을 지나서 오고 / 西風過家來
동풍은 나를 지나서 가네 / 東風過我去
바람 오는 소리만 들릴 뿐 / 只聞風來聲
바람 이는 곳은 볼 수가 없어 / 不見風起處
위는 바람을 읊은 것[吟風]
밝은 달이 동해에 떠오르면 / 明月出東溟
금물결이 만리를 일렁이는데 / 金波?萬里
어찌하여 강 위에 뜬 달은 / 何如江上月
적막하게 그 강물만 비춰줄까 / 寂寞照江水
위는 달을 노래한 것[弄月]
뜻이 있어 구름을 보는 것도 아니며 / 有意不看雲
뜻없이 구름을 보는 것도 아니라네 / 無意不看雲
뜻이야 있거나 없거나 간에 / 聊將有無意
석양이 되도록 바라본다오 / 留眼到斜?
위는 구름을 보는 것[看雲]
고향이 예서 팔백 리나 되어 / 家鄕八百里
개거나 비오거나 그게 그거로되 / 晴雨無增損
갠 날은 왠지 가깝다 싶고 / 晴日思如近
비오는 날은 더 멀게만 느껴진다 / 雨日思如遠
위는 비를 대했을 때[對雨]
북극이 땅 위로 솟은 것이 / 北極之出地
천리에서 사도가 틀린다는데 / 千里差四度
그래도 망향대에 올라 / 猶登望鄕臺
서글픈 심사로 해 지도록 있다 / ??至日暮
위는 산에 오르는 것[登山]
흐르는 물 저절로 흘러가며 / 流水自然去
가도 가도 막힘이 없누나 / 活活無阻?
생각하면 천지가 창조될 때 / 憶得鴻荒初
산이 무너져 사태가 났던가보지 / 丘陵有崩汰
위는 물에 갔을 때[臨水]
백 가지 꽃 다 꺾어서 봐도 / 折取百花看
우리집 꽃만은 다 못하네 / 不如吾家花
그는 꽃이 달라서가 아니라 / 也非花品別
다만 우리집에 있기 때문이야 / ?是在吾家
위는 꽃을 찾는 것[訪花]
실버들 천 가지 만 가지 / 楊柳千萬絲
가지마다 모두가 청춘이로세 / 絲絲得靑春
그 가지들 봄비에 젖으면 / 絲絲霑好雨
가지가지 사람 괴롭게 만든다네 / 絲絲惱殺人
위는 버들을 찾는 것[隨柳]
국화 시절에 혜보ㆍ무구와 함께 죽란사에서 모임을 갖다
[菊花同?父无咎竹欄宴集]
옛날의 국화주를 / 舊日黃花酒
금년에는 조금만 기울이네 / 今年只細傾
남쪽 언덕에서는 예를 익히고 / 南皐猶讀禮
동쪽 산협으로 밭 갈러 왔다오 / 東峽已歸耕
성중의 풍류 맛은 떨어지고 / 城邑風流減
산 속이래야 기상이 원만하지 / 山林氣象?
국화 향기 아직은 남아 있어도 / 幽香雖未歇
계절은 이미 겨울로 가는구나 / 亦旣歲?嶸
꽃 아래서 혼자 마시며 정언 김상우를 생각하며 시를 써 부치다[花下獨酌憶金正言 商雨 簡寄]
국화 아래서 혼자 잔질하며 / 獨酌黃花下
머나먼 곳 사람 생각하네 / ??憶遠人
궁벽한 땅 누구와 함께 있을까 / 地偏誰共住
해 저물어 국화 너를 가까이하리 / 歲暮汝爲親
살짝 취해 시름 잠시 잊었더니 / 薄醉排愁暫
밝은 가지 새롭게 눈에 비치네 / 明枝照眼新
전해 듣기에 많은 백발들이 / 傳聞多白髮
쓸쓸히 강가에 가 누웠다네 / 寥落臥江濱
꽃 아래서 홀로 잔질하다[花下獨酌]
오모 차림으로 갈바람 속에서 / 烏帽秋風裏
국화 앞에 쓸쓸히 앉아 있네 / 蕭然坐菊花
그윽이 풍기는 너무 예쁜 색이 / 絶憐幽艶色
고적한 사람 위로를 해 준다 / 能慰寂료寥家
빛나는 태양 아래 누렇게 널려 있고 / 黃擺輝輝日
담담한 석양 놀에 분홍빛 간들거리네 / 紅吹澹澹霞
석공은 지금 보이지 않고 / 石公今不見
맑은 그림자 제멋대로 누워 있구나 / 淸影任橫斜
음주(飮酒)
국미는 취하게 만들어 좋고 / 麴米?皆好
운화는 안기를 비스듬히 하지 / 雲和抱更斜
혼자서 천 년 전 벗을 생각하고 / 獨思千載友
권세 있는 집안엔 가지 않아 / 不向五侯家
만물 형태도 변함이 없겠으랴만 / 物態寧無變
어이하여 우리 인생 한계가 있을까 / 吾生奈有涯
뜰에 옮겨 가는 해 그림자를 보게 / 閒看庭日轉
꽃 그림자 몇 가지로나 갈라지는가 / 花影幾枝叉
좋은 말들 앞 다투어 들어오고 / 細馬爭門入
고관들 와 집에 가득하면 / ?貂滿院來
의대가 달아오를까 걱정되어 / 直愁衣帶熱
짐짓 술집 곁으로 간다네 / 故傍酒家廻
마셔도 끄떡없어야 비범한 자이지만 / 牢落聊全性
고결한 자가 방탕해지기도 하지 / ?崎任散才
자기 만족이 그저 제일이니 / 所欣惟自適
우묵한 잔이라도 웃질랑 말게 / 莫笑?堂杯
자온대 밑에서 달밤에 뱃놀이를 즐기며
[自溫臺下汎月]
이처럼 맑디맑은 강 위의 달을 / 江月淸如此
인간 중에 그 뉘와 구경을 할꼬 / 人間誰與看
푸른 하늘 너무도 아름다운데 / 碧天容宛轉
가을 강물 똑같이 어우러졌네 / 秋水共?干
오늘밤에 호방한 놀이 이루어 / 廓落成今夜
타향에서 잠시 잠깐 즐거움 누리네 / 飄零得暫歡
끼륵끼륵 바다로 가는 기러기 / 一聲歸海雁
어인 일로 구름 끝 지나 가나 / 何事度雲端
산중에서 지은 절구[山中絶句]
바다 하늘 서릿기운 산 어귀에 들어오니 / 海天霜氣入山門
자줏빛에 분홍빛 비단폭이 어우러져 / 紫錦紅羅點綴繁
북한산의 백운대만 좋다고 말을 마소 / 莫說白雲臺上好
그곳 풍경 오로지 고향이 가까울 따름 / 風光?是近鄕園
고마 해가 지자 저녁 조수 밀려드니 / 姑麻日落暮潮來
갈바람에 돛단배 쌍쌍이 돌아오네 / 蒲帆秋風兩兩廻
너희들은 한양성 그곳에서 왔을 텐데 / 爾自漢陽城下發
요사이 국화꽃이 몇 가지나 피었더뇨 / 菊花能見幾枝開
백마강 물줄기는 하늘가에 비꼈는데 / 白馬江流天畔橫
부여라 옛 나라에 저녁 연기 깔렸네 / 扶餘故國暮煙平
눈을 들어 천여 리 산하를 바라보니 / 山河擧目千餘里
비바람 치던 삼한 전쟁이 사라졌네 / 風雨三韓小戰爭
가을이 되어[秋至]
작은 시내 시든 버들 산들바람 일어나니 / 小溪衰柳有輕風
서재의 새벽꿈에 가을 기운 들어오네 / 秋入書樓曉夢中
흘러가는 세월은 어찌할 도리 없거니 / 無可奈何?歲月
빈궁 영달 벗어나 내 취향을 따르리 / 從吾所好外窮通
술 끊으란 아내 요구 술 한층 더 마시고 / 妻要止酒彌崇飮
시 삼가란 벗 충고 시 구상을 더 한다네 / 友戒耽詩愈刻工
세상만사 생각하면 모든 것이 환상이니 / 萬事商量都是幻
도성문 밖 저 동쪽에 푸른 종산 드높다네 / 鍾山靑出國門東
가을밤 남고와 함께
[秋夜同南皐]
덧없는 세월 속에 반백 머리 안타까워 / 荏苒流光惜二毛
가을 회포 설레이지 않는 날이 없다오 / 秋懷無日不蕭騷
돌길 봉한 구름에 세 산이 아련하고 / 雲封石路三山逈
출렁이는 은하수 오경밤이 깊어간다 / 風動銀河五夜高
은어 태운 학사는 오히려 세속 그리고 / 學士焚魚猶戀俗
말을 탔던 산공은 수고로움 마다했지 / 山公騎馬枉辭勞
세밑에 외로이 읊는 시름을 뉘게 말하랴 / 孤吟歲暮愁誰語
차가운 잔 홀로 잡아 수고에게 권한다네 이때 남고(南皐)가 수고라고 자칭하였다.
/ 獨把寒杯勸瘦皐
[주D-002]말을 탔던 산공 : 산공은 진(晉) 나라 때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으로 이부 상서(吏部尙書)를 지냈던 산도(山濤)의 다섯째 아들인 간(簡)을 가리킨다. 산간이 정남장군(征南將軍)이 되어 양양(襄陽)에 있을 때 형주(荊州) 호족(豪族) 습씨(習氏)의 정원에 자주 놀러갔는데, 하루종일 술을 마시며 즐기다가 저물녘에 흰두건을 거꾸로 눌러쓰고 말등에 올라타 돌아왔다 한다. 흔히 술을 취하도록 마신다는 뜻으로 인용된다. 《晉書 卷43 山簡傳》
단풍을 읊다. 절구[詠紅葉絶句]
기울어진 암벽이 중천에 높이 솟아 / 側壁??到半天
날다람쥐 건너려도 의지할 게 전혀 없네 / 蒼?欲度絶攀緣
어느 누가 빨간 연지 듬뿍 묻은 붓으로 / 誰將颯沓?脂筆
서시의 눈썹 가에 아름답게 찍어놨나 / 細點西施翠黛邊
크고 넓은 바윗돌 구름 기운 배었는데 / 盤陀老石飽陰?
뻗은 덩굴 그윽하고 이끼 자라 두툼하다 / 風蔓幽幽土蘚肥
한 장의 붉은 일산 밑에 앉아 즐기노니 / 坐愛一張紅傘子
석양에 빛난 빛이 사람 옷에 가득하네 / 夕陽輝映滿人衣
윗가지는 붉어 곱고 아랫가지 누르스름 / 上枝紅艶下枝黃
병중의 단장인가 누런 모습 쓸쓸하다 / 黃暈蕭條病裏?
하늘이 단비 이슬 아낀 것이 아니라 / 不是天心?雨露
약한 가지 모진 풍상 견디지를 못해서지 / 無緣弱質冒風霜
해묵은 도랑가에 시들어진 가을풀 / 秋草離離古澗邊
외론 꽃가지 하나 사랑겹기 그지없네 / 一枝孤艶更堪憐
여보게들 이걸 꺾어 운대 향해 가지 마소 / 且休折向雲臺去
자줏빛에 붉은 비단 눈앞에 널렸거니 / 紫錦紅羅滿眼前
둥글넓적 나비 나래 뾰족한 제비 꼬리 / 蝶翅翩燕尾尖
온갖 모양 가위로 섬세하게 오려낸 듯 / 交刀剪出巧纖纖
잎사귀마다 이처럼 기묘함을 이뤘으나 / 雖令葉葉成如許
일만 섬 붉은 서리로 어찌하며 물들일꼬 / 那得紅霜萬斛霑
가을비가 내리는 날 남고를 기다려도 오지 않으므로 쪽지를 보내 초청하였다
[秋雨 期南皐不至 簡邀]
저번에 풍우칠 때 만나잔 약속 / 夙昔期風雨
다정하게 지키어 어기지 마소 / 殷勤戒莫違
자주자주 못 만남 또한 아는데 / 亦知無數數
이제 또 비 뿌리니 어찌하리까 / 其奈又??
못가의 집 차가운 꽃이 고요코 / 池館寒花靜
시냇다리 낙엽이 흩날리누나 / 溪橋落葉飛
다행히도 찾아온 손님이 없어 / 幸稀車馬客
작은 서실 단정히 앉아 있다오 / 端坐小書?
가을 마음[秋心]
부슬부슬 산중 비가 차가운 못에 뿌리니 / ??山雨落寒塘
가을 풀 가을꽃이 작은 담에 누웠구나 / 秋草秋花臥小牆
설령 푸른 하늘이 깨끗하게 갠다 해도 / 縱使碧天澄霽了
시든 화초 그 어찌 오경 서리 대항하랴 / 殘芳那抵五更霜
우물가 차가운 연기 푸른 오동 감쌌는데 / 金井寒煙鎖碧梧
두레박 소리 끊기자 우는 까마귀 지나간다 / ??聲斷度啼烏
해가 지고 별 나올 적 천금이나 다름없는 / 偏知日沒星生際
황혼 무렵 한 시각이 사그라짐 느끼겠네 / 銷得黃昏一刻殊
우수수 가을바람 버들가지 불어대니 / 秋風??柳彊彊
가지마다 잎 떨어져 춤사위가 볼품없네 / 拂盡千條舞不長
귀공자여 찾아와서 말고삐 매지 마소 / 莫敎王孫來繫馬
병든 허리 자줏빛의 고삐가 부끄러워 / 病腰羞殺紫絲?
곱디 고운 월계화 한 떨기 꽃나무가 / 月季嬋娟一瓣團
한쪽에는 떨어지고 한쪽에는 싸늘하다 / 半邊虧落半邊寒
생각난다 지난날 봄바람에 좋게 피어 / 憶曾好發春風裏
자줏빛에 붉은빛을 우리 함께 보았지 / 時紫時紅許共看
산골 석류 옹골차고 해변 석류 둥글둥글 / 山榴磅?海榴團
바람에 가지 흔들려 편안치를 못하구나 / 搖蕩風枝耐却安
어이 애써 시고 쓴 물속에 가득 머금고서 / 何若滿含酸苦汁
요염하게 붉은 뺨 사람 눈길 끄는지 / 巧將紅頰媚人看
가을바람을 주제로 두보의 운을 차한 여덟 수
[秋風八首次杜韻]
온 누리의 구멍에 일제히 이는 바람 / 衆竅齊吹雜嘯吟
높은 하늘 휘몰아쳐 가을 음기 밀어내네 / 長天?闔?秋陰
일만 골짝 찬 구름에 교룡이 조화부리고 / 寒雲萬壑蛟?變
일천 숲 안개비에 제비 참새 자취 없어 / 煙雨千林燕雀深
이슬 받던 손바닥 푸른 연잎 꺾이었고 / 綠藕?垂承露掌
서리 견딘 굳은 마음 붉은 파초 끊어졌구나 / 紅焦鬪斷耐霜心
꽃다운 초목 점차로 세밑으로 달려가니 / ??群芳趨歲暮
시름 생각 어지러워 거문고를 의지하네 / 幽愁?亂倚枯琴
서산 위의 누런 구름 저녁 까마귀 일어날 제 / 西嶽黃雲起暮鴉
시내 건넌 차가운 비 모래알이 날리누나 / 度溪寒雨定飛沙
음산한 첩첩 산중 외론 나무 흐릿하고 / 陰?疊?迷孤樹
겹성에 밥짓는 연기 집집마다 싸늘하다 / 煙火重城冷萬家
지붕에 매인 늙은 오이 시든 덩굴 남았고 / ?屋老瓜餘敗蔓
섬돌에 덮인 연한 이끼 꽃무늬가 바래졌네 / 緣階弱蘚洗團花
창가에 홀로 취한 술 무엇으로 해소할꼬 / 當?獨醉憑誰解
향로 연기 사라질 때 저녁 차를 맛본다오 / 金鴨銷時點晩茶
운길산 산기슭에 누런 잎이 흩날리니 / 雲吉山前黃葉飛
소양강 이북에서 철 이른 기럭 돌아오네 / 昭陽江北早鴻歸
낮은 무논에 자란 벼 이제 붉게 익었고 / 汚邪水稻紅初熟
팔딱 뛰는 냇물 고기 희뿌옇게 살쪘구나 / 撥剌溪魚白正肥
장한은 진정으로 순채 생각 이뤘거니 / 張翰眞成憶蓴菜
전군 어찌 반드시 마의를 저버리랴 / 錢君豈必負麻衣
세속에서 물러남은 실로 좋은 일이건만 / 世間休退誠能事
절반은 남에 의해 절반은 자신이 어겨 / 半被人牽半自違
상쾌한 강호에는 해와 달이 한가론데 / 瀟?江湖日月遲
한 장이라 홍패에 마음 기약 틀려졌네 / 紅牌一面誤心期
뱀비늘에 숨은 신세 끝내 누굴 기다릴꼬 / 蛇?避景終誰待
모기 눈썹에 지은 둥지 그 또한 위태로워 / 蚊睫營巢也自危
저문 계절 처마끝은 구름 속에 아스랗고 / 歲晏?稜雲裏逈
몸 한가해 주렴을 빗속에 드리웠네 / 身閑簾幕雨中垂
계자 또한 어쩌면 좋은 계책 없으리니 / 唯應季子無長策
영예가 굶주림을 구제한다 아니 믿어 / 不信榮名解救飢
드높은 산 큰 도읍 철관이 웅장한데 / 華嶽名都壯鐵關
오문이라 대궐 길 구산에 곧장 닿았네 / 午門輦路直?山
푸른 하늘 돌기둥은 무지개 타 달아나고 / 靑天石柱騎虹?
넓은 바다 유람선은 달빛 몰아 돌아온다 / 滄海樓船駕月還
기중가가 들어오니 보는 자가 놀라고 / 起重架來觀者愕
유형차가 굴러가자 일꾼들이 한가롭네 / 游衡車轉役夫閒
지난 봄에 길을 가다 중령포를 지났는데 / 前春路過中?浦
삼나무며 전나무들 울창하여 올라볼 만 / 杉檜森森尙可攀
삼일포란 이름난 호수 십주속에 들었는데 / 三日名湖列十洲
머언 옛날 영랑이 술랑 짝해 노닐었지 / 永郞云伴述郞游
깊은 못의 신룡은 요초 갈기 서투르고 / 湫龍不慣耕瑤草
둥지의 학 놀잇배 떠가는 소리 들을 뿐 / 巢鶴唯聞駕綵舟
상전 벽해 도리어 눈앞의 일이라면 / 碧海桑田還卽事
백제 소언 그 또한 풍류가 아니었나 / 白?蘇堰也風流
신선이 벽곡한 일 뉘라서 믿을 건고 / 神仙?穀能誰信
가을철에 백 두락의 메벼를 거둔다네 / ?稻秋天百頃收
태액지 동쪽에 홍화문이 드높은데 / 弘化門臨太液東
겹지붕의 복도가 안으로 서로 통했구나 / ??閣道內相通
들창문에 동방 햇살 거꾸로 내리쏘고 / ??倒射蒼龍日
날쌘 바람 버드나무 살랑살랑 불어오네 / 楊柳徐吹駿馬風
당 나라 때의 사신은 모두 책부 관리였고 / 唐代詞臣皆策府
한 나라 때의 훈척은 전부 원수들이었지 / 漢家勳戚摠元戎
건양문 서쪽 가에 대궐문이 열렸는데 / 建陽西畔開?闔
오색 안개 그 안에 옥서 은대 들어 있네 / 玉署銀臺彩靄中
오경밤 촛불 아래 시 쓰기 게으른데 / 五更殘燭懶題詩
꼬끼오 어린 숫닭 새벽 소식 더디네 / ?膊雛鷄報曉遲
맑고 찬 가을 기운 야윈 뼈를 침범하고 / 秋氣澄寒侵瘦骨
쓸쓸할사 취한 시름 눈썹 위에 오르누나 / 醉愁牢落上疏眉
해국이라 문장이 정교해도 진부하고 / 文章海國工猶朽
세속길에 명예 규범 깨끗해도 위태롭네 / 名?塵途潔亦危
일만 가닥 얽힌 생각 그 모두 허무할 뿐 / 萬緖?紆皆妄耳
아무쪼록 헌호따라 흉금을 펼쳐야지 / 須從軒昊展心期
[주D-002]장한은 …… 이뤘거니 : 진(晉) 나라 오군(吳郡) 사람인 장한(張翰)은 대사마동조연(大司馬東曹?)을 지내다가 고향의 순채국과 농어회가 그립다는 이유로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주D-003]전군 …… 저버리랴 : 마의는 포의(布衣)와 같은 말로, 평민의 신분을 뜻한다. 전군은 누구인지 자세하지 않다. 곧 시골 사람이 한때 세상에 나가 벼슬살이를 한다 해도 결국 시골 생활을 잊지 않고 돌아온다는 뜻으로 보인다.
[주D-004]계자 : 전국시대 유세가(遊說家) 소진(蘇秦)을 가리킨다. 연(燕)ㆍ조(趙)ㆍ한(韓)ㆍ위(魏)ㆍ제(齊)ㆍ초(楚) 등 여섯 나라에게 서로 동맹을 맺고 진(秦) 나라를 대항하도록 유세하여 여섯 나라의 상인(相印)을 차고 종약(縱約)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주D-005]드높은 …… 돌아온다 : 철관은 중국 서역(西域)의 지명이고, 오문은 궁궐 정문의 별칭이고, 구산은 중국 하남(河南) 언사(偃師)의 동남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넓고 웅장한 중국을 환상적으로 노래한 것으로 보이나 자세하지 않다.
[주D-006]십주 : 조주(祖洲)ㆍ영주(瀛洲)ㆍ현주(玄洲)ㆍ염주(炎洲)ㆍ장주(長洲)ㆍ원주(元洲)ㆍ유주(流洲)ㆍ생주(生洲)ㆍ봉린주(鳳麟洲)ㆍ취굴주(聚窟洲) 등이다. 모두 팔방(八方)의 바다 가운데에 있으며 신선이 산다고 한다.
[주D-007]요초 : 선경에서 자란다는 진기한 풀.
[주D-008]백제 소언 : 송 나라 문장가 백거이(白居易)가 쌓은 제방과 소식(蘇軾)이 쌓은 제방을 가리킨 듯하다. 소식은 광동(廣東) 혜주(惠州)로 좌천되었을 때 서호(西湖)에 제방을 쌓고 그것을 사들여 방생지(放生地)로 삼았다 한다.
[주D-009]책부 : 고대에 제왕의 서책을 간직해 둔 곳인데, 여기서는 한림원을 가리킨 듯하다.
[주D-010]헌호 : 중국 태곳의 제왕인 황제 헌원씨(黃帝軒轅氏)와 태호 복희씨(太昊伏羲氏)의 합칭으로, 순박하던 태고시대를 가리킨다
가을밤에 지은 절구[秋夜絶句] 남고(南皐)와 함께 지었다
아침 구름 시꺼멓고 저녁 구름 누런데 / 朝雲?黑暮雲黃
짙은 그늘 깊은 골짝 온 숲이 쓸쓸하다 / 脩壑層陰萬木荒
까막까치 깃든 뒤에 차가운 못 지나가며 / ?耐鵲棲鴉定後
슬피 우는 기럭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네 / 一聲哀雁度寒塘
석류 열매 흔들려 종려 잎을 때리는데 / 榴?搖蕩打棕髥
가을비 가을바람 작은 주렴 침범하네 / 秋雨秋風鬪小簾
깊숙한 방 단정하게 숙녀처럼 앉았으니 / 端坐曲房如靜女
한 가닥 향로 연기 가녀리게 피어난다 / 一爐香縷上纖纖
서울거리 삼경 밤 시간은 깊어가는데 / 紫陌三更漏報?
징소리 낭랑하고 북소리 낭랑하며 / 金聲??鼓聲寒
문밖 길에 우르릉 수레가 굴러가니 / ??轍跡門前路
서리맞은 신발 차림 높은 관리 달려가네 / 一對霜靴走達官
가을밤[秋夜]
사랑스런 임천에 정이 있는데 / 情結林泉愛
문 밖에는 오가는 거마의 소리 / 門臨車馬音
대난간을 열심히 엮어 맞추나 / 竹欄勤點綴
꽃나무 잎 시들어 앙상하기만 / 花木强蕭森
찬 이슬 가지마다 빛깔 다른데 / ?露枝枝色
가을벌레 저마다 울음을 우네 / 秋蟲喙喙吟
혼자 걷다 다시금 혼자 앉을 제 / 獨行還獨坐
밝은 달이 그윽한 흉금에 비춰 / 明月照幽襟
온천에서 느낌을 쓰다[溫泉志感]
경진년 과거사를 또렷하게도 / 歷歷庚辰事
유민들이 이제껏 얘기를 하네 / 遺黎說至今
복성이 세자 행차 따라왔는데 / 福星隨鶴馭
한밤중 높고 맑은 노래 들렸네 / 中夜聽龍吟
쌀 주어 망가진 밭 보상하였고 / 賜米酬殘圃
조세 감면 장마의 피해 위문해 / ?租問苦霖
내린 분부 사신이 따르지 않아 / 使臣違敎令
울분에 찬 백성들 마음 보겠네 / 扼見群心
[주D-001]복성 : 목성(木星), 또는 세성(歲星)이라고도 하는데 그 별이 비치는 곳에는 백성이 복을 받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주D-002]쌀 …… 보상하였고 : 장헌세자를 호위했던 금군(禁軍)의 말들이 민간인의 수박밭을 짓밟아 수박이 깨지고 덩굴이 뽑혔는데, 세자가 그 말을 듣고 그 피해를 후하게 보상했던 일을 말한다. 《俟菴先生年譜》
[주D-003]내린 …… 않아 : 장헌세자가 온천의 서쪽 담장 밑에서 과녁에 다섯 개의 화살을 쏘아 명중시키고 그것을 기념하여 그 자리에 홰나무 한 그루를 손수 심은 뒤에 단(壇)을 둘러 쌓도록 분부하였는데, 세자가 떠난 뒤 그 고을 수령이 그 분부를 따르지 않았다. 사신은 수령을 가리킨다. 《俟菴先生年譜》
저물녘 수원에 당도하여[暮次水原]
살랑바람 길손 길 날이 저문데 / 客路輕風暮
관가 누각 단청한 기둥이 밝네 / 官樓?棟明
지난날 마을 주막 길이 아련코 / 閭閻迷舊店
새 진영 고각소리 웅장하여라 / 鼓角壯新營
객창의 잠자리에 성주 그리고 / 旅宿懷明主
편히 사는 시골의 백성 부러워 / 安居羨野氓
주구를 가까이서 우러러보니 / 珠丘瞻密邇
승냥이 범 어찌 감히 밟을까보냐 / 豺虎敢縱橫
가을 문암산장에 노닐며
[秋日游門巖山莊]
필마라 간단한 차림 한양을 벗어나니 / 匹馬輕裝出漢陽
푸른 산 붉은 나무 또다시 선향이로세 / 靑山紅樹又仙鄕
이 걸음은 태반이 천석 구경 위한 거라 / 此行强半爲泉石
본디 마음 벼베기 때문만이 아니라네 / 本意不全謀稻粱
묵객이라 풍류는 활달한 게 본색이니 / 墨客風流須曠達
야인이 속이는 것쯤 아랑곳 아니하네 / 野人欺蔽任毫芒
금년에도 전원의 언약 이미 어긋나니 / 今年已敗田園約
한마당의 꿈 언제나 대궐에 감돈다네 / 一夢尋常繞肅章
가을에 문암산장에서 지은 잡시
[秋日門巖山莊雜詩]
서까래 두서너 개 호젓한 초가집에 / 茅棟蕭條只數椽
뜰에 가득 향그런 벼 흐뭇하게 바라보니 / 恰看香稻滿階前
동방삭의 장안 쌀이 절로 생각나는구나 / 試思方朔長安米
구양수의 영미 전원 그것과는 어떨는지 / 爭似歐陽穎尾田
골짝 깊고 샘물 차서 기온 아니 고른데 / 谷深泉寒氣未平
구월이라 동풍이 너무도 무정하네 / 東風九月太無情
금년에 찰벼 심어 후회가 막심하니 / 今年悔種?毛?
내년에는 아무쪼록 메벼를 심어야지 / 來歲須栽坼背?
산속이라 풍경은 늦가을에 접어들어 / 山裏煙光屬晩秋
온 가족 빠짐없이 돌밭머리 나와 있네 / 全家都在石田頭
볕에 말린 목화는 아이에게 줍게 하고 / 棉花日?敎兒拾
서리 맞은 콩깍지는 할멈 시켜 거둔다네 / 豆莢霜凋??收
서쪽으로 오 리쯤에 어시장과 서로 통해 / 水市西通五里?
늦가을 강어귀에 장삿배가 들어오네 / 高秋穴口賈船來
아침상의 새우국 이상하다 하였더니 / 朝盤怪有紅鰕漿
어젯밤 숯을 팔고 돌아왔다 이르네 / 聞道前宵賣炭廻
나무꾼이 앞산에서 노루 잡아 돌아오니 / 樵?前林打鹿歸
온 마을 환호소리 산중 사립 술렁이네 / 一村?賀動山扉
흙화로에 구워내고 파 마늘 곁들이니 / 地爐燒炙兼蔥蒜
농가에선 고기맛 못 본다고 뉘 말하리 / 誰道農家未齧肥
청제봉 북쪽으론 칠원과 접해 있어 / 靑帝峯陰接?園
아름다운 산수가 무릉도원 흡사한데 / 溪山恰是武陵源
금년에는 쌀독 빌까 걱정할 게 없으렷다 / 今年不患罌無粟
팔구 뿌리 인삼을 이제 방금 캐냈으니 / 新採人蔘八九根
삼경 밤 울타리에 사나운 범 들어와 / 籬落三更猛虎來
우레 같은 한 소리에 온 산중이 고요터니 / 萬山寥寂一聲雷
소년 하나 사립문을 밀치고 빠져나가 / 少年獨出柴門去
시내까지 쫓아가서 개 빼앗아 돌아오네 / ?到前溪取狗廻
석문이라 동쪽에는 절간이 그윽한데 / 禪房窈窕石門東
산중 잎 서리 맞아 일만 나무 빨갛네 / 山葉經霜萬樹紅
어찌하면 지둔같은 고승을 한 번 만나 / 安得僧如支遁者
시냇물과 구름 속을 나귀 타고 왕래할꼬 / 騎驢來往水雲中
가을날 회포를 적다[秋日書懷]
동녘으로 향해가면 우리 집 수운향이라 / 吾家東指水雲鄕
생각하니 가을이면 즐거운 일 많았었지 / 細憶秋來樂事長
밤밭에 바람 불 제 붉은 열매 떨어지고 / 風度栗園朱果落
어촌에 달이 뜰 제 자줏빛 게 향그로웠지 / 月臨漁港紫?香
마을길 잠시 걸어도 모두가 시의 소재 / 乍行籬塢皆詩料
구태여 돈 들여서 술 마실 필요 없어 / 不費銀錢有酒觴
객지 생활 여러 해에 돌아가지 못하고 / 旅泊經年歸未得
고향 편지 올 때마다 남몰래 마음 아프네 / 每逢書札暗魂傷
가을날 배를 타고 두모포로 나가다
[秋日乘舟出豆毛浦]
지는 햇살 강촌을 내리비칠 때 / 落日臨江屋
맑은 가을 두메골 올라가는 배 / 淸秋上峽船
돛을 높이 달고서 가지 못하고 / 不成揚帆過
쓸쓸히 등불 벗해 잠을 이뤘네 / 聊作伴燈眠
산골짜기 은거할 높은 뜻 지녀 / 丘壑懷高志
시서 익힌 젊은 날 애석할 따름 / 詩書惜壯年
명예 마당 하찮은 이해와 득실 / 名場小得失
약한 아내 동정을 도리어 받네 / 還被弱妻憐
월파정에 올라[登月波亭]
낙동강 위에 있는데 곧 선산(善山) 땅이다
누관은 인물 따라 세워졌는데 / 樓館從人設
풍연은 지방마다 서로 다르네 / 風煙逐地殊
빈 강물엔 옥토가 잠기어 있고 / 水虛涵玉兎
솟은 산은 금오와 잇닿았고녀 금오산성(金烏山城)은 부상(扶桑)과 약목(若木) 사이에 있다. / 山聳接金烏
뱃길은 남쪽 바다 멀리 통하고 / 舟楫通南海
관방되어 도성을 보호한다네 / 關防護上都
아내가 그런대로 정분이 있어 / 細君頗有分
산천 유람 어울려 함께 한다오 / 遊覽與之俱
웅진에서 고적을 회상하며[熊津懷古]
공산(公山)은 백제의 옛 도읍지이다
서리맞은 숲 너머 하얀 성이요 / 粉堞霜林外
금강이란 강에는 붉은 배로세 / 紅船錦水中
들판은 넓디넓은 금마 잇닿고 / 地連金馬闊
산봉우리 웅장한 계룡 마주해 / 山對碧鷄雄
서글퍼라 도읍지 자주 옮기어 / 都邑悲遷變
나라의 지도 서적 어지럽기만 / 圖書憶混同
공연히 천험 요새 버려 던지어 / 無端棄天險
용을 낚는 공적을 이루게 했네 / 成就釣龍功
공주에 당도하여 이장을 만나 함께 길을 가면서
[行次公州逢李丈偕行] 이장은 소암(蘇巖)이다
금릉을 향해 가던 도중에 / 知向金陵道
금강이라 강변에 함께 만나서 / 相逢錦水邊
바람 앞에 한쌍의 검정색 일산 / 風前雙早蓋
흰 눈 속에 하나의 붉은 배로세 / 雪裏一紅船
꾸준히 길을 걸어 쉬지를 않고 / 行邁仍無倦
시를 지어 스스로 읊음도 좋아 / 詩篇好自傳
병속에는 죽력이 들어 있기에 / 壺中有竹瀝
돈을 쓰지 않고도 실컷 마시네 / 取醉不須錢
[주D-001]금릉 : 경상북도 김천(金泉)의 옛 이름이다.
[주D-002]죽력 : 대나무를 불에 구워 받아낸 대나무 진액으로, 담(痰)을 녹이고 열을 내리는 약으로 쓰인다
하담에서 유숙하며[宿荷潭]
서글퍼라 서로 돌아온 배는 / ??西歸櫂
어느새 칠년 세월 까마득한데 / 微茫已七年
이제는 치포관을 드높이 쓰고 / 緇冠今突爾
당당할사 화개가 펄펄 나네 / 華蓋獨翩然
해묵은 풀 첫눈에 얽히어 있고 / 宿草纏初雪
저녁 연기 삼나무 감싸 덮었다 / 高?冪暮煙
깃들인 참새들이 짹짹거리니 / ??有棲雀
흐르는 눈물방울 어찌 거두리 / 那禁涕漣漣
[주D-001]화개 : 호화로운 일산으로, 흔히 높은 관리가 이용하는 물건으로 인용된다.
실제(失題)
맑은 새벽 옛 우물에 양치하니 / 淸晨漱古井
옛 우물이 붉어 타는 듯하구나 / 古井紅如燃
복사꽃 만발한 걸 알지 못하고 / 不知桃花發
단사천 있지 않나 의심을 하네 / 疑有丹砂泉
뭇 꽃다움 시내 집에 비추이는데 / 群芳照澗戶
아침 해에 조각 노을 불그레하네 / 朝日片霞紅
숲의 새는 짓궂게도 꽃잎 쪼으니 / 林禽啄花?
이따금 술잔 안에 떨어뜨리누나 / 時時落酒中
약 캐는 길 외딴 곳에 뚫리었는데 / 藥徑通幽?
등라 얽힌 마루에 운무가 쌓였네 / 蘿軒積雲霧
산사람 홀로 앉아 술 따를 적에 / 山人獨酌時
나는 꽃과 더불어 다시 만나네 / 復與飛花遇
시내를 타고 가다 살짝 앉으니 / 緣溪行且坐
인정을 사로잡는 곱고 푸르름 / 芳綠近人情
사랑에 겨워 원심처에 이르니 / 愛到源深處
꽃과 버들 밝아 마을이 있네 / 有村花柳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