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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린다 노트
Genes I’d gotten from my father and mother ― not that I have any recollection of what she looked like ― created this face.
Haruki Murakami, Kafka on the Shore.
9월 20일자 국내뉴스 중 외신 하나에 관심이 꽂혔다. 지난 8월 27일 미국에서 발생한 유아실종사건이었는데, 사건 발생 12일 만인 지난 9월 8일 실종된 아기의 엄마가 자살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아기엄마의 자살이 사건 해결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밝히는 것을 보면 아기엄마를 용의자 선상에 놓고 내사를 벌였던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주목하기를, 아마도 기자는 이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기사를 썼던 것 같다, 아기엄마가 자살 바로 직전일에 방송사 인터뷰를 했고, 이날 녹화된 인터뷰 내용이 아기엄마가 자살한 날 밤 방영되었는데, 출연자를 과격하게 몰아붙이는 방송 진행자의 태도가 아기엄마의 자살을 불렀다는 논란이 더욱 분분해지는 모양이다. 방송을 본 아기엄마의 가족은 방송 진행자가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라고 공개적인 비판을 가했다는 것이다.
속보가 아니었고, 이미 아기엄마가 자살한지 열이 일이 지난 시점의 기사였다. 사건이 발생한 지는 이십사 일, 그렇다면 이 사건과 관련해 제기될 웬만한 문제점들은 거진 불거진 후일 것이었다.
사건은 미 플로리다 주 레이크 카운티의 리스버그 시에 사는 멜린다 덕킷(21)이 두 살 난 아들 트렌튼 덕킷(2)의 실종을 911에 신고함으로써 시 경찰국의 수사가 시작되었다. 수사의 핵심은 트렌튼의 행방을 밝혀 아기를 찾아 가족의 품에 안겨주는 데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유괴범을 잡아 사회 악행을 응징하려는 것은 경찰의 본분이다. 이런 관점에서, 사건을 신고한 아기엄마의 알리바이는 경찰의 초동 수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수사의 방향을 결정짓는데 중대한 자료가 된다. 아울러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물이, 목격자 확보라든가 하는 단서들이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뒤따라 나타난다.
경찰은 아기엄마의 변호사를 통해 확보한 멜린다 덕킷의 알리바이를 따라 수색작업부터 벌였다. 멜린다가 아기를 차에 태우고 외출했다가 길을 잃어 8시간이나 배회했다고 말한 센트럴 플로리다 지역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트렌튼의 행방을 탐지해낼 만한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멜린다는, 물론 그녀의 변호사의 조언을 따라 결정된 행동이기는 하지만, 경찰의 수사에 그다지 협조를 하지 않았다 전한다. 멜린다는 진술과정에서 거짓말 탐지기 부착조차 응하지 않았다. 응당 멜린다의 알리바이라든가, 그녀의 비협조적인 진술 자세는 실종된 아기의 엄마가 취할 처신이 아니었던 게 사실이고, 이런 행동으로 인하여, 그녀가 의심을 받는 상황은 충분히 설명된다. CNN 헤드라인 뉴스의 멜린다와의 7일 인터뷰도 이런 정황을 포착하는 (뉴스메이커로서의) 직관적 통찰에 의해 시민의 알 권리를 추구한 결과였던 게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논란이 부추겨지고 그러면서 문제의 핵심이 감정적으로 격하게 증폭되는 상황이 된 것은 경찰의 대응이 좀 안이하게 읽히는 반면, 그날 뉴스 진행자의, 낸시 그레이스, 모습은 경찰보다도 더 ‘경찰적’으로, 피해자를 인터뷰하는 게 아니라 피의자를 탐문하는 것 같은 양상인 데 있는 것 같다. 뉴스 진행자 낸시 그레이스는 검사출신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간에, 아이를 유괴 당한 어미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미의 사연 깊을 사건이었다. 즐겨찾기 추가에 멜린다케이스 라고 목록제목을 타이핑해 넣고 기사를 저장시켜 두었다.
아기엄마는, 멜린다 덕킷, 한국계였다. 아기 때 입양돼 미국에서 자랐고, 스물한 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기엄마였던 그녀가 그 아이를 잃고 나서, 또 그로 인해 상심한 나머지 스스로 생을 마치게 되었다는 보도 내용에서 비애감이 묻어났다. 아이를 잃은 어미. 좀 말 많은 세상일진대, 아이를 잃은 부모를 지칭하는 고유명사 하나가 없는 세상인 것을 보면,[1] 아이를 잃는 부모의 처지란 아마도 세상 사람 모두가 우선은 피하고 싶은, 비극인 게 맞다. 트로이 패망 후, 노예신분으로 전락하고, 남은 자식들마저 모두 잃게 돼 자신의 고통은 그간 누렸던 트로이의 딱 그 영광만큼 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그리고 슬픔을 견디지 못하여 끝내 자살하게 되는 그리스비극의 헤카베[2]가 생각난다. 그녀의 영광과 고통의 황금 머리띠를 쓸만한 이가 세상에는 없다는 애가가 게 없지 않아 보였다.[3] 아이를 잃는 어미 멜린다의 헤케베적 심정토로 ― 유서에 관한 언급이 일체 없다는 데 물웅덩이가 있었다.
한 주 가량 지났을까. 사건의 추이가 궁금했던 차에 관련 기사를 대할 수 있었다. 출처가 처음 것과 같은 업데이트 기사였다. 9월 28일자.[4] “당신들은 뜬소문을 만들고 사실을 왜곡했다”라는 헤드라인이 달려있었다. 놀랍게도, 기사의 헤드라인은 멜린다가 남긴 유서 내용에서 인용한 문구로, 지난 9월 8일 자살한 멜린다의 유서 존재 사실이 그만큼 충격적인 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당연히 내용은 긴박감이 돌았다. 아, 독자의 마음을 쏠게 만드는 비보였다. 물론 이 기사가 속보는 아니었다. 유서가 공개된 날짜는 지난 9월 23일이었고, 그것은 멜린다가 자살한 지 무려 15일이 지난 때늦은 발표였다. 수사 책임을 맡은 리스버그 시 경찰 당국이 지난 9월 8일 멜린다가 자살한 현장 부근에서 유서를 발견하고도, 이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채, 이와 관련해 미공개로 수사해오다가 뒤늦게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 데에는 수사 진척과 관련해 수사팀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논란이 없지 않음을 암시하는 저간의 간단치 않은 사정이 있을 법했다. 더욱이, 경찰은 이틀 전인 21일 멜린다를 사건의 제1 용의자로 지목하며 그 근거가 된 추정 증거물을 함께 공개하였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경찰은 지난 달 8월 27일 사건이 최초 발생한 이후 처음 사건의 용의자를 공식 지목, 공개한 지 이틀 만에, 그 동안 공개하지 않고 있던 유력 용의자의 유서를 뒤늦게 공개한 게 된다. 이는, 사안에 따라서는, 경찰이 그간 사건을 수사하며 취했던 태도에 유서가 이상변수가 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정황의 변화를 간접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사건수사의 중대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문제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간에 경찰이 경시해오던 멜린다의 유서 내용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새로운 증거물이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나타났다는 말이 될 것 같다. 유서의 출현으로 사건 수사 양상이 심상치 않은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었다. 하여튼, 멜린다에 대한 일방적(?) 혐의가 추후 공격받을 수도 있게 만들 만한 증거가 이미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인 듯 했다. 일단 경찰이 멜린다를 최우선 용의자로 지목한다고 발표할 때 함께 제시된 증거물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는 게 순서일 듯 하다. 경찰의 때늦은 유서 공개에는 왠지 아트(記術)[5]의 징후가 엿보였던 것이다.
검색: 올랜도 센티널. Search: Melinda Note. ‘Coverage of the Trenton Duckett Case(트렌튼 덕킷 사건)’
⒜ 트렌튼 덕킷 사건 일지[6]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레이크 카운티 리스버그 시의 911에 유아실종 신고가 접수되었다, 2006년 8월 27일 일요일 밤 9시15분경 ― 방에서 잠을 자던 두 살 난 남자아기 트렌튼 덕킷이 없어졌다. 신고자 중 아기엄마 멜린다 덕킷은 친구 두 명과 함께 집 아파트에서 영화를 보다가 아기 방에 가보았는데 아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아기 방 창문 방충망이 세로로 찢겨 있었다고 한다. 멜린다 덕킷은 트렌튼의 부이자 남편인 조슈아 덕킷과 이혼소송 중에 있었으며 별거상태에서 조부모의 도움으로 아기를 키우고 있었다. 지역법원의 결정에 따라 아기의 양육권은 엄마에게 있었다. 사건이 접수된 이후, 시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여, 아기엄마의 정황진술을 따라, 광범위한 수색작업을 개시했다. ⑴ 9월 7일(목), CNN 케이블방송 헤드라인 뉴스의 낸시 그레이스, 실종유아의 엄마 멜린다 덕킷을 인터뷰했다(녹화). ⑵ 9월 8일(금) 정오 무렵, 멜린다, 조부모의 집(더 빌리지) 벽장에서 산탄 총을 턱 밑에 겨누어 자살하다. ⑶ 당일 밤 CNN 헤드라인 뉴스, 멜린다와의 인터뷰 내용 녹화 방영. ⑷ 9월 15일(금) 현재, 고 멜린다 덕킷의 장례식. (남편) 조슈아 덕킷은 불참. ⑸ 같은 날 밤 조슈아 덕킷, 트렌튼 찾기 철(심)야기도회 주최.
⒝ 멜린다 사후
리스버그 시 경찰은 지난 7월 지역 지방법원의 멜린다에 대한 조슈아의 임시 접근 금지령 판결의 근거였던 조슈아의 협박 이메일이, 수사 결과, 멜린다의 자작극이었다고 발표했다⑾. 조슈아의 블로그를 해킹해 들어간 멜린다가 이메일을 써서 자신의 블로그로 이를 발송했던 것. 경찰은 이 같은 멜린다의 행위는 위증죄와 지적재산권 침해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여서 구속 수사가 가능했으나 트렌튼의 행방에 대한 멜린다의 수사협조 가능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하였던 것이라고 밝혔다. ⑴ 2006년 9월 21일(목), 리스버그 시 경찰은 트렌튼 덕킷 유아유괴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실종된 트렌튼의 엄마 고 멜린다 덕킷을 사건의 제1 용의자로 공식 지목한다고 발표했다. ⑵ 9월 23일(토), 경찰은 멜린다가 자살한 현장 더 빌리지 길가에 주차돼있던 그녀의 차 안에서 멜린다가 대중 public 에게 남긴 유서를 발견해 수거했고, 이를 보관해오고 있음을 공개했다. 이틀 후, ⑶ 25일(월)에 경찰은 추가로 멜린다가 법 집행기관과 조부모에게 남긴 다른 두 장의 다른 유서들을 공개했다. ⑷ 멜린다 자살 후, 경찰은 오후 5시경에 멜린다가 이 일대 한 BP주유소에서 결재한 신용카드 사용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 사건발생 이전
멜린다 유뱅크와 조슈아 덕킷은 고교 재학시절인 지난 2003년 1월 처음 만나 교제를 시작하였다, 동갑내기. 이후 멜린다가 인근 부슈빌 시의 조슈아가 다니는 학교로 전학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히 발전하였다 한다. 2004년 8월 10일, 트렌튼 덕킷 출생. 이듬해, ⑴ 2005년 4월 28일 조슈아는 (트렌튼에 대한 양육권을 목적으로) 지역 지방법원에 부권을 위한 친부소송을 제소하지만 몇 주 후 소송의 취하. ⑵ 4월 30일, 멜린다와 조슈아 사이에 오간 핸드폰 통화 중 멜린다가 위협조로 “End it!”(끝내겠어!) 이라고 말하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된 경찰관은, 이를 근거로, 멜린다의 정신감정을 받게 하기 위해 부슈넬 시 경찰에 구금시켰다. 그녀는 그 다음날 풀려났다. 트렌튼을 학대하고 있다는 조슈아의 증거 없는 주장들이 잇따른다. (이 경찰관은, Well Joyce, 조슈아의 집안과 각별한 친분관계가 있는 인물이었음이 밝혀진다.) ⑶ 6월 15일 조슈아는 멜린다가 자신에게 트렌튼을 가해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자신의 이의제기는 자신이 꾸며낸 일이라고 진술하는 공식 진술서를 지역법원에 제출하였다. ⑷ 7월 3일 멜린다와 조슈아, 인근 데이드 시티로 가 비밀리에 결혼. ⑸ 7월 6일, 조슈아는 멜린다가 트렌튼의 우선-동거-보호자가 된다는 합의서에 서명. 그의 이유는 불분명하다. ⑹ 8월 8일 조슈아는 지역법원에 자신의 모친이 전화로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트렌튼을 데려가겠다고 협박한다 주장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여, 법원이 모친에게 이의 중지 명령을 내려줄 것을 간청하였다. ⑺ 10월 31일 시내 한 쇼핑 몰 Ocoee Mall 주차장에서, 함께 트렌튼의 테디 베어 인형을 사러 갔던 멜린다와 조슈아는 격심하게 다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 일 이후 트렌튼은 즉각 시립 아동보호기관에 수용되었고, 나중에, 트렌튼은 아이의 외증조모이자 멜린다의 할머니에게 인계된다. 이 일로 인해 그들이 시 경찰과 아동가족국에 제출한 조서에 따르면, 휴무일로 문이 닫혔던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조슈아의 우유부단함에 격분한 멜린다는 조슈아가 차에서 나가자 차문을 잠갔고, 끝내 차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조슈아를 그 자리에 남겨둔 채 그대로 떠나버렸다 한다. 조슈아는, 친구의 차를 얻어 타기 위해 클레몬트까지 네 시간을 걸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한다. 이 사태는 조슈아의 어머니로 하여금 즉각 멜린다에 대한 더한 주장을 보탠 이메일을 써 젭 부시 플로리다 주 주지사에게 보내게 만들었다. 이듬해, ⑻ 2006년 5월 23일 플로리다 주 아동가족국은 트렌튼과 그의 부모가 관련되는 (유아)부양에 관한 이 사건에서 멜린다에게는 단독 양육권을 부여하였고; 조슈아에게는 제한되는 친자 방문권을 부여하였다. ⑼ 6월 14일 멜린다, 이혼 소송 제기. ⑽ 7월 3일 결혼기념일에, 조슈아가 멜린다에게 아기와 멜린다를 죽이겠다는 협박 이메일을 보낸다. ⑾ 7월 6일, 멜린다는 조슈아로 하여금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임시 금지령을 법원에 신청한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⑿ 8월 26일, 멜린다의 할머니 낸시 유뱅크의 증언에 따르면, 멜린다와 트렌튼은 더 빌리지에 있는 멜린다의 할머니 집에서 지냈다. ⒀ 8월 27일, 멜린다의 이혼소송 변호인에 따르면, 이날 멜린다는, 트렌튼을 데리고, 길을 잃어, 차를 몰아 센트럴 플로리다 일대를 헤매고 다녔다 한다.
굵은 글자체의 강조는 지난 10월 8일자 올랜도 센티널 인터넷 판 기사를 참고해 추후 삽입시킨 것이다.[7]
올랜도 센티널 인터넷 판 기사를 하나씩 클릭해 읽어볼수록, 사건은 예감대로 단순 유아유괴가 아니라 좀 더 주의를 기울여 대하여야 하는 복잡한 여러 사회적 이슈를 상기하게 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대체로, 어이없고, 마음이 쏠아 들고, 점점 난감했으며, 귀도 먹먹해졌다.
9월 28일자까지, 게재돼있는 기사들[8]을 다 읽고 나서는, 얼이 빠지는 듯 얼굴에서 열이 좀 나는 것 같았다. 귀가 막혀 숨이 고막을 건드렸다. 숨소리가 잘 들렸다. 그 외의 소리는 이상하게 멀었다. 커다란 숨소리의 웅성거림을, 막힌 귀청을 털어내려고 헛기침을 내보았다. 두 손가락으로 코를 쥐어짜 콧숨을 불었다. 귀를 호벼 보았다. 손가락이 굵구나 생각했다. 관련 기사들을 엮어내는 좀 더 세세하게 읽어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유괴된 아기일 것이었다. 말해 뭐하나. 그렇지만 아이를 잃은 지 12일 만에 자살한 어미 멜린다 역시 피해자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잃은 건 아기의 아비인 조슈아도 마찬가지이고 그렇다면 아이를 잃은 가족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 딱히 단언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부정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니었지만, 그들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의 혐의가 들면서, 복잡해진다. 각기 진술에 과잉이 있는 건 분명했다. 착잡했다.
이제까지 읽은 기사 내용을 정리해, ⒜ 트렌튼 덕킷 사건 일지·⒝ 멜린다 사후·⒞ 사건발생 이전, 이렇게 세 시기를 나눠 위에 일지형식으로 정리해보았다. 올랜도 센티널 인터넷 판에 실린 기사들과 칼럼들은 게재일 순에 따라 각주로 달았다. 번호를 매겨 넣었다. 즉각적인 출처원문확인 작업에 도움 되었다.
고 멜린다 마리 유뱅크 덕킷; 이미경[9]
(1985.8.14. ― 2006.9.8.)
21세. 신장 147.32 Cm. 체중 42.64 Kg.[10]
고 이미경은 지난 1985년,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뉴욕 JFK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제 발로 내린 건 아니었고, 들려 미국 땅을 밟았다. 생후 만 4개월 10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제 핏덩이를 겨우 면하고 젖 살이 오를 즈음의 입양아인 그녀의 당시 체중 5.44킬로그램(12 pounds). 양부모는 제리 유뱅크 씨 부부. 유아 입양아로 못 먹고 자랐을 리는 없겠고, 유전자가 있는 데다, 성질이 까탈 맞았는지, 한참 클 때 그녀는 잘 안 먹은 것 같다. 로렌 리치의 한 칼럼에 파운드로 표시돼있는 그녀의 키와 체중을 미터법으로 환산해보면서, 어 하다가 놀랐다. 어쩌면 자라면서 한창 사춘기를 지날 때, 이 왜소함은 그녀의 신체 콤플렉스일 수 있었겠다, 생각했다. 처음, 그녀와 부모의 신체 다름을 인식하는 때를 그려보게 되고, 찔끔거렸다. 그녀는 열일곱 살 때 뉴욕의 양부모 집을 떠나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있는 양할아버지할머니의 집을 향해 혼자서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사 년 후, 그녀는 바로 그 집 벽장에서 할아버지의 산탄총을 턱에 걸고 발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올랜도로 떠나기 전, 뉴욕의 양부모 집에서, 몇 번이고 오직 둥지라고 손가락을 꼽쳐보았을 것만 같은 그녀가 언제였든지 간에 플로리다의 거리를 지나며 반가운 손사래 인사 양한 팔메토[11]를 보고서, 마치 자신이 의장 사열을 받는다고 밝게 웃은 적이 있다면, 그것이 딱 한 번뿐이었대도 다만 그런 적이 있었다면 진심 좋겠구나 바란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트렌튼 덕킷
(2004.8.10. - Everyone in the world they would want you being alive, the safest place. Not somewhere else!)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사건이다. 생각을 자제하고 사건 당사자에 대한 의견을 삼가 되도록 사실들만을 쓰려다 보니, 많은 분량의 기사들은 정리가 좀 되었으되 늘어놓는 글이 된다. 수사가 어떻게든 진전을 보이리라 수색에서 어떻게든 무슨 소식이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제 추이를 기다려보고, 다음 번 쓰기가 돌아올 때까지, 쓴 글들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한 차례 더 생기면 좋겠다.
물웅덩이. 아무 것도 분간되지 않는 캄캄함. 나르시스는 몸을 잔뜩 오그리고 물웅덩이 쪽을 향해 기었다. 한 치 한 치 가까워진다. 분명히 거기에 웅덩이가 있다는 것만은 이미 확연하게 알고 있다. 그걸 알 수 없었다. 땅을 쓰는 소리가 어깨 위 어두움의 무게만큼 크게 잘 들린다. 손 끝에 찍히는 땅이 빨아들인 습기의 촉감이 점점 분명해진다. 물가가 가까워지고 있다. 생각한다. 나르시스는 기던 움직임을 멈춘다. 손을 불러들여 가슴팍에 모으고 턱을 땅에 괸 채 빤히 앞을 바라본다. 여전히 보이는 건 없다. 다만 이제 물가인 것만을 확연히 알고 있다. 그의 모습은 흰 올빼미 같을 것이다. 수면이 공중이 어둠에서 하나 되고 눈빛 만이 빛난다.
[1] SHADOW CHILD, Missing Word, P.F. Thomese, (
[2] 기원전 5세 초 그리스시인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헤카베의 주인공. 그리스에 의해 멸망한 트로이일리움의 왕비로 트로이전쟁 패전 후 그리스군에 의해 남편과 모든 자식을 잃었고, 복수심에 불타오르다가, 결국엔 자살하고 마는 비극적 인물.
[3] HECABE, Electra and Other Plays, Euripides, (
[4] 미디어다음; 오마이뉴스, 김명곤 기자, 2006. 9.28.
[5] Gertrude: More matter, with less art. (HAMLET: 2.2.95, William Shakespeare.)
[6]
[7] FROM TEEN SWEETHEARTS TO BITTER FOES, Christine Dellert and Erin Cox 기자.
[8] [9월 23일 멜린다 유서공개 이전 기사] 1 THE DAY THAT TRENTON DISPPEARED (Hours before her son was reported missing, Melinda Duckett strapped the boy into her Mitsubishi Eclipse, packed up his diaper bag, grabbed her new shotgun -- and headed north to Ocala National Forest.); 2 Trenton timeline, 9월 15일자; BLOG: NANCY GRACE INTERVIEW GETS INTERNET CHATTER GOING; 3 MOM MOURNED AS SEARCH GOES ON (As family and friends bid a quiet farewell to Melinda Duckett on Friday, authorities prepared for their biggest search yet for her son, 2-year-old Trenton, who disappeared nearly three weeks ago.); 4 CREWS PLANNING TO SEARCH AGAIN SATURDAY FOR TRENTON DUCKETT (Nothing in the case of this missing child is quite what it appears.); 5 NEW DETAILS ABOUT DUCKETTS FORCE YOU RETHINK BLAME, Lauren Ritchie 칼럼니스트, 9월 15일자(금); 6 NANCY GRACE FIRES BACK AFTER DUCKETT INTERVIEW (In her self-assured and opinionated way, Nancy Grace became part of the Trenton Duckett story again Friday. The CNN Headline News talk-show host defended her touch questioning of the boy’s mother, Melinda, shortly be fore the Leesberg woman killed herself on Sept. 8.); 7 FOREST SEARCH FOR BOY COMES UP EMPTY, Christine Dellert 기자, 9월 17일자(일); 8 CNN’S GRACE OUT OF LINE DUCKETT CASE, Lauren Ritchie 칼럼니스트, 9월 18일자(월); 9 ALLIGATOR TRAPPER CALLED OFF IN SEARCH, Erin Cox 기자, 9월 18일자 밤 9:53; 10 ‘VERY CREDIBLE’ TIPS IN MISSING-BOY CASE, Christine Dellert and Erin Cox 기자, 9월 19일자(화); 11 POLICE SUSPECTED DUCKETT FROM BEGINNING: Authorities say discovery of items led them to focus on toddler’s mother, Stephen Hudak 기자, 9월 20일자(수) 밤 8:17; 12 RECORD ILLUSTRATE DETECTIVES’SUSPICIONS, Stephen Hudak 기자, 9월 21일자(목); 13 POLICE: BOY’S MOTHER IS TOP SUSPECT (An e-mail Melinda Duckett claimed was sent by her estranged husband is considered key, authorities say.), Stephen Hudak 기자, 9월 22일자(금).
[9월 23일 멜린다 유서공개 이후의 기사] 14 MELINDA’S MESSAGES TO THE PUBLIC, Martin E. Comas 기자, 9월 24일자(일); 15 FEW CLUES FOLLOW SHOW ON TRENTON, 9월 25일자(월); 16 COPS FOUND 2 MORE NOTES IN MOM’S CAR, Christine Dellert 기자, 9월 26일자(화); 17 COURTS RETURNED BOY TWICE TO MOM (DFC had taken son from Duckett’s care), Stephen Hudak & Christine Dellert 기자, 9월 28일자(목).
[9월 28일자 이후 기사] 18 HARD TO TRUST COUNCIL THAT FIGHTS LIKE THIS, Lauren Richie 칼럼니스트, 9월29일자(금); 19 NEW DETAIL RELEASED IN MISSING-BOY CASE, 10월 3일자(화); 20 DUCKETT TIP LINE CHANCES(a reward up to $10,000), 10월 5일자(목); 21 CANAL SEARCH FOR TRENTON, 10월 6일자(금); 22 FROME TEEN SWEETHEARTS TO BITTER FOES, The Duckett’s relationship culminated with their son’s disappearance and her suicide, Christine Dellert and Erin Cox 기자, 10월 8일자(일); 23 CAN’T GET A AWAY FROM LAKE ― EVEN IN NYC, Ramsay Campbell 칼럼니스트, 10월 14일자(토); 24 MISSING CHILD’S DAD OPENS OWN COMMAND CENTER, 10월 14일자(토). [게재일자 순]
[9] 한국명 이미경 (김명곤 기자, “CNN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오마이뉴스, 2006. 9.14).
[10] 4-foot-10, 94 pound. (Lauren Ritchie, New details about Ducketts forces you to rethink blame, ORLANDO SENTINEL, 2006. 9.15.).
첫댓글 처음 읽으며 미란다에서 멜린다,란 생각을 잠시 하게 되더군요. 오늘을 사는 사람에게 들어오는 기사들 중 저 역시도 멜린다의 죽음을 다룬 기사를 보았었습니다. 토마토님이 이 기사로 가슴이 호벼파인 듯하였다면, 저는 가슴 아픈 사연이구나하며 넘어갔습니다. 추석등의 명절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재산싸움에 사랑해야하는 식구의 목숨을 잃게 하는 사연들 한 두개처럼요. 무엇을 위해 사람은 사는 걸까, 왜 사는 걸까를 의문해보는 시간을 갖지만, 이내 잊었습니다. 그렇게 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키가 150cm 도 안되는 자그마한 키의 멜린다라는 것도, 아이의 소식도 여적 모른다는 것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미란다 멜린다, 다음엔 M & M 초콜릿 얘기를. 아니면 M.M. 몬로 얘기를. 마릴린 몬로, 흠! 없진 않네. 얘기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이브 아놀드, 브루스 데이빗슨 이 세 작가 사진집에 '찍힌' '애리조나의 마릴린 몬로'에 얽힌 사진 얘기. 1962년이었나? 그때. (꼬리말을 읽는데 끼어드는 생각)
개인적으로 이 가을 제가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서래마을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세 아이를 죽였다고 자백했다는 쿠르조부인의 병든/아픈 정신상태에 대해서요. 아직까지 자세하게 쿠르조 부인의 정신감정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죽음에 대해서 그처럼 무심할 수 있는 그녀의 정신이 전 심각하게 걱정되더군요. 살면서 느껴지는 죄책감이 생사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닌데도, 유독 생사에 대해서는 심각해집니다. 조건이 안 되어 아이를 기를 수 없는 상황에서 유산을 감행한 어머니들의 죄책감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거든요. 내 몸을 빌어 세상을 찾아왔지만, 내 몸을 빌려주지 못한 듯하여 죄스러움을 갖는 어머니들도 있더라구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죽이는 혹은 죽게 내버려 두는 부모들은 현재 독일에서도 큰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님의 말씀처럼 자신의 자식에 대한 '무심함과 병든, 아픈 정신상태'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자식에 대한 이런 식의 '정신상태'는 한편으로 오늘날의 문화가 점점 더 '초월적' 믿음과 희망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죽음 '이후'까지를 생각하고, 염려하고, 계획하게 만드는 아이를 통해 인류가 '자신의 죽음을 넘어서 있는 세계와 시간'에 대한 생각과 믿음들을 형성해왔었다면, 이제 저 '초월적
시간과 세계'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단지 자신의 삶의 시간에 국한해 바라보고 계획하는데 익숙해지면서, 아이들이란 존재는 점점 더 어떤 '장애물'로 여겨지게 되는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특히 아이가, 지금의 삶도 가누기 힘든 부모들에게 그들의 삶의 시간을 넘어있는 아이의 삶에의 걱정을 강요하는 매개로 작용하게 하는 한국사회에서는 이런 상황은 더 심각해 지지 않을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김남시님 꼬리말입니다. 아이살해에 관해서 저는 부모에 의한 영아살해와 생계유지할 능력은 없지만 말을 하고 걷는 아이들의 살해를 달리 생각해봅니다. 전자의 경우 자신은 사는 살해일 듯싶고, 후자는 자신도 죽(게되)는 살해일 듯싶습니다. 물론 둘다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마음이 마음이 아닐테지만 말입니다. 다르덴 형제의 <차일드>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젊은 아빠가 자신의 삶에 걸림돌에 된다는 이유로 아이를 돈을 받고 팔아버립니다. 그뒤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그 행위를 용서하지 못하자 아이를 찾게 되지요. 자신의 아이를 찾는 게 아니라, 여자친구와 함께 있고싶어서요.
물건을 훔친 뒤 그걸 돈과 물건으로 교환하며 살던 그는 돈보다 가치있는 한 아이의 생명에 대해 뒤늦게 알게 됩니다. 허나 이미 때는 늦습니다. 절도죄로 감옥에 갇혀 우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납니다. 쿠르조부인의 영아살해와 관련한 뉴스를 보다가, 프랑스 현지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경악에 쌓인 프랑스라 말하며,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닌, 영아살해에 대한 분석을 하더군요. 그건 물화된 아이라는 관점이었는데, 퍼뜩 그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그 정도는 아니라 싶더군요. 양육하지 못할 아이를 어린 나이에 낳아 어찌할 줄 몰라 아이를 죽이는 사례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우리네 속담, “산 입에 거미줄치랴”에 충실한 산자를 위한 의식구조, 삶과 죽음에 관한 업보/인과응보의 민족적 무의식이 잠재되있는 상태가 아닐까 싶더라구요. 물론 지금도 변화하고 있겠지만요.과도하게 부여된 부모의 양육의 의무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크지만, 의무라기보다는 당위적 측면이 강해보입니다. 그래서 난치병인 아이의 질병을 비관하거나 자신의 실패 후 아이들을 죽이고 자살하는 부모의 사례가 여전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물화된 생명과 더불어 내가 낳았으니, 내가 길러야 하니, 그 생사마저도 내맘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착각 같습니다.
'내가 낳고 내가 길렀으니 그 생사도 내가 결정한다"는 생각엔 여러가지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지적하셨듯이, 가족 구성원들을 하나의 삶 공동체로 바라보는 민족적 - 혹은 유교적 - 사고가 유럽에서와 같은 개인주의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데에서도 원인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거기엔 사회 구성원의 생존을 사회와 국가가 보장하는 대신 전적으로 그 '가족'에게만 맡기는 사회구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연금 및 사회보장들을 통해 가족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개인이 혼자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사회와 개인의 생존이 전적으로 가족의 지원에 의존되어 있는 사회를 비교해보면 분명히
드러나는 문제이지요. 자기가 없으면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을 이 세상에 놓아두고 간다는 건, 자살을 꿈꾸는 부모들에게 커다란 도덕적, 심리적 부담이겠지요.
그 사이 김남시님은 어느새 [아이와 메시아주의]라는 글을 쓰셨군요?^^ 제가 지난번 꼬리말을 달면서, 보고자 하는 부분이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실 이전 꼬리말을 달 때 세개의 사연(전해들은 얘기와 두 개의 기사)로부터 뭔가 말을 하려다가, 화요논평의 글에 벗어난 듯하여, 어디로 가는지 모를 생각이 되어버려서, 간단히 꼬리말로 달았거든요.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간과하면 안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살기 위한 화해가 필요한 경우도 있구요. 토마토님 덕분에 1985년에 태어나 멀리 입양되어 자라게 된 한 입양아 멜린다 마리 유뱅크 덕킷(이미경)의 삶을 한 존재로 느끼게 됐습니다. 많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 가는 세상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한 존재에 대해서 덕분에 생각하게 됐습니다. 진심으로 고인의 삼가 명복을 빌게 됩니다. 사건 결과에 상관없이요. 더불어 토마토님의 소망처럼, 안전한 곳 어딘가에 트렌튼 덕킷이 살아있기를 저 역시도 바랍니다.
기사들을 정리하면서 트렌튼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 대부분이 정신의학상 질병은 아닐지라도 일종의 경미한 싱태의 정신병리 증상이 모두에게 나타나는 걸 느꼈습니다. '충동적 강박' 증세였죠. 멜린다의 경우가 가장 두드러져 보일 뿐 모두에게 이런 현상이 있었습니다. 멜린다 뿐만 아니라 (아기의 아버지인) 조슈아도, 조슈아의 어머니도 환경적 강박감을 보였죠. 올랜도 센티널 지의 칼럼리스트 로렌 리치는 CNN의 '뉴스메이커' 낸시 그레이스의 과거 검사 시절 기록에서 그녀에게 어떤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였는데, 일종의 강박증세였습니다. 지나치게 '직업적이었던' 경력이 밝혀졌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사건의 관련 당사자들이 갖고 있을 수 있는 사정들이 더 궁금해더군요. 대체로, 모두가 불우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사건 자체에 극히 현대적 단면들의 양상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종결되지 않은 사건이라 올릴 수 없지만,) 가족 간이라도 사정이 참으로 복잡하게 연동하게 돼있는 현대인의 고단한 정신적 궤적이 드러나더군요. 이런 현대의 사회 문제가 보편적 경향을 띨 수 있는 문제라면 실로 '잠재적 사건'을 끼고 사는 것일 텐데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더군요. 요즘 들어 많이 회자되는 '창조적' 강박증자 편집증자 자폐증자와 같은 말들이,
'충동적' 그들로 화(化)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이 깊어집니다 ― 멜린다 사건(Melinda Case)이란 말은 원래는 없는 사건명이고 이미 명명된 '트렌튼 사건'에서 원용한 것입니다.
역시나 (지금 시대의) "현대적 단면'에 관심을 기울이시는 토마토님이시군요. 발생된 어떤 사건을 들여다보면, 온통 아픔이고 얘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인내하는, 견딜 수 있는 삶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됩니다...견디는 삶은 또한 향유하는 삶으로 이어지길 바라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