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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맑은 바다가 눈앞에서 일렁인다. 태양이 시시각각 수십 가지 색으로 바다를 물들이며 만들어 내는 천혜의 풍 경은 예술가의 영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음악가 윤이상 ,시인 유치환·김상옥·김춘수, 극작가 유치진, 소설가 박경리 등 수많은 예술가가 통영에서 탄생한 건 그런 이유에서일 거다.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수상하고 2002년 국립현대미술 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전혁림 화백도 통영의 바다가 만 들어 낸 대가 중 한명이다. 1916년생. 아흔을 넘긴 화백은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생의 시 간이 아쉬운 건지 아직도 분출하는 열정을 주체하기 힘들어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해 가면서도 끝없이 새로운 도전 을 시도하며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다. 통영에서도 가장 아 름답다는 미륵도에 자리잡은 전혁림미술관은 화가이자 전 화백의 아들이기도 한 전영근 관장이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2003년 5월에 문을 열었다. "바보스럽기 때문에 미술관을 지었다"며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는 전관장. 지방 중 소도시에 미술관이 있는 것도 드문 예지만 현존하는 작가 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은 유일무이하다고 말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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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도 받지 않는 데다 단체의 특별한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야말로 자선사업이 아니냐고 묻자 '보답의 의미'라고 짧게 답한다. 예술가로 태어나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지게 된 것 자체가 복이라고 생각한다는 전화백. 그림을 사랑해 준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자 예술성을 부여해 준 도시에 보답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든 아들이다.
7,500여 작품으로 만들어진 외관 전 화백이 1975년부터 30년 가까이 생활하던 집을 헐고 세운 미술관은 화려한 색과 그림으로 된 외관이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7,500여 개의 타일로 제작·조합해 건물 자체가 그대로 예술품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작지만 독특한 건물을 짓고 싶은 욕심에 전 관장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림을 타일로 만들어 작품화한 것은 새로운 시도라 걱정이 많았으나 지금은 반응이 매우 좋아 스스로도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3층 건물의 1층은 연중 상설전시와 기획전시가 열리는 공간이다. 언뜻 보면 여느 미술관과 다를 게 없지만 특별한 것이 하나 있다. 전혁림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 한쪽에 놓인 유화 물감과 작업 도구들. 화백이 평소 그곳에 앉아 작업을 하며 그 모습을 관람객에게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과 함께 작업 중인 작가를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관람객에게는 대단히 멋진 추억이 아닐 수 없다. 2층은 머그컵을 비롯한 식기류, 넥타이와 스카프 같은 실크 제품, 판화 작품이 담긴 타일류 등 판매용으로 제작된 상품을 전시한 카페테리아가 마련되어 쉬어갈 수 있다. 사람들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한 예술, 삶 속으로 녹아든 예술을 구현한다는 생각으로 전 관장이 직접 제작한 것이다. 3,000~4,000원의 차와 커피를 전화백의 작품이 그려진 머그컵에 담아 마시는 기분도 특별하다. 여름에는 5,000원 상당의 팥빙수가 인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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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는 전 화백의 1960년대 작품과 전영근 관장의 작품들, 60여 점의 작품 관련 자료, 기타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는 관련 도서와 작품을 전시한 4층 공간을 오픈한다. 이곳은 테라스에 앉아 통영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전망 좋은 곳으로 꾸밀 예정이다. 전혁림 화백은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판화 작업을 시작했다. 1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 탄생한 5점의 판화는 한 세트로 묶어 한정 판매하고 있다. 또한 김춘수 선생의 시 20편에 전화백의 그림 20점을 담은 도서를 오는 9월 초순에 발간한다. 국내용과 국외용으로 나누어 제작될 이 책의 발간과 함께 최근에 도자 접시에 작업한 작품과 전작과는 다른 느낌의 수채화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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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근 관장은 전시회 준비에 지난달 오픈한 쇼핑몰 관리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 온라인 전시 공간인 홈페이지에 올린 작품의 감상문을 받는 작업도 열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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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아는 사람, 관심이 있는 소수만을 위한 작품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예술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감상문을 작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달 15일 추첨을 통해 선물을 증정하며, 앞으로 단행본으로 묶어 발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통영에 가게 되면 통영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은 전혁림미술관, 작은 도시를 지키고 있는 '큰 예술가'가 사는 이 집에 꼭 한 번 들러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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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시내에서 출발해 일주도로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바다 위에 점점이 박힌 섬 구경만으로도 풍성한 여행이 된다. 혹은 전혁림미술관에서 출발해 윤이상 생가, 박경리 생가, 청마거리, 김상옥 생가, 문화마당, 청마 생가, 김춘수 생가, 청마문학관 순으로 예술가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도 색다른 묘미다. 유람선터미널에서 6개 코스로 운항 중인 한려수도의 섬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으며, 일정이 허락한다면 거제도를 비롯한 주변 섬을 둘러볼 것도 권한다. 특산물과 음식은 통영 앞바다에서 잡아올린 멸치와 전통의 명물 충무김밥, 해물 뚝배기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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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관광지 개발로 인한 관광객 증가와 미륵도 내 택지개발로 주거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충무교에 집중된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하여 준공한 통영대교. 충무 운하 위로 상판 아치 140m 구간에 푸른색 조명의 투광등 196개를 설치해 야간에 더욱 아름답다. 이 조명이 수면에 투영되면 럭비공 형태의 무수한 영상이 만들어지는데 이 모습이 장관으로, 한국강구조학회에서 주관하는 '99년 포스코 강구조 작품상' 금상을 차지한 통영의 명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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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렬사는 임진란이 끝난 8년 후인 선조 39년 이운룡 통제사가 왕명을 받들어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으로 사적 제236호로 지정되어 있다. 현종 11년에 동재와 서재를 지은 것을 시작으로 숭무당, 경충재, 외삼문, 비각 6동, 강한루, 고직사, 전시관, 관리사무실, 서고, 홍살문 등 건물 17동과 5개의 문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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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여 평 부지에 시민문화회관과 함께 개장한 남망산 조각공원. 통영 시내가 그대로 내려다보이고 바다와 육지가 조화된 풍경이 아름답다. 세계 유명 조각가 15인의 작품이 산책로를 따라 자리잡고 있어 문화와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해질녘에는 통영항 남쪽 12마일 해상에서 바라보는 매물도와 가왕도 사이의 낙조도 빼어나다. 청마 유치환 시인의 시비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풍광에 취해 보는 것도 좋다.
요트 선착장으로 유명한 충무마리나리조트. 쪽빛과 비취색의 돛을 펄럭이며 통영 바다를 항해하는 요트가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이용요금은 탑승 인원수에 따라 다르므로 미리 알아 보는 것이 좋다. 그 밖에 숙박정보는 통영시 문화관광 사이트(www.tour.gnty.net)에서 검색할 수 있다. 콘도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꺾어지면 산양일주도로를 만날 수 있다. 바다와 산과 작은 어촌 마을을 끼고 있는 일주도로는 달아공원 부근 5㎞ 구간이 특히 볼 만하다. '달 구경하기 좋은 곳'이란 의미의 달아공원은 일출과 일몰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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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 현 숙 · 사진 김 호 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