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개월 새 가격이 급등세를 탄 게 아파트 만이 아니다. 서울ㆍ수도권 곳곳에서 빌라와 단독주택 값도 꽤 많이 올랐다. 아파트 값 상승 불길이 연립ㆍ단독주택 등으로 옮겨 붙은 것이다.
물론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이 같은 주택 가격 상승이 가능했다. 치솟는 아파트 값에 불안을 느낀 실수요자들뿐만 아니라 투자자까지 가세하면서 가격이 들썩였던 것이다.
그래서 대표적 서민주택인 연립ㆍ다세대주택까지 부동산 투기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J&K 백준 사장은 “투자 수익을 노린 투자자와 실수요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에선 빌라ㆍ단독주택도 들썩
서울에서는 강북권 재정비촉진지구ㆍ뉴타운ㆍ재개발지역 뿐만 아니라 강남권의 중소형 빌라ㆍ다세대주택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단기간에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른 것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와 재건축ㆍ재개발을 염두에 둔 장기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서초구 양재ㆍ방배동과 강남구 포이동, 송파구 삼전동 일대 빌라 등의 지분(각 세대가 현재 가지고 있는 토지 소유분) 값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11.15 대책과 겨울 비수기를 맞아 매수세가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한번 치솟은 가격은 좀처럼 내릴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강남구 포이동 거산컨설팅공인 장세민 사장은 “각종 규제로 인해 아파트 등 신규주택 공급이 막혀버린 강남권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투자처로 꼽히면서 몸값도 눈에 띄게 올랐다”고 말했다.
재개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는 서초구 양재2동 일대 20~30평형대(대지지분 10평 안팎) 빌라 지분 값은 평당 3000만~4000만원에 달한다. 추석 이전보다 평당 500만~1000만원 가량 올랐다. 연초에 비해서는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뛰었다.
양재동 우성공인 권모 실장은 “수도권 전역에 몰아쳤던 집값 상승세와 더불어 신분당선 역사 개설ㆍ현대자동차 연구센터 건립 등 호재까지 겹치면서 이 일대 빌라 등 주택가격이 초강세를 탔다”며 “가격이 너무 오른 데다 11.15 대책 영향으로 매수세가 다소 주춤하지만 가격은 좀처럼 빠질 줄 모른다”고 말했다.
“매물 구하기 쉽지 않아요”
방배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재개발을 추진 중인 지역 뿐 아니라 아직 구역지정 이전인 곳까지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3, 4구역의 지분 가격은 평당 4000만~4500만원을 호가한다. 구역 지정 이전 지역 주택 지분 값은 평당 2500만~3000만원 선이다.
방배동 방배마라톤공인 최희경 실장은 “호가가 급등세를 타던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물을 내놓았다가 계약 파기도 무릅쓰고 다시 거둬들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요즘도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구 포이동 일대도 연초 1200만~1500만원선에 머물던 빌라 지분 가격이 지금은 3000만~350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연초 대비 집값이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신축 빌라는 평당 4000만원을 호가한다.
포이동 거산컨설팅공인 장 사장은 “개발 계획도 잡혀 있지 않는데도 외지인들의 묻지마 투자 바람이 거세다”며 “그나마 있던 매물들도 집주인들이 모두 거둬들여 자취를 감춘 상태”라고 말했다.
잠실 주공3단지 재건축 단지인 트리지움 길 건너편에 있는 송파구 삼전동 빌라,단독주택 밀집지역 부동산시장도 투자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상태다. 이 일대가 재개발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했다. 대지지분 10평짜리 빌라는 평당 2500만~2700만원으로 2개월 전보다 500만~1000만원 올랐다.
인근 잠실동 원공인 관계자는 “빌라가 강남권의 마지막 노른자위 투자처로 꼽히면서 지난 몇 달 새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며 “재개발 기대감이 여전한 때문인지 11.15부동산 대책 이후 매수세는 줄었지만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뉴타운은 아니지만…
수도권에서는 지난달 17일 뉴타운 사업지구로 선정된 곳 뿐만 아니라 재개발 구역 및 주변 단지 주택 지분 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뉴타운 사업지구 내 집값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라 투자가 여의치 않으면서 재개발지역과 주변 단지가 틈새시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 재개발지역과 경기 뉴타운지역 집값이 급상승한 뒤 상대적으로 지분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개발 수요가 있는 성남ㆍ부천ㆍ안양 등의 재개발 지분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단대 재개발구역(단대동) 주택 지분 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단대 구역의 경우 20평 안팎 단독주택 지분 값이 평당 2000만∼2200만원으로, 추석 이전 1700만원에 비해 크게 올랐다.
성남시 신흥동과 태평동 일대 재개발사업지구도 평당 수백만원씩 상승했다. 단대동 부동산뉴스 정봉진 사장은 “재개발지구는 일단 가지고 있으면 오른다는 심리 때문에 수요는 많지만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개발구역 주변 집값도 동반 상승
재개발 지역내 집값이 크게 오르자 주변 지역 단독주택 가격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단대구역과 가까운 양지동의 경우 단독주택 지분 값이 두 달새 평당 200만~300만원 올라 평당 1200만~14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부동산뉴스 정 사장은 “재개발 지역도 아닌 데도 주변 집값이 들썩이자 덩달아 오름세를 타고 있다”며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뉴타운.재개발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천시 약대동 약대2구역도 비록 뉴타운 사업지구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빌라 지분 값이 평당 1500만~1700만원선까지 치솟았다. 32평 짜리 단독주택 지분 가격도 평당 1100만~1200만원으로 10월 이후 평당 200만~300만원 올랐다.
지난달 말 재개발 사업승인을 신청한 데 이어 연말께 사업승인과 함께 본격적인 재개발에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
약대동 덕유공인 장동지 사장은 “재개발 기대감이 워낙 커 지금과 같은 상승 분위기가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발 기대감에 묻지마 투자했다가는 낭패
이밖에 지난 9월 주거환경정비계획을 확정한 안양시 안양동 덕천마을지구도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 연립주택과 빌라 지분가격이 평당 1700만~2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ㆍ수도권 곳곳에서 재개발ㆍ재건축 기대감에 빌라와 단독주택 등의 몸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묻지만 투자’는 삼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 개발이 가능할지 조차 불투명한 곳이 적지 않은 데다 막상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상당한 기일이 걸리는 만큼 투자에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