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은 정말로 평화로운 동네다.
양평군에서 양근리 다음가는 규모를 자랑하는 꽤 큰 마을이고,
용문사와 용문산, 용문계곡 등 관광자원이 풍부해 관광객들이 많이 둘러가는 곳이지만,
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에도 관광객들은 짐을 싸들고 여유롭게 정(情)을 나누며,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친절하고 반갑게 맞아준다.
용문터미널.
비록 오래되고 낡고 보잘것없는 조그만 터미널이지만,
사람들의 온정만큼은 한 시도 잘 날 없이 주변에 울려퍼진다.
중앙선 전철의 종점이 될 곳으로, 전철이 용문까지 완벽하게 연장되면
가뜩이나 좁은 터미널의 입지는 더 줄어들겠지만,
평화로운 하루의 시작을 울려퍼트릴 곳은 으리으리한 '용문역'이 아닌 조그만 '용문터미널'이 될 것이다.
인구 1만명이 거주하는 용문면의 대표 터미널.
광장조차 없이 2차선 도로에 찰싹 달라붙어 있고,
건물도 굉장히 오래된데다 좁기까지 하다.
비슷한 규모의 청평에 비교해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용문터미널은 읍내에 있긴 하지만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5일장만 들어서면 상당히 분주해지는 용문역 앞 거리에 비하면,
이 곳은 24시간 언제나 조용하고 평화롭다.
'분주함'을 상징하는 대명사 터미널이,
오히려 '평화로움'을 대면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양평터미널과 마찬가지로 용문터미널 또한 이 곳을 기/종점으로 삼는 시외버스는 하나도 없다.
그 대신 금강고속 시내버스 구도색 로얄미디 1대가 중앙에 우두커니 서 있다.
있으나 마나한 귀여운 승차 플랫폼을 중앙에 뉘인채.
정말 조그만 규모의 터미널이지만 무려 2층까지 존재한다.
건물이 어찌나 조그만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
얼핏 보기엔 조그만 다방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은데,
올라갈 길 없는 2층을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질 따름이다.
용문터미널은 왠만한 터미널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같은 모습이 곳곳에서 펼쳐지는데,
매표소에서 eb카드의 판매와 충전을 도맡아 하고 있다.
물론 서천터미널 등 몇몇 터미널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터미널임에도 경기도 정류장 번호까지 붙어있는 것은 정말로 눈여겨 볼만하다.
이웃 양평터미널이 '시내버스차고지'의 성격이 강하다면,
용문터미널은 그보다 한 발 더 앞서 '시내버스정류장'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매표소에서는 eb카드 뿐만 아니라 서울/양평/홍천/인제/속초 등 각 방면의 시외버스 표도 구입할 수 있다.
휴일만 되면 수많은 관광객들로 굉장히 분주해지지만,
평소의 용문터미널 주 이용객은 주로 할머니/할아버지 등의 노인층이다.
아무리 관광객이 많은 관광지라 해도 용문은 엄연한 '시골동네'.
장날은 아니지만 각종 야채와 채소를 바리바리 싸들고 조심스레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시골동네'의 조그만 버스터미널에서는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용문터미널은 꽤 큰 규모에 이렇게 조그만 터미널을 갖추고 있어,
그 풍경이 주는 느낌이 굉장히 묘하다.
용문면 한가운데를 지나는 도로가 홍천, 인제, 속초, 양양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동서울에서 홍천/인제/속초방면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탈 수 있다.
하지만 시외버스는 이게 전부다. 더 이상 들어오는 시외버스는 없다.
대신, 용두와 지평으로 갈라지는 길목이기 때문에 시내버스가 굉장히 자주 들어오고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대체적으로 양평터미널 출발시각으로부터 20분 후에 용문터미널에 들어온다.
과거에 조그만 매점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의문의 공간.
예전에 어떤 역할로 쓰였던지 간에 지금은 별볼것 없는 빈 공간일 뿐이다.
인구가 무려 만 명이 넘어가는 꽤 규모 있는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날의 용문은 굉장히 한적하기만 하다.
용문역에 자신의 역할을 대부분 빼앗겨서일까,
아니면 우회국도가 따로 만들어져 차가 다 그리로 지나가기 때문일까.
어린이날임에도 불구하고 분주해야 할 용문터미널과 용문면내는 한없이 한산하기만 하다.
한가롭게, 그리고 더없이 평화롭게...
첫댓글 교통카드는 관련 업무는 작년만 해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충전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제 생각이긴 하지만 그다지 한산한 느낌은 들지 않은데... 용문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하겠죠...ㅋ
보통 양평터미널에서 용문까지 직행10분, 시내30분 정도 소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