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도_종이에 포스터컬러, 꼴라주_105x220cm_2010
제주시 일도2동 416번지에 조립식패널로 지어진 1층 상가건물이 있다. 지은 지 20년은 넘어 보였고, 4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돈까스 식당, 슈퍼마켓, 가정집이 자리했고, 나머지 10평 남짓한 공간은 비어있었다. 이곳을 임대하여 2007년 11월부터 2009년 3월 까지 머물렀다. 수협이 화실 근처에 있어서 당호를 수근재라 했다. 현관을 열면 돈까스 가게에서 스며드는 찌든 식용유 냄새가 풍겼다. 5년 넘게 쓰던 큼지막한 싸구려 회색 카페트를 화실 바닥에 깔았는데, 칙칙한 기운이 돌아 늘 장마철 느낌이었다. 바퀴벌레들은 무일푼으로 밤의 세계를 장악했다. 한 밤중에 화실에 들러 전등을 켜는 순간, 쉬쉬쉭!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먼지벌레들처럼 그들은 놀라운 조직력과 스피드로 구석을 파고들었다. 공무원도 아니면서 오전 9시경부터 6시 까지 출퇴근했다. 어느새 찌든 기름 냄새는 맡을 만 했고, 바퀴벌레는 우아하지는 않지만, 파트너가 되었으며, 칙칙한 카페트는 장마철 분위기를 극복했다. 이제 그림만 그리면 되었다.
기억에 남는 나의 미술이력 하나. 어머니와 상의도 없이 제주시에 있는 상고에 진학했다. 1983년, 입학하자마자 미술부에 들어갔는데, 방과 후가 되면 미술실에 가서 밤늦도록 그림을 그려야 했다. 밤 9시 30분, 막차를 타고 한림읍 한수리, 집으로 향했다. 매해 연말에 학교 주최로 미술제가 열렸는데, 수채화, 소묘와 함께 꼭 포스터를 출품해야 했다. 선배들로부터 포스터 그리는 법을 배웠다. 넓은 평붓으로 전혀 다른 두 가지 색을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 하는 법을 익혔고, 레터링을 스텐실기법으로 할 줄 알게 되었다. 칫솔에 물감을 묻혀 집게손가락으로 튀기면 물감 입자가 흩뿌려졌다. 생각난다! 흑인 트럼펫 연주자가 등장하는 의뢰받지도 않은 어느 음향기기 광고포스터. 먼저 스펀지를 손에 쥐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접시에 검정포스터칼라를 풀어놓고 스펀지에 묻혔다. 토독! 화판 위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흑백이 서로 어울렸다. 그 감촉, 소리가 좋았다. 이제 그 때의 나를 불러들인다.
손님. 달리는 차 안에서, 무심코 걷던 어느 길가에서 그저 잠깐 스쳤을 뿐인 내 그림의 손님. 달리 말하는 것이 좋겠다. 오히려 내가 손님이었다. 그들이 나를 불러 세웠다. 주머니 속에 넣어 둔 스케치북과 연필을 꺼내게 했고, 메모지나 휴지조각도 괜찮다고 했다. 부름에 대답하듯 서둘러 스케치했다. 30초에서 1분 남짓. 우리는 서로 손님이 되었다. 수근재로 돌아와 패널을 만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기억이 솟아올랐다. 근처 화방에 들러 포스터칼라를 샀다.
여학생도_종이에 포스터컬러_105x220cm_2010
"the guest series"
There it was a non-descript one story building built out of modular panels, divided into four sections. One section had a restaurant, the other a supermarket, the third a residential home, and the last remaining space was empty. I rented that space and called my new studio, "Soo-geun-jae", translated it means, "house near the Fisheries Cooperative Union". It was midnight when I opened the door for the first time and the smell of cooking oil from the restaurant drifted by, I threw an old carpet on the floor, flicked on the light switch, and poof! Cockroaches! They disappeared rapidly into the corners of the studio like the dust bug in the movie "My neighbor Totoro". As I familiarized with my new guests and the smell of dirty restaurant oil, all that remained was the start of my artwork.
My most recent body of work, which I call "the guest" delves into memories in my past, some of them lasting others fleeting. With sketchbook in hand I focused on people in the streets performing normal activities, someone running to their car, crossing the street, or walking into a building. I like to call this type of activity, people in action. In many cases the subjects/guests would ask me to sketch them. It was this interaction that made me realize that I too was a guest in this action performance. It would only take 30 seconds to a minute to draw the guests and once completed Iwould take the drawings back to my studio and transform them into large panels using poster colors.
From the fleeting memories of my sketchbook to my most lasting memories, that came at the start of my art career in high school. With help from my peers I mastered the method of natural gradation of two different colors with a paint brush. I also can hear the sound of a paint soaked sponge on a drawing board or the touch of my fingers patting a toothbrush with paint on it and seeing the paint scatter. I can recall the moments when I first executed those physical acts and how the memories are engrained in me today when Isketch or hold a brush to a canvas. It is the physical and mental connection that forges the past to the present.
좀녀도_종이에 포스터컬러_105cmx220cm 2010
배달부_종이에 포스터컬러_105x220cm_2010
색안경착용인도_종이에 포스터컬러_105x220cm_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