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기 쉽지않다. 나이도 그리 먹지 않았는데 비만 오면 온 몸이 쑤셔 오는 증세는 어인 일인지. 아침 7시 30분 경, 8시 30분 오성중학교에서 버스가 출발한다기에 그래도 힘든 몸을 일으켰다.
화장실로 이동하는 중 손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아침부터 웬 전화? 화면을 보니 김보영 샘.
아침에 차를 끌고 갈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나를 고맙게도 태우고 간단다. 집사람에게 부탁할까 했는데.. 정말 잘됐다. 사실 일요일 아침 특히 비가 오는 날엔 집사람은 침대위를 나보다 더 사랑스럽게 껴안는다.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하긴 나도 별일 없는 일요일은 어느 누가 재촉한다 해도 침대를 사각의 링 삼아 나가면 실격이라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버티곤 한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 오성중학교에 8시 20분 경 도착, 아는 분들 얼굴이 하나둘 보이고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에 감상적인 기분을 더한 채 차에 올랐다.
오랜만에 가보는 결혼식장이다. 더구나 이렇게 멀리 간 것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올해로 결혼 14주년이다. 참 빠르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토요일 오후 2학년 교무실를 들렀더니, 한 샘께서 가을날 들을 수 있는, 쓴 커피향내 풍기는 우수에 찬 노래를 듣고 있었고, 우리는 이런 분위기를 잡아 잡담을 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란 영화를 떠올리기 보다는 현재 나와 비슷한 샘이 내린 결혼 정의가 생각난다. '많은 여자의 관심을 뿌리치고 단 한 사람의 무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갑자기 가을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라 그런지 바람이 싱숭생숭 불어오는 듯해 보였다. 나도 거들었지. '오늘이나 내일 비가 오면 나도 그 바람에 취해 볼까?'하고 말야.
전 날의 이런 기억을 되새기며 차창으로 들어오는 가을 산의 쓸쓸함을 맘껏 안아 보았지
나는 낙엽 떨어지는 무렵 내리는 비에 그냥 가 버린다. 심하게..
그런데 오늘 그 비가 내리고 있다. 하필이면 성원기샘 장가 가는 날에.
2시간 30여분만에 김천에 있는 탑웨딩하우스에 도착했다. 시작하기 1시간 전이다. 신랑 신부측 보다 더 빨리 도착한 하객, 주변 산이 정말 예뻤다. 아직 지나지 않은 단풍이 멋진 자태로 가을비와 함께 나를 맞이하고 있었지. 예식장안에서 바라보는 오색 단풍은 14년전 결혼식 장면을 떠올리게 했지.
말하면 길어지기 때문에 나 혼자 감상한 것으로 하고...
조금 지나자 멋진 모습의 새신랑 성원기 모습을 드러냈고, 그 반 아이들의 나즈막한 함성 소리에 결혼식 분위기는 시작되었지. 식장 앞에 세워둔, 아름답게 연출된 웨딩사진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 함께 연출된 사진이 없는 우리도 한 번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11시 40분 결혼식, 신랑 입장, 신부 입장, 모두가 아름다운 장면이다. 전에는 결혼식 장면을 보지 않았다. 함께 간 동료교사와 식당으로 가 배 속을 채우는 것으로 끝내곤 했는데. 자주는 아니었지만.
주례사가 있고, 축가가 있고, 힘찬 신랑신부 행진이 있었지.
성원기샘의 어른 입성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옆에 있는 안진우샘에게도 한마디'결혼해야지' '나도 내년에 할래요' '누가 있나?' '만들어야지요'
그렇다. 결혼은 남들에게 샘을 나게하는 묘약이다. 샘난다는 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살려는 욕심이 있기때문이지 않을까?
피로연 음식을 먹고 오라오는 길, 모든 사람이 고요히 잠들었다. 왜그럴까?
샘만 부리다 지쳤기 때문이겠지.
성원기샘부부의 가장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하여!
첫댓글 위하여~~~!!! 함께 가지 못해서 정말 서운하네요. 미안하게 생각! 만나면 더 잘해주겄슴돠.(앗! 원기샘도 아내가 생겼지!) 보영샘 원기샘 결혼식에는 꼭! 가겄슴돠
원기샘 또 결혼한댜? 짱샘, 마지막 부분 지우지 말것.나는 마지막 일요일 자습 지도했어욤. 원기샘 축하함다. 봉투 외에 뭐 선물하나 해야할텐데..성인용품점에 한번 들러야 하나? 야광콘돔 쓸만하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