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공동체 마을에 영리한 돼지무리가 엉뚱한 마음을 품고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다. 자신들이 깔고 앉은 돼지우리에 금맥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의 우연이었다. 영악한 새끼 돼지 한 마리가 먹을 걸 뒤지다가 금은 보화가 담긴 보따리를 발견한 것이다. 가장 뚱뚱한 엄마돼지보다 더 커다란 보따리가 깊숙히 묻혀 있는 것이다.너무 엄청난 사실이라 엄마 아빠에게 바로 말할 수가 없었다. 보따리가 워낙 크기도 했지만 자신이 조금씩 꺼내서 요모조모 쓸 데가 많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어린 돼지는 곧 만만한 늙은 여우를 찾아갔다.그 여우는 공동체 마을에서 오랫동안 마을 대표로 있었던 인물이었다.늙은 여우는 단지 늙었다는 이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고 했지만 사실은 여러가지 비리로 쫒겨난 인물이었다. 그가 새끼 돼지를 예뻐서라기 보다는 잘만하면 커다란 먹거리가 생길 것 같아서 사근사근 잘 사귀고 있었던 것이다.새끼 돼지는 가끔 돌출행동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여우는그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늙은 여우는 머리가 비상했다.그렇지만 건설적인 일보다는 늘 이문이 남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저, 여우 어르신께 이걸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새끼 돼지가 여우 앞에 내놓은 것은 어제 밤에 보따리에 난 구멍으로 꺼낸 금화 한 잎이었다. 금화를 이리저리 살피는 여우의 눈에 금세 광채가 났다. "이거 어디서 난 거냐?" 여우는 목덜미의 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어르신 이건 별 거 아닙니다. 제가 아는 곳에 덩어리째로 묻힌 걸 발견했거든요. 여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렇다면 이 마을의 내력을 알기만 하면 해결될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여우가 눈에 불을 켜고 거드럼을 피우며 동물 마을 도서관에 다다랐을 땐 땅거미가 지는 즈음이었다. 사서인 예쁜 양 아가씨가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머, 여우 어르신께서 어쩐 일이세요?" "허흠, 내가 긴히 찾아볼 책이 있느니라" "그러시면 제가 키를 어르신께 맡기겠습니다. 혹시 가져 가실 책이 있으시면 요기에 기록해 두시고 가셔요. 그럼 저는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양 아가씨는 종종 걸음으로 퇴근 길을 재촉했다. 아마도 멋진 사나이 양과 데이트가 있는 듯했다. 밤이 깊었지만 여우는 도서관에서 나오지 않았다. 자기가 갑자기 흥미를 가진 이 지역의 역사를 집대성한 책을 찾아서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꼭 그 금덩어리의 내력을 알고 싶어서였다. 이 지역은 본래 유서 깊은 곳으로 동물 나라 수도와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중요한 보물급 책이 간혹 눈에 띄곤 한 곳이다. 커다란 변란이 있을 때마다 인근 산에 귀중한 서적들을 묻어놓았다가 전란이 끝난 후에 서적을 온전히 이 서고에 보관했다. 그리고 정리한 책들은 중요한 궁중 도서관으로 옮겨서 보관했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여우였다. 그 내력을 알기만하면 어린 돼지를 살살 구슬러서 자기 뜻대로 금은 보화를 움켜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돼지도 다 계획이 있었다. 동물 중에서는 꽤 영리한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