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신앙 - 성공회 신문 연재 글(19) 그리스도교 상징- 십자가

[stephano]

그리스도교의 상징, 십자가 이야기

많은 이들이 예수원에서 만든 십자가를 익숙해 한다. 태백산 다릅나무로 만든 십자가이다. 나뭇결을 그대로 살리고 원래의 약간 구부러진 형태를 두어 인공적인 자연스러움을 배제했다. 그 가운데 우리가 오상(五傷)이라고 칭하는 다섯 개의 원이 있다. 주님의 거룩한 상처의 흔적이다. 토마 사도는 주님의 상처를 보지 않고는 결코 그 분의 부활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를 위해 주님은 손과 발의 상처를 보여 주신다. 뼛속 깊이 부활을 체험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우리를 위해 당신이 당하신 상처를 표시해 두시고, 두 팔을 벌려 우리를 기다리신다. 예수원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떠올린 고백과 단상이다.

그리스도교는 수 많은 상징을 가지고 있다. 교회의 장식, 색깔, 구조, 배치, 전례에서의 모든 물품, 동작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유다교에서 유래하여 지중해, 대서양 문화와 접목하며 수 많은 세월 동안 그 의미가 해석되고 정착 된 것이다. 가령 제대가 있는 동쪽은 해가 뜨는 곳이며 예루살렘을,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체계다. 절기마다 바뀌는 색깔, 감사성찬례에 사용되는 성물과 용어들도 각각 뜻 하는 바가 있는 상징물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형상을 보며 그 내면의 의미를 깊이 깨닫는다면 더할 바가 없으리라. 성서 전승에 나타난 많은 상징에 대해 정리한 책을 보면 도움이 될 수 있으려나!(“그리스도교 상징 사전”. 미셸푀이예. 보누스) 

그리스도교 상징의 정점에 십자가가 있다. 두 직선이 교차하는 단순한 형태에 수 백가지의 상징들이 존재한다. 종교와 예술의 교차라고 할 수 있다. 십자가는 전례와 신심 생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고난과 아픔과 번민의 한 가운데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배 신부님 댁에 방문해서 세 개의 못으로 만든 십자가를 보았다. 가운데 큰 못이 위에서 아래로, 두 개의 작은 못이 서로 날카롭게 겨누며 횡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2차 서계대전 중 독일의 폭격으로 영국 코벤트리대성당이 완전히 파괴된다. 그 곳에 교우들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소서(Vater Vergib)"라는 구절을 새긴다. ‘코벤트리의 속죄 기도’로 알려진 이 기도는 지금도 유명하며, 독일 그리스도인들의 헌금으로 재건된 대성당 제단에는 세 개의 못 십자가를 놓게 된다. 세 개의 못 십자가는 평화와 화해의 상징이며 속죄의 상징이다. 고통을 겪은 후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속죄함으로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진다는 상징은 결국 남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이미 그와 화해했다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