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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헤드라인 달기 : 카피는 꼭 카피라이터만 쓰나? / 이현우
출전 : 신동아 2003년 11월호 부록(http://shindonga.donga.com/)
글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헤드라인과 부제목. 압축적이고도 톡톡 튀는 표현으로 독자의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을 순 없을까. 유명 광고인들의 명카피를 통해 배우는 감각적 글쓰기.
광고는 상업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며 가장 대중적인 문화의 텍스트다. 그래서 광고문안, 즉 카피는 대중을 설득하는 가장 보편적인 글로 알려져 있다. 또한 목적이 분명한 가장 경제적인 글이기도 하다. 또 광고 카피는 고통을 쾌락으로 보상해 주는 매력적인 글쓰기 장르다. 카피를 잘 쓰기 위해 카피라이터의 타이틀이 필요한 건 아니다. 감동적인 아이디어와 포기하지 않는 열정만 있다면 광고 글쓰기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차별하지 않는다. 다채로운 광고 헤드라인을 눈여겨보는 것은 글쓰기 감각을 익히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글쓰기를 위해 스스로를 옥죄는 것은 일종의 공포다. 그래서 사람들은 최후의 일각까지 미적거린다. 글쓰기는 끝없는 번잡과 부질없는 뜸들이기의 반복이다. 마치 야구 투수가 팔을 뻗어 실제 공을 던지기 전에 보여주는 무수한 와인드업 동작과도 비슷하다.”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의 사장을 지냈던 번스타인(S.R. Bernstein)의 말이다. 그렇다. 번스타인의 말대로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 글쓰기는 그만큼 외롭고 절망적이고 불유쾌한 체험이다. 그는 또 광고 글쓰기라는 직업의 핵심은 종이 위에 돈이 되는 말귀 한마디를 적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 영양가 있는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겠느냐는 엄포다. 똑 같은 얘기를 헬 스테빈즈라는 카피라이터는 더욱 그럴듯하게 표현했다.
“카피는 99%의 싱크(think)와 1%의 잉크(ink)로 쓰여진다.”
메모광과 카피라이터
광고문안, 즉 카피(copy)를 쓰는 것이 단순히 손재주의 영역이 아님을 설파하는 재치 넘치는 명언이다. 글쓰기의 핵심은 결국 아이디어라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아이디어라는 물건은 어디 그렇게 만만한 존재인가.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라는 책을 쓴 음유시인 개그맨 전유성은 아이디어 짜내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인지를 고백한 바 있다. “개그맨 생활 25년째인데 생각나는 것은 아이디어 회의뿐이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해대는 아이디어 회의는 정말 공포의 시간이었다. 선배 아이디어라고 무조건 채택되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다고 판단되는 것만 채택이 된다. 그러니 아이디어 회의가 있기 전날은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흔했다.”
그런 그가 한때 잘나가는 카피라이터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비결은 간단했다. 그는 지독한 메모광이었다. 전광석화처럼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그때마다 담뱃갑, 껌종이, 명함 뒷면, 지폐 따위를 가리지 않고 적어 두었다. 그가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라는 책을 출판하고 광고문구랍시고 끄적거려 보았다는 내용들을 눈요기해 보자.
까막눈만 아니면 할머니도 배울 수 있다/ 일주일 만에 컴퓨터를 겸손하게 하는 책/ 형광등 하나도 못 갈아 끼워서 후배 불러다 갈아 끼운다는 전유성이 쓴 컴퓨터 이야기/ 25년간 피우던 담배 끊고 잠 못 이루는 밤에 써내려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컴퓨터 독학기
책의 부록에 30개도 넘게 소개된 카피 중에서 그가 ‘당첨!’이라고 낙점한 것들이다.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사람 같아 보이지만 아이디어에 대한 욕심만은 유난한 것 같다. 단 한 개의 카피를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몸살을 앓는 것은 어떤 카피라이터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순간을 놓치면 평생을 놓친다는 비장한 자세로 그때그때 붙잡아 두지 않으면 주옥 같은 아이디어는 오래오래 머릿속에 머물지 않는 것이다. 유능한 카피라이터는 ‘걸어다니는 자료실’이라는 사실과 창의성의 출발점은 바로 생활 그 자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무섭고도 우습고도 슬픈 이야기!
이번에는 소설가 은희경씨의 비유를 들어 카피의 속성을 다른 각도에서 한번 살펴보자.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실 때, 할아버지는 말한다.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해줄까? 무서운 얘기를 해줄까? 아니면 우스운 얘기를 해줄까? 그것도 아니면 슬픈 얘기를 해줄까? 아이들은 입을 모아 대답한다. 무섭고도 우습고도 슬픈 이야기! 그래서 할아버지는 무서운 도깨비가 우습게도 똥간에 빠지는 슬픈 이야기를 해주었다. 소설의 언어는 그럴 수 있다. 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소통이다.”
그렇다면 광고언어의 핵, 카피는 어떠해야 할까. 똑같은 논리다. 광고는 카피라이터와 소비자의 소통이다. 그래서 카피라이터는 통역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광고주 나라의 언어를 소비자 나라의 언어로 바꾸는 전문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인 것이다. 카피라이터는 소비자를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카피라는 마술에 걸려들게 하는 언어의 마술사다. 할아버지가 구수한 입담으로 아이들을 매혹시키듯, 그 현란한 글 솜씨로 단단하게 잠금장치를 한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 젖히는 도둑이다. 그 도둑이 진짜 노리는 것은 몇 푼의 동전이나 지폐가 아니라 마음이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소비자의 심리를 움직이는 마케터, 그가 바로 카피라이터다. 그런 카피라이터가 쓰는 카피는 소비자의 마음을 훔쳐내는 무기이다. 그래서 카피는 설득의 예술이요 과학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아쉽다 대출 ………………………. 아, 쉽다 대출 국민카드 이지론”
현역 카피라이터 시절 지하철 안에서 무심코 발견한 광고 문안이다. 광고화면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움직이도록 한 레이아웃도 돋보였지만, 카피 속에서 쉼표 하나가 연출해 내는 오묘한 변화에 나는 진저리를 쳤다. 대출을 쉽게 받지 못해 아쉬움의 한숨을 쉬던 사람이 ‘이지론’이라는 상품을 만나 안도의 한숨을 쉬는 심리를 이렇게 쉽고도 간명하게 묘사해 내다니! 카피라이터의 언어감각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고 싶었다.
삶 속에 떠도는 말을 찾아라
예쁜 말, 품위 있는 글, 미사여구만이 꼭 좋은 카피는 아니다. 사람들의 삶 속에 떠도는 살아 있는 말들이 더 제품판매에 먹혀들고 힘을 쓸 수 있다. 그래서 카피라이터들은 때로는 문법파괴도 서슴지 않는다.
방가 _ (포미콘) / 어솨요 속션-한 유닌98 세상입니다(유니텔)
만일 당신이 내가 말을 더-더-더-더듬거리는 것을 보고 기-기-기-기분이 언짢아진다면 당신 생각에 내 기분은 어-어-어-어떨 것 같습니까?(영국 말더듬이연구협회)
그 외에도 광고 카피의 속성이 글이 아니라 말임을 증명해 주는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카피라이터들의 교과서는 꼭 문장대백과사전이나 명문의 소설, 시만이 아니라 시장통이나 PC방, 반상회 등의 장소가 될 수도 있음을 웅변하는 촌철살인의 카피들을 음미해 보자.
남대문 열렸습니다. 보디가드 보입니다/ 樂! 소리나는 채널 m.net/ 그래, 빙그레/ 입 닥치고 보기나 해! (노랑머리)/ 깐깐한 정수기(웅진 코웨이)/ 믿고 탁! (삼성투신증권)/ 빨래 끝 ~ 옥시크린 / 때가 쏙 ~ 비트 / 요만큼~ 한스푼/ 참치 먹고 으샤! 동원참치/ 당신은 철없는 여자 (헤모큐)/ 걸렸구나 생각되면 콘택600/ 맞다, 게보린/ 아차! 컨디션
그렇다고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한껏 끌어올린 주옥같은 카피를 애써 외면할 수는 없다. 광고언어의 예술성을 십분 살리면서도 마케팅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카피들도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다.
우리가 정말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을 만난 것은 로마의 휴일에서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였습니다 (삼성그룹 광고)/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 킴벌리) / 자연에 정성만을 더합니다 (청정원)/ 술에 취하면 하루가 가고 道에 취하면 100년이 간다 (소설 토정비결)/ 어느 땐 그 사람 옷의 작은 단추이고 싶다 (영화 <첫사랑>)/ 길이라도 좋다 아니라도 좋다 (록스타)/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 (오버클래스 아이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빈폴)
내친김에 이런 카피를 한번 보자.
개같이 살았다. 꽃 같은 사랑 하나 만나기 위해…/ 뒷골목에… 죽어도 못 잊을 사랑이 있다!/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
카피라이터 윤수정이 쓴 영화 ‘파이란’의 광고 헤드라인들이다. 주인공 최민식과 장백지의 애틋한 사랑이 오롯이 묻어나는 감각적인 글이다. 비속어가 군데군데 들어가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그림 같은 카피. 질펀한 감정을 몇 마디 단어로 함축해 낸 절제된 언어들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는 카피라이터의 능력은 영화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아내는 거짓말쟁이입니다’/ 제 아내입니다. 너무 예쁘죠?/ 그런 그녀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무언가 나를 속이고 있습니다/ 그러나…나는 알고 말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녀가 아프다는 걸…/ 곧 나를 떠나리라는 걸…/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거짓말에 속아주는 것뿐입니다/ 그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다시 만나서 오래오래 같이 있자고…
정승혜가 쓴 영화 ‘선물’의 카피다. 잡지광고에 나온 광고문구 끝에는 ‘정연의 편지 중에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의 편지를 이 카피라이터가 직접 썼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이 광고는 카피라이터의 작품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좋은 아이디어의 소재를 찾아내는 안목도 카피라이터의 능력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장이는 발명가가 아니라 탐험가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에도 이미 아메리카는 거기에 있었다. 위대한 탐험가의 호기심과 열정을 만나 미지의 대륙은 오늘날 미국이라는 나라로 다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낡은 것들을 새롭게 조합해 내는 능력, 그것이 바로 카피라이터의 언어감각이요 창의력이다. 그런 능력을 기르기 위해 카피라이터는 대중문화의 다른 장르에도 예민한 촉수를 쫑긋 세워야 한다.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날 안아줘 날 안아줘/ 옆구리 터져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질 때까지 (더 자두 ‘김밥’ 중에서)
보이지 않아도 닿지는 않아도/ 이렇게 여기에 남아 있어도/ 마음 다해 부르면/ 그 기억만으로도 괜찮을 거야 (윤도현·이소은 ‘마음을 다해 부르면’ 중에서)
콜럼버스 이전에도 신대륙은 있었다
생활 주변의 잡다한 요소들 중에서 아이디어의 재료들을 포착해 김밥을 말듯 잘 조화시켜야 카피가 되고 광고가 된다는 것을 대중가요에서 배울 일이다. 정말 온 마음을 다해 부르면 소비자의 마음이 움직이고 행동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카피로써 가수들만큼 호소력 있게 주장하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김용택의 시는 또 어떤가. 말인가 하면 글이고, 글인가 하면 말이다. 이쯤 되면 ‘광고 카피는 글인가, 말인가’를 따지는 것은 쓸데없는 논란일 뿐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말이면 어떻고 글이면 어떻고 몸짓이면 또 어떤가.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 전문)
음악메시지를 전하는 ‘700-5425’의 라디오 광고는 ‘제 첫사랑은 감자튀김에 소금만 뿌려먹었어요. 왜 꼭 이런 게 생각나지’로 시작한다. 이어서 나오는 멘트. ‘그런데 오늘 감자튀김을 그렇게 먹는 사람을 봤어요…’ 이쯤 되면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내 첫사랑은 이런 모습이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추억에 젖어들게 마련이다. 문득 생각난 첫사랑을 두고 라디오 속 목소리는 ‘그애한테 5425나 보내볼까?’라며 중얼거리듯 독백을 한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이 지나가면 좋은 기억을 골라서 간직할 수 있는 평온한 마음을 갖는 법. 한번쯤 편안하게 음악메시지를 보내면서 안부를 물어보고 싶은 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내는 딴청을 부리면서 라디오 광고는 5425 음악메시지를 슬쩍 끼워놓았다. 여기서 우리는 라디오 CM카피의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구어체로 써라. 카피는 글이 아니다. 말이다. 멋있는 문장보다는 살아 있는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둘째, 비주얼이 떠오르게 써라. 라디오는 상상력의 매체다. 감성매체다. 귀를 통해서 오감을 자극하라.
셋째, 짧고 명쾌하게 말하라. 지루하면 짜증난다. 집중하기 싫어진다. 짧은 단어, 발음하기 쉬운 단어로 골라 쓰자.
넷째, 핵심 아이디어를 잡아라. 메시지는 아이디어다. CM은 글쓰기가 아니라 생각하기다. 무관심한 청중을 사로잡을 매력있는 아이디어로 시작하라.
다섯째, 음향효과(sound effect)를 살려라. 백 마디 말보다 튀는 사운드 하나가 귀에 걸린다. 사운드 이펙트는 리얼리티를 높인다. 기억을 도와준다.
여섯째, 극적인 반전을 시켜라. 아무도 예상 못한 결말은 찡한 여운을 남긴다. 잔잔하게 설득하다가 강한 펀치로 마무리하라.
일곱째, 중요한 것은 반복하라. 필요하다면, 제품의 장점이나 브랜드명을 몇 번이고 반복하라. 아무리 잘된 CM도 브랜드를 기억시키지 못하면 꽝이다.
내 글의 셀링 포인트를 찾아라
내가 쓴 카피가 잘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체크리스트 같은 것은 없을까. ‘광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유명한 카피라이터 오길비(David Ogilvy)는 헤드라인을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1. 가장 효과적인 헤드라인은 소비자에게 이익을 약속하는 것이다.
2. 뉴스성 헤드라인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3. 만족시켜 드립니다. 소개합니다. 이제…, 드디어… 로 시작하라.
4. 헤드라인 속에 반드시 브랜드를 넣어라.
5. 특정 계층의 사람들에게 팔 물건이라면 “35세 이상의 여성” 같은 문 구를 넣어라.
6. 열 단어 이상의 헤드라인은 짧은 헤드라인보다 덜 읽힌다. 그러나 긴 헤드라인이 필요할 경우에는 주저하지 말고 길게 써라.
7. 구체적인 수치가 있으면 밝혀라.
8. 헤드라인 속에 인용부호를 넣으면 기억률이 평균 28% 높아진다.
9. 지방 매체일 경우에는 그 지역 명칭을 꼭 넣어라.
광고는 과학이라고 주장한 광고인답게 철저한 조사에 입각한 객관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막연히 멋만 부리는 카피보다는 딱딱하더라도 정확한 판매제안을 하는 마케팅 지향적인 슬로건을 쓰라는 주문이다. “내가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 모두 웃었습니다”로 유명한 존 케이플즈(John Caples)가 제시한 카피작성 가이드라인도 광고를 만드는 데 두고두고 참고가 될 것이다.
1. 아나운싱(aunouncing)으로 헤드라인을 시작하라.
2. 알릴 만한 가치를 가진 단어를 사용하라.
3. 새로운, 지금, 드디어 라는 말로 시작하라.
4. 헤드라인에 날짜를 넣어라.
5. 새로운 스타일로 써라.
이제 정리해 보자. 광고의 목적은 무엇인가. 브랜드 이미지의 구축, 기업에 대한 호감 조성, 대중문화에 대한 기여…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광고를 하는 진짜 이유는 제품의 판매다. 그런데 광고주나 카피라이터는 곧잘 이 당연한 명제를 잊어버리곤 한다. 이것저것 욕심을 내서 중언부언하다가 정작 중요한 메시지는 놓치고 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제품 속에 있는 유일한 장점을 찾아내는 데 실패하고 만다.
‘말보로’ 캠페인으로 유명한 카피라이터 레오 버넷은 이것을 ‘제품 속에 내재된 드라마’라고 했다. 어떤 제품이든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내 글의 셀링 포인트는 과연 무엇인가. 카피라이터의 감각으로 글쓰기 전략을 세우면 필자의 메시지가 훨씬 강력해진다.
헤드라인 작성 실전연습
칼루아(Kahlua)는 멕시코산 최고급 원두커피와 사탕수수를 원료로 사용한 커피 뤼쿠어로서 현재 국내 시판 뤼쿠어 가운데 판매 1위의 제품이다. 칵테일뿐만 아니라 전세계 특급 요리사들로부터 각종 요리재료로 각광받고 있으며, 아이스크림이나 빵 등을 제조할 때 특정한 맛과 향을 내는 용도로 다채롭게 쓰인다. 다음은 칼루아라는 제품을 위해 만든 20여 종의 헤드라인이다. 제목을 달아야 할 때 이 문장에 대입해서 연습을 해보자.
- 칼루아 커피, 칼루아 밀크, 칼루아 콜라… 어느 것 하나라도 칼루아가 빠지면 재미없다.
- 내가 누구게? 난 뤼쿠어계의 히든카드 칼루아야!
- 매력적인 맛을 더해봐, 새로운 맛을 느껴봐.
- 새로운 칵테일을 원하신다면 칼루아를 선택하세요.
- 칵테일의 매혹적인 변신 칼루아.
- 커피 뤼쿠어의 지존 칼루아.
- 신세대 스타일 칼루아.
- Mix everything with Kahlua!
- 커피보다 매혹적인 음료가 있을까요? 칼루아.
- 칼루아 없이는 파티도 없다.
- 진짜 커피보다 맛있는 건 칼루아뿐이야.
- Mix Kahlua’s drinks = W O W !
- 칵테일 속의 또 다른 만남
- 당신과 사랑에 빠지고 싶습니다. 저 멀리 맥시코해와 아라비아해를 너머…칼루아.
- 악마의 유혹보다 더 진한 커피의 유혹, 커피의 유혹을 넘어선 칼루아의 매혹.
- 칼루아는 커피가 아닙니다. 커피보다 진한 유혹 칼루아.
- 부드러운 맛을 원하세요? 매혹적인 맛을 원하세요? 칼루아.
- 칼루아가 훔치고 싶은 건 당신의 마음입니다.
- 칼루아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MIX 해 주세요.
- 기대 이상의 유혹적인 느낌, 그 느낌 속에는 칼루아가 있습니다.
(끝)
글: 이현우 동의대 교수·광고홍보 hyuncom@unitel.co.kr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냈다. 저서로 ‘광고, 묘약인가 마약인가?’ ‘광고발상과 전략의 텍스트’, 역서 ‘광고 글쓰기의 아트’ 등이 있다.
발행일: 2003 년 11 월 01 일 (통권 530 호)
쪽수: 105 ~ 113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