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영화를 보셨군요! 저도 어릴 때 그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 영상자료원에서라도 보려고 했더니 영화는 사라지고 없더라
구요. 아시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옛 영화중 상당한 것들이 고물장수에
게 필름무게로 계산되어 팔려서 밀짚모자에 장식으로 이용되었다고 하
죠? 이 영화는 김수용감독에 의해 80년대에 한번더 칼라로 리메이크되
긴 했는데 어찌 1960년대 끝자락에 만들어진 오리지날만 하겠습니까? 역
시 이 영화는 60년대 정서에 기반하고 있고 철저하게 60년대 아이들(어
른들까지!)을 울린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2002년판 <저 하늘에-->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글쎄요.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언제 보느냐에 따라 그 감회는 참 다르다는 생
각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개인들도 나이를 먹어가지만 세상 또한 변해
가는 거니까요. 아마 최근의 몇몇 영화들--노스탈자에 호소하는--
역시 이제 40고개를 넘고 과거를 추억하는 세대들이 있기에 호소력을 얻
고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지 않은 길, 사라져가는 모
든 것에 대한 아쉬움,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던 시대 전후에 태어난 이들이 느끼는 어떤 정서 같은 것, 요즈음 몇몇 영화들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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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쳐다보니 참말 맑다.
구름을 찾으려 해도 구름은 보이지 않고
우리집안도 저하늘 처럼 말끔했으면 얼마나 좋으냐.>
어린 시절 눈물 쏟으면 읽었던 책,
이윤복군의 <저하늘에도 슬픔이>에 나오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한 대목입니다.
가난과 맞서서 세상의 부조리를 써내려간
열한살 소년의 일기였죠.
김수용감독이 이 일기를 토대로 만든 영화는
1965년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이윤복 군이 이 영화를 보곤
<내 일기는 굉장히 긴데 영화는 왜 이렇게 짧습니까?>하고
감독에게 물었다죠?
그의 일기가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돌풍을 일으킨지
사십년 세월이 흐른 이 시점에 저하늘에도 슬픔이가
휴먼 가족 드라마로 선보인다는군요.
폭력영화에 저급한 코믹 영화가 난무하는 시대에
선보일 저하늘에도 슬픔이...
그 일기를 보며 밤을 지새고 눈물흘렸던 지금의
사오십대들이 이제 새천년 버전으로 선보일 새영화를 보면서
과연 삼십몇전처럼 또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