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가족 등산대회에 간 만보 10/23(토)
가을걷이의 시작을 알리며 된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의 이른 아침에 눈을 뜬 만보, 직장 등산대회 날이라 소풍가는 어린아이처럼 조금은 들뜬 기분에 일어나 먼저 시원한 냉수 한 잔 들이키며 심호흡한다. 늘 그랬듯이 엄마가 벌써 들여놓은 신문을
들고 아주 편안한 자세를 취해 볼일 보며 돌고 도는 세상을 대충 구경 한다.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이전 위헌”결정에 따른 관습헌법 뭐는 어쩌고 뭣이기는 저쩌고... 이러쿵저러쿵 지지고 볶아 도대체 뭐가 뭔지 헷갈려 모르겠다. 사건의 중요성에 빠져 오늘 등산대회에서 할일을 잠시 망각하고 여느때 보다 앉아쏴~에 많은 시간을 빼앗겼지만, 습관 처럼 되어버린 컴퓨터 앞에 앉아 아리러브스쿨을 비롯한 여러 곳에 간단한 아침 인사 올리며 부산을 떤다.
컴 앞에 앉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만보, “오늘 조장이라 한 시간 일찍 가야 된다면서 뭐 해욧” 동백이의 앙칼진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에궁~이다. 아침 대용으로 빵과 미숫가루를 먹고 모자 푹 눌러쓴 만보 등산화 끈 동여매는데, 동백이 미소 지으며 왈, “작년에 스팀청소 기 탔으니까, 올해는 공기정화기 정도면 좋겠는데...” 공짜 맛을 이미 알아버린 조폭마눌이 보내는 느물느물한 애교를 받으며 현관문을 나선다.
글쎄, 행운권과 거리가 한참 멀어 작년에 처음으로 상품다운 상품을 받은 내게 또 기회가 올까? 버스와 전철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08:25)한 국민대학교 정문 옆 농구장에는 벌써 도착한 총무과 직원들이 바삐 움직인다. 만보, 하나 둘 모여드는 이화가족을 안내하며 조장의 임무를 다함에 어느덧 산행 출발시간(10:00)이다.
국민대학교 → 북악매표소 → 쉼터 → 용화천옹달샘 → 형제봉삼거리 → 큰형제봉→ 일선사입구 → 대성문
5개조로 나뉘어 기념품으로 받은 멋진 배낭 메고 조장의 뒤를 졸졸 따라 가는 울 이화가족 (255명) 모두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소풍가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매표소를 지나 15분 정도 올라 도착한 쉼터에 이르러 등산대회 선언(총무처장)을 하니 이화가족 모두는 한마음이 되어 박수를 치며 즐거워한다.
“일상사 모두 잠시 잊고 자연 속에서 즐거운 시간되기를 바란다”는 총장 인사 말씀에 이어 하나의 맛-배기 행운권 추첨이 있겠다는 안내 말에 웅성웅성... 웅성웅성... 맛-배기가 보통이 아닌 오늘의 최고 영양가 높은 디카 1등 상품이기 때문이다. 총장님 손이 검은 주머니로 빨려 들어가매... 시선집중 숨소리 죽여 금방 조용~ 조용~~ 한 장의 행운권이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다.
255명 중 딱 하나 선택된 이화가족은 두두두 두두 두두두...“대외협력처 이.양.준.” 총장님 의 또렷한 발음에 “ae” 여기저기 부러움에 터져 나오는 탄식의 소리와 축하의 박수가 섞인 우리의 모습이다. 정상에서 있을 나머지 행운권에 기대를 걸며, 이화가족 전원미소^^ 하나가 되어 단체 기념촬영 찰~칵...
사진 자료협조 홍보과 김민정 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시월에 곱게 물들은 단풍구경 온 등산객과 이화가족 끼리끼리 인간 띠를 이뤄 룰루랄라♪♬~ 수다 떨며 오르는 산길... 그 속에 엄마(국제대학원 이정희) 따라 단풍구경 온 다섯 살 박이 수민이 만보와 파트너 되어 잘도 오른다. 예쁜 수민이가 어찌나 귀엽고 영리하게 조잘조잘 되는지 아름다운 새소리가 따로 없다. 나 또한 이에 뒤질 세라 주절주절 맞장구치며 오르매 금방 형제봉 이다.
수민이를 안고 휴식을 취하며 바라본 하늘은 상강의 절기를 말해주듯 구름한점 없는 쾌청한 날씨라~ 만보의 마음을 한층 높고 넓게 만든다. 건너편 산 울긋불긋 곱게 차려입은 오색 단풍을 본 수민이도 자연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손짓하며 “아저씨 이쁘죠?” 묻고는 소리치며 깔깔~ 좋아한다. 수민이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높은 산에 오르며, 똘망똘망한 눈방울에 비춰져 바라본 세상일 텐데... 정직해 위대한 자연과 천진난만해 거짓 없는 해맑은 어린아이 수민이의 만남에서 만보 또 한수 배웠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많은 사람들 틈 속에 끼어 내손 꼭 잡고 신나 오르며, 대중적 국민 동요가 되어버린 올챙이 송을 신나게 부르던 수민이, 엄마 생각?나는지 뒤돌아보며 보이지 않는 맘(mom)을 기다려 함께 가자고 조른다. 지극히 합당한 수민이의 생각에 털퍼덕 자리 잡았다. 마침 지나던 석준(자연사박물관) 엉아가 우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귀찮아 이젠 그만둘 법도 한데, 늘 베풀며 즐거워하는 선배의 모습이 새삼 존경스럽다. 뒤 따라오던 재원 엄마(조형예술대학 이해숙)도 아들(7살)과 엉덩이 털퍼덕 우리와 함께한다.
성격 좋고 매사에 꾸밈없이 적극적이라 내가 좋아하는 동료와 함께 있으니 기분 좋다. 조금 후, 짠하고 나타난 엄마를 본 수민이 쬠 시무룩하던 표정이 금방 밝아져 맘이 주는 귤을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아이들한테 약인 엄마의 사랑에 힘을 얻은 수민이가 내 손을 끌며 앞장서 출발이다. 그리 오래지 않아 도착한 대성문 앞 계단을 꽤 부리지 않고 하나하나 밟고 오르는 수민이를 본 등산객들은 박수를 보내며 칭찬한다. 흐뭇~ 기분 좋다.~~ 위풍당당 대성문(11:40) 앞에 우뚝 선 수민이,
오랜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 이곳 도심속의 자연공원으로 외국인들도 극찬하며 부러워하는 북한산에 자주 오르고 내려 오늘의 추억을 되 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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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팀(총무과)이 점 찍어둔 대성문 근처 큰 터에 울 이화가족들 모두 자리했다. 맑은 가을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볕이 큰 나무에 가려 아쉽다. 한 절기의 변화에서 오는 자연의 흐름에 그냥 따라야 하는 우리네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다.학교에서 준비해준 김밥을 먹으며 정담을 나누는 울 이화가족 모두가 아름답다. 자연에서 오는 보이지 않는 힘이기 때문이다.
예정된 시간이 되었는지 총무과장(김용완)은 오늘의 오락시간 진행을 맡을 만보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방금 소개 받은 의과대학 석진호 이화가족 여러분께 뜨거운 가슴안고 인.사.드.립.니.다.” 박수 짜짜짝짝짝짜짜~~~
동요를 부르며 분위기 조성 작업 들어간다.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아련히 떠오르는 어린시절~~ 소풍의 그리움에서 인지 처음 어색하던 분위기가 율동을 곁들인 ‘퐁당퐁당’ 동요를 부를 때는 모두가 ♡한마음♡ 편안한 가족적인 분위기라 OK다. 북한산에 관한 정통 퀴즈에 이은 난센스 퀴즈로 한 박자 쉬며 숨을 고르고, 엄마 아빠 따라 어른들 세계에 동참한 꼬마들 앞세워 ♪♬올챙이송♪♬을 부르니 이화가족 우리는 즐거웠다.
♪♬“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꼬물꼬물
꼬물꼬물 꼬물꼬물 올챙이가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웃고 즐기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만보가 선심 쓰듯 지급한 문화상품권(27장)이 동이나, 가을~(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동요를 합창으로 오락 순서를 마쳤다.
44장의 상품 비밀이 숨겨져 있는 행운권 추첨 시간, 하나 둘 이름이 호명되어 신나 나간다. 반 이상이 나가도 처음 보다
나중께 더 큰 상품이라며 위안을 삼던 이화가족, 달랑 몇 장 남지 않은 상품이 적혀있는 봉투를 보며 오늘은 틀렸다는
눈치다.
드디어 마지막 한 장... 혹시나 하며 가슴 조이는데 사범대학 김창연 샘의 이름이 불렸다. 현찰과 같은 백화점 상품권(30만원), 집에 가서 마눌한테 얼마나 사랑을 받을까... 아~ 부럽고 또 부럽다. 공식적인 행사는 다 끝나 이화가족 각자 편리한 코스를 선택해 하산 하며 내년을 기약한다.
곱게 물든 오색단풍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곳 북한산의 자연 에 동화되어 함께한 시간 ‘이화 공동체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가을사랑’이었다.
오락시간에 나왔던 퀴즈 풀이(정답은 아래)
(퀴즈) (1) ♪ 산바람 강바람 ♬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준대요
<문제> 위 가사 중 틀린 부분은? (맞춘 사람 없음)
(2) 현재 우리가 있는 서울 북쪽의 진산(鎭山) 북한산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그 이름이 삼각산이라 불리었습니다.
<문제> ‘삼각산’이라 불리게 된 세 봉우리는?
(3)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문제> 이 시조는 병자호란 이후 만주족에게 끌려가면서 삼각산을 보며 누가 읊은 시조입니다. 여기서 누구는?
(난센스 퀴즈)
(4) 대부분의 꽃들은 아름답습니다. 이 아름다운 꽃 중에서 유독 품격과 당당함을 겸비한 꽃이 있습니다.
<문제> 이 꽃의 이름은? <힌트> 난센스
(5) 초보 암벽등반가가 낭떠리지에서 장비 없이 떨어졌는데 하나도 안 다쳤습니다.
<문제> 왜일까?
(6) 바다에는 참으로 많은 물고기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참으로 겸손하게 사는 고기가 있습니다.
<문제> 이 물고기는? ‘저는 고기입니다.’라고 늘 겸손하게 다니는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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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모음>
(1) 시원한 → 서늘한(맞춤사람 없음)
(2) 백운봉, 만경봉, 인수봉
(3) 청음(淸陰) 김상헌
(4) 난
(5) 덜(들) 떨어져서
(6) 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