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한 감격의 산-지리산 천왕봉(1915m)
산행일자 : 2009년 6월 14일
참가인원 : 총 81명
산행코스 : 1진/ 중산리-칼바위-법계사-천왕봉-제석봉-장터목대피소-칼바위-중산리
2진/ 중산리-칼바위-법계사-자연학습원-중산리
선배님들의 코치에 따라, 3일 전 부터 술을 멀리했고, 아내와는 등돌리고 밤을 보냈으며, 적당히 육류를 섭취하면서 몸관리에 최선을 다 했다. 다만, 하루전에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큰 문제는 되지않을 것 같았다.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다는 설렘에 한달의 시간은 금새 지나갔다.
그러나, 하루 전-토요일 밤-은 너무 길기만 했다.
세양병원과의 짧은 이별을 뒤로하고 부산을 떠난 버스는 9시 50분이돼서 중산리 주차장에다 그만 우리 일행들을 토해내고 만다.
버림받은 섭섭함은 잠시, 대호를 정열한 우리들은 천왕봉이란 거대한 목표에 등떠밀려 숲속으로, 연기가 환풍기에 빨려들듯 빨려들어가 그 모습들을 감춰버린다.
숲속의 제잘거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칼바위를 지나고, 구름다리를 건너는 때 까지는 얘기들도 나누면서 즐거운 산행길이었지만, 갈림길에서 법계사 방향으로 들어서면서 부터는 다른 말이 필요없는 - 딱! 죽음의 코스였다.
나무계단, 돌계단, 두 손은 발이라도 된것처럼 땅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서서히 두려움이 밀려온다. 2진으로 법계사까지만 오르실 분들 걱정도 되면서 어깨는 더 무겁고, 다리는 마비되는 것 같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마시면서 숨을 고르고, 후미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어느 때 보다 더욱 조심스러운 걸음을 옮겨야 했다.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희망의 전령같았다. 힘이 난다. 그런데, 법계사는 커녕 목탁소리 마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또 고달픈 산행길이 되었다고 불평이 나오려는 바로 그 순간 눈앞에 법계사의 기와 지붕이 보이더니, 로타리대피소가 보이고, 화장실 옆을 지날때는 화장실에서 새 나오는 특유의 냄새에도 그저 즐겁고 기쁘기만 했다.
휴식을 취하는동안 준비해온 간식들로 허기를 면하고, 소주 한 잔은 영양제라도 되길 바라면서 한 잔씩.....
사실은, 지금부터가 정말 힘든 구간이라고 모두가 알고있다.
각오를 단단히하고, 물병을 보충한 후, 드디어 천왕봉행 2구간을 출발한다.
모두가 힘들어하시는 중에도 오유복님, 정병기고문님,,,, 손기원님, 의료부장님의 동서,,,, 원용길님, 수선화님, 재무님,,,, 여러 일일회원님들이 서로 격려하면서 농담으로 끌어주고, 물 한모금 전하면서 밀어주다보니, 천왕봉은 의외로 싱겁게(?) 우리 일행들에게 정복당하고 마는 것이었다.
탁 트인 시야는 가슴이 뻥 뚤리게 했다.
꿈틀대는 안개구름은 승천하는 용의 형상이며, 사라졌다가는 나타나고 또 사라지는 햇살은 변덕쟁이 막내동생 같이 밉지가 않았다.
정상석에서는 치열한 자리다툼 끝에 사진도 찍고, 30여명 천왕봉 등정에 성공한 모든 일행들이 한 자리에서 즐거운 점심식사와 서로 축하하면서 마시는 정상주는, 어느 산에서의 정상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감격 그 자체였다.
모두모여 기념사진을 찍은후, 하산이 시작되었다.
걸음도 가볍고, 능선을 따라 제석봉까지 오는 동안은 콧노래도 나온다. 조금전의 그 고통은 다 잊은 채 그저, 그냥, 무조건,,,, 즐겁기만 했다. 나를 보고어리석다 놀려도 좋고, 교활하다 해도, 간사스럽다 해도, 그래도 지금 이순간 만큼은 행복하다.
제석봉에서의 말 할 수 없는 가슴벅찬 조망과, 이어서 나타나는 고사목의 한이 서린 외침에 잠시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기도하는 여유를 즐길 수도 있었다.
장터목대피소에서는 한잔하고 가자는(회장님)분과 조금 더 내려가다가 그늘진 곳에서 쉬자는 분들의 1초 토론이 있었다. (나름 진지하고 의미있는....)
하산하는 길은 시원한 물길과 겹쳐서 더위도 모르고 내려왔다. 오히려 긴 하산길은 조금 지루하기도 했고, 졸음까지 느낄정도로 여느 산들과 별 다를것은 없었던것같다.
앗! 정신이 번쩍 든다. 수선화님께서 하산하고있는 내내 선두에서 우리들을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뛰면 뛰는데로, 걸으면 도 걷는데로.... 마지막, 매표소 직전의 개울물에 발을 씻는 그 순간까지.... 지리산이 낳은 사하우정산악회의 또 한 분의 에이스라고 인정하고 싶다.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동안, 자랑스런 우정인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하산을 마무리하는 인사들을 나눈다.
마중나온 김행원님의 친절한 안내로 뒤풀이 자리에 모여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수박 한쪽과 묵무침으로 서로 존중하며, 감사하며, 회장님의 건배에 우정의 발전을 기약하며 모든 산행을 마무리 짖는다.
산행에 참석하셔서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귀한 음식들 새벽부터 준비하셔서 모두가 즐거운 산행의 추억들 간직 할 수있도록 정성을 다하신 총무님과 홍보부장님 감사드리며, 남편들과 자녀들 밥 걱정에 무거운 마음으로 산행하신 여성회원님들도 수고많으셨고요, 그리고, 남편들 산악회에 뺏기면서도 도시락 준비 해주신 여러 사모님들 감사합니다. 아내에게 미안해서 손수 도시락 준비 해 오신 경처가님들도 고생많았습니다.
일일이 다 짚어드릴 수 없는 여러 처지와 상황속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하우정산악회 산행이사외 산행팀 올림-
첫댓글 산행대장님 수고많으셨고 산행후기 잘 읽고 갑니다,.
재무님도 산행때 마다 늘 수고많으십니다.
더운데 대장님 수고 많았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4년 전에 올랐는데 참석 못해 죄송합니다. 잘 보고 감사히 여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