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22일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입니다.
미국 볼티모어시 존스홉킨스 의대 베이뷰 메디컬센터 노인 병동의 윌리엄 글리노
박사는 나비 넥타이와 함박 웃음이 인상적인 노(老)신사.
회진(回診)을 하며 산소호흡기 등으로 연명하는 20여명의 뺨에 키스를 하거나
손을 맞잡고 한 옥타브 높은 인사말을 건넸다.
평생 노인병과 노화 연구에 매달려 온 그는 “이들은 환자인 동시에 소중한 연구
대상들”이라며 “요즘도 5~6개의 노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글리노 박사는 "수십명의 조사인력과 엄청난 연구비가 들어가지만 국립노화연구소(
(NIA·National Institute on Aging)가 모든 걸 지원한다”며 “NIA는 미국 전역
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노화연구의 중앙 사령부”라고 말했다.
3월 초 기온이 섭씨 영하 25도까지 내려간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만난 위스콘신대
인류생태학과 나딘 마크스 교수 역시 NIA 지원을 받아 개인의 성격이나 직업,
가족관계 등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었다.
보스턴시 하버드의대 헤브루노인재활센터의 앤디 테일러 박사는 NIA 지원으로
운동할 때 발생하는 유해산소(free radical)가 특히 심장의 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NIA의 지원으로 최근 각 대학이 앞다퉈 노화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노화연구
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25개 연구소 중 하나인 NIA는 미국 노화 연구의 총사령
탑이다.
워싱턴 DC 외곽 베데스다 지역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직속 연구기관인 노화연구센터
(GRC)는 볼티모어시 존스홉킨스의대 베이뷰 메디컬센터 내 거무튀튀한 4층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미 의회는 1974년 '공법(Public Law) 93-296’을 통과시키며 노화와 노인건강에
관한 미국 내 연구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NIA 발족을 승인했으며, NIA는 그 이후
무병장수의 무지개를 찾아 떠나는 ‘원정대(遠征隊)’의 중앙 통제본부 겸 보급기지
역할을 맡아왔다.
'실탄’에 해당하는 자체 연구예산은 2001년 7억8000만달러, 2002년 8억9000만달러,
2003년 9억7000만달러로 해마다 1억달러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NIA 노화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노화의 원인과 과정 등을 이해함으로써 노인들이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2003년 NIA 미의
회 제출 보고서).
이를 위해 ▲생물학적 노화 과정 ▲뇌 등 신경계 노화 ▲노인성 질환 ▲노화의 행동
및 사회적 측면 등 크게 4가지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엔 의학과 생물학, 약학뿐 아니라 간호학, 영양학, 체육학, 역학(易學), 인구
통계학, 인류학, 사회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NIA 노화연구센터 이철순 박사는 “성서에 등장하는 ‘바벨탑’처럼 인류의 모든
지혜와 학문을 끌어모아 생명과 노화의 신비에 도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NIA 노화 연구 프로젝트는 NIA 소속 연구원들에 의해 직접 진행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외부 대학이나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에게 ‘아웃 소싱’된다.
대체로 NIA가 직접 수행하는 '내부연구’엔 전체 연구 예산의 10% 정도가,
아웃 소싱되는 '외부연구’에는 연구 예산의 90% 정도가 지출된다.
외부연구는 노화 생물학 등 4개의 연구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연구
프로그램마다 수십가지의 연구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철순 박사는 “NIA 지원을 받아 노화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학·연구기관만
수백개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연구’는 노인학연구센터 등에 산재해 있는 유전학실험실, 면역학실험실,
신경과학실험실, 역학·인구학실험실 등 14개의 실험실에서 진행된다.
NIA 리처드 호즈 소장은 최근 발간된 NIA 간행물인 ‘진보를 향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우리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 비밀을 밝혀냈고, 그 결과는 ‘장수 혁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든 노인이 질병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다 죽음을 맞을 때까지 우리
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볼티모어·보스턴·매디슨=권인순 인제의대 내과 교수 insoonkwon@hanmail.net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그래픽> NIA 연도별 예산
■‘자문위원단’ 구성… 해외동행취재
‘장수혁명의 현장을 찾아서’는 ‘100세를 사는 사람들’1부(국내)와 2부(해외)에
이어 조선일보사가 세번째로 연재하는 장수 시리즈로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노화
연구 상황을 점검하는 기획이다.
얼마나 많은 분야 과학자들이, 어떻게 조직돼,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전망은 어떠한지 등을 과학적으로 짚어보는 게 목적이다.
의학과 생물학 등 수많은 학문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최첨단 연구의
현황과 전망을 취재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노화연구가 전공인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박상철 교수,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 교수, 인제의대 내과 권인순 교수, 노화
방지 클리닉 ‘제롬크로노스’ 이무연 원장 등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 취재에
도움을 받았다.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장인 박 교수는 국내 노화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조선일보와 함께 ‘100세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노년학회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회장인 최 교수는 노화의 사회학적 문제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노인의학이 전공인 권 교수는 1998~1999년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에서 근무했으
며, 존스홉킨스의대 노인병센터에서 노인 환자를 직접 진료한 경험이 있다.
비뇨기과 전문의인 이 원장은 연구소·제약사·클리닉의 복합체인 미국 ‘크로노스’
의 한국 지사(제롬 크로노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권 교수는 미국 워싱턴 DC, 볼티모어, 보스턴, 매디슨(위스콘신주), 연구삼각
지대(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을 취재진과 함께 방문해 취재했다.
이 원장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피닉스(애리조나주)의 크로노스 본사 취재에 동행
했다.
◇의료건강팀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김철중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김수혜기자 goodluck@chosun.com
■NIA 4大 집중 연구분야
생명과 죽음의 비밀을 캐는 노화연구에 있어 핵심 쟁점과 연구분야는 무엇일까?
NIA는 2003년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다음의 4가지
분야에 모든 연구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첫째는 알츠하이머 예방·치료법에 대한 연구다.
400만명 정도의 환자에게 연간 1000억 달러 정도를 쏟아붓는, 미국으로선 '발등의
불’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NIA는 구체적으로 ▲조기진단법 ▲정상 노화의 인지기능 변화 ▲알츠하이머병 유발
환경 요인 ▲발병 원인을 찾기 위한 동물 모델 개발 등 7가지 연구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연구를 통해 약 3만개의 유전자 중 4개의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며, 뇌 특정부위(뇌 내후각뇌피질)의 신경돌기(뉴런) 감소가 특히 인지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어린 시절의 정서적 안정감과 지지(支持)가 알츠하이머 발병
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둘째는 노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7대 노인성 질환(관절염·고혈압·심장병·당뇨
병·호흡기질환·뇌졸중·암)에 관한 연구다.
NIA는 특히 유전학적·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발병원인을 규명함으로써 병을 예방
하는 생활습관 등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셋째는 노화 자체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다.
노화는 기본적으로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나아가 세포 내 단백질 등과 같은 분자
수준의 변화다.
이 같은 변화과정을 이해하고, 그 과정을 적절히 조작함으로써 노화 자체를 지연시
킬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이를 위해 특히 호르몬 체계, 대사(代謝)과정,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산소의
역할 등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넷째는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행동과 생활습관, 사회적 제도에 관한 연구다.
최근엔 의료체계나 연금 같은 사회 시스템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성공적 노화’를 위한 지역사회 노인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 등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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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혁명의 현장 - 미국국립노화연구소-1
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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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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