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 을지로 3가역
서울의 4대문 안에 있는 거리는 대부분 엄청난 변화를 거쳤다. 광화문 앞에서 시작되는 세종로는 이미 광화문 광장이 조성되었고 2021년까지 규모는 더욱 커질 예정이다. 동대문 주변도 첨단 문화시설인 DDP가 건설되었고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로 확장되고 있다. 청계천 또한 복원되어 주변은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이렇게 광화문과 동대문, 남대문 등 4대문을 중심으로 서울은 지속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에서 오래된 느낌을 찾기 위해서는 좀 더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80-90년대까지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수많은 산업기술과 관련된 기술이 집적되었던 곳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잃고 쇠락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을지로, 충무로 주변의 3-4가 거리이다. 서울의 창덕궁과 남산을 기점으로 연결된 3-4거리는 종로와 청계천까지 개발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퇴계로 또한 거대 도시의 변모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에서 웅크리고 쪼그라진 을지로와 충무로의 3-4가는 주말이 되면 한산해 지며 거리의 생명력을 잃고 만다.
과거 수많은 사람들을 서울로 불러 들였던 개봉관은 이제는 서울과 대한극장을 제외하고는 사라졌다. 명보, 스카라, 중앙, 국도 등 이제 흔적도 찾기 어려운 곳이 많다. 젊은 시절 수많은 청춘들의 추억과 관련된 장소는 이제 과거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아직도 많은 전문상가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과거의 활기는 사라졌다. 종로 2가의 세운상가 철거가 보류되고 리모델링으로 전환된 이후 오래된 전자상가는 아직 반가운 모습을 지키고 있다. 청계와 을지로 주변의 조명상가와 충무로 3가의 인쇄상가는 더욱 범위가 넓어진 듯하였다. 다만 을지로 3가의 공구상가 거리는 규모가 축소되고 있으며 재건축 추진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결국 이곳도 양쪽에서 중심으로 향하고 있는 개발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을지로 3가에 남아있는 오래된 ‘을지다방’에서 ‘쌍화차’를 마시며,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서울의 모습을 그나마 간직하고 있는 장소에서 만남을 시작했다. 최근 건축된 세운상가 홀에서는 새로 복원된 서울의 옛길에 대한 전시회(<서울 옛길12경, 천년고도 역사도심>)를 열고 있다. 서울의 옛 모습 복원은 조선 시대를 복원하는 것이다. 현재의 낡은 거리는 보존의 대상이 아니다. 언젠가는 사라질 거리의 풍경, 언젠가는 사라질 인간의 자취, 모든 것은 사라진다. 다만 존재하는 동안의 의미를 찾을 뿐이다. 을지로의 낡은 모습도 누군가에는 의미 있는 장소일 것이다. 모든 삶은 완전히 개별적인 시선에서 만들어진다. 이곳도 가끔씩 찾아오면서 변화를 확인할 그런 장소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 역사와 서울의 역사가 중첩되는 장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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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상! 모든 것은 변한다. 건물도 거리도 인간도 사회도...... 변화를 인식하는 것은 사람! 더 나은 변화이기를... 더 좋은 변화이기를... 첨담 시설 속에서도 - 낡은 건물 속에서도 사람은 살아가고 있다. 지저분하고 어두컴컴한 골목길이 주는 편안함이 더 좋을 때가 많다는 것은 무엇인지.... 걸식하는 노인네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안타까움이.... 다리 꼬고 앉아 혼자서 막걸리를 마시던 노인의 모습이 나타난다. 시간을 때우는 삶이어서는 안된다! 생물학적 연장에 매몰되는 삶이어서는 안된다! 어차피 살아야한다면 보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한다. 미추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깨끗한 삶이면 더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