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요즘 이탈리아 세리에 A 인테르 밀란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드리아누 레이테(22)의 활약이 무섭다. 지난 7월 열린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자국 브라질을 우승시키더니 최근 챔피언스리그와 세리에A 경기들에서도 잇따라 골을 성공시키며 소속팀 인테르 밀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세리에 A 6라운드인 우디네세와의 경기 후에는 자국 선수들에게조차 평점을 짜게 주기로 소문난 이탈리아 라이 스포츠로부터 평점 10점 만점을 받으며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러한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피파가 주는 올해의 선수상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게 주위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런 아드리아누가 주전으로 기용되지 않는 팀이 있으니 바로 브라질 국가대표팀이다. 비록 지난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는 주전으로 활약한 것은 사실이나 그 당시 브라질 대표팀은 주전 멤버를 모두 제외하고 후보 선수들 위주로 짠 팀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아드리아누가 주전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 글에서는 아드리아누라는 화두를 통해 단순히 아드리아누 개인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국내외 축구팬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호날두와 카카, 호날딩유와 아드리아누의 공존 문제와 이와 관련된 대표팀의 전반적인 사안들, 여타 다른 공격수의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드리아누가 대표팀 주전이 아닌 이유
답은 간단하다. 카를로스 알베르투 파레이라 브라질 감독이 현재 원톱 전술을 좋아하며 그 자리에는 신 축구황제 호날두(28, 레알 마드리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여기서 다시 던져 볼 수 있는 의문은 "왜 파레이라는 아드리아누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있음에도 원톱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미 필자의 다른 글을 통해서도 밝혔지만 파레이라 축구의 기본 바탕은 수비의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보수적인 파레이라 감독의 특성상 - 물론 코파 아메리카를 전후하여 변화의 조짐이 있긴 하다. - 젊은 선수들을 쉽사리 기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파레이라는 투톱 전술을 사용할 경우 수비가 부담스럽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적어도 공격수 한 명은 수비가담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파레이라의 의견. 그래서 파레이라는 현재 호날두를 원톱으로 최전방에 두고 후방에 전문 공격수 아닌 세컨드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라 할 수 있는 카카(23, AC밀란)와 호날딩유(24, FC 바르셀로나)를 배치하여 상황에 따라 수시로 전진과 후진을 통해 공격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일부 축구팬들은 "현재 아드리아누가 호날두보다 잘하고 있는데 그냥 아드리아누를 집어넣으면 안 되냐?"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더는 설명이 필요없는 축구 선수 호날두가 어떻게 벤치로 밀려날 수 있겠는가? 아드리아누의 최근 활약은 분명 호날두의 그것을 넘는 것이 사실이지만 파레이라는 선수들의 꾸준한 활약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감독이란 점을 잊어선 안된다. 그는 단기간의 활약으로 한 선수를 평가하는 감독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4년 월드컵에서 감독과 선수로 처음 호날두와 인연을 맺은 파레이라는 이후 호날두에 대한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따라서 호날두가 부상 같은 몸의 이상이 없다면 아드리아누 때문에 주전을 뺏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아드리아누는 호날두를 벤치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대단한 활약을 보여 팬들의 성원을 통해 대세를 형성, 파레이라 감독이 투톱 전술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드리아누-호날두, 카카-호날딩유 네 선수의 동시 기용은 왜 불가능한가?
사실 아드리아누와 호날두 두 선수는 공존이 가능하다. 189cm, 87kg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아드리아누는 전통적 브라질 공격수들에게는 보기 힘든 힘과 제공권을 두루 지닌 이상적인 공격수이다. 볼 컨트롤과 왼발 슛에도 재능을 보유한 아드리아누는 투톱 전술에서도 동료를 활용할 줄 아는 모습을 보이며 재미를 보고 있다. 2001년 남미 청소년 대회에서 6골로 동료 공격수 에베르톤(23, 도르트문트)과 함께 득점왕에 올랐으며 세리에 A 파르마 시절에는 루마니아 대표 공격수 아드리안 무투(25, 무적)와 호흡을 맞추며 02/03시즌 리그 14골을 넣으며 리그 최고의 투톱으로 불리기도 했다.
따라서 아드리아누에게 투톱 전술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물론 위에 언급된 에베르톤과 무투가 전문 공격수이기 보다는 빠르기와 개인기를 갖춘 세컨드 공격수에 가까운 선수이긴 하지만 이미 아드리아누는 루이스 파비아누(25, FC 포르투)와 호흡을 맞춰 코파 아메리카에서 득점왕에 올랐으며 현 인테르 밀란에서는 이탈리아 대표 공격수로 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티안 비에리(31)와 함께 뛰기도 했지만 별 문제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세계 최고의 공격수인 호날두와 같이 뛰는 것은 아드리아누 본인에게도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다만, 플레이의 유형에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호날두가 과거 전성기에 비해 폭넓게 움직이기 않기 때문에 아드리아누가 볼을 잡으며 수비진을 뒤흔들거나 미끼 역할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굳이 전형적인 세컨드 공격수가 아니라도 94월드컵의 베베투나 2002월드컵의 히발두는 볼이 없을떄에도 상대 수비수를 끌어내는 움직임으로 동료 공격수인 호마리우(94년 월드컵)나 호날두(2002년 월드컵)의 활동을 쉽게 했다. 아드리아누가 호날두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러한 능력도 갖춰야 할 것이다. 지난 월드컵 남미예선 10라운드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호날두와 아드리아누가 투톱으로 뛰기도 했지만 당시 아드리아누의 플레이는 선배들이 보여준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아드리아누가 이런 플레이에 적응을 한다 해도 이것이 아드리아누의 공격력을 저하하진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과거 베베토나 히발두가 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에서도 알 수 있으며 팀 전체의 공격력은 한층 배가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호날두 밑에 포진하고 있는 두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와 호날딩유와의 공존일지도 모른다. 위 두 명과 호날두와 아드리아누를 포함한 네 명이 같이 뛰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사실 파레이라는 원톱 전술만 고집하는 감독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파 아메리카에서 아드리아누와 루이스 파비아누를 투톱으로 내세워 우승을 차지한바 있고 2003 대륙간컵 조별리그에서도 탈락 위기에서 상대했던 터키와의 경기에서 투톱 전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 초입부에서도 말했듯이 파레이라는 투톱을 쓸 경우 수비에 부담이 온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원톱전술을 주로 구사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투톱이 필요할 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3명을 배치한 4-3-1-2 전술로 수비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이는 코파 아메리카나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후반 공격수를 한 명 더 투입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말은 호날두와 아드리아누가 투톱으로 설 경우 카카와 호날딩유 중 한 명은 벤치로 가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브라질의 대표 전술로 알려진 4-2-2-2 전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98년 월드컵 대표팀을 맡았던 마리우 자갈루 감독은 호마리우(월드컵에서는 부상으로 베베투)와 호날두라는 당대 최고의 투톱에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히발두(혹은 데닐손)와 레오나르두(혹은 잘밍야)를 배치했고 이들의 뒤에는 둥가와 삼파이우(혹은 마우루 실바)라는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서는 공격적인 4-2-2-2 대형을 구사했다. 이와 같은 4-2-2-2를 사용하여 호날두와 아드리아누, 카카와 호날딩유를 다 같이 쓸 수 있지 않으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일단 자갈루 감독 시절과 현재 파레이라 감독을 비교한다면 수비면에서는 분명 지금이 더 나은 것이 사실이다. 자갈루의 경우 수비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공격의 강화로 팀을 만들어 갔다면 파레이라는 수비의 강화라는 목표를 감독 부임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난타전에 능한 것으로 흔히 인식되는 브라질이 과거에 비해 공격적인 팀컬러를 가진 팀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만 봐도 브라질도 이제는 수비를 등한시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앞에서 얘기가 잠깐 나왔지만 파레이라 감독은 94년 월드컵에서도 브라질 대표팀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 당시 사용했던 전술은 다름 아닌 4-2-2-2. 한일 월드컵 이후 대표팀의 지휘봉을 다시 잡은 파레이라도 한동안 스콜라리 전 감독의 3-3-1-3 혹은 3-4-1-2에서 자신의 4-2-2-2 대형을 대표팀에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했다. 호날두와 아드리아누 투톱과 카카와 호날딩유 두 공격형 미드필더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파레이라의 4-2-2-2 전술에서 소위 말하는 '제 3의 선수'로서 역할을 카카와 호날딩유 중 한 명이 수행할 수 있느냐를 판단해야 한다.
파레이라의 전술에서 '제 3의 선수'란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된 선수 중 한 명이 공격시에는 제 3의 공격수가 되고 수비시에는 제 3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되는 것을 말한다. 카카와 호날딩유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빼어난 공격력을 지녔기 때문에 제 3의 공격수가 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제 3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회의적인 답을 할 수밖에 없다.
1994년 월드컵 당시 파레이라 감독은 당대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꼽혔던 하이(Rai)에게 이 역할을 맡겨 보지만 맘에 들지 않자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마징유(Mazinho)를 집어넣으면서 역대 브라질 대표팀 중 가장 안정된 수비를 자랑한 94년 월드컵 대표팀을 완성하게 된다.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7경기를 치른 브라질의 실점은 단 3점에 그쳤다. 2003년 다시 대표팀을 맡은 파레이라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정상급 미드필더로 꼽히는 제호베르투(30, 바이에른 뮌헨)을 제 3의 선수로 낙점하고 이를 시험해 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과거 대표팀에서 한동안 왼쪽 풀백/윙백인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대체 요원을 담당했을 정도로 공격력 못지 않게 수비력도 갖춘 선수였기에 이 역할에는 제격인 것으로 애초 예상됐지만 분데스리가에서 잔뼈가 굵은 제호베르투도 단순히 공수의 겸비뿐 아니라 경기 흐름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이 역할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이에 대한 비난은 고스란히 파레이라 감독에게 돌아왔다. 결국 파레이라는 한일 월드컵에서 주전 3백의 일원으로 활약했던 에드밀손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4-1-2-2-1전술을 고안하면서 제 3의 선수라는 역할을 버거워 했던 제호베르투를 끌어안았고 이는 현재 브라질 대표팀의 주 전술로 자리를 잡았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격 재능에서는 현재의 카카와 호날딩유를 능가할지도 모르는 하이도 고배를 마셨으며 누구나 성공할 것으로 여겼던 제호베르투마저 결국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 4-2-2-2전술에서 제 3의 선수라는 자리이다. 제호베르투의 실패 요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측면 전문 선수로 몸에 밴 돌파와 드리블 위주의 플레이 습관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젊은 카카와 호날딩유가 이러한 역할을 하기엔 힘에 부쳐 보인다.
따라서 파레이라가 투톱을 쓰면서 4-2-2-2가 아닌 4-3-1-2를 쓰는 것은 제 3의 선수라는 까다로운 역할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예로 든 콜롬비아와의 월드컵 남미예선에서도 파레이라는 아드리아누를 투입하기 위해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인 알렉스(25, 페네르바흐체)를 빼면서 공격형 미드필더 두 명이 투톱과 함께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에메르손이 가세하고 풀백들이 공격을 자제한다면 4-2-2-2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래도 호날두와 아드리아누, 카카와 호날딩유 이 네 명이 같이 뛸 수 없는 것이 아쉬운 팬들은 또 다른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카카나 호날딩유가 제 3의 선수라는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수비력 보강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라 할 수 있는 에메르손(30, 유벤투스)이나 질베르투 실바(28, 아스날) 같은 선수들이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 밑에 서고 수비수라는 본분을 넘어서 팀의 측면 공격까지 주도하고 있는 호베르투 카를로스와 카푸의 좌우 풀백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다면 4-2-2-2 대형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현재 4-1-2-2-1 전술에서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 밑에 배치되는 제호베르투와 주닝유 페르남부카누가 소속팀에서는 모두 공격에 보다 치중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도 이런 의견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벤투스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팀의 리그 선두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에메르손은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에메르손이 누구인가? 훈련 도중 잠깐 골키퍼를 보다가 다이빙 과정에서 어깨가 탈골되는 어처구니 없는 부상으로 한일 월드컵 본선 출전이 좌절되긴 했지만 까다롭다는 스콜라리 전 대표팀 감독 밑에서 한동안 주장을 맡았던 선수이다. 수비 불안이 심각한 수준이었던 브라질 대표팀을 떠맡아 4백 위주의 브라질에는 파격적인 유럽식 3-5-2와 3-4-1-2를 차례로 사용하며 수비를 안정시킨 스콜라리 감독이 궁극적으로 구상했던 3-3-1-3전술도 단 한 명의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중대한 임무를 에메르손이 능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스콜라리 감독의 믿음이 없다면 애당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에메르손이 부상으로 빠지자 스콜라리 감독은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3-3-1-3을 쓰다가 16강부터는 질베르투 실바와 클레베르손 두 선수를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하는 3-4-1-2 전술로 전환했고 이로 인해 특히 한국팬들에게 선호도가 높았던 공격형 미드필더 주닝유 파울리스타는 호날딩유에게 플레이메이커 자리를 내주고 벤치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에메르손의 복귀라는 팬들의 요구를 파레이라가 귀담아 들어 현 전술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파레이라는 부임 초기 에메르손과 질베르투 실바를 4-2-2-2 전술의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봤지만 이는 공격의 단조로움이란 단점을 가져왔다. 투톱과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량이 아무리 출중하다고 해도 브라질 대표팀 같이 전선수의 개인 기량이 고른 팀에서는 수비나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도 정교한 공격 전개가 필요한데 두 선수는 이러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카카나 호날딩유 중 한 명이 후방으로 내려와 수비와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이렇다면 애초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어 앞의 네 명의 공격 선수들의 수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되며 공수전환의 속도도 아무래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이 배치되는 3-3-1-3과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에는 후방의 수비수가 2명이 아닌 3명이기 때문에 풀백이 아닌 윙백으로 기용되어 수비 부담에서 한층 자유로워진 카를로스나 카푸가 활발한 공격 가담을 통해 공격과 수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는 수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시즌 AS 로마에서 유벤투스로 팀을 옮긴 에메르손은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수비형 미드필더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파레이라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은 분명 클럽과 달리 미비하였고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스콜라리 감독에게 경고를 조심하라는 별도의 주의까지 받을 정도로 정평이 난 특유의 거친 플레이는 삼바 축구라는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속성과 유연함을 중시하는 브라질 축구와도 상이하다.
최근 에메르손의 대표팀 복귀가 언급되고 있는 것도 4-2-2-2 대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역할이 아닌 현 4-1-2-2-1전술에서 1의 자리, 즉 두 명의 중앙 수비수 바로 앞에서 제 3의 수비수 역할을 해줄 선수로 그가 제격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주전을 확고히 했던 에드밀손(28, 바르셀로나)이 장기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보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있는 헤나투보다는 에메르손이 더 낫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파레이라 감독 부임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인 주닝유 페르남부카누(29, 리옹)가 중원에서 안정적인 볼배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에메르손의 공격 부담은 한층 줄어들었고 1년 전 감독 부임 직후 어수선함에서 벗어나 현재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기 있는 호날딩유와 카카의 호흡도 제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그때보다는 에메르손이 전방으로 패스하기도 한층 편할 것이다.
호베르투 카르로스(31, 레알 마드리드)와 카푸(34, AC 밀란)의 공격성을 자제하라는 얘기는 그들이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이래 10여 년간 꾸준히 나왔던 얘기이다. 그러나 이미 대표팀에서도 선참급이 된 이들에게 수비만을 강조한다고 해서 이들이 몸에 밴 공격 성향을 자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전통적으로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의 개념이 모호한 브라질에서 이들의 공격 가담이 없을 경우 당장 측면 공격의 빈도가 눈에 띄게 줄게 되고 이는 공격의 단조로움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공격 성향과 중앙 지향성이 강한 공격형 미드필더 호날딩유와 카카에게 중앙보다 측면에 치중하라고 말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94년과 98년 월드컵에서 세계에 선보인 브라질의 4-2-2-2전술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윙의 구분이 명확한 유럽의 4-4-2전술이 아닌 과거 펠레 시절부터 있었던 4-2-4전술의 변형으로 그 시작부터가 다르다. 4 톱에서 중앙의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미드필더로 내려온 것이 지금의 4-2-2-2전술이라는 점을 알면 현재 브라질의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이웃 나라 아르헨티나와 달리 경기 운영에 치중하는 플레이메이커이기 보다는 공격수에 버금가는 화끈한 공격력을 지닌 것이 이해가 될 것이다. 과거 히발두나 현재 호날딩유는 이러한 유형의 대표적인 선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윙이 따로 없는 브라질의 전술상 브라질의 풀백들이 수비 못지 않게 공격에도 신경을 쓰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며 전술적으로도 타당하다. 수비 안정을 위해 애썼던 스콜라리나 지금의 파레이라 감독이 카를로스와 카푸로 대표되는 브라질의 좌우 풀백들의 공격을 자제시킬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술을 썼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카를로스와 카푸의 공격 자제를 말하는 이들은 브라질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윙이 아니며 브라질의 풀백은 3백 유무와 상관없이 윙백이라도 해도 무방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당장 카를로스와 카푸의 공격 가담이 줄어들면 아무리 아드리아누와 호날두를 카카와 호날딩유와 같이 기용한다고 해도 공격진에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신체조건이 좋아 제공권이 뛰어난 아드리아누에게 좌우에서 날라오는 크로스의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제공권이나 힘을 제외한 나머지 능력에서는 아드리아누와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는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카카와 호날딩유가 이선에서 공간 침투를 할 수 있는 것도 상대 수비에 전방의 호날두와 측면에서 줄기차게 공격에 가담하는 카를로스와 카푸에게 분산되기 때문이다. 결국, 측면 풀백의 공격 가담이 없는 브라질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팥소 빠진 찐빵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허전할 가능성이 크며 실제로도 카를로스와 카푸가 부진했던 경기에서 브라질이 경기를 쉽게 풀어간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다.
결국, 아드리아누와 호날투 투톱에 카카와 호날딩유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서고 에메르손과 질베르투 실바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는 4-2-2-2전술은 이들의 현 소속팀이나 선수 개인의 지명도만 따진다면 상대에겐 그야말로 공포의 팀이겠지만 파레이라 감독의 성향을 볼 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바와 에메르손의 동시 기용은 공격 전개의 단조로움과 공수 연결고리의 부재라는 문제를 가져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나 호날딩유 중 한 명이 후방으로 자주 내려올 경우 공수 전환 속도의 둔화와 공격 전개의 단순함을 낳는 악순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레이라 감독은 4백 앞에 제 3의 수비수를 두는 4-1-2-1-1 대형을, 투톱을 사용할 경우 4-3-1-2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찾은 방법이기 때문에 쉽게 고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수비력이 늘어 제 3의 선수의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면 4-2-2-2 전술 사용의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이는 단시간에 일어나긴 어려운 것이고 공격진의 전 선수들이 조금씩 더 뛰어줘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하기에 보수적인 성향의 파레이라 감독이 쉽게 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수비로 정평이 난 세리에 A에서 성공적인 적응을 하고 있는 카카는 팀 동료인 네덜란드 대표 미드필더 클라렌세 세도르프의 플레이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의 플레이야말로 현 축구 선수 중 가장 제 3의 선수에 근접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공격수들에 대한 전망
이제는 화제를 잠시 돌려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은 브라질의 다른 공격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코파 아메리카 이후 호날두의 고정 백업으로 자리를 굳힌 아드리아누의 활약이 가장 달갑지 않은 선수는 다름 아닌 루이스 파비아누(25, 포르투)일 것이다. 올 초만 해도 대표팀에서 꾸준히 득점하며 브라질의 대표적인 공격 유망주로 각광을 받은 그는 남미예선의 최대 빅카드라 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전에서 아드리아누를 제치고 배번 10번을 달고 호날두와 함께 투톱으로 선발 출장하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나름대로 미끼 역할에 충실하며 호날두가 페널티킥 해트트릭으로 맹활약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던 파비아누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시험무대였던 코파 아메리카에서 아드리아누에게 완벽하게 주도권을 뺏긴 이후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과거 프랑스 르샹피오나의 렌에서 뛰며 유럽 축구를 경험했지만 쓴 잔만 마신 파비아누는 브라질 공격형 미드필더의 대표적인 유망주 중 한 명인 디에구(19)와 함께 지난시즌 유럽 챔피언 포르투에 입단했지만 아드리아누에 필적할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당분간 호날두와 아드리아누에 이은 대표팀 세 번째 공격수에 만족해야 할 처지이다. 빅리그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리그보다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것이 대표팀 입지 회복을 위해 급선무일 것이다.
질풍 같은 빠르기와 화려한 개인기로 무장한 브라질 공격의 젊은 유망주들인 호빙유(20, 산토스)와 닐마르(20, 리옹)는 아드리아누와 파비아누처럼 전형적인 공격수가 아니라는 차별성을 가지고 대표팀에 어필해야 할 것이다. 최근 호빙유는 후스 히딩크 PSV 에인트호벤 감독이 남미 출장으로 기량을 확인한 후 2000만 달러의 이적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선수 모두 당장 대표팀에 포함되긴 어려워 보이지만 기존 선수들의 부상이나 소속팀의 차출 거부 같은 돌발 상황이 생길 경우 합류하여 A매치에서 교체 선수로 뛰며 경험을 쌓고 주어진 기회에서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파레이라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급한 선수들보다 최근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어느덧 왕년의 슈퍼스타가 된 히발두(32, 올림피아코스)이다. 한동안 무적 신세였다가 이번 시즌 그리스 에시니키 카티고리아의 명문 올림피아코스에 입단한 후 챔피언스리그 본선 경기를 통해 다시 유럽 축구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얼마 전 공개적으로 브라질 대표팀 재합류를 희망하기도 했다. 30일 리그 경기에서 두 골을 기록하며 호조를 보이곤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챔피언스리그이다.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리버풀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보이며 팀의 승리에 기여하긴 했지만 과거 상대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의 왼발의 위력은 단순히 팀의 도우미 수준이 아니었다.
그가 예전의 기량을 되찾기만 한다면 현 대표팀의 상황은 그에게 매우 유리하다. 다년간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호날두가 여전히 주전으로 뛰고 있으며 경험을 중시하는 파레이라 감독의 성향도 성향이지만 그가 싫어하는 측면에서 뛰고 싶어도 윙이라는 포지션 자체가 없어 중앙에서 맘껏 뛸 수 있는 브라질 대표팀은 그에게는 천국과도 같다. 그가 갖지 못한 힘과 높이라는 장점을 지닌 아드리아누를 제치긴 쉽지 않겠지만 주요 경기에 강한 특유의 승부근성과 노련함으로 지역예선 고비마다 골을 넣어 준다면 굳이 주전을 고집하진 않겠다는 히발두가 2006년 월드컵 본선 23인 명단에 드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마치면서
지금까지 아드리아누를 시작으로 브라질 대표팀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현 상황을 토대로 한 이야기일 뿐 아드리아누가 지금 같은 활약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대표팀의 공격진에 본격적인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제 중반을 지난 월드컵 남미예선과 각종 평가전에서 파레이라 감독의 선수 기용과 아드리아누를 비롯한 브라질의 차세대 공격수들이 소속팀에서 어떤 활약을 하는지를 눈여겨본다면 공격진의 변화를 예측하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FOOTBALL 2.0
첫댓글 투톱에 카카를 톱후방&호나우딩요를 오른쪽 날개로 쓰는게 좋을듯.. 변형 3-5-2로 아드리아노 호나우도 카카 호나우딩요 카를로스 에메르손 카푸 루시오 에드미우손 호케Jr. 디다 이런것도 나쁘지는 않을듯.
일반적으로 브라질에는 윙시스템이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딩요를 오른쪽에 넣으면 딩요의 실력이 죽어버릴 듯 하네요. 아디가 아깝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 크게 문제가 없으니 교체로 넣는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테클은 아니구요~
아 정말 아드리아누 호나우도 카카 딩요 이 4명이 뛰는걸보고싶네요 프리메라의 지존2명과 세리에의 페노메노 2명의 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