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이미 정치적인 꿈을 꾸고 있는 출마예정자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속에서도 향후 지역 선거판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구 조정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다.
한때 각 정당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전제로, 선거구 인구상·하한선은 모두 10만~30만명 안에 동의하는 듯 했으나, 열린 우리당이 11만~33만 명으로 당론을 바꾸면서 하한선이 10만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선거구 조정이 특검문제로 정기국회에 계류중이지만 11만 이상으로 확정될 경우 울진·봉화선거구(8월말 인구 10만1천358명)의 조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11만으로 하한선이 확정될 경우 지난해 대선기준 인구 4만 300명인 봉화지역은 인구12만6천789명인 영주지역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인구 6만 4천 309명인 울진은 인근 영덕(48,728)과 영양(21,688)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봉화지역 주민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같은 인구하한선에 관계없이 경제권과 생활권이 같은 영주와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지역에서 평소 국회의원 선거구 문제를 공론화 시켜온 봉화군의회 김천일 의장(56)은 "현재의 봉화-울진 선거구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인구하한선이 10만이든 11만이든 이참에 생활권이 같은 영주와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주-봉화,생활권 같고 공공기관 대부분 영주에 예속
영주와 봉화는 소태백 분지에 위치해 과거 조선시대에는 순흥도호부 관할이었다가 순흥부가 폐부되면서 영천군,풍기군,봉화현으로 분리되는 등 역사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다 10분 거리의 지리적 여건 때문에 모든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의 공동생활경제권이다.
더군다나, 봉화지역주민들의 다수가 영주지역에서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한 때 봉화군청 소속 공무원들이 영주에서 출퇴근이 이루어짐으로서 지역경제을 외면한다며 '봉화전입하기 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사회,경제,문화등 모든 부분에서 영주에 예속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공공기관의 배치현황만 봐도 이같은 사실은 확연히 드러난다.
지역의 재난과 화재예방 및 진화를 책임지고 있는 소방서의 경우 영주소방서 관할 2개 파출소와 7개 대기소가 설치돼 있으며 남부지방 국유림 관리청 산하 영주국유림사무소에서도 봉화지역에 3개소의 국유림경영센타와 청옥산 자연휴양림, 춘양양묘사업소등을 관리하고 있다.
또 철도청 영주지역 관리사무소에서도 12개소의 역을 비롯 9개소의 시설관리반, 4개소의 전기분소를 두고 있고 농산물 검사소,KT,농업기반공사등 주요기관들이 봉화에 지점이나 출장소,분소등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이밖에도 영주상공회의소,영주지방 노동 사무소,영주세무서,영주시법원등은 봉화지역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광역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등 모든 공공기관들이 영주와 봉화를 하나로 묶고 있다.
이에반해 울진과 봉화는 읍소재지 간 거리가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리는데다 봉화는 농업,임업이 발달된데 비해 울진은 수산업이 발달됐고 지역민의 왕래나 행정기관의 교류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은 봉화에 설치된 각 정당의 연락소를 제외하고는 단 한 곳도 없는 등 지역적 특성마저 서로 상반돼 있다.
이러한 지역여건에도 불구하고 울진과 봉화는 정치권에 의해 8여년 동안 하나의 선거구로 총선을 치뤘으며 매번 지역대결구도로 인구가 많은 울진출신 인사가 항상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왔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봉화지역 한 유력인사는 "지역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정치인들의 이익에 따라 나눠진 선거구가 오히려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퇴보시키고 있다"며 "얼마전 봉화지역에서 핵페기장 유치운동이 벌어졌는데 오죽하면 그러겠냐"며 선거구의 영주통합을 강력히 주장했다.
봉화 지역 민간축제위원회 우병렬 위원장(54)은 "지역축제에 있어서도 이미 인근 안동과 영주등의 기초단체와 공동으로 전국을 상대로 홍보하는등 지역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며 "울진과는 경제교류도 전무하고 남이다. 영주와 봉화가 통합되는 것은 당연하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렇게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지역 김희문 도의원(49)은 "지역정서와 산업이 같은 영주로 통합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지역여론과 민심에는 상관없이 정치인들의 이익에 따라 지역이 분할되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선거구 통합만이 '영주-봉화' 함께사는 길
영주와 봉화는 지역개발과 각종 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하나의 운명공동체이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충북,강원,경북도지사가 공동으로 발표한 1천 억원이 넘는 중부내륙중심권개발사업이나 북부지역 개발촉진지구 사업, 국가차원에서 추진하고 유교문화권 종합개발사업등이 바로 그것이다.
주요 지역현안으로는 정부가 추진중인 송리원댐 건설이 봉화와 영주지역 주민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송리원댐의 경우 현재 별도의 댐반대 투쟁위가 구성되어 반대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지만 지리적 여건 때문에 영주지역의 평은면과 이산면이 직접 담수지역이 되지만 봉화군은 댐영향권 안에 들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지역이어서 하나의 공동운명체인 셈이다.
이같은 대규모 지역개발이나 댐반대등의 현안들은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예산요청이나 반대입장을 전달해야 할 국회의원의 역할과 각종 활동들이 부각되는 부분이다.
농업경영인회 봉화군 연합회 박형국 회장(46)은 "1시간 30분거리에 위치한 울진출신 국회의원이 봉화지역의 현안을 챙기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라며 "송리원댐등 지역현안도 정치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 그만큼 더 큰 힘이 실리고 문제를 함께 공유하면서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회장은 또"울진은 수산업이 발달해 봉화와는 정책에 있어서도 상반된다"며 "영주와 통합될 경우 농업등의 분야에서 공통적인 이익이 발생해 오히려 지금보다 봉화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 붙였다.
봉화군의회 김천일 의장은 "실제 영주경제는 봉화와 풍기지역에서 살리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각종 지역개발을 통해 영주는 상업도시로 크면서 봉화는 전원도시로 발전해야 지역이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시 대 군 통합은 군이 오히려 피해
선거구 조정이 울진보다는 영주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울진봉화지구당의 입장은 현재의 선거구 유지 내지는 울진,영양,영덕으로의 군대군 통합이 봉화지역발전에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봉화군 연락소를 맡고 있는 채영만 소장(44)은 "정서적으로 생활권이 같다고는 하지만 시단위와 통합되는 것보다 같은 군단위로 묶여지는 것이 정부예산확보에 대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며 "영주와 통합되면 비교적 규모가 적은 군단위는 서자취급(?)을 받게 되는 등 덕될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채소장은 또 "김광원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3선에 당선되면 오히려 지역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실제 울진의 경우 국책사업이 많고 봉화는 없어 교부금 신청시 울진보다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지구당의 입장은 봉화지역을 함께 안고간다 것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봉화울진지구당 홍의락 고문(48)은 "발전은 같은 생각과 같은 의지를 갖고 있는 공통분모 안에 있거나 나보다 나은 곳과 함께 해야 가능한 것이지 비슷한 지역끼리 묶인다고 해서 발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백년대계의 지역발전을 내다보고 대승적인 지역발전 차원에서 영주와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주지역 일부 출마예정자들도 내년 총선에서 얼마만큼의 봉화지역표를 얻느냐에 따라 분석은 제각각이다.
문중표와 지역연고가 있는 인사들은 지역공동발전차원에서 봉화를 영주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출마예정자들은 영주 하나로만 단독선거구가 가능한데 굳이 통합할 이유가 있느냐며 오히려 반문하고 있다.
한편,영주와 봉화선거구는 중선거구가 실시된 85년 제12대 2.12총선거에서 영주시.영양군.영풍군.봉화군이 한차례 하나의 선거구가 되었으나 제13대와 14대 국회의원선거인 88년 4.26 총선거와 92년 3.24총선거에서 영주시와 영풍군 하나로 되고 봉화군은 영양군에 붙어 하나의 선거구로 선거가 치러졌다.
이후 96년 4.11선거에서 영주시는 단독선거구,봉화군은 울진군을 하나 더 포함시켜 봉화,영양,울진 선거구로 선거가 치러진뒤 2000년 4.13선거에서 현재의 선거구로 만들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