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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신 평 | ||||||
Subject | 영어의 발음에 관해서 | ||||||
미국 생활이 5개월이 지나 6개월로 접어들었다. 미국이 아무리 부자나라고 어떻고 해도 여기 역시 사람 사는 곳이니 어찌 만만하랴. 낯설고 물 설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서러워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으나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초반의 정착단계에서 그나마 이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그 징표는 이제 조금 여유를 찾기 시작한 데서 나타난다. 매사에 느긋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사람들과 말이 통하기 시작한 점이다. 내 영어실력이 그다지 좋지 못한 점도 작용했겠으나, 보통의 미국인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노골적으로 당신 말은 못 알아듣겠다고 거만을 떨며 핀잔을 주는 무례한 년놈들도 있었다. 년놈이라는 욕설을 쓰는 내 심정을 이해해달라고 할 것은 아니나, 그 당시는 휠씬 더 심한 욕설이라도 퍼부어주고 싶었다. 그런 인간들 의식의 기저에는 인종차별의식이 꿈틀거림이 확실하다고 본다. 몇 번 이런 일을 당하며 자꾸 움츠려 들었다. 미국인과의 대화 자체를 기피한 것이다. 미국사람에게서 나는 지독한 냄새, 이것이 치즈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에서 나던 숨막힐 듯 하던 냄새보다는 낫지만 이 냄새가 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얼굴을 돌려버리며 마음마저 돌아서버렸다. 이렇게 되니 매사에 자신을 잃어버리고 하루하루 사는 것이 피곤해지는 법이다. 내가 쓰던 영어는 물론 문법적으로는 완전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들이 나를 골려주려고 일부러 못 알아들은 체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만 성의를 가지고 귀를 기울여주면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그들의 몰인정에 대한 섭섭함은 가졌다. 왜 그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까? 간단하게 말을 모아보자. 미국인들은 자기 나라 말을 소리 내는 특유의 법칙이 있다. 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은 이를 과거에 듣도 보도 못하여 전혀 여기에 익숙하지 못한 탓이다. 영어의 파장이 우리나라 말의 파장대와 다른 영역의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던데 아마 맞으리라.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하게 영어를 배운 한국인이 미국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영어의 발음에 관한 대강의 원칙, 구조나마 전혀 배우지 않는 까닭이다. 우리는 금과옥조처럼 여겨 배워온 영한사전의 발음부호가 여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방식으로 발음을 표시한다. 우선 이 점에서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실제로 이것은 심리적인 장애를 넘어서서 대화를 가로막는 벽으로 작용한다. 미국에서는 우리 식의 발음부호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다른 중요한 것이 따로 있다. 그 요체를 아주 간단히 표현하자면, 말에 리듬을 갖춘다는 점이다. 우리 식으로 밋밋하고 툭툭 터지는 듯한 발음을 미국인들은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인들은 자기 나라 말을, 비유컨대, 구슬을 또르륵 굴리듯이 혀로 말을 굴려 발음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그 발음의 원칙들 몇 개를 살펴보자. 먼저 모든 액센트가 들어가는 모음은 길고 분명하게 발음한다. economics(경제학)은 ‘이커나믹스’가 아니라 ‘이커나-믹스’이다. 그리고 영어에서 ‘내용어’(contents words)는 대체로 강조되어 길고 분명하게 발음된다. 내용어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라 명사, 주된 동사, 형용사, 부사, 의문사이다. 그 반면에 ‘구조어’(strcture words)라고 하여, 이것은 약하게 발음되며 경우에 따라서 축약되고 또 앞 뒤의 자음이 탈락되기도 한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대명사, 전치사, 관사, be동사, 접속사, 조동사 등이 있다. ‘give her'의 발음이 '기브 허-'가 아니라 '기버-'(giver)인 것과 같다. 이 설명을 과연 들어본 한국인이 얼마나 있는가? 미국인들이 발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 것을 우리는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었다. 또 모음 사이의 자음 t는 흔히 d의 발음 나아가 r발음이 된다. Italy는 ‘이탤리’가 아니다. ‘이-덜리’이다. little은 ‘리틀’이 아니고 ‘리를’이다. 나아가 아주 t가 탈락되기도 한다. internet은 보통 ‘이-너넷’이다. 캐나다의 수도 Tronto는 왕왕 ‘터라-노’로 발음된다. 구슬이 또르륵 굴러가는 듯한 발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되는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끝 발음이 무성음이면 그 앞의 모음은 짧고, 끝 발음이 유성음이면 그 앞의 모음은 길다. 예컨대 bet는 ‘벳’이고, bed는 ‘베드’가 아니라 ‘베-드’이다. 처음 이곳에 와서 침대를 구하려고 몇 군데 상점에 가서 '베드'라고 발음을 하니 하나 같이 못 알아들었다. 이때의 당황스러움은 정말 컸다. 이 간단한 단어 하나 저쪽에서 못 알아듣다니 하는 낭패감이다. 리듬을 넣어 '베-드'라고 베를 장음으로 발음하지 않으면 일반의 미국사람은 알아듣지를 못한다. 영어발음에 관한 기본원칙 몇 개를 들어보았다. 내 설명이 조금 일방적이라거나 역겹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나는 그런 사람의 심정을 잘 이해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점을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그처럼 장시간을 투자하여 그토록 어렵게 공부하는 영어가 바깥 세상에 나가서 통용되지 못하는 것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말이다. 그쪽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해주기를 기대하는 것 보담은 우리가 발음을 그쪽에 맞게 고쳐나가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어를 우리 식으로 발음해주었으면 기대하듯이 말이다. 과감하게 영어발음을 고쳐나가보자. 무엇보다 영어발음에 관한 심리적 저항감을 없애나가자. 원칙적으로 우리 말에 없는 발음인 ‘f'나 'v' 그리고 'th'를 확실하게 하도록 노력하자. 동양식 사고방식에서는 혀를 날름거리고, 이빨로 입술을 깨물며 발음하는 것이 우선 정서적으로 맞지 않다. 그러나 어떡하랴! 미국의 예쁜 아가씨들이 입을 와악하고 벌려 혀를 널름널름거리며 발음하는 흉측한(?) 모습이 여기서는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으니 말이다. 절대 이 세개의 발음을 대충 발음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혹은 우리 식의 예절에 기대어 애매하게 발음하지 말라. 우선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한국의 영어교육에서 발음을 정식으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토플, 토익 강사가 외국사람과 만나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는 학생의 말을 보았다. 당연한 일이다. 토플, 토익에서는 읽기와 단편적인 듣기만을 평가의 대상으로 하지, 말하기와 쓰기는 대상이 아니다. 이 발음을 그 원칙만이라도 배워두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제대로 된 영어발음을 구사할 수 있는 토대를 쌓을 수 있다. 영어의 말하기도 그렇고 나아가 우리 한국학생들이 공포의 감정을 갖는 듣기도 어렵지 않게 개선해갈 수 있다. 이미 영어는 세계어로서의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화의 물결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정말 고통을 참으며 부지런히 노력하는 백성들이다. 영어발음의 장애를 큰 힘 들이지 않고 뛰어넘을 수 있는데, 왜 우리가 이를 내내 외면해야 하는가? |
첫댓글 참 유익하군요.^^ 경기타임즈님께 감사하구요. 항상 건강하세요.^^
참 유익하군요.^^ 님께 감사하구요. 건강하세요.^^
참사랑을 실천하시면 참사랑 가득한 님이 되시겠군요. 참사랑가득한 가정. 넘 아름다운 행복해 보이는 가족! 축복 넘치기를 기원드립니다. 무한한 발전과 참사랑 넘치는 카페 되기를 빌며!!! 참사랑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