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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 영상물 제작 열풍 |
“충무로와 방송사, 가까워지나?” |
2003년 여름 전편을 HD로 사전제작한 MBC 대하드라마 <다모>의 성공은 ‘시도, 보험’ 정도로 여겨지던 방송사의 HD영상물 제작에 불을 댕겼다. 올해 들어 디지털방송에 대한 대비와 맞물리면서 HD는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전방위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다큐 <출가> <도자기>와 같은 작품들은 이러한 기술적 변화의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해신>을 비롯하여 드라마시티, 베스트극장으로 대표되는 단막극 영역도 HD가 ENG를 밀어내고 안방 브라운관의 ‘고화질’ 시대 개막을 예고한다. 방송보다 접근은 늦었지만 영화도 상황은 마찬가지. 2004년 대표적인 슬리퍼 히트작인 <시실리 2Km>는 파나소닉의 HD카메라 베리캠으로 촬영된 작품이다. 부산영화제의 화제작 <여자, 정혜>도 HD영화. 봉만대 감독이 선보인 TV영화 연작 <동상이몽>도 HD로 만들어졌다. <동상이몽>처럼 HD가 방송과 영상의 가교가 되고 개별 분야의 새로운 방법론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방송가와 충무로에 공유되고 있다. 영진위와 KBS의 TV영화(Tele-Film) 공동제작지원작으로 5편의 프로젝트가 선정되었고 싸이더스와 MBC의 HD공동제작도 권석장 PD를 시작으로 닻을 올린 상태다. 영화는 후반작업에서도 HD의 바람이 거세다. 이명세 감독의 복귀작 <형사>의 경우도 HD로 후반작업을 행할 계획이다. DVD 제작을 위해 HD소스를 사용은 일반화된 추세.
방송과는 달리 HD로 촬영된 영상물을 소스대로 상영할 수 있는 디지털영사시스템(DLP)의 확충이 영화계에는 절실한 문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 DLP를 갖춘 곳은 현상소와 공공기관을 포함해 11개에 불과하다. 와이드릴리즈로 인한 배급비용의 급증을 감안해도 디지털배급과 영사시스템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한국 영화산업과 국내 경제의 독특한 특성으로 한국은 디지털영화의 시대를 열기에 딱 알맞은 곳으로 보인다”는 외신기자의 조언을 귀담아들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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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상장시대 |
“상장은 산업화의 증거?” |
올해 1월 보안기술업체 상장사인 씨큐리콥이 싸이더스를 인수하면서 유력 제작사들의 주식시장 진입이 본격화됐다. 같은 달, 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이 수공구 제조업체인 세신버팔로와 상호주식교환을 통해 MK버팔로라는 이름으로 증권거래소 상장사가 됐다.
또 매니지먼트를 기반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싸이더스HQ가 속옷전문업체인 라보라와 합병한 뒤 IHQ로 우회상장했고, 코스닥의 지니웍스가 아이픽처스와 한식구가 됐으며, 최근에는 엔바이오테크놀러지가 튜브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제작사들이 무더기로 주식시장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좀더 안정적인 자본 확보에 있다. 투자·배급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작품 개발·제작을 위한 기반을 갖추는 동시에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총알’ 확보가 목적이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건 영화제작사 아이필름을 계열사로 둔 IHQ다. (주)캐슬인더스카이엔터테인먼트를 계열사로 편입해 드라마 제작에 진출했고, 지난 12월1일에는 교육 관련 콘텐츠 제작과 아카데미 교육사업 진출을 위해 아이에이컨텐츠를 설립했다.
상장의 효과를 따지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IHQ의 정훈탁 대표는 “상장을 계기로 파생사업을 진행 중이나 내년이 돼야 본격화돼 과실을 따지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명필름의 이은 감독도 “상장을 통한 사업이 대부분 진행 중이라서 성과 측정은 내년 중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시장을 통해 자본을 모집하는 방식이 유효하느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본격적으로 산업화되는 자연스런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의 이익을 보호, 보장해야 한다는 자본의 윤리와 작품성을 제작의 최우선 순위로 여겨온 문화적 가치의 상충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이은 감독은 ‘기우’라고 단언한다. “회사와 주주의 이해,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방향이 일치하는 게 영화산업의 특성이다. 단기간 이익실현을 꾀하는 주식투자가나 머니게임을 하려는 주주들의 요구에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제작사들의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LJ필름의 이승재 대표는 “우회상장이라기보다 큰 기업과 결합하는 방식을 준비 중”이라며 “영화사 단독으로 상장하는 건 요원하지만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 기업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영화계는 급속히 산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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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의 지속적인 확장세 |
“멀티플렉스, 꽉 찼나?” |
멀티플렉스의 확장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전국 곳곳으로 멀티플렉스가 파고들면서 스크린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관객 수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극장 포화사태’에 대한 우려까지 낳고 있다. 전국의 스크린 수는 2001년 13.6%, 2002년 19.4%, 2003년 15.9%씩 증가한 데 이어 올해 또한 17%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올해 말까지 26개 극장의 207개 스크린을 확보하게 되는 CGV는 내년 8개 극장 60여개 스크린을 추가로 갖출 예정이며, 메가박스는 현재의 5개 극장 48개 스크린이 내년 말이면 8∼9개 극장 88개 스크린으로 늘어나게 된다. 롯데시네마 또한 내년에 스크린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돼 스크린 수 증가율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관객 수 증가율은 2001년 44.9%를 기록한 이후 2002년 17.6%, 2003년 13.6%, 올해 8%대로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결국 관객 수가 느는 정도보다 스크린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 특히 지난 9월 이후 관객 수가 뚜렷하게 감소세를 보이고 경제상황 또한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인 탓에 극장이 텅텅 비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메가박스의 서동욱 본부장은 “극장의 가장 큰 변수는 콘텐츠의 질”이라고 전제한 뒤, “최근의 관객 감소는 볼 만한 영화가 없었다는 데에서 기인한 일시적 현상이지, 경기문제나 영화관객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CGV의 김민지씨도 “지난 한해 동안 1개 스크린이 동원한 평균 관객 수가 10만5천여명인데, 호주 같은 경우는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며 스크린 수가 더 늘어날 여지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한국의 1인당 평균 영화관람 횟수가 지난해 2.36회에 불과한데, 미국이 5.1회, 호주가 4.6회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의 잠재력은 아직도 상당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인디영화 전용 스크린이나 각종 영화제 개최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는 것. 멀티플렉스 관계자들은 2007년쯤부터 스크린의 포화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과열경쟁으로 인구가 적은 곳에도 멀티플렉스가 들어서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이들은 시장이 휘청할 때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글 문석 mayday@cine21.com, 이종도 nacho@cine21.com,
이성욱 lewook@cine21.com, 김수경 lyresto@cine21.com
일러스트레이션 노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