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부 한유의 생일잔치에 나타나
한상자는 숙부인 한유 집에 기거하다가
한번씩 사라지곤 하였다. 집에 나타나서
삼촌에게 선도를 배울 것을 권했다가
삼촌 한유의 노여움을 산 때도 많이 있었다.
한번은 한유, 팔순 생일잔치가 열리는 날,
한상자가 모처럼 나타났다. 한상자도
손님으로 초청된 당대의 기라성 같은
벼슬아치들과 섞여서 술을 권하면서 담화를
나누었다.
손님들에게 장생술을 이야기하다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한상자의
시원한 풍모와 달변에 매료되었다. 하는
얘기마다 장생(長生)의 도(道)요 늙음을
늦추는 방법 등이었다. 한상자의 언변은
도도하여 좌중을 압도하였고 생활속에서
실천을 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유익하게
하는 법을 전수하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당대의 잘나가는 손님
들은 모두 한상자가 신선공부를 제대로
한 진인(眞人)이라고 여겼다.
신선의 경지를 詩로 읊다
이러한 사태를 지켜보던 유학자인 한유는 발끈하면서 나무랐다. “어디 내 앞에서 이러한
사설(邪說)을 늘어 놓는가?” 한상자를 불러서 “너의 구변은 현하의 달변이나,
이 자리에 참석한 많은 어른들 면전에서 무슨 해괴한 망언이냐? 도대체 너는 요즘
밖에서 무슨 공부를 하였는가?”하면서 꾸짖는다.
한상자는 이 말을 듣고는 “내가 밖에서 배운 것을 묻는다면 이 자리에서 이 조카가
그 개황을 시(詩)로 지어 올리겠습니다.”하였다. “숙부님 제가 읊는 시를 한번 음미해
보십시오.”
말을 끝내자 천천히 다음과 같이 시를 낭랑히 읊었다.
靑山雲水隔 청산운수격 푸른산은 구름과 물에 막혀있고
此地是吾家 차지시오가 이 땅은 나의 집일세
終日餐雲液 종일찬운액 종일 구름의 진액을 먹고
淸晨啜落霞 청신철낙하 맑은 새벽에는 떨어지는 노을을 맛본다
琴彈碧玉調 금탄벽옥조 거문고로 벽옥같은 가락을 타며
爐煉百朱砂 노련백주사 노에서는 백주사를 단련한다
寶鼎存金虎 보정존금호 보배 솥에는 황금 호랑이가 있고
芝田養白鴉 지전양백아 지초밭에서는 하얀 까마귀를 기른다
一瓢藏造化 일표장조화 표주박 하나에 조화가 감춰져 있고
三尺斬妖邪 삼척참요사 석자 검으로 요사한 것들을 벤다
解造逡巡酒 해조준순주 준순주를 즉석에서 만들고
能開頃刻花 능개경각화 능히 순간에 꽃을 피울 수 있다
有人能學我 유인능학아 나를 따라 배우는 사람이 있다면
共同看仙葩 공동간선파 함께 신선의 꽃송이를 볼 것이다
이 시를 다 듣고 난 한유는 “이런 미치광이 같은 말이 어디 있는가?”하면서 노여워하였다.
자리에 같이 한 많은 손님들은 “이미 큰소리는 쳤으니 반드시 무슨 재주가 있을 것이다.
조카로 하여금 기이한 재주를 한번 보이게 하여 우리들이 친히 볼 기회를 주시오.
한상자가 이러한 신통을 보여 우리에게 안목을 넓힐 기회를 주려고 하는데 어찌 방해
하는가?”하였다.
이에 한유가 조카 한상자에게 “너는 능히 술을 만들고 즉석에서 꽃을 피게 한다고 하였
으니 이 자리에서 한번 시험해 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