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기 ▲
이틀 전.. 거제 망산에 다녀왔으므로 하루걸러 산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부터 공휴일을 쉬기로 한 덕택에 하루 걸러 산행에 나서는 것이다. (너무 잦은 산행을 하게되어 일면 송구스러운 마음도 생긴다.)
내가 생각해도 좋게 말하면 왕성한 산행이고 안 좋게 말하면 산 거래이(거지의 사투리말)가 다 되었다. 사실 일주일에 한 번 산행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보통일이 아니다.
산행기를 쓰기 때문에 한 삼일은 가야할 산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하고, 다녀온 후에는 산행기 쓰느라 한 삼일을 소요하고나면 일주일이 언제 왔다가 언제 가는지 모르게 지나가는 것이다. 산행기만 쓰면 삼일이나 소요되겠는가? 본업 업무가 바쁘다 보니 그렇다.(사회생활도 좀 해야하는데 이러다간 칭구들 얼굴 잊어먹을 지경이다. 으이그..)
거제 망산 산행기는 밤을 새워가며 썼다. 왜냐하면 이틀 후인, 오늘 또 산행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우측사진은 대기마을 산행초입 ↗ 하루 전..
날씨도 춥고 아들놈이 감기도 들고 해서 산행코스를 바꿀까? 하고 생각했었다. 국제신문의 ‘다시 찾는 근교산’을 참조한 산행코스 인데, 6시간 소요 된다고 적혀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진도 찍어야하고 산행기를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1시간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면 7시간코스인데, 날씨도 춥고 산도 험하다하니 자꾸만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동악마을에서 올라가 이교마을로 하산하는 반시계방향의 짧은 코스도 생각하였으나 누럭덤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 넷상의 사진으로 본 누럭덤의 모습에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녁에 다시 계획한 코스대로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아들은 감기도 걸렸고 거창에서 군복무중인 조카 ‘영석’이 내려왔기에 오늘 "영석이랑 같이 지내라" 하고 우리만 가기로 한다.)
오늘의 산행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황매산의 남쪽자락에 위치한 ‘부암산’이다. 이 부암산은 스승부 ‘傅’ 바위암 ‘岩’ 뫼산 ‘山’ 으로 스승 바위산이다. 지도상에는 전암산, 박암산으로 오기되어 있는데 아마도 스승부 字를 잘못 읽어 그런 헤프닝이 벌어진 듯 하다.--나의 생각
나도 사실 전암산으로 읽었다가 나중에 전 字가 아니라 부 字인줄 알았다. 크~~
오늘은 조카 영석이도 있기에 집에서 빨리 아침을 해먹고 출발하기로 하였다.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에 아침밥을 먹으니 부모님과 우리는 그런대로 아침밥을 먹는데, 아침 선잠에서 깨어나 밥을 먹는 아들놈과 딸 그리고 조카 영석은 모래 씹는 표정으로 아침을 먹는다. (우리 때문에 애꿎은 아이들만 고생이다.)
설거지도 미루고 출발하니
8시.. 예의 XXX위반 XX위반을 좀하니
9시에 단성IC다. (이런 글을 쓰면 우리 네티즌님들에게 야단맞는데..) 여기서 20번 국도와 1089지방도를 달려 가회중학교를 거쳐 대기마을에 도착하니
9시 40분이다. 통영에서 이곳까지
1시간 40분 걸린 셈이니 정말 빨리 왔다.
(가회중학교에서 길을 쭉 따라가다가 두 갈래길이 나오면 왼쪽 길로 가지 말고 마을이 보이는 오른쪽 길로 가면 되는데 우리는 왼쪽 길로 올라가니 고불고불하고 좁은 산길 농로가 나왔다. 나중에 통하기는 했지만 혹, 길이 없어질까 불안초조.. )
대기마을 주차장에는 이미 선행자의 승용차 두 대가 주차되어있다. 이곳에 쉴새없이 달려온 ‘화이트’를 쉬게 하고 주위를 관망하니 저번 황매산 산행때 보았던 모산재가 바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위치하고 우리가 가야할 산행초입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는 있는 주차장 바로 위 시멘트 도로다.
오늘도 저번 거제 망산 산행할 때처럼 개 한 마리가 슬슬 따라붙는다.한 10분 올라오니 묵방사로 올라가는 길과 천황재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 (09시 50분)
슬랩에서 바라본 풍경(우측은 모산재 능선)아까 산행초입부터 졸졸 따라왔던 셰퍼드 암놈은 개울에 이르자
“우리가 니 책임 못 진다.” 라는 아내의 말에 꽁무니를 빼고...개울을 건너자 길이 50m 넓이 15m정도의 완경사의 슬랩을 만난다. 슬랩에서 바라보니 모산재와 주위의 산들이 온통 암릉으로 이루어져 만물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산행을 마치고 생각하니 이곳에서 파노라마사진을 찍어야 했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가 부암산 이므로 이곳에서는 그냥 사진만 찍었는데 이곳보다 더 아름다운 곳은 오늘산행에서 찾기 힘들었기에 애석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파노라마사진이 없다. 쩝.
매바위 쪽 풍경(맨 앞의 툭 불거져 나온 바위가 매바위)
세 손가락바위 쪽 풍경
매바위10시 20분 매바위..
어떻게 해서 매바위 인지 몰라도 가까이 와서 보니 과연 새의 부리 같이 생겼다. 진맹익님의 두예삐는 이 매바위를 보고 닭바위라고 우겼다 한다. 자세히 보니 그말이 더 맞는 것 같다.
누럭덤으로 올라가는 슬랩매바위를 지나면 세 손가락 바위가 나타난다고 되어있는데 눈썰미가 좋지 않은 탓인지 보지 못하고 통과하니 긴 로프즐이 매달린 슬랩이 나타난다. 차가운 바람이 무척 심하게 분다. 그러나 이곳에서 바라보는 주위의 경치는 너무도 아름답다.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아~~이산에 정말 잘 왔구나!!" 이 추운 엄동설한에 온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우리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 슬랩은 복사열을 받아서 그런지 포근한 느낌마저 준다. 이 슬랩을 지나면 누룩덤이 나타나는데 당시에는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암봉이 누럭덤 인줄 몰랐다.
누럭덤으로 올라가는 슬랩에서 바라본 대기마을 풍경10시 45분 누럭덤..
전방에 거대한 암봉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등로가 하나 보이는데 오른쪽 길은 아무래도 우리가 가야할 코스가 아닌 듯싶다. (사실 이 오른쪽길이 누럭덤을 우회하는 정상등로다.) 그런데 전방에 보이는 바위에 누군가 노란색 스프레이로
“위험 길 폐세“라고 써놓았다. 그것도 두 군데 씩이나.. 하지만 그곳으로 올라가야 우리가 가야할 방향처럼 느껴지기에 일단 올라가기로 한다. 나중에 정 위험하면 되돌아가기로 작정하면서..
힘들게 바위를 타고 올라가니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걸린 노란색 리본이 보이는 암릉구간이 나타난다. 리본이 걸려있기에 누구나 갈 수 있는 통행로이거니 생각하며 성큼 들어서는데 예감이 이상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손에서 땀이 나는 것 같다. 왼편이 아래쪽을 쳐다보니 천길만길 낭떠러지고 안전시설물은 아무것도 없다. 헉!
누럭덤을 돌아넘는 위험한 절벽길의 입구 (안전시설 全無!! 추락위험!!)안 그래도 고공공포증이 있는데 이 사실을 알고 나서는 도저히 건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엉금엉금 궁둥이를 바위에 밀착하며 회군하면서 아내에게 말하는 一聲이
“딴 길이 나오지 않으면 오늘 산행을 포기해야 할 듯싶다.” 그러면서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아내가 있는 쪽으로 몸을 기우뚱거리며 쓰러진다. (떨어져 죽을 확률이 1%라도 목숨을 담보로 이렇게 위험한 코스를 건널 자신도, 또한 이유도 없었다.)
이렇게 헤프닝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인기척이 난다. 웬 남자 등반객이 배낭도 매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선다. 그러면서
“혹시 한 40여명쯤 되는 등반객들을 보지 않았습니까? 알고보니 이분은 40여명의 등반객을 태우고 오신 버스기사님이다. 보통 버스기사님들은 손님을 태워드린 후 車에서 쉬는 경우가 흔한데, 이분은 본인도 같이 산을 타는 산악인 기사님이다.
그분이 가지고 계시는 산행지도를 보니 최종 목적지가 감암산인데, 이분은 일행과 다른 코스로 산을 오른 것이다. 바로 우리가 올랐던 코스대로 이분도 올랐고 일행들은 모산재 쪽에서 베틀굴을 거쳐 감암산을 향하고 있는 중인 모양이다. (버스기사님이라 일행을 모두 하차시킨 후 빠른 걸음으로 쫓아왔는데 본인 말대로 눈에 찍힌 발자국을 쫓아왔다 한다. 그 발자국은 우리들의 발자국이었다.)
이제 할 수없이 미우나 고우나 셋이서 아까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오른쪽으로 난 길을 향한다. 이곳의 눈길은 아무도 다니지 않은 길이다. 등산을 하면서 난생처음 내가 눈길을 개척하며 오르고 있다. (이것을 럿셀이라고 하던데..)
우회한 후에 돌아본 아름다운누럭덤 (사진에서 보이는 우측를 돌려고 했었지만 너무 위험해 포기함.)힘들게 럿셀을 하면서 올라가니 팻말이 나오는데, 아! 누럭덤이다.. 이 거대한 암릉이 바로 누럭덤이었던 것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본 전형적인 누럭덤의 모습이다. 아까 우리가 처음 누럭덤에 올랐을 때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본 누럭덤의 모습으로, 그냥 평범한 거대한 암봉이어서 누럭덤 하면 이 모습만을 외었기에 몰랐던 것이다. (누럭덤은 말그대로 술을 빚는 발효제인 누룩이 포개져 있는 형상을 본따 지어진 이름이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칠성바위 쪽 풍경기사님의 재담을 들으며 오르니 재미가 있다. 울산에서 오셨고 모 산악회의 시산제 하는 날인 모양이다. (감암산에서 시산제를 한다고 함.) 이번에 같이 오신 등산객들은 베테랑들로 400산 이상 등반한 분들이라고 자랑한다. 기사님 말을 들으니 산악회도 별 희한한 산악회도 있었다. 말 그대로 산을 타는 산악회가 아닌 술 먹는 산악회도 있는 모양인데, 등산은 뒷전이고 술에 취해 아예 산에 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산악회에 질려 그 산악회와는 얼마전 인연을 끊었다며 억만금을 줘도 싫다고 한다. (車에서 내리지 못할 정도로 대취하는 사람.. 나이가 많은 분들인 만큼 요강이 짧아 운행도중 쉬가 마렵다고 車를 세워달라고 하며 제때 안 세워주면 기사님께 술김에 오만 욕.. 술 취해서 버스 기물파손..이러니 그럴 수 밖에..)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대기지 쪽 풍경11시15분 칠성바위.. 7개의 작은 바위가 얹혀있는 칠성바위를 지나면 슬랩으로 시작된 직벽구간이 끝난다. 이제부터는 전형적인 육산의 산길이다.
20분 후
11시 35분 삼거리.. 이곳 어딘가에 감암산 정상이 있다는데 전혀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없이 밋밋하다. 여기서 우리는 내리막길인 왼쪽길을 택하고 기사님은 오르막인 천황재 방향으로 가야하기에 짧은 순간이나마 정이 들었지만 이별을 고한다. '회자정리' 라..
눈덮힌 삼거리 등로에는 커다란 짐승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멧돼지 발자국 이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까운 감암산과 그다음 베틀굴 멀리는 황매산멧돼지 발자국을 보더니 아내가 무서운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멧돼지는 야행성 동물이고 주간에는 사람이 일부러 보려고 해도 좀처럼 볼 수 없는 놈이다. 그리고 일부러 자기를 해치지 않는 한 육식동물처럼 사람을 잡아먹거나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총에 맞아 부상중인 멧돼지는 호랑이보다 무서우니 얼른 나무위로 피신하여야 한다. 하늘에서 미세한 눈가루가 마치 송화 가루 날리듯 날리고 있다. 얼마안가
11시 55분..전망이 좋은 곳이 나오고 이곳에서 바라보니 황매산과 베틀굴 그리고 가까이에 방금 우리가 지나왔던 감암산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암산또한 남쪽을 바라보니 우리가 가야할 능선과 부암산이 보이고 지리산은 개스로 조망이 잘 되지 않는다. 동쪽은 둥그런 두리봉과 여러 개의 山郡들이 보이는데 아마도 허굴산과 의령의 자굴산 등이 아닐까.. 오늘 산행의 특징은 곳곳에 전망을 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는 점이다. 그 대신에 오르내림은 각오해야 한다.
둥그런 두리봉과 동쪽방향으로 보이는 山郡
첫번째 안전시설물로 내려가는 길12시 05분..첫 번째 안전시설물이 나타난다. 쇠기둥과 쇠줄로 연결된 안전시설이다. 만약 이 시설이 없이 내려온다고 가정하면 릿지를 해야 될 것 같은데 릿지 라고는 해본 경험이 없는 우리로서는 무척 다행스럽다. 이 와중에도 사진을 찍기 위해 한손엔 디카를.. 한손은 쇠줄을 잡고 내려온다.(무척 손이 시리다.) 산행도 산행이지만 더 멋진 풍경을 앵글 속에 집어넣기 위한 나의 집념이다. 누가 돈 주고 시키면 “이 추운 날에 미쳤소?” 하겠지..허허..
뒤돌아 본 첫번째 안전시설물이 있었던 봉(중앙의 암봉)--좌측암봉은 길이 없고 사이길로 내려옴.안전시설물에서 내려오자 전방에 다른 거대한 암반이 나타난다. 그곳으로 바로 가는 길은 없고 좌측으로 우회하여 내려가는 길이 보이므로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급경사의 길을 우회하여 내려오니 전방에 커다란 바위가 둘로 포개져 있는 형상의 암수바위가 보인다.
12시 20분..여자엉덩이 모양을 한 바위 뒤에 남근이 붙어있는 형상이다. 여성의 모습은 정면에서 보면 민망스럽게도 둘로 쪼개져 있고, 남근은 바위의 오른쪽에서 보면 그 모양이 확실하다. 여기서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아내랑 둘이만 있으니 내입에선 원초적 발음이 새어 나오고..ㅋㅋ 암수바위를 끼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암수바위두 갈래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택하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바로 국제신문의 노란리본이 나침반 같은 역할해주기 때문이다. 저번 황매산 산행할 때도 국제신문의 ‘다시 찾는 근교산’의 산행코스대로 산행을 하여 성공하였다. 그리고 보니 내 산행은 국제신문 코스대로 한 산행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수고하신 국제신문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바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서쪽 풍경 (저멀리 흰눈과 구름으로 덮혀있는 산이 남덕유산인가?? 아니면..)12시 40분..좌측으로 묵방사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느리재를 거쳐 다시 전망대에 올라선다. 전망대에서 북서쪽 풍경을 바라본다. 저 멀리 혹처럼 불쑥 틔어 나온 산은 아무리 봐도 황석산 같다.(물론 위의 사진 보다 우측에 위치한 봉이다. 사진상에는 안보임)
715m 봉13시 10분 ..715m 봉을 눈앞에 둔 전망대에 도착한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점심이래야 라면과 김치가 전부다. (날계란을 집에서 미리 깨어서 가져왔는데 영하의 기온에 계란 흰자위가 얼어 작은 덩어리가 다 생겼다. 그리고 라면을 끓이려고 생수뚜껑을 여니 물이 얼어있다.) 이곳은 이상하게 바람이 불지 않고 암반이라 식사하기로는 적격의 장소다. 라면에 계란과 김치, 파를 넣어 끓이니 그 맛이 일품이다. 아무도 없는 715m 봉의 전위봉인 전망대에서 우리는 커피까지 끓여 마시느라 40분을 소모한다.
13시 50분.. 바로 눈앞에 보이는 715m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715m 봉을 지나 안전시설물있는 봉에서 바라본 윗음달덤(좌측에 있는 산으로 정상)과 아래음달덤13시 55분.. 715m 봉이다. 부암산의 북쪽에 위치한 실질적인 부암산의 최고봉 715m 봉에는 정상석이 없었다. 어디선가 인기척이 나면서 등반객이 나타난다. (부부 2쌍) 그분들은 이교마을에서 올라오신 등반객들이다. 스쳐지나 가는 산객쯤 여기고 몇마디 주고 받다가 아내와 나는 부암산을 향하여 다시 내려간다. 다시 두 번째 안전 시설물이 나타는데 이곳을 통과하는데 그야말로 황소 칼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온다. 아~~추버라..여기서 바라보니 두개의 봉이 형제처럼 나란히 있는데 좌측 봉이 좀 크고 높아 보인다. (이봉이 윗음달덤으로 부암산 정상이고 오른쪽 봉은 아랫음달덤이다.)
14시 10분
뒤돌아본 715m봉(좌측) 과 안전시설물의 봉(두번째 안전시설물)두 번째 안전시설물에서 내려와 배넘어재를 건너 부암산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세 번째 안전시설물에 다다른다. 올라가는데 얼마나 바람이 세게 부는지 뒤에서 부는 바람이 우리를 밀고 올려주는 듯 하다. 참으로 매서운 바람이다.
칼바람이 부는 부암산 정상 695m14시 20분.. 부암산 정상이다. 분명히 이곳이 정상이건만 스텐으로 만든 이정표는 715봉 쪽을 가리키며 부암산 정상 600m 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이름없는산악회’에서 건립한 작은 정상석이 보인다. 정상석은 부암산 695m 라고 새겨져있다. (이거야 원 어느 장단에 춤을 쳐야 할지..)--내 생각에 높이로만 말하면 715봉이 정상이지만 남쪽 이교마을에서 바라보면 715봉은 보이지 않고 윗음달덤 과 아랫음달덤 만이 보이므로 윗음달덤인 이곳이 정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곳도 어찌나 칼바람이 불어대는지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전망은 오히려 715봉이 좋았다. 정상 바로 아래에 ‘묘자리‘ 라는 요상한 팻말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터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려오니 똑같은 모양의 팻말이 나타난다. ’솔바위‘ 라는 팻말이다. 솔바위는 그래도 거대한 바위가 턱 버티고 있다. 솔바위를 지나자 너덜 계곡이 나타나고 다시 ’절터‘라는 팻말과 빈공터가 나타나는데 아무런 설명서도 없으므로 별 의미를 찾지 못한다.
14시 45분.. 우측으로 판자집 같은 것이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동굴에 지붕만 얹어놓은 부암사 석굴이다. 석굴에 다가가 자세히 보니 부처님 그림 한 장이 달랑 걸려있고 그 아래 향을 피운 흔적이 있다. 깨끗하게 정리정돈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얼마 전까지 사람이 기거했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무속을 하는 도인이 기거하는 곳인가 보다. 굴안에 약수가 있다고 하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우리가 가져간 물도 채 마시지 않았으므로 그냥 내려온다. 아내는
"약수를 마시지 그래요?" 한다. 그러나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집을 쳐다보니 찝찔한 기분이 들기에..
15시 10분.. 부암사
어디선가 ‘짤랑짤랑‘ 풍경소리가 들린다. 바로 부암사다.
부암사의 입구는 현판문 대신 바위에 검은 페인트로 ’石峰山 傅岩寺’ 라 적혀있다. 절은 3개의 요사채로 되어있는데 정식 사찰이 아닌 아담사이즈로 사찰이라 보다 암자가 어울리는 듯하다. 무심한 샘물만이 졸졸거리며 수항으로 떨어진다. 말 그대로 절간 같이 고요한 부암사 경내를 한바퀴 돌며 몇 컷의 사진을 찍고 내려온다.
부드러운 하산길 풍경15시 20분.. 이교마을
부암사에서 이교마을까지는 100m 거리다. 이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하는 순간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산행시간이 한 7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빨리 날머리에 도착한 것이다. (5시간 40분 소요됨) 이곳에 도착하니, 등반객 몇 명이 보이는데 낯에 익은 얼굴이 보인다. (아까 715봉에서 만났던 부부 등반객들이다.) 이분들은 715봉에서 우리와는 다른 코스로 내려온 모양이다. 이곳 이교마을에서는 車를 잡기 어렵다 하시며 車타기 수월한 지점까지 모셔준다며 우리를 본인들의 초록색 카니발 승합차에 태워준다.(경남 사천에서 오신 고마운 분들이다.)
청산마을에서 그분들과 헤어지고 청산상회에 들어가 콜택시를 물어보니
내가 적어왔던 국제신문의 ‘다시찾는 근교산’ 산행기속의 전화번호랑 똑 같다. 011-851-6452 055-973-6452
택시비 13,000원을 드리니 우리를 애마 ‘화이트’가 있는 대기마을 주차장으로 데려다 준다.
오늘은 예상외로 모든 일이 슬슬 동풍으로 잘 풀리고 있다.
시간이 남았으므로 고성에 있는 ‘해수 바이오유황온천’욕까지 즐기니
칼바람을 맞아가며 고생한 기억은 저멀리 사라지고
이런 호사가 어디에 있나 싶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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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25 합천 누럭덤과 부암산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