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면 번영회장을 맡고 있는 육동오(청성면 마장리)씨는 최근들어 큰 걱정꺼리가 생겼다.
어떻게 하면 흩어진 주민들의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 면민화합을 이룰 수 있느냐는 문제다.
"겉으로는 몰라도 속으로는 금이 가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해말 농협 이사 선거가 끝난 후 서부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이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당장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요즘 이 지역 젊은이들이 누구에게 제대로 옳은 얘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못됩니다. 솔직히 지난 95년 행정구역 개편 논란이 있었을 때 우리 고향을 지키자고 앞장섰던 사람들이 바로 젊은이들이었는데 그때 일을 가지고 원성을 듣는 것 같아 꼼짝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예요." 청성면 망월리 이아무개(45)씨의 얘기다.
지난 95년으로 되돌아 가보자.
당시 행정구역 개편 얘기가 나왔고 9월 능월지역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상권과 생활권이 같은 보은군 삼승면 지역으로 편입시켜 달라는 민원이 제기되었다.
당시 이 문제는 군 뿐만 아니라 군의회에서도 관심사로 떠올라 의원들이 현지에 나가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주민들의 민원을 수렴하고 의견을 듣는 등 활발한 조정활동을 펼쳤다.
이후 11월29일 이루어진 주민투표에서는 주민의 66%가 보은 편입에 반대, 행정구역 개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행정구역 개편을 주장하는 쟁점은 역시 능월지역 8개 마을 주민들의 생활권과 상권이 보은군 삼승면이었고 이웃 군지역인 보은군보다 뒤떨어진 지역개발 등으로 인한 소외감이었다.
따라서 군에서는 생활권과 상권을 확보하는 방안의 하나로 출장소 설치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97년 예산에 출장소 설치 예산 2억3천2백여만원을 포함한 2억6천여만원의 예산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출장소 설치는 농지 또는 농업용 이외의 목적으로 쓸 수 없다는 설치 예정지의 법적 규제조치로 인해 현실화될 수 없었다. 군에서는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각 마을당 숙원사업 해소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97년 주민숙원은 거의 이루어졌다. 때마침 당시 청성농협에서 농협 능월출장소를 설치, 농협 업무를 취급했고 주민들의 불편도 상당수 줄어들었다.
이렇게 해서 95년 당시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된 주민 소외감 및 개편 요구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다. 일단 서부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행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말 합병·통합된 농협 이사 선거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된 것이다.
특히 이 지역 출신 인사 4명이 이사 선거에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는 사실은 능월지역 주민들의 시각으로는 하나의 충격으로 받아 들여졌다.
더욱이 그 요인 중 하나가 이사를 선출하는 대의원들 중 많은 수가 청산중학교와 청산고교를 졸업했다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서 원남중과 보은 지역 고교, 또는 대전 쪽 학연을 가진 능월지역 주민들은 설 자리가 없다는 극단적인 분석이 나오게 되었다.
농협 이사 선거와 더불어 이들 주민들의 소외감을 부추긴 요인 중의 하나는 능월초등학교의 폐교 여부와 둘러싼 문제다.
주민들은 올해 현재 능월초등학교의 학생이 51명으로, 청성초등학교 학생 수인 39명보다 많은 데도 교육청에서 면 소재지 학교인 청성초를 존속하려 한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교육청이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오는 2002년 면단위 1개교 존속, 1백명 이하 학교 폐교 등의 방침을 추진하면서 학생 수보다는 행정 편의 위주의 교육행정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청성초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은 이와 관련, 교육부의 방침대로 학교를 폐교하더라도 오구니재 등 두 개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 교통이 불편이 불편한 청성초보다는 학생 편의에 따라 보은군 삼승면에 위치한 판동초등학교로 편입시키겠다는 주장이다.
군내 교육행정 측면에서는 물론 학생들의 통학편의가 우선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 학교가 폐교되고 행정구역상 군내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타 지역 학교로 편입되는 사례가 바람직스럽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구조조정과 맞물려 소규모 교육청 통폐합 논란이 가시지도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학교 폐교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 곳 주민들은 지난 95년 행정구역 개편 문제가 일단락되었다 해도 역시 능월지역은 소외되고 있다는 정감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소외감이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이 막연한 소외감정을 갖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군이 해야 할 일이다. 주민들은 또 인근 보은과 비교할 경우 지역개발 측면에서 크게 뒤져 있다는 피해의식도 갖고 있다.
물론 최근의 소외감 확산에는 농협 이사 선출과정에서 관여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침소봉대 격으로 확대된 일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합리화 될 수는 없다.
출장소 대신 잠시나마 농협 능월출장소에 운영되었던 출장민원업무 서비스를 부활시키는 것도 대안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주민들의 이용이 저조해서 폐지하기로 했다면 그 이면에는 출장업무를 신청하느니 직접 면을 다녀오는 것이 시간상 빠르고 낫다는 주민들의 의식이 작용해서이다.
그렇다면 출장업무를 좀더 쉽고 빨리 처리해줘 주민들이 이용률을 높이면 된다. 행정 관계자들도 현재 상황이라면 업무처리가 좀더 빨라질 수 있음을 조언하고 있기도 하다.
또 능월초 폐교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육부의 방침 시한인 2002년까지는 아직 시한이 남아 있는 만큼 지역적인 특수성을 감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군내 주민의 일원으로서 이들 능월지역 주민들이 근본적으로 소외감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상권, 생활권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보은군 삼승면 원남상우회 등의 상인 조직들은 자신들의 상권을 잃지 않기 위해 능월지역 8개 마을 잔치나 행사 때에는 열심히 얼굴을 보이고 주민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지원금도 종종 전달한다는 얘기는 상권보호를 위해 보은 지역 상인들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하다.
최근들어 제기되고 있는 능월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은 어떤 행정을 펴느냐에 따라서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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